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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인 줄…내가 범죄자라니" 그는 어쩌다 피싱 수거책이 됐나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3.12 15:49:58
조회 5182 추천 3 댓글 23

피싱 수거책 경험한 정씨
"고액 알바 미끼에 당한 나도 피해자"




[파이낸셜뉴스] #. "돈이 급했어요. 무슨 일을 하는지 물어봤죠. '심부름'이라고, 더 알려 하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그때 눈치를 챘어야 했는데..."
정윤미씨(61·가명)가 법정에 서게 된 건 지난 2020년 한 문자를 받으면서 부터였다. '심부름'만 하면 하루 10만~20만원, 월 600만원을 보장해준다고 했다. 돈이 급해 다른 건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일을 시작하고 며칠 뒤, 경찰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정씨는 "그제서야 알았다"라고 말했다.

'고액 아르바이트'라는 광고에 현혹돼 자신도 모르는 사이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하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자신은 몰랐더라도 범죄 가담한 사실이 밝혀지면 유죄판결을 받게 된다. 경찰과 법조계에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쉬운 일자리', '부업 알바' 등의 광고가 대부분 범죄 관련 일자리인 경우가 많아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월 600만원 알바' 사실은 범죄 가담 미끼
지난 11일 만난 정씨에 따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수거책'에 발을 들이게 된 계기는 2020년 3월 한 문자를 받은 뒤였다. 낯선 전화번호로부터 온 '건당 20만원·월 600만원 보장 아르바이트 긴급 구인' 문자였다. 당시 생계가 빠듯했던 정씨는 '무엇이든 해보자'는 마음으로 연락을 했다.

전화 받은 남성은 "돈 심부름만 하면 된다"며 처음에는 말을 아꼈다. 남성은 자신을 환전대행 업체 직원으로 소개했다. 돈이 급했던 정씨는 주민등록등·초본, 주민등록증 사본을 이 남성에게 제출하고 일을 시작했다.

그 뒤 정씨에게 텔레그램 메시지가 왔다. "XX편의점 앞 골목에서 고객께 돈 봉투 받기" 등 주로 야외에서 업무를 볼 것을 주문했다. 혹여나 커피숍 등에 들어가지 말 것을 신신당부 하기도 했다. '얼굴이 드러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이 남성은 또 고객과 주고받는 봉투를 "절대 열어보지 말라"고도 강조했다. 고객의 신용정보이기 때문에 정씨와 같은 심부름꾼이라도 유출돼서는 안된다는 취지였다. 정씨는 답을 아끼는 이 남성에게 계속해서 묻고 항의했지만 남성은 "궁금해하지 마라"고만 했다.

사소한 내용까지 보고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정씨는 "오늘 내가 무슨 옷을 입고, 몇 시에 어디로 출근했다는 내용을 매일 오전 텔레그램으로 보냈다"며 "택시로 이동 중인 모습을 '셀카'로 찍어 보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조직에서 전화와 텔레그램 등으로 정씨를 감시하고 있는 듯한 정황도 있었다. 그는 "한 번은 택시 탈 돈이 없어서 지하철을 타고 이동했더니 텔레그램으로 '왜 지하철 타십니까'라는 연락이 오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며칠 뒤, 경찰 연락을 받고 나서야 정씨는 자신이 피싱 범행에 가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남성이 '고객님'으로 지칭했던 이들은 사실 피싱 범죄 피해자들이었다. 그 뒤 정씨는 어디서 고객(피해자)과 만나 봉투를 주고받았는지 등을 경찰에 상세히 진술했다. 하지만 경찰 수사 결과 그가 지시를 받고 간 장소들은 하나같이 폐쇄회로(CC)TV 사각지대에 해당했다. 수사망을 피하려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수사를 이어간 경찰은 그 뒤 피싱 조직 핵심 등을 검거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정씨는 지난달 16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사기,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고의나 과실 등을 따져 형벌 범위를 정할 필요가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정씨는 "'성실한 알바'를 찾는다는 내용에 속은 나 역시도 피해자"라며 "서민들을 이용하는 조직적 수법에 대한 엄중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수거책 가담 사례 증가..처벌 수위 다각화
정씨와 같이 최근 보이스피싱 범죄인지도 모르고 가담하는 사례가 늘면서 경찰도 처벌 수위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수거책을 검거하고 보면 다수의 사람으로부터 수취를 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피해자가 다수임을) 전제 사실로 하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또 빠른 시일 내에 기소 전 몰수조치 등으로 범죄 수익을 환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다만 사기 범죄의 경우 범죄 수익 환수 단계에 들어온 지 얼마 안돼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범죄 양태가 다각화 되면서 적용되는 혐의의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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