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 업계 ‘레벨제’로 객관적 평가∙확실한 보상 팀장보다 월급 많이 받는 사원도 나와
급여가 1년에 한 번씩이 아닌, 매달 오른다면?
직장인이라면 상상만 해도 즐거운 일인데, 실제 이런 회사가 있습니다. 게임처럼 경험치를 쌓으면 매달 월급을 올릴 수 있도록 한 겁니다. 통상 연봉인상이 1년 주기로 이뤄지는 것과 달리 달마다 성과에 대한 보상이 이뤄지는 셈인데요. 게임에서 ‘퀘스트’(온라인에서 이용자가 수행해야 하는 임무)를 깨듯 상위 조직장이 준 미션을 수행하거나 스스로 설정한 임무를 완수하면 ‘포인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 포인트가 쌓여 어느 지점에 도달하면, 레벨이 오르고 급여도 함께 오르는 구조입니다.
1세대 전자상거래 기업 ‘티몬’은 2022년 7월 1일부터 이같은 ‘게이미피케이션 레벨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게이미피케이션 레벨제는 게임의 요소가 적용된 인사제도인데요. 티몬 직원들은 미션과 성과, 조직 기여도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포인트를 얻는다고 합니다. 이 포인트가 누적돼 ‘레벨 업(level up)’을 하게 되면 다음달부터 레벨에 따라 인상된 급여를 받는 것이죠.
레벨은 총 25단계로 구성돼 있습니다. 한 달 주기로 레벨을 올릴 수 있습니다. 레벨과 획득한 포인트 정보는 ‘개인정보’ 창에서 본인과 상위 조직장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레벨과 연봉이 연동돼 있는만큼 다른 직원들에게 레벨 정보가 공개되지 않는 것이죠. 다만 레벨을 큰 단위로 나눈 등급을 통해 서로를 구분할 수 있습니다. 크게 프로와 엑스퍼트, 마스터, 리더 등으로 구분됩니다. 향후 티몬은 티모니 캐릭터로 등급을 형상화해 인트라넷에서 게임화 요소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레벨제는 성과에 대한 확실한 보상을 원하는 MZ세대 직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도입된 제도입니다. 직원들은 눈에 보이는 포인트 적립과 급여 인상을 통해 자신의 성장과 성과를 바로 확인할 수 있게 됩니다.
티몬 관계자는 “연간 단위로 연봉계약을 하면 성과에 대한 보상을 받기까지 기간이 멀게 느껴진다”며 “직원의 90%가 20∙30대인데, 객관적 평가를 할 수 있고 빠른 주기로 보상을 해 동기부여하는 방법이 무엇일지 고민한 결과 레벨제를 도입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업계에서 레벨제를 채택한 기업들이 많지만, 티몬은 레벨과 연봉을 연동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레벨제 도입은 티몬뿐 아니라 전자상거래 업계 전반의 트렌드로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변화 속도가 빠른 온라인 사업의 특성상 레벨제로 전환하는 것이 업무 수행에 효율적이라고 분석했는데요. 기존 직급제보다 수평적인 환경에서 협업이 이루어질 수 있고, 성과에 따라 더 높은 연봉으로 보상할 수 있어 인재를 영입할 때도 유리하다는 설명입니다.
롯데그룹의 이커머스 사업부인 ‘롯데온’도 올해 1월부터 ‘커리어 레벨제’를 시행하고 있는데요. 롯데온 전직원 찬반조사에서 응답자의 90%가 커리어 레벨제 도입에 찬성했다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직원의 전문성과 조직 안에서의 역할, 역량에 따라 레벨을 부여하는 방식입니다.
롯데온의 레벨제는 8단계로 나뉩니다. 직책도 기존의 ‘담당-대리-책임-수석’ 등으로 구성된 수직적인 직급 대신 팀장과 팀원으로 단순화했습니다. 근무 기간이 9개월만 넘으면 체류 연한과 상관없이 레벨업 자격을 갖추게 되는데요. 기존 직급 체계에서는 신입사원이 수석까지 승진하려면 13년 정도 시간이 걸렸지만, 레벨제에서는 최고 레벨인 8단계까지 빠르면 7년 안에 올라갈 수 있다고 합니다.
레벨제를 도입하면서 평가 시스템도 바꿨습니다. 기존에는 정해진 비율 안에서 평가 등급을 받는 상대 평가 방식이었지만, 2022년 1월부터 능력 위주의 절대 평가 방식으로 바꾼 것인데요. 단순 순위 매기기에서 벗어나 직원들이 각자의 역량 향상과 성과에 집중하도록 환경을 갖췄습니다.
앞서 쿠팡은 국내 최초로 레벨제를 도입했습니다. 지난 2015년 영어 닉네임 제도를 도입하면서 전 직원의 직급을 없애고, 12단계의 레벨 제도를 만들었는데요. 통상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직군은 1~3단계, 본사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4~6단계, 임원은 7단계 이상의 레벨입니다. 성과를 기반으로 레벨이 오르는만큼 팀원이 팀장보다 레벨이 높은 것도 가능합니다.
대기업도 레벨 평가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디지털전환 전문기업 LG CNS는 ‘역량 레벨 평가’ 제도를 시행 중입니다.. 디지털전환 기술 역량과 산업 전문성, 리더십 등을 평가해 레벨을 5등급으로 나누는데, 나이와 직급에 상관없이 레벨이 뛰어나면 더 빨리 승진하고, 보상도 더 많이 받을 수 있습니다. 또 역량레벨에 따른 급여 인상 외에, 업무성과에 따른 개인 인센티브 제도도 별도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의 경우 2021년 11월부터 ‘미래지향 인사제도’를 발표하고, 2022년부터 직급별 승진연한 폐지, 임원 직급 단순화 등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기존의 ‘상무-전무-부사장-사장’이었던 직급을 ‘상무-부사장-사장’으로 단순화하고, 일반 직원의 직급 구분을 없앴습니다. 2017년부터 연차에 따라 CL1(고졸사원), CL2(사원∙대리), CL3(과장∙차장), CL4(부장)까지 직급 체계가 있었지만 이제 임원 밑으로 모두 같은 직원인 셈입니다. 직급단계가 축소되면서 직급별 표준 체류기간도 사라졌습니다. 이전에는 승격하기 위해선 8~10년의 기간을 채워야 했습니다.
또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강화하기 위해 회사 인트라넷에 표기된 직급과 사번 정보를 삭제하고, 매년 3월 진행되던 공식 승격자 발표도 폐지했습니다. 평가방식도 상대평가 방식에서 벗어나 절대평가로 전환했고, 부서장 한 명이 평가하는 방식 대신 동료평가(peer review) 등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IT 기업 중에선 대표적으로 네이버와 카카오가 2020년 초 레벨 평가 시스템을 도입했는데요. 카카오는 ‘스테이지 업’ 제도를 통해 직원을 6단계 등급으로 나누고, 개개인의 역할과 역량, 전문성 등을 절대평가하고 있습니다. 네이버는 기술직군에 3~7등급까지 5단계 레벨을 부여합니다. 레벨별로 체류 연한이나 승진 정원이 없어 누구나 자격을 갖추면 다음 레벨로 올라갈 수 있는 구조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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