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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간호사를 간호하는 29살 간호사’입니다”

CCBBLAB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1.15 09:47:23
조회 5704 추천 8 댓글 42

의료진 부족하다는 호소문에 대구로 달려갔던 이 사람

전직 간호사였던 널스노트 오성훈 대표
간호 노트 디지털 플랫폼 개발
팔로워 4만명 넘는 간호사 웹툰 작가로도 활동
2월에는 직접 코로나 의료봉사 자원하기도

대구와 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코로나가 급격하게 퍼졌던 2020년 2월 말. 환자를 수용할 병상과 현장 의료진 부족 문제가 심각했다. 24시간 환자를 돌봐야 하는 간호 인력이 부족하다는 소식을 듣고 의료봉사를 자원한 전직 간호사가 있다. 2년 동안 전남대병원 외과 병동에서 근무했던 오성훈(29) 널스노트 대표다.

널스노트 오성훈 대표

출처널스노트

오 대표는 본인을 ‘간호사를 간호하는 간호사’라고 소개한다. 간호사들을 돕고, 그들과 공감하는 간호사라는 의미다. 그도 그럴 것이 오 대표는 3년 넘게 간호사로서의 애환을 담은 웹툰을 그려 전·현직 간호사들과 소통하고 있다. 병원을 퇴사한 이유도 간호사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한 플랫폼 널스노트를 만들기 위해서다. “간호 인력 부족 문제를 당장 해결할 수는 없지만, 조금이나마 간호사에게 보탬이 되고 싶어 창업했다”는 오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간호 노트 디지털화한 ‘널스노트’ 개발 


“사실 신규 간호사를 배출하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6~12개월의 교육이 필요합니다. 병원마다 다르긴 하지만, 대체로 실제 병원에서 간호사를 교육하는 기간은 1~2달밖에 되지 않아요. 현장에서 인력이 항상 부족하기 때문에 오래 교육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기 때문이죠. 이후에는 혼자 업무에 투입된 후에 계속 업무를 하고, 혼나면서 터득해야 하는 구조입니다. 그러다 보니 6개월~1년 사이 퇴사율이 가장 높아요. 거의 50% 육박할 정도입니다. 그러면 또다시 인력이 부족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거죠.  


그래서 간호 교육에 초점을 맞춘 널스노트를 개발했습니다. 병원 내 교육자료, 병동별 업무 매뉴얼, 실무지침과 수기로 쓰던 간호 노트를 언제 어디서나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디지털화한 플랫폼이에요. 간호사가 입사했을 때 한 곳에서 모든 자료를 확인할 수 있으면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생각에 앱을 만들기 시작했죠. 신규 간호사는 선배에게 물어보지 않고도 자신이 원하는 자료를 확인할 수 있고, 교육을 담당한 선배 간호사도 교육에 들이는 품을 줄일 수 있습니다. 이외에 병원 내 공지사항이나 근무표 등도 손쉽게 확인할 수 있어요.”

널스노트(왼)와 자체 제작하는 콘텐츠 중 일부

출처널스노트

2018년 창업한 널스노트는 2019년 11년 베타 서비스를 시작했다. 광주보훈병원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부천 성모병원 등 10개 병원에서 널스노트를 공식 도입했다. 병원 내 교육팀이 널스노트와 협의해 병원 내 교육 자료를 올리면 모든 구성원이 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수술 전 ‘꿰매는 세트 준비해주세요’라는 지시를 받았을 때 10개가 넘는 세트 중에서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병원에서 자체적으로 널스노트를 도입하지는 않았지만, 개별적으로 가입한 간호사들도 있다. 이들은 팀원들과 간호노트를 공유하거나 공지사항, 스케쥴표를 확인하고 있다. 널스노트는 이용자들을 위해 자체적으로 해외 간호 트렌드나 간호 사례 등도 실무에 도움 될 수 있는 콘텐츠도 만들어 올리고 있고, 간호사를 위한 커뮤니티 기능도 만들었다. 앱 내 모든 정보는 웹으로도 실시간으로 연동된다. 

병원에서 일하던 당시 모습

출처널스노트

◇간호사로서의 애환 담은 웹툰도 SNS에 연재


오 대표를 소개하는 또 다른 수식어는 웹툰 작가다. 오 대표는 창업 전 인스타그램 ‘리딩널스’라는 계정에 간호사 웹툰을 올렸고, 현재까지도 웹툰 작가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명절날 밤샘 근무를 하고 퇴근하는 모습이나 3교대 근무 특성상 약속 잡기가 어려운 상황 등 자신의 경험담이나 제보받은 사연을 시각화해 웹툰으로 만들고 있다. 약 4만4000명이 그의 만화를 보면서 웃고, 울면서 위로를 받고, 간호사로서의 애환을 나눈다.  


“병원에서 근무하면서 힘들었거나 재미있던 일들을 일기에 다 기록을 했었는데요. 이걸 시각화해서 웹툰으로 한번 올려보자는 생각이었어요. 당시 여자친구이자 현재의 아내와 함께 콘텐츠를 만들어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같은 간호사로서 고충을 나누면서 위로해주는 공감툰 컨셉인데, 반응이 좋았어요. 이후 간호사들의 문제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게 됐고, 단순히 콘텐츠 제작이 아닌 실제 현장에서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에 창업을 결심했어요.”

