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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귀공자의 추락, 이혼 그리고 자살 (8)

운영자 2014.01.15 17:59:37
조회 1214 추천 1 댓글 1

  고급백화점 식당의 중국음식점이었다. 붉은 비단에 금색무늬가 박힌 벽지들이 호화로웠다. 나는 고일심의 형 고이식을 만나고 있었다. 고일심씨에 대해 좀더객관적으로 접근하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고이식씨역시 엘리트코스를 밟은 사람으로 D그룹 회장의 비서로 근무중이었다. 동생과는다르게 좀더 현안하고 선량한 인상이었다. 비서의 냄새가 어디에도 나지 않았다.


  “죄송합니다. 동생이 어려움을 당하고 있는데 집안의 맏아들로서 제대로 관심조차 쓰지 못했습니다. 뭐라고 할 말이 없습니다.


  그가공손하게 사과했다. 이해가 갔다. 나는 고일심이 겪는 소송의진행을 형에게 간단하게 설명해 주었다.


  “형인저의 입장으로 솔직히 말씀드리면, 애초에 동생이 재벌의 맏사위가 된다는 게 탐탁지 않았습니다. 일심이와 같이 자라서 잘 아는데, 제 동생은 근본적으로 성격이 여립니다. 저도 그동안 재벌회장을 모셔봐서 알게 된 것지만 자수성가한 기업가들, 성격이보통 강인하고 냉정한 게 아닙니다. 온실 속의 화초같이 공부만 한 내 동생이 강인한 장인의 성격과 조화될수 있을까, 사실 능 궁금했습니다.


  웨이터가우리가 시킨 음식을 가져다 조심스레 상 위에 놓았다. 형은 입맛이 쓴 듯 차 한 모금을 입에 대더니계속했다.


  “지금동생에게 돌아온 결과는 정신병이라는 낙인입니다. 저는 동생의 장인을 가급적이면 선의로 해석하고 싶습니다. 어쨌든 사위를 기업의 후계자로 만들려고 강 트레이닝을 시킨 거라고 믿습니다.하지만 동생의 입장에서는 자기를 괴롭힌다고 오해했을 겁니다. 그래도 한 구석에 서운한 느낌이드는 건, 장인이 정말 애정을 품고 내 동생을 훈련시켰다면 동생이 신경쇠약에 걸렸을까 하는 점입니다. 그쪽에서는 정신병이라고 말하는지 몰라도 말이죠. 하다못해 강아지라도애정은 아는 법 아닙니까? 그 점이 사돈집에 대해 섭섭한 점입니다.


  형의말은 신중하고 깊이가 있었다. 동생에 대한 애정으로 경솔하게 발언하는 걸 조심했다.


  “결혼이전에 정신병 증세 같은 건 없었습니까?


 
내가 물었다.


  “전혀없었습니다. 오히려 성격도 활발하고 언변도 좋은 편이라 친구들 약혼식이나 결혼식 사회를 도맡아 할 정도였다니까요. 제 입장에서 보면 오히려 설친다고까지 생각될 정도였어요.


  그가좌장이 되어 술좌석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나는 일심의 형에게 다시 물었다.


  “일심이를만났을 때 어디 이상하다고 느낀 언동은 없었습니까?


  “글쎄요.. 솔직히 그런 점은 느끼지 못했습니다. 굳이 하나 꺼내자면 언젠가, 장이니 비방굿을 해서 자기를 해치려 한다는 말을 했어요. 그때 얼핏, 이상하다고 생각은 했습니다. 그러나 일상생활에서 이상한 행동을 한다는말은 못 들었습니다. 동생에게 정신분열증 진단이 나왔다는 소리를 들으니까 정상인과 정신병의 차이가 어떤건지 저도 의문이 생기더군요. 전문가는 아니지만 현대의학에서 그걸 명쾌히 단정할 수 있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형역시 동생의 정신병에 강한 불만과 의심을 품고 있었다.


