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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타 노인의 분노 2

운영자 2010.09.09 15:11:58
조회 816 추천 0 댓글 3

    나는 텔레비전 시사프로인 ‘그것이 알고 싶다’에 의뢰해서 공개검증을 요청해 봤다. 방송국에서 공개적으로 환자를 모집해서 노인의 시술을 한번 테스트 해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국내 유명의과대학병원에서 과정을 조사해 보라는 취지였다. 로이터 통신사에 연락해서 미국의 유명병원에서 진료를 포기한 암환자나 간질 환자를 노인의 약을 먹어보게 하자고 제의했다. 그들은 호쾌하게 동의했다. 미국의 한의과대학에서 화타할아버지가 실험에 성공하면 강의기회와 명예박사학위를 주겠다는 말을 전해오기도 했다. 방송이 나가자 사람들이 구름같이 내 사무실 주변으로 몰려왔다. 췌장암과 간암에 걸린 의사가족이 찾아왔다. 현대의학에서는 이미 그의 치료를 포기했다. 의사부인이 옆에서 말했다. 

    “병을 고치는 게 의사지 현대의학의 증명시스템이 무슨 소용이 있어요? 병은 많이 고쳐본 사람이 최고죠”


   
죽음을 앞둔 사람들은 절규했다. 유명한 법관가족이 노인을 만나게 해달라고 사정했다. 국정원직원이 간청했다. 비난하는 소리도 많았다. 모두가 엉터리 사기꾼이라고 했다. 부산법원의 황종국부장판사가 변호사를 개업하자마자 오십대 중반의 친구를 직접 노인에게 데리고 왔다. 내가 옆에서 유심히 지켜봤다. 환자의 등어리를 손가락으로 한 두 번 짚어보던 노인은 이렇게 말했다. 


    “서른여덟 살부터 병이 시작해서 점점 커져 왔어, 당이 있어, 지금은 눈앞이 어리어리해서 뭐가 잘 안보이지? 그리고 하던 사업도 아퍼서 때려 쳤지?”


   
찾아온 남자부부는 그 말을 듣고 맞다고 하면서 깜짝 놀라는 것 같았다. 조선시대이전부터 우리에게는 민중 의술이라는 게 존재했었다. 의료혜택은 궁중의 왕족과 양반 그리고 서울근처의 극히 일부에게만 베풀어지는 현실이었다. 민중들은 나름대로 병과 싸워야 했다. 그런 속에서 우리 특유의 민중의사들이 있었다. 조선중기 홍양호라는 인물은 가죽주머니에 구리침 쇠침 열 개를 넣고 다니면서 절름발이와 곱추를 일으켜 세웠다. 고약으로 유명한 피재길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의서를 읽을 능력조차 없는 사람이었다. 아버지가 일러준 방법대로 고약하나만 만들어 장터를 떠돌고 있었다. 그무렵 정조대왕은 머리통에 작은 종기가 났었다. 내의원에서 침을 쓰고 약을 썼지만 종기는 점점 얼굴과 턱으로 번졌다. 나중에는 몸을 움직일 수 조차 없었다. 정조는 저자거리의 소문을 듣고 나중에 피재길을 궁궐로 불렀다. 그리고는 그가 파는 고약을 바르고 종기가 완치 됐다. 정조때 이동이란 인물이 있었다. 그는 낫놓고 기억자도 모르는 무식한 사람이라고 책에는 기록되어 있다. 정조는 치질도 심했다고 한다. 이동은 자기만의 방법으로 정조의 치질을 깨끗이 낫게 하고 왕실로부터 십만 전의 상금을 받은 것으로 나와 있다. 이런 우리 고유의 의술들이 이제는 모두 사라져버렸다. 그것들은 모두 불법의료행위로 처벌을 받게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돌팔이들을 없애기 위해 만든 법 때문에 금 같은 진짜 명의들까지도 모두 없어져 버렸다. 


    나는 변호해주고 노인은 나에게 약을 주고 그렇게 우리는 서로 가지고 있는 기능을 서로 교환하기로 했다. 걸을 때마다 아프던 발목의 통증이 서서히 사라졌다. 나는 요새 다시 걷는다. 나이 먹으면서 자유롭게 걷고 볼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행복인 걸 느낀다. 세상은 자기와 다르면 우선 돌부터 던지고 파괴하고 본다. 그 노인은 백년을 넘어 살아왔다. 거의 다 탄 생명의 촛불은 언제 꺼질지 모르는 상태다.


    “엄변호사 나 사실은 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어, 허허”


   
어느 날 노인이 신선같이 자기의 운명을 얘기한다. 잠시 지구에 놀러왔다 돌아가려는 사람 같은 말투다. 그의 몸속에 녹아있는 경험과 머릿속에 들어있는 지식은 우리민족의 중요한 문화유산일 수 있다. 대법원만은 그를 죄인으로 단죄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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