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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에세이] 달리는 본능에서 생긴 존재감

운영자갤로그로 이동합니다.(202.136) 2007.05.11 11:53:20
조회 1603 추천 1 댓글 2

제2장 마라톤에서 배운 것들

  1. 달리기를 결심하다 - 마라톤을 향한 첫 발



  인간 유전자속에 있는 ‘달리는 본능’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너무나 많은 기계와 화학물질들에 둘러싸여 필요한 만큼 충분한 운동을 하지 않아 진정한 동물적 본성을 잃어버리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그 살아있는 증거였다. 달리면 달릴수록 자연과 조화된 나의 동물적 본능이 되살아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그 다음, 달리기를 통해 나 자신을 만나고 있었다. 한때 아내는 하루 종일 격무에 시달리는 것도 모자라 체력소모가 심한 운동을 한다고 몹시 걱정을 했다. 그러나 나는 달리면서 육체와 대화를 하고 있었다. 평상시 못 느끼던 몸의 상태, 몸의 각 부분이 보내는 신호와 끝없는 대화를 하면서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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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바탕 육체와의 격렬한 대화가 끝나고 나면 가난한 마음 만큼이나 홀쭉해진 육체를 만날 수 있다. 뱃속의 모든 내장기관들이 제자리를 찾아가 안착한 느낌, 근거 없는 집착과 상념을 떨쳐버리고 삶의 군더더기를 청소한 느낌 등이 바로 그것이다.


  또한 순전한 나의 존재감을 느낄 수 있으며 스스로 자유로워질 수 있었고 남을 의식하는 행동과 생각에서 나를 해방시킬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일과 휴식을 바라보는 태도가 바뀌었고, 완전히 새로운 관점과 각도에서 24시간 달라진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변화된 눈으로, 다른 사람의 시선이 아니라 나만의 시선으로 삶을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이다.그것은 곧 자신감으로 이어졌다. 과거 내가 열심히 공부해서 얻은 성적이나 자격증과는 다른 것이었다.


  나 자신을 만나면서 얻은 자신감은 세상에서 요구하는 것과는 다른 것이었지만 세상의 진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으로 되돌아왔다. 그리고 그것은 곧 ‘내가 왜 사는가’에 대한 답과도 연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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