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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소설가의 수난

운영자 2013.09.18 14:42:37
조회 1174 추천 3 댓글 4

  11년 전 특이한 사건을 맡았다. 돈을 받고 한 여대생을 잔혹하게 죽인 청부 살해범이었다. 계약을 했으니까 죽여야 한다는 한마디로 그의 내면을 들여다봤다. 사모님도 악마수준이었다. 거액을 제시하며 범인에게 납치하던 중 실수로 죽였다고 말을 하라고 했다. 성공하면 범인은 과실치사로 가볍게 처벌 되고 사모님은 무죄였다.
 
  법조계 거물들이 변호인단이었다. 회장은 총리와도 막역한 것 같았다. 방청객은 모두 사모님의 응원단이었다. 죽은 여대생은 말이 없었다. 수사기록속의 죽은 여대생은 뼈가 조각조각이 나 있었다. 머리에 일곱 발의 총알이 박혔다. 죽기 전 받은 처참한 고통이 느껴졌다. 단순 청부 살인범은 그렇게 잔인하지 못하다. 싸이코 패스의 짓 같았다.

  변론에 나타난 사모님의 모습은 사회적 기업을 이끌어가는 회장님의 현숙한 아내였다. 법정 구석에 앉아 있는 죽은 여대생의 아버지는 풀이 죽어 있었다. 사모님은 공개적으로 그를 비웃었다. 그가 쓸데없이 언론에 떠벌이는 통에 자기가 피해를 입었다고.

 

  그들에게 정의는 없었다. 현직판사인 사위는 침묵했다. 그의 한마디 해명이면 발생하지도 않았을 사건이었다. 그는 오히려 장모의 철저한 심부름꾼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그 한가운데서 양심이 아파지기 시작했다. 검은 웃음을 흘리며 꾸미는 그들의 모략이 변호사가 지켜줘야 할 성스러운 비밀일까?
  나는 청부 살인범에게 선택하라고 했다. 회장부인은 무죄가 되고 당신은 만약 사형을 받는다면 돈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고문당한 뼈 조각과 총알을 보고 과실치사로 단정할 재판장은 없을 거라고 했다. 진실을 말하고 각자 죄지은 만큼 형을 받자고 했다. 그가 사실을 털어놓는 바람에 사모님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회장사모님은 감옥에 있지 않았다. 형집행정지로 풀려나와 잘 살고 있었다. 그들의 다음 행보는 뻔했다. 살아난 범인은 사모님의 재심을 위해 말을 바꿀 것이 틀림없었다. 법정 기록은 5년이면 없어진다. 그 다음은 허위가 진짜같이 소리쳐도 세상은 믿는다.

  나는 진실을 담은 소설을 썼다. 그러나 그들이 무서운 걸 알고 있었다. 추적하는 여대생 아버지도 살해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소설의 캐릭터도 배경도 바꾸었다. 화장품재벌 냄새가 나게 했다. 그러나 그들의 모략과 분뇨냄새 나는 천민자본주의를 철저히 고발했다.

  책은 서점 구석에서 천대받고 바로 묻혀 버렸다. 출판사로부터 5백권을 사서 직접 세상에 돌렸다. 그래도 세상은 무관심했다. 블로그에 올리고 그 사실조차 잊어버렸다.

 

  십년이 지난 어느 날 그 글을 본 방송국에서 사건을 추적해 감옥에서 나온 회장부인을 폭로했다. 회장님의 회사는 즉각 호소문을 냈다. 회사는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여론이 잠잠해 질 무렵 내게 폭탄이 날아들었다. 회장의 회사에서 주가가 떨어졌으니 물어내라고 내게 소송을 제기했다. 판사사위도 소송을 걸어왔다.

  나 때문에 판사인 자신의 명예가 훼손됐다고. 청부 살인범도 변호사가 비밀을 누설했다고 검찰에 나를 고소했다. 인터넷의 만명 회원인 한 카페에서 조직적인 공격이 왔다. 죽은 여대생을 이용해서 돈 벌어 먹는 3류 소설가라고. 그들은 뒤에서 나를 작살내기로 결심한 것 같다.

  다시 생각해 본다. 변호사도 진실을 추구해야 한다. 그들의 모략이 변호사가 지켜야할 업무상 비밀이 아닌 것 같다. 그들은 3류 소설가라고 욕하지만 베스트셀러작가만 일류는 아닐 것이다. 한 여대생의 억울한 죽음을 보고 고통을 각오하고 그걸 쓰는 게 오히려 작가의 의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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