리딩널스 계정에 올라온 간호사 공감툰

출처인스타그램 ‘reading_nurse’ 캡처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


“담당 환자의 죽음을 겪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장기 입원하셔서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친해졌던 췌장암 환자분이 있으셨는데, 돌아가시기 2~3주 전에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어요. 몸이 아프다 보니 짜증 내는 일도 잦아졌는데, 저도 일이 바쁘다 보니 제대로 신경 써드리지 못했어요. 아프다는 말에 조금 더 귀 기울이고, 공감해드렸어야 했는데 진통제 놔드리는게 끝이었죠. 어느 날 출근했는데 새벽에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많이 후회했습니다. 환자의 아픔에 공감하는 태도를 더 길러야겠다고 생각했던 계기였고, 그래서 아직도 그 환자분이 많이 기억에 남아요.” 


◇매 순간 감염 두려움에 떨어야 했던 코로나 의료봉사 


-지난해 2월에는 의료진 부족 소식을 듣고 의료봉사를 자원했다고. 


“일일 확진자가 처음으로 900명대까지 발생하는 것을 보고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어요. 저곳에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힘들까 싶었고, 그곳 상황을 알아야 도움이 필요한 의료진들에게 적절한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의료봉사를 신청했는데 바로 다음 날 와 달라고 연락이 왔어요. 그날 저녁에서야 아내한테 의료봉사를 하게 됐다고 털어놨고, 아침에 부모님한테도 말씀드리고 그렇게 부랴부랴 청도 대남병원으로 향했습니다.” 


당시 청도 대남병원은 폐쇄병동으로 운영하던 정신과 병동에서 확진자가 속출했다. 다인실로 운영됐고, 폐쇄병동 특성상 환기도 잘 되지 않아 바이러스가 퍼지기 쉬운 환경이었다. 의료 환경도 좋지 않아 정부는 대남병원 관련 확진자들을 타 의료기관으로 이송했고, 오 대표는 이후 안동의료원으로 옮겨 3주간의 의료봉사를 마쳤다.

의료봉사를 했던 당시 사진

출처널스노트, 인스타그램 ‘reading_nurse’ 캡처

-당시 의료환경은 어땠나.


“코로나 발생 초기였기 때문에 당시에는 부족한 게 많았고, 환경도 열악했습니다. 방호복이나 고글이 부족해서 재사용해야 했을 정도에요. 식사라든지 의료진에 대한 지원도 열악해 컵밥으로 끼니를 때워야 했고, 방호복을 입은 채 4~5시간 근무하다 보니 탈진이자 탈수, 구토 증세를 보이는 의료진도 많았어요.” 


-감염도 두려웠을 것 같은데. 


“무엇보다도 감염에 대한 두려움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체력적인 한계는 사실 퇴근하고 쉬면 회복할 수 있는 문제에요. 하지만 감염에 대한 두려움은 퇴근하고 나서도 저를 계속 옭아맸습니다. 실제로 열이 37.8도까지 올라가서 ‘걸렸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어요. 그리고 코로나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는 정말 아무것도 손에 안 잡히고 불안했습니다. 보호복이나 고글을 써도 어쩔 수 없이 피부가 드러나고, 또 보호복 자체에 균이 묻어있기 때문에 옷을 갈아입을 때도 바이러스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에요. 그래서 결과 나오기 전까지는 정말 매 순간 불안에 떨어야 했습니다.”

함께 의료봉사를 했던 동료들과 찍은 사진

출처널스노트

 ◇“지치겠지만, 의료진 생각해 집에 머물러줬으면”


의료봉사를 마친 후에는 후방에서 현장 의료진을 지원하는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3월에는 SNS에서 코로나와 싸우고 있는 간호사를 응원하는 캠페인을 시작했고, 캠페인에 참여했던 분들의 사진을 모아 만든 모자이크 사진과 후원 물품을 대구 동산병원에 기부했다. 9월에는 간호사를 위한 언택트 공연 ‘널콘’을 개최했고, 10월에는 의료진을 지원하기 위한 크라우드 펀딩을 열어 현장 간호사들에게 필요한 물품을 전달했다. 이처럼 계속해서 후방에서 의료진 지원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저는 코로나 초기 의료봉사를 마치고 후방 지원을 이어가고 있지만, 전방에서 코로나와 싸우고 있는 의료진분들이 얼마나 힘들지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워요. 자원하신 분들도 있지만, 대부분 일하고 있던 병원이 감염병 전담 병원으로 지정되면서 코로나 환자를 돌보게 된 경우가 많거든요. 코로나가 장기화되고 피로도가 쌓이면서 의료진의 애환이 많이 잊힌 것 같아서 아쉽습니다. 물론 다들 힘들고 지치겠지만, 현장에서 여전히 바이러스와 싸우고 있는 의료진을 생각해 집에 머물러 달라고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간호사 응원 캠페인은 배우 김태희도 참여했고, 이후 이 사진들을 모아 한 장의 사진으로 만들어 의료진에게 전달했다.

출처널스노트, 인스타그램 ‘reading_nurse’ 캡처

의료진 지원을 위한 후원 활동을 계속해서 벌이고 있다.

출처인스타그램 'reading_nurse' 캡처

-목표는.


“지금처럼 간호사들의 옆에서 언제 어디서 힘든 일이 있었을 때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창구가 되어주고 싶습니다. 또 그 속에서도 소소한 행복을 느꼈던 순간들을 공유하고, 힘든 상황도 해학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 콘텐츠를 기획하고 싶어요. 또 널스노트는 서비스를 기획한 계기를 항상 잊지 않고, 간호사들의 병원 생활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는 서비스로 거듭나고 싶습니다. 올해 상반기 중 정식 서비스를 런칭하고 이용 병원을 100곳 이상 확보해 더 많은 간호사를 돕는 기업이 되겠습니다.” 


글 시시비비 라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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