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EL SWEET DREAM. 아비도스의 가장 거대한 카지노 앞에서, 샌드맨은 손님맞이를 하고 있었다.
"이번엔 또 무슨 용건이지, 네프티스? 철로는 허가 못해준다고 했을텐데."
"그건 걱정 안하셔도 된답니다? 이제 대화 따위나 할 상황이 아니라는 건 저희도 잘 알아서 말이죠~?"
노노미의 말대로, 이번에는 단순히 협상이나 하자고 온 것은 아닌듯했다. 저 병력이 단순히 카지노에 소풍온 것은 아닐테니까.
"너네 애들 끌고온 건 그렇다치고... 오늘은 뉴 페이스가 있는데, 새 친구신가?"
"딱히 저희도 좋아서 이런 일을 하는 건 아니거든요? 하지만, 거래를 한 이상 어설프게 처리할 생각은 없습니다."
선도부 선임행정관 아코의 살기는 샌드맨에게 지지 않았다.
어떻게 해서든 이 작전을 성공해야 한다. 아니면 부장은...
그런 생각이, 아코의 전의를 끌어올린 것이다.
"뭐, 해볼테면 해봐. 우리라고 가만 있진 않을거니까."
샌드맨이 손가락을 튕기자, 카지노 정문으로 무장한 안드로이드들이 우루루 뛰어나왔다.
방금 전 강도들에게 습격당했다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그들은 오와 열을 지켜 차례로 정렬하였다.
"그럼 해치워볼까? 샌드맨은 영원한 꿈을 선사하는 요정이니까."
그 시각, 만마전 일행을 태운 지프는 정신없이 학생회장의 골짜기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저... 그래서 이야기해준다는 건..."
나는 조심스럽게 스오우에게 물었다. 운전 중이라 그런지, 스오우는 굳은 표정으로 핸들을 조작할 뿐이었다.
"역시 말하기 좀 그러면 이따가 설명해줘도..."
"뇌제가 여길 찾아온 건 2년 전이다."
"어?"
갑자기 설명을 시작한 스오우 때문에, 오히려 이쪽이 얼빠진 소리를 내고 말았다.
"당시 게헨나와 동맹 관계에 있었기에 아슬아슬하게 그 이름을 유지하고 있던 아비도스 학생회는, 뇌제의 명령에 따라 온갖 뒤가 구린 일을 해왔지. 유메는 당시 전투인원이 아녔기에 잘 몰랐지만 말야."
그 이야기는 본인은 전투인원이었기에 잘 알았다는 뜻일까.
"그러던 중 2년 전, 신입생을 받기 전에 뇌제와 그 부하가 직접 찾아왔다. 이름이... 하누마 마코토였나?"
"의장님이요?"
이부키는 꽤 놀란듯했다. 아니, 차에 탄 모두가 그랬다. 뇌제만큼이나 비밀스러운 과거를 가진 마코토였으니까.
"아무튼 와서는 묻더군. 아비도스에서 가장 외진 곳, 아무도 모르는 곳이 어디냐고. 그래서 우리는 이곳으로 그녀들을 안내했다."
끼익! 모래를 흩날리며 지프가 멈추자, 우리는 목적지에 도착했음을 알 수 있었다.
"여기가... 학생회의 골짜기..."
광활한 대자연과 어울리지 않는 인공적인 구조물들은, 이곳 역시 아비도스의 손길이 닿았던 곳이라 강하게 주장하고 있었다.
"어차피 돈이 될만한 건 다 팔아버린 곳이니 누가 찾아올 일은 없었지. 그래서 학생회는 이곳을 선뜻 내줬지만... 설마하니 이런 연구가 이루어졌을 줄은 말야."
"연구라니, 그게 뭔데?"
치아키의 물음에, 스오우는 대답 대신 모래에 파묻힌 무언가를 밟았다.
- 쿠구구...
거대한 무언가가 움직이는 소리와 함께 땅바닥의 돌문이 열렸고, 지하로 향하는 계단이 모습을 드러냈다.
"우와, 굉장하다! 모험 영화같아!"
"따라와라, 꽤 어두우니까 조심하고."
그곳에 무엇이 숨겨진지 모른 채, 우리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리고 카지노 앞에서는, 두 거대세력의 충돌로 인해 아수라장이 벌어지고 있었다.
"망할! 안드로이드 놈들은 어찌저찌 잡겠는데..."
"저 여자는 뭐 저렇게 빠른거야!?"
샌드맨은 선도부와 하이랜더의 화망을 재빠르게 벗어나며, 한 명씩 방패로 내려쳐 기절시키고 있었다.
"자, 잠깐! 이리로 오지 ㅁ... 커헉!"
"뭐, 뭐야!? 안돼, 안돼...!"
상당한 전력 차가 있었음에도 불구, 샌드맨은 순식간에 전장을 휩쓸었다.
"뭐하는 거예요? 당장 저 여자를 막으라고요!"
아코는 무전에 대고 고래고래 소리를 쳤지만, 녀석은 점점 이쪽으로 다가왔다.
"안돼...! 더 이상 접근하게 두었다간..."
