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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귀공자의 추락, 이혼 그리고 자살 (4)

운영자 2014.01.06 16:51:35
조회 1009 추천 3 댓글 1

  국회의원의아들인 고일심은 삼형제 중 둘째였다. 형제 중에서 가장 총명했던 그를 어머니는 특히 사랑했다. 한때 장관을 거친 아버지는 아들을 일류 초등학교부터 입학시켰다. 중학입시가 치열한 시절이었다. 점심시간이면 운전기사가 따뜻한 도시락과 보온병에 든 우유를 가지고 왔다. 수업이 끝나면 가정교사가 그를 돌봤다. 성질이 온순했던 그는 부모의말에 순종했다. 그는 명문 중 고등학교에 무난히 들어갔다. 언제나그는 부모의 자랑스런 아들이었다. 그는 실패를 모르고 엘리트 코스의 종착역까지 무사히 도달했다. 과학원을 거쳐 미국의 대학원 연구원 과정까지 우수하게 마쳤다. 미국인지도 교수는 그에게 학교에 남으라고 권유했다. 그는 흠 한 점 없는 신랑감이었다.


  다만열정적으로 사랑 한번 못해 본 게 아쉬운 점이었다. 몇 분도 아껴야 하는 연구에 몰두하다 보니 데이트할 시간도 없었던 것이다.


  연일전문 중매꾼들은 일등 신랑감이 그에게 접근했다.


  그의집으로 어느 날 정식으로 중매가 들어왔다. 따라만 있는 집안의 맏사위 자리였다. 신부감은 재벌 화장품 회사의 오너의 딸이었다. 여자 측에서는 사위를들이면 경영수업을 시켜 후계자로 삼을 예정이라고 아예 조건을 못박았다. 장관입안과 재벌의 저울대는 적정한균형을 이루었다. 혼사는 급진전되어 마침내 성대한 결혼식이 열렸다. 식장부근은 한꺼번에 몰려온 하객의 자동차 물결로 교통이 마비됐다. 이 때문에 교통순경들이 진땀을 흘려야했다.


  유럽으로신혼여행을 다녀온 후 고일심은 그룹 기획실로 발령났다. 그는 정열적으로 일을 시작했다. 기업의 경영을 점검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려고 애썼다. 장인인회장에게 자신의 능력을 정확히 알려주고 싶어서였다.


  그러나그가 모르는 사이에 거센 반대의 물결이 일고 있었다. 창업공신들과 임원진이 노골적으로 그를 질시하기시작한 것이다. 회장은 해방 무렵 장바닥에서 ‘구리무’를 팔면서 기업을 일으킨 강인한 사람이었다. 전쟁과 가난, 부도를 거치면서 잡초 같은 강인한 생명력으로 버텨온역전의 노장이었다. 임원들 역시 그런 보스 밑에서 오랜 세월 함께한 동지였다. 글들에게 신데렐라 같이 갑자기 나타난 후계자 고일심은 질시와 시험의 대상이었다. 그에게 사람들은 조소와 빈정거림이 섞인 가시 돋친 시선을 보냈다.


  한번은화장실에 있을 때였다. 밖에서 몇 명의 직원이 웃으며 소곤거렸다.


  “그자식 말이야. 장가를 든게 아니라 시집을 온 거지. 딸만있는 집안의 후계자로 왔으면 그게 데릴사위잖아. 그러면 성도 갈아야지.고씨가 아니라 김씨로 말야. 남자가 아니라 불알 찬 여자야 여자. 하하하 호호호”


  그는얼굴이 화끈거렸다. 심한 모욕감이 목구멍으로 치솟았다. 직원들이얘기를 하다가도 자기만 사무실로 들어가면 뚝 그쳤다. 그는 사원들과 물과 기름이었다.


  그는그들의 행태를 질투에서 나온 못난 행동이라고 일축해 버렸다. 자기의 길을 꿋꿋이 가면 그만이라고 언젠가는그런 입방아도 잦아들 것이었다. 회장인 장인에게 부족한 요소는 학벌과 엘리트 관료 집단과의 연줄이었다. 그 점에 착안해, 고일심은 그룹 간부들과 경제관료들과의 모임은 주선하는등 경제부처에 포진한 동문들과 그룹을 연결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무뚝뚝한 회장은 이렇다 저렇다말은 안했지만 싫은 기색은 아니었다.