  “동생부부의 생활에 대해서 말씀 들은 게 있으며 해주시죠.


  내가말했다.


  “그런걸 함부로 말해도 될는지..


  그가망설였다. 신중한 사람이었다.


  “아닙니다. 조금의 근거라도 소송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말씀드리는 겁니다.


  내가재촉했다. 그는 남의 험담을 천성적으로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난처한기색을 보이더니 힘들게 입을 열었다.


  “해외지사에 있느라고 동생의 결혼 초 생활을 제대로 볼 기회가 없었습니다. 다만 아내를 통해 제수씨 얘기를어쩌다 들었죠. 결혼 후 얼마 안돼서 제수시가 집안행사 때문에 온 적이 있어요. 제가 보기에 제수씨는 무뚝뚝한 편이었습니다. 동서들이 모여도 별말이 없었습니다. 언젠가는 동서들이 듣는데 문득 ‘첫애를 낳고 헤어지는 건데’라고 밑도 끝도 없이 한마디던지더랍니다. 그 말을 전해 듣고 저는 동생 내외가 평탄치는 않구나 짐작했었습니다.


  음식점벽에 걸려 있는 괘종시계가 밤 10시를 가리켰다. 썰물이빠져나가듯 손님들이 하나 둘 빠져나가고 이제는 우리밖에 남은 사람이 없었다. 계산대의 여점원이 피곤한듯 우리 쪽을 보며 기지개를 켰다. 형이 얘기를 계속했다.


  “결론적으로아버님을 대신해서 집안 입장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동생이 이혼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반대입니다. 저와 동생은 엄한 아버님 밑에서 가정교육을 받았습니다. 이혼은 용납이안되지요. 그러나 여자 측에서 굳이 이혼을 요구한다면 어쩌겠습니까? 응하겠습니다. 우리 집안은 동생이 재벌의 후계자가 도는 걸 요구한 적이 없습니다. 불필요한남의 재산을 탐하는 것으로 비치는 것도 싫어합니다. 저쪽에서는 위자료로 3억원을 요구했는데 좀 잔인한 행동으로 보입니다. 아버지는 고급관료를지내셨지만 청백리셨어요. 우리집에는 그만한 돈이 없어요. 일심이에게기껏 해준 게 결혼할 때 마련해 준 아파트에요. 3억원을 내라는 것은 일심이를 빨가벗겨 내쫓겠다는 의도로밖에안 보입니다. 형제들이 돈은 없지만 대출을 받아서라도 어떻게든 마련해 보겠습니다.


  형은이미 소송에서 패소할 것을 전제했다. 아예 그런 모습의 전쟁을 피하고 싶은 것이다.


  “아이문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내가물었다.


  “아이들은할아버지 할머니 모두 70이 넘으셨고 조그만 아파트에 두 분만 사십니다. 연로하시기 때문에 일심이 아이들을 기를 처지가 못됩니다. 그렇다고직업도 없이 중년에 내동댕이쳐진 일심이가 아이들을 교육할 입장도 못되고요. 어쨌든 아이들은 아이 엄마가길러줬으면 합니다. 양육비는 저희 형제들이 어떻게든 조금씩 마련해서 보내주면 어떨까요? 누가 키우든 천륜이 없어지는 건 아니죠.


  일어설때가 되었다. 다 식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섰다.일심의 형이 내 손을 잡고 부탁했다.


  “저희집안에서 원하는 건 법정에서 물어뜯고 싸우는 것보다 서로 원만하게 합의해서 끝내는 겁니다. 엄변호사께서그 역할을 해주셨으면 해요. 또 제 동생과 친구가 된다니까 이 기회에 많은 얘기를 해서 마음을 안정시키고, 할 수 있으면 종교를 가지게 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자존심을 심하게 다친 동생은 승부에 집착했지만 그 집안의 희망은 합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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