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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정을병씨의 죽음 3

운영자 2010.08.03 11:25:24
조회 389 추천 0 댓글 0

  며칠 후 나는 영등포 구치소 앞길을 걷고 있었다. 철망이 앞에 쳐진 기다란 회색 담을 따라 잎이 다 떨어진 플라타너스 가지가 추운 겨울 하늘을 향해 엉클한 손가락을 뻗고 있었다. 나는 정을병씨가 쓴 글을 통해 대충 그의 삶을 알아보았다.

  그는 1934년 바닷가인 남해에서 태어났다고 했다. 그는 성직자가 되고 싶었던 것 같다. 1955년 그는 한국 신학대학에 입학했다. 신학생이었던 그가  어느 날 기숙사 근처에 살던 김말봉이라는 작가를 만나게 되면서 인생의 궤도가 수정됐다. 

  사과상자를 책상대신으로 쓰던 가난한 시절이었다. 촛불 아래서 펜을 들고 하얀 원고지를 한 칸 한 칸 채워가는  작가의 모습에서 그는 또 다른 성스러운 모습을 발견했다고 고백하고 있었다. 그는 신학에서 문학으로 방향을 돌렸다. 

   당시 문학을 한다는 것은 평생 가난을 공기처럼 마시고 살아야하는 것을 의미했다. 그는 새로운 신앙대상이 된 소설을 위해 직업도 대학도 포기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매일아침 새벽별을 보면서 도서관에 나갔다.  도시락을 싸 가지고 다니면서 하루 종일 소설을 읽었다. 도서관이 그의 스승이고 대학이었다. 밤이면 돌아와 원고지 앞에 앉았다. 한 평짜리 방이 그의 교회였고 글을 쓰는 행위가 기도였다. 그는 가난을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를 고민했다. 입는 것, 먹는 것, 가지는 것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하루에 한 끼만 먹기로 했다. 술과 담배는 아예 배우지 않았다. 그는 체험한 걸 써야 독자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박정희 정권 초기 그는 강제노동을 시키는 국토 건설단에 스스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생생하게 겪은 일들이 ‘개새끼’들이란 소설로 형상화됐다. 그 책은 대히트였다. 그러나 정권에 밉보인 그는 문인간첩이란 누명을 쓰고 감옥에 들어갔다. 감옥에서의 체험은 또 다른 소설로 피어났다. 그는 십자가에 몸을 매달고 피로 작품을 쓰는 작가였다. 그 후 그는 사이비종교단체를 소설로 썼다가 테러를 당하기도 하고 의사들의 비리를 글로 썼다가 구속영장이 신청되기도 했다. 그의 순교자 같은 기행은 칠십대가 되어도 마찬가지였다.

  이번에는 횡령범이 되어 징역형을 선고받은 것이다. 세계적인 작가 중에는 진짜 횡령범이 더러 있었다. 은행원이었던 오 헨리는 횡령으로 감옥에 간 후 거기서 소설가가 됐다. 그의 ‘마지막 잎새’는 지금까지 유명하다. 돈키호테를 쓴 세르반테스도 오십대 후반 세금 징수원을 하다가 횡령혐의로 감옥에 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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