"거기 뭐 숨겨둔 거라도 있나, 선임행정관?"
"뭣...!"
결국 전력의 우세에도 불구, 아코는 샌드맨의 접근을 허락하고 말았다.
"가, 가까이 오기만 해봐요! 그 머리통에...!"
"아까부터 차량 하나를 계속 보호하고 있던데, 거기가 컨트롤 센터인가? 아니면..."
권총을 들고 협박하는 아코를 무시한 채, 샌드맨은 아코 뒤편의 차량으로 접근했다.
그리고...
- 탕! 타앙!
"히이익!"
"들켰나! 어떡하지, 노조미?"
샷건으로 문을 박살내고 들어가니, 거기에는 하이랜더의 간부들과... 응급 환자를 위한 베드가 있었다.
"응? 이건..."
"이, 이봐요! 그거 손대기라도 했다간...!"
샌드맨은 뒤쫓아온 아코의 경고는 무시한 채 베드의 이불을 살짝 걷었고,
"뭐야? 꼬마...?"
거기에는 의식이 돌아오지 않은 선도부장이 누워 있었다.
"호시노 쨩~, 나 왔어! 어휴, ATM 찾느라 정말 더워 죽는줄 알았... 어?"
"쿨럭! 유, 유메... 무사했나, 다행이군..."
"스오우 쨩... 호시노 쨩은...?"
"여기 있었구나... 호시노 쨩."
"왜, 왜..."
쓰러진 히나에게서 누군가를 겹쳐본 것일까, 샌드맨은 눈에 띄게 동요하고 있었다.
"뭐야... 이 사람 왜 이래?"
"고장났어~."
"아! 지금 쏘지 않으면...!"
그리고 그건 주변에 있던 CCC의 쌍둥이와 아코도 마찬가지였기에,
"이거 실례~!"
"좋았어! 터뜨릴게, 부장!"
아무도 제3세력이 접근하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이 목소린...!"
- 퍼엉!
아코가 눈치챘을 땐, 이미 온천개발부의 화약이 성대한 불꽃을 일으킨 후였다.
"으엑! 밖에서 터지는 소리 나는데 괜찮은거야?"
"샌드맨이 잔챙이라도 처리하는 모양이지. 신경쓸 것 없다. 그것보다도, 도착했군."
스오우의 안내를 따라 계단을 내려오니, 그곳에는 널찍한 공간이 있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 있던 것은... 정체불명의 거대한 오파츠였다.
"이건... 무슨 기계장치인가?"
"나로서도 이것이 뭔진 알 수 없다. 다만, 언뜻 듣기로는 힌놈 화산이란 곳에서 찾았다는 것 같던데."
"힌놈 화산... 게헨나의 예언에서도 언급되는 곳이에요. 설마 뇌제는 단순히 병기를 찾은 게 아니라, 예언이 가리키는 무언가를..."
이부키가 추측하는 동안, 스오우는 옆에 있던 버튼같은 것을 조작했다.
그러자 바닥에서 유리 케이스같은 것이 나왔고, 그 안에는... 눈에 익은 태블릿이 들어있었다.
"이건, 싯딤의 상자! 이게 왜 여기에?"
"내가 당신 오파츠에 관심을 가졌던 이유다. 뇌제는 어떤 방식으로 이것을 손에 넣은 모양이더군. 아마 부패한 총학생회와 거래라도 했던 모양이지."
그리고 스오우는 자신이 가지고 있었던 내 싯딤의 상자를 돌려주었다.
"만약 그 오파츠와 같은 물건이라면, 당신도 이 병기를 조작할 수 있겠지. 그러니 부디 이것에 얽힌 비밀을 풀어주길 바란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파괴해줬으면 좋겠군."
스오우의 눈은 우수로 젖어있었다. 이 병기에 이끌린 자들 때문에, 소중한 것을 잃었던 걸까.
그런 생각을 하며 상자를 넘겨받은 나는, 부팅을 위해 암호를 외웠다.
"우리는 원한다, 일곱 개의 통곡을. 우리는 기억한다, 예리코의 화두를."
"... 뭐하는거지? 아무 것도 바뀌지 않았다만."
"어라?"
뭔가 이상했다. 이거 왜 안 켜지지?
"아, 설마..."
원래의 아로나가 아직 깨어나지 않았다는 것을 기억해낸 나는, 암호를 살짝 바꿔보았다.
"우리는 원한다, 예리코의 통곡을. 우리는 기억한다, 일곱 개의 화두를."
[... 으, 으음. 어라, 선생님?]
성공이었다. 또다른 나의 암호를 외우니, 까만 아로나가 화면에 나타났다.
"보아하니, 내 아로나는 아직도 안 깨어난 모양이네. 걔 무슨 문제 있는거 아냐?"
[정확한 건 저로서도 알 수 없군요... 어쩌면 그녀는 단순한 AI가 아니라...]
"응? 뭐라고?"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보다도 무엇을 하면 될까요?]
"아, 그게 별거... 는 맞긴 한데, 혹시 이게 뭔지 알 수 있을까?"
