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가 오르면 다들 살기 힘들다는 하소연이 쏟아지기 마련입니다. 월급은 크게 변화가 없는데 주거비와 식비, 의류비 등이 오르면 정작 내가 쓰고 싶은 곳에 쓸 수 있는 돈이 줄어들기 때문이죠. 일은 일대로 하는데 쓸 수 있는 돈도 줄어드니, 특히나 월급으로 생계를 꾸려야 하는 직장인들에게는 절망적인 상황이 아닐 수 없습니다.
2022년 5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6.0%를 기록했습니다. IMF 금융위기로 경제한파가 불어닥친 1998년 11월(6.8%) 이후 24년 만의 최고치입니다. 일반 시민들이 느끼는 체감 물가 상승률은 이보다 더 높습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가 최근 35개 생활 필수품의 가격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2022년 2분기(4~6월) 생필품 가격은 2021년 2분기 보다 평균 9% 상승했습니다. 가정에서 많이 쓰는 식재료 가격의 상승률은 무서울 정도입니다. 밀가루와 식용유는 무려 14.3%, 13.7%씩 올랐고 햄과 달걀 가격도 각각 12.0%, 8.9% 상승했습니다.
더 우려스러운 부분은 아직 물가가 정점에 이르지 않았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입니다. 밀, 대두, 식용유 등 원자재들이 2022년 3~5월 국제 선물시장에서 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입니다. 선물시장 가격이 현물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데는 통상 4~6개월이 걸립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2022년 하반기 물가가 더 오를 것이라는 우려는 현실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물가가 비싸다고 장을 보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정말 생계 유지하기 어려운 시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모두가 고물가에 비명을 지르고 있는 상황에서 남몰래 웃고 있는 이들도 있는데요. 바로 물가채 상품에 투자한 이들입니다. 물가채는 물가 상승률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지는 채권을 말합니다. 물가 상승률이 높으면 투자 원금이 늘어나는 구조라 요즘같은 고물가 시대에 각광을 받는 재테크 상품입니다. 어려운 말로 물가 상승(인플레이션)에 따른 손해를 피할 수 있는 헷지(Hedge) 상품 가운데 하나죠.
연 1% 이율의 물가채 100만원어치를 샀는데 물가가 5% 올랐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때 물가채의 원금은 105만원이 됩니다. 원금이 늘어났기 때문에 이자도 당연히 이전보다 늘어날 겁니다. 이전에는 1만원의 이자를 받을 수 있었는데 원금이 불었기 때문에 이자 역시 1만5000원으로 늘어납니다. 불어난 원금 5만원에 이자 1만5000원을 더하면 총 6만5000원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약 6.5%의 수익률입니다.
물가상승률이 높았던 탓인지 한국거래소 채권시장의 2022년도 상반기(1~6월) 물가채 거래대금은 4조665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2021년도 상반기의 3조7740억원과 비교하면 23.6% 상승한 수준입니다. 월간 기준으로는 2022년 5월 한 달동안만 1조4280억원이 거래됐습니다. 이는 2017년 3월 1조4790억원 이후 최대 규모입니다.
물가채는 그렇다면 어떻게 거래하는 걸까요. 투자방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직접 채권을 구입하거나 아니면 ETF(Exchange Traded Fund·상장지수펀드), ETN(Exchange Traded Note·상장지수증권) 등을 통해 간접투자를 하는 방법입니다.
직접 투자 방식은 정부가 채권을 발행할 때 은행이나 증권사 등을 통해 입찰을 하면 됩니다. 10만원이나 100만원 단위 소액투자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 경우 만기가 10년으로 꽤 길고, 기관 간 거래가 주를 이루기 때문에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중간에 팔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ETF, ETN은 주식과 마찬가지 방식으로 거래할 수 있기 때문에 매매가 쉽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컴퓨터를 이용한 HTS(Home Trading System·홈트레이딩시스템), 스마트폰을 이용한 MTS(Mobile Trading System·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 방식 등으로 사고 팔 수 있죠.
국내 주요 물가채 상품으로는 키움자산운용의 KOSEF 물가채KIS ETF와 메리츠자산운용의 메리츠 인플레이션 국채 ETN, 메리츠 레버리지 인플레이션 국채 ETN 등이 있습니다. 해외 주식 계좌가 있다면 해외 운용사들이 내놓은 여러 물가채 상품들도 매매가 가능합니다.
물가채는 고물가 시대에 장점밖에 없는 재테크 상품인 것 같지만 단점도 있습니다. 물가상승률이 생각보다 저조할 때는 예상 수익률에 못 미치는 수익을 얻을 수도 있고, 물가가 떨어지면 단기적으로 손실을 볼 수도 있습니다. 물가채 역시 채권의 한 종류이기 때문에 금리에 영향을 받기도 합니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값이 떨어지는데 이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단기 손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물가채 투자에 신중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더불어 ETF 상품 가운데 ‘레버리지’라는 단어가 붙은 것은 시세의 몇 배로 가격이 움직이는 상품으로 변동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특히 투자에 유의해야 합니다.
물가가 오를 때 수익률이 오르는 물가채 상품과 비슷한 ‘청개구리형’ 재테크 상품은 또 있습니다. 주가가 떨어질수록 수익을 얻는 인버스 상장지수펀드(inverse exchange traded fund)입니다. 리버스 펀드(Reverse Fund)라고도 부르는 인버스 펀드는 기본적으로 증시가 상승할 때 수익을 얻는 펀드와는 반대로 하락장에서 수익을 내도록 설계된 펀드입니다. 수익률, 손실률을 몇 배로 늘어나게 하는 레버리지 상품도 존재합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자료를 보면 2022년도 상반기 인버스 펀드 상품들은 평균 34.67%의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삼성자산운용의 KODEX200 선물인버스2X 상품은 54.59%의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이 상품은 코스피200 지수가 하락할 때 두 배로 수익을 내는 상품입니다. KODEX코스닥150인버스도 33.18%의 수익을 냈습니다. 이 상품은 코스닥150 지수를 반대로 추종하는 펀드입니다. 인버스 펀드의 경우 지수가 상승하면 손해를 볼 수 있으므로 투자에 주의해야 합니다.
물가채, 인버스 펀드처럼 청개구리같은 수익 구조를 가진 상품들이 좋은 수익을 내고 있는 상황입니다. 치솟는 물가에, 속절없이 떨어지는 주가에 고심하고 있다면 청개구리 상품들을 주의깊게 한 번 들여다 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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