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 직장가에서 해고 ‘칼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직원 수십명에 불과한 중소기업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시가총액이 수십, 수백조원에 달하는 내로라하는 대기업에서 해고 통보를 받는 직장인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분위기는 정반대였는데요,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세계 1위 전기차 기업 테슬라는 최근 캘리포니아의 사무실 중 하나를 폐쇄했습니다. 사무실을 닫으면서 이곳에서 오토파일럿 개발을 담당하던 직원 200여명이 해고됐습니다. 일하던 350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인력이 하루 아침에 직장을 잃은 겁니다.
오토파일럿(autopilot)은 테슬라가 개발한 차량용 소프트웨어로, 운전자의 주행을 보조해주는 기능을 말합니다. 차선 안에서 차량을 자동으로 조향하고, 가속과 제동을 돕습니다. 해고된 직원 중에는 단순 업무를 담당하는 계약직뿐 아니라 데이터 분석을 맡은 전문가들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6월 2일 사내 임원들에게 ‘전 세계 채용 중단’이란 제목의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그는 “미국 경제에 대한 느낌이 매우 안 좋다”며, “채용을 전면 중단하고 총 임직원 중 약 10%를 감축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다음 날인 6월 3일에는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테슬라 조직 대다수가 인력 과잉 상태”라고 지적하면서 “앞으로 정규직 사원 수가 줄어들 것”이라고도 했죠.
대중은 물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까지 인력 감축을 시사한 머스크를 향해 비판적인 메시지를 보내자 머스크는 6월 4일 트위터에서 “앞으로 12개월간 모든 직원 수는 늘어날 것”이라고 말을 바꿨습니다. 다만 그는 “(시간제 급여가 아닌) 정규 급여를 받는 직원 수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 했는데요, 인력 감축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비정규직을 늘린다는 방향으로 입장을 바꾼 것입니다.
◇코로나19 사태로 떴던 넷플릭스마저
해고 칼바람 부는 곳은 기행을 일삼는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테슬라뿐이 아닙니다. 글로벌 OTT(Over The Top) 서비스 업체 넷플릭스에서도 최근 몇개월 사이에 수백명의 직원이 회사를 떠났습니다. 넷플릭스는 2020년 초 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하면서 가입자 수가 급격하게 늘었습니다. 집 밖에 나갈 수 없게 되자 많은 사람들이 밖에서 여가를 즐기는 대신 집에서 미디어 콘텐츠를 소비했고, 넷플릭스 신규 가입자도 따라 늘었죠.
그 덕에 코로나19 사태 초기였던 2020년 초 300달러대 중후반이었던 넷플릭스 주가는 2021년 11월 700달러까지 올랐습니다. 하지만 그 후 주가는 곤두박질 쳤습니다. 마스크를 벗고 거리를 나갈 수 있게 되자 이용자가 줄기 시작했고, 러시아 시장 철수까지 겹쳐 고객이 급격하게 감소했습니다. 2022년 6월 기준 주가는 코로나19 사태 직전보다 절반가량 낮은 170달러대까지 떨어진 상황입니다. 이용자 수 감소와 함께 물가가 급등하는 인플레이션까지 겹치면서, 넷플릭스의 주가는 바닥을 모르고 하락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지난 4월 유료 가입자가 11년 만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자 콘텐츠 지출비 효율화, 광고가 포함된 저가 서비스 출시 등 여러 비용 절감 대책을 도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5월에는 비용 지출을 절감하기 위해 정규직 직원 150명을 해고했습니다.
사측은 6월에도 직원 300명을 내보냈습니다. 6월 23일 넷플릭스는 성명을 내고 “상당한 자금을 사업에 투자하고 있지만, 매출 증가 둔화와 맞물려 비용이 늘면서 인력 조정에 나섰다”고 밝혔습니다. 5월과 6월 사이 넷플릭스 전체 직원의 약 4%가 회사를 떠났습니다.
IT(정보기술) 업계 밖에서도 체질 개선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 10만8000여명의 직원을 둔 스위스계 글로벌 제약업체 노바티스는 최근 바스 나라심한 최고경영자(CEO)가 본인 명의로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구조조정을 예고했습니다.
나라심한은 “앞으로 수개월 안에 전체 직원의 7% 이상을 해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스위스 바젤의 본사에서만 1400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보입니다. 노바티스는 제약사업부와 항암사업부를 통합하는 과정에서 직원들을 내보낼 예정입니다.
노바티스의 최근 경영실적이 좋지 않아서였을까요? 그렇지도 않습니다. 노바티스는 2021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이윤을 낸 제약사입니다. 이 회사의 2021년 순이익은 240억달러, 우리 돈으로 약 31조원입니다. 미국의 화이자(Pfizer)나 존슨앤드존슨(J&J)보다도 많은 이익을 냈죠. 하지만 코로나19 백신 개발 경쟁에서 다른 회사들에 밀렸고, 일부 신약이 임상에서 실패하자 경영진이 체질 개선에 나선 것입니다. 문제는 인플레이션으로 미국 경제가 불황에 빠지는 가운데 추진되는 구조조정이라, 제약업계는 물론 다른 업계에서도 해고 위기감이 높아지는 상황인 거죠.
◇개발자 채용 경쟁의 후폭풍
우리나라 상황은 어떨까요.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코로나19 사태 이후 비대면 서비스가 대중화하면서 IT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급격하게 늘었습니다. 기술 기반 회사들은 개발자를 뽑고 싶어도 구인 수요가 구직 수요를 훨씬 초과해 개발자 채용을 위한 임금 경쟁을 했죠. 2021년만 해도 대기업뿐 아니라 스타트업까지 억대 연봉을 제시하면서 신입 개발자들을 싹쓸이해 갔습니다. 그러자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기업들은 “회사에서 감당할 만한 인건비로 채용할 만한 개발자가 없다”며 볼멘소리를 냈습니다.
이랬던 분위기는 불과 1년 만에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코로나19 엔데믹(endemic·감염병의 풍토병화)이 오면서 인터넷, 게임 등 정보기술 업체들의 실적 전망치가 빠르게 하향 조정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고임금 지급을 약속하고 채용한 직원들은 이미 작년 입사해 일하고 있죠. 2022년 1분기 게임회사 넷마블은 인건비로 1868억원을 썼습니다. 2021년 1분기보다 30.3% 늘어난 금액입니다. 넷마블이 쓴 인건비는 전체 영업비용 중 29.6%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인건비를 포함한 각 비용이 늘면서 이 회사는 올해 1분기 영업손실 119억원을 냈죠.
게임 대장주인 크래프톤 역시 2022년 1분기에 작년 같은 기간보다 30.5% 늘어난 1105억원을 인건비로 썼습니다. 코스닥 게임 대장주인 카카오게임즈는 2022년 1분기 인건비로 2021년 1분기보다 86.1% 급증한 475억원을 썼습니다.
회사 측도 인건비 부담을 느끼지 못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회사를 먹여 살릴 게임을 개발하려면 우수한 개발자가 필요합니다. 때문에 회사 곳간을 생각해도 울며 겨자먹기로 고임금을 주고 실력이 뛰어난 개발자를 데려올 수밖에 없는 게 업계의 상황입니다. 그런데도 새로 출시한 게임이 기대만큼의 성적을 내지 못한다면, 결국 그 화살은 신입 개발자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불안감이 업계에서 퍼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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