  어느날 저녁 그는 그룹 임원들을 대동하고 예약된 요정으로 갔다. 그가 초청한 경제관료들을 만나기로 한 장소였다. 형식적인 인사와 함께 술이 몇 순배 돌았다. 그의 옆에는 잠자리날개 같은 한복을 곱게 입은 미녀가 술 시중을 들었다. 골라서 뽑아온 최고의 이인이었다. 어디서나 그는 황태자 취급을 받았다. 집중되어 자기에게 몰리는 술잔과따르는 여자들. 그런 일에 경험이 없는 그로서는 또 하나의 곤혹이었다.노련한 임원들은 그의 당황해 하는 모습을 훔쳐보면서 의미있는 미소를 지었다.


  술자리에서흥이 무르익을 무렵이었다. 창업공신 박전무가 고일심을 시중하는 아가씨에게 농담같이 이렇게 말했다.


  “야, 너 말이야, 여기 계신 우리 작은 회장님을 오늘밤 모실 수 있다면내가 5백만원을 지금 현찰로 이 자리에서 줄게. 할 수 있어?


  박전무는호기롭게 지갑에서 백만원권 파란 수표 다섯 장을 상위에 던졌다. 여자들 사이에서 환호성이 울렸다. 욕심으로 눈들이 번뜩이고 있었다. 그 돈을 보자 고일심 옆의 여자가요염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세상에여자 싫어하는 남자가 어디 있어요? 제가 한번 해볼께요.


  그녀는살그머니 그에게 몸을 기댔다. 그의 가슴은 벌써 방망이질 하고 있었다.그녀의 보드랍고 하얀 손이 그의 허벅지 근처를 쓰다듬었다. 그는 속에서 불이 타오르는 느낌이었다.


  “작은회장님, 책상물림도 아니고 수천 명의 사람들을 이끌기 위해서는 남자 뱃보가 중요합니다. 우리 모두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입니다. 비밀을 철저히 지켜드리고보좌할 테니 여자부터 정복해 보세요. 그렇지 않으면 물건 달리 남자가 아니죠.


  괴로웠다. 속에서 끓는 피를 식히고 그는 돌부처가 되어야 했다.


  ‘시험에넘어가면 안된다.


  그는마음속으로 다짐했다. 그룹의 노회한 임원들은 재미있다는 듯 그를 가지고 놀았다. 그룹에서 그는 하루하루 저울대 위에서 뛰는 피에로였다. 일거수일투족이귀신같이 회장에게 보고 되었다.


  그룹에서일년에 한번씩 미스코리아를 뽑는데 당선된 미녀는 기획실에서 근무했다. 매년 그룹에서는 미스코리아를 위한자축파티가 있었다. 그룹 홍보를 겸해서 탤런트, 사회명사들을초청해 호텔에서 성대하게 여는 행사였다. 이럴 때 고일심은 주빈의 역할을 해야 했다. 그는 아름다운 미스코리아 앞에서 얼굴이 붉어졌다. 눈부시도록 아름다운그녀를 보고 있자니 가슴이 울렁거렸다. 파티에 참석한 회사의 임원들은 그의 이런 당황한 모습을 보며소리없는 냉소의 칼을 던졌다. 미스코리아는 기획실로 발령받아 다음날부터 근무했다. 기획실 책임자인 고일심의 바로 옆자리였다.


  그룹의직원들의 한결같은 호기심은 그와 미스코리아의 관계였다. 그는 하루하루 위축되었다. 결벽증 환자같이 그는 굳은 목각인형이 되어야 했다. 남에게 조금이라도허술한 틈을 주어서는 안 될 것 같았다.


  어느날 그는 일을 매끄럽게 처리한 미스코리아 직원에게 “참, 예쁘다”라고 말했다. 부지불식간에 튀어나온 소리였다. 우연히 그 말을 들은 여사원에 의해서소문은 날개를 달고 사내에 확대되었다. 이미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것이었다. 그르 대하는 호장의 태도는 항상 냉랭했다. 결제를 받을 때도 회장은격려의 말 한마디 없었다. 섭섭했다.


  월요일임원회의에서였다. 그가 새로이 구상한 프로젝트를 열심히 설명하고 있었다.


  “야, 임마, 집어치워! 네가배웠으면 얼마나 배웠고 알면 얼마나 알아? 그만둬!