나는 상자의 화면을 오파츠 쪽으로 향했다.
[글쎄요, 제가 있던 세계에서도 이런 건 본 적이 없습니다. 혹시 해당 장치와 상자를 연결할 포트 같은 건 없나요?]
"그렇냐는데?"
"잠시만 기다려봐라, 분명..."
스오우는 오파츠에 쌓인 먼지를 걷어내더니, 곧 태블릿이 들어갈만한 홈을 발견했다.
"... 우연이라기엔, 꺼림칙할 정도네."
"처음부터 그 태블릿과 함께 쓰는 걸 염두해둔 것 같더군. 그것보다도 어서..."
난 그 홈에 상자를 끼우고, 까만 아로나에게 말했다.
"그럼 아로나, 부탁할게. 이 장치를 해석해줄래?"
[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그렇게 상자에선 빛이 뿜어져나오더니, 곧 기계 장치가 돌아가는 소리가 났다.
"오오..."
"이게, 뇌제가 찾은 고대의 병기..."
그렇게 각자 감탄사를 내뱉고 있었지만, 스오우만은 조급해보였다.
"저기, 혹시 이걸 파괴할 수 있는 약점같은 건 찾지 못했나?"
[그건 시간이 더 걸릴 것 같습니다. 아직 구조의 해명이 완벽하지... 으윽?!]
오파츠의 구조를 해석하던 까만 아로나는, 갑자기 고통스러운듯 신음하기 시작했다.
"뭐야! 아로나, 왜 그래?"
[선생, 님... 이건... 설마 옥좌의 일부 기능을 재현하는...!]
"뭐야, 왜 그러는데!"
[위험합니다... 모두들, 떨어져주십시오!]
마지막 경고만을 남긴 채 기능을 정지한 상자. 그리고 곧 오파츠가 요란하게 덜컹거리기 시작했다.
"이거 느낌이 안 좋은데...!"
"모두 엎드려요!"
모두가 자세를 낮춘 순간,
- 퍼엉!
오파츠는 결국 그 자리에서 폭발하고 말았다.
"... 꽤나 요란하게 저질러버렸네."
오파츠가 있던 자리에는, 전원이 꺼진 싯딤의 상자만이 남아있었다.
"일단 상자는 무사한 것 같고... 미안, 결국 이게 뭔지는 알 수 없겠는걸."
"... 아니, 됐다. 어차피 탐욕스런 자들을 이끄는 저주받은 물건이었다. 오히려, 파괴해준 데 감사를 표하고 싶군."
스오우는 오히려 후련해졌다는 듯, 내게 악수를 청했다. 그래 뭐, 이걸로 괜찮다면야.
그 악수에 응하려던 순간...
"어, 어이! 저기 뭔가 있는데?"
치아키는 겁에 질린 채 어딘가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 있던 것은...
"뭐야, 이건..."
"괴물, 인가요...?"
"생각보다 골치 아프겠는데..."
보라색의 균열에서 기어나오는 괴이한 형태. 외계에서의 색채를 뒤집어쓴 그것의 모습을, 나는 기억하고 있었다.
"으... 으워어... 샬레의 선... 생...!"
"베아트리체...!"
"와~ 하하하! 여긴 터뜨릴 게 잔뜩이라 마음에 드는군!"
"부장! 드릴이 준비됐으니까 이대로 밀어버릴게!"
"이 쥐방울만한 게...!"
아직 난전이 이어지고 있는 아비도스 카지노 앞. 그러나 그런 그녀들도 어떤 이변을 눈치챘다.
- 크워어어어어어어!!!
"크윽! 이건 또 무슨..."
"괴물 울음소리? 아비도스에 사는 토착생물인가?"
귀가 찢어질듯한 비명이, 아비도스 사막에 울려퍼졌다. 그 소리를 들은 모두는 귀를 막을 수밖에 없었다.
딱 한 명, 베드에 누워있던 선도부장을 제외하고.
"저, 저기 히카리... 방금 내가 잘못 본건가?"
"아마 아닐걸~? 방금 꿈틀거린 것 같은데?"
베아트리체의 목소리를 들은 히나는, 베드에서 마구 뒤척이기 시작했고... 곧 눈을 떴다.
"어? 눈떴다!"
"뭐, 벌써? 빨리 이사장님한테 알려야...!"
그러나 쌍둥이 간부가 뭔가 조치할 틈도 없이...
"... 가야 해."
"간다고? 어딜?"
"... '그것'이 있는 곳으로."
"어, 어어! 잠깐!"
히나는 열린 문으로 순식간에 날아가버리고 말았다.
"그 목소리... 부르고 있어...!"
그렇게 히나는, 본능에 따라 학생회의 골짜기로 향했다.
*****
이야기의 전개가 너무 빠르죠?
별건 아니고 최근 현생이 바빠져 급히 완결을 내야할 것 같습니다...
원래 분량은 15화 이쪽저쪽으로 생각했는데, 지금은 아비도스의 과거나 온천개발부 분량 등을 배제해서 다음화에 완결이 날것 같습니다.
그래도 구상한 큰 틀은 살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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