  회장이소리질렀다. 심기가 불편한 모양이었다. 임원들 앞에서 그는수치심과 모멸감으로 주저앉고 싶었다. 고통의 파도는 쉴새 없이 그의 가슴을 쳤다. 회의 대표로 참석한 그에게 회장이 한 시간 가까이 공개적으로 질타한 적도 있었다. 어디에라도 마음 터놓고 호소할 데가 없었다.


  저녁에집에 돌아가서도 그는 위로받지 못했다. 아내는 무뚝뚝했다. 그가말을 걸기 전에는 사근사근하게 대화를 먼저 하는 편이 아니었다. 자격지심이 들었다. 집에 와서까지 아내에게 상냥해야 하는 남자며느리인가 하고, 아내역시 아버지의 강인한 성격을 그대로 빼 박은 것이다. 이따금씩 그는 반성을 했다. 장인에게 욕을 먹으면 약한 사위를 단련시키려고 그런 것이겠거니 자위했다. 그래도더러는 등 한번 쓸어주는 정이 그리웠다. 아버지는 엄하게 훈게를 해도 그 후에는 꼭 사랑을 표시하곤했다. 그는 회장에게 혼이 난 날이면 자리에 앉아 호출을 기다렸다. 상처를냈으니 치료를 해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장인은 한번도 그를 불러 마음을 다독거려 주는 법이 없었다. 그는 거대한 절벽을 앞에 두고 있는 심정이었다. 도피하고 싶었다. 팽팽한 신경 줄이 툭하고 끊어져 버릴 것 같았다.


  어느날 회장은 자신의 아버지와 점심식사를 하고 회사로 돌아왔다. 사돈끼리의 오랜만의 만남이었다. 결재 받으러 들어간 그는 회장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까 자못 기다려졌다.


  “아버님, 어디 몸이 불편하십니까?


  그가조심스럽게 장인에게 말했다. 장인이 힐끗 고일심을 바라보았다.


  “역시자네 집안은 대단한 선비 집안이더구만. 훌륭하고 존경할 만한 양반이야.


  내용은칭찬 같았지만 어딘가 어조에서 빈정거림이 느껴졌다. 회장이 모처럼 말을 계속했다.


  “그렇지만이봐 자네, 요새 세상에 양반 쌍 놈이 어디 있나? 난 말이야, 배운 건 없지만 그래도 자수성가해서 이만큼 만들어놨어. 말해 봐. 대한민국에서 자기 능력으로 벤츠를 타고 다닐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돼다들 말이야, 자기 못난 건 감추고 남 잘 사는 건 배 아파 한단 말씀이야. 따지고 보면 양반이 따로 있어? 자본주의 사회에선 사업가가 양반이지, 안 그래?


  장인이아버지를 겨냥한 듯 빈정거렸다. 그는 순간 아버지마저 장인에게 똥바가지를 뒤집어 쓴 느낌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학 같은 아버지여UT. 장바닥에서 굴러먹다 일확천금을 거머쥔 장인과는 차원이 다른 사람이었다. 굴욕감이느껴졌다. 한없이 높아 보이던 장인이 다시 보였다. 떠져보면불한당 같은 인물이었다. 장인의 회사는 정상적으로 커 온 기업이 아니었다. 다른 기업의 약점을 철저히 이용해서 잡아먹었다. 장인은 남의 살점을뜯어먹고 살이 찐 돼지였다. 경영이 뭔지도 인간관리가 뭔지도 그는 몰랐다. 임원들은 회장 앞에서 숨도 못 쉬는 머슴이었다. 회장의 인사 철학은머슴은 숨도 못 쉬게 몰아쳐야 한다는 것이었다. 조금이라도 풀어주면 기어오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회장은 임원들의 개인 약점을 이용하여 숨통을 조여 꼼짝 못하게 만들어 버렸다.


  고일심은그 자신도 거미줄에 걸린 한 마리 벌레 같았다. 왕거미인 회장이 자신을 친친 감아 어느 날 독침을 꽂을것 같았다. 이상했다. 마음속으로 미워하다가도 회장 앞에만가면 주눅이 들어 다리가 벌벌 떨렸다. 그런 자신이 한심했다. 그러다보니 모든 사람들이 자기를 미워하고 공격하는 망상이 생겼다.


  마침내그는 신경정신과를 찾았다. 담당의사는 신경쇠약증세가 있으니 쉬라고 권유했다. 5년이 넘는 세월을 그는 줄 위에서 소리하고 춤을 춘 광대였다. 그줄은 끊어질 듯 끊어질 듯 그를 위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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