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하려면 100권의 책을 읽고 독후감을 남겨야하는 학교가 있습니다. KAIST의 신설학과 ‘융합인재학부’의 이야기인데요. 이 학과는 졸업요건이 특이합니다. 졸업하려면 자연, 인간, 사회, 기술, 예술 등에 대한 명저를 100권을 읽고 감상평을 남겨야 합니다.
또 이 학부는 졸업을 하기 위해 들어야하는 필수 전공 수업이 딱 두가지입니다. ‘지성과 문명 강독’과 ‘기술을 통한 사회적 혁신 실험’입니다. ‘지성과 문명 강독’ 수업에서는 수강생들이 우주, 자연, 인간, 사회, 기술, 예술 중 한 분야에 대한 명저 17권을 읽어야 합니다. 그리고 학생들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 책에 관한 자신의 감상을 담은 2시간 분량의 영상을 올리거나, 원고지 50장 분량의 서평을 써야 합니다.
TV 프로그램 알쓸신잡 출연자이기도 했던 정재승 KAIST 교수가 이 학과의 학부장입니다. 정재승 학부장은 “책을 읽는 것은 생각의 단초를 제공하는 것일 뿐, 책이 던지는 지성사의 중요한 질문에 스스로 답을 만들어가고 친구들의 답을 비판적으로 경청하는 과정이 가장 중요한 지적 훈련이라고 생각하여 ‘지성과 문명 강독’을 전공필수로 지정했다”고 밝혔습니다.
◇한자 능력 인증에 학생들 반감도
고려대의 졸업 요건도 독특합니다. 고려대가 실시하는 한자이해능력 인증을 통과하거나 한자급수자격검정시험, 실용한자자격검정, 한자자격시험, 전국한자능력시험 등 한자 시험을 쳐서 한자이해능력을 인증해야 졸업할 수 있습니다. 고려대 측은 “대학생의 기초적인 학문 소양을 위해 한자에 대한 이해와 구사 능력이 필요하며, 이는 기업 입사 등 사회적인 요구에도 부합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고려대는 2004학년도 입학생부터 한자인증을 졸업 필수요건으로 지정했습니다.
하지만 고대생들은 한자능력인증 졸업요건에 대해 지속으로 불만을 제기했습니다. 그 결과 공과대학 학과들과 의과대학 등 일부 학부가 이 요건을 폐지했습니다. 2021년도 교육과정 기준으로 61개 학과 중 20개 학과가 한자능력 인증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중앙대도 모든 학과가 졸업요건으로 한자 능력 인증을 요구합니다. 이 학교를 졸업하려면 졸업학기 기말고사 전까지 한자 시험을 통과해야 하고, 증빙서류는 매 학기 기말고사 종료 시까지 소속대학 교학지원팀에 제출해야 합니다. 한자능력 증빙서류나 자격증의 유효기간은 취득일로부터 5년 이내에 획득한 자격증만 인정해 줍니다. 인문, 사회, 자연, 의∙약학 계열 전공생들은 한자급수자격 3급 이상을 따면 되고, 예∙체능 계열 학생들은 한자급수자격 4급 이상을 따야 합니다. 하지만 한자능력 요건은 학교 내부에서도 논란이 많습니다. 2021년 중앙대 학생 408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89.91%가 한자 졸업 요건 폐지에 찬성했습니다.
◇요즘 대세는 소프트웨어 교육 이수
그렇다면 요즘 대세인 대학 졸업 요건은 뭘까요? 최근 기업들이 IT 인재를 많이 원하다 보니 대학들도 그쪽 방향에 맞춘 요건들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이화여대는 2020학년도 입학생부터 소프트웨어(SW) 교과목으로 지정된 과목 중 6학점 이상을 필수로 이수해야 졸업할 수 있습니다. 교양 교과목과 전공 교과목, 정보인증제 가운데 선택해 이수하는데요. 교양과목 중 ‘컴퓨팅과 수리적 사고’ 영역 필수 3학점을 포함해야 합니다. ‘컴퓨팅과 수리적 사고’ 과목들을 살펴보면 주로 각 전공과 소프트웨어 강의들이 연결돼 있습니다. 작곡과면 ‘음악테크놀로지와 프로그레밍’을 들으면 됩니다. 법학과면 ‘데이터컨버전스와 법’, 식품영양학과면 ‘푸드테크시대의 음식과 디자인’, 통계학과면 ‘프로그래밍과 통계적 사고’란 강의들이 열립니다. 각 전공과 관련된 소프트웨어 강의들입니다.
경희대 경영대학도 2018년도 입학생부터 소프트웨어(SW) 기초 교육 6학점 이상을 받아야 졸업할 수 있습니다. 기초 교육 과목은 전공과 관련된 소프트웨어 과목들이 많았습니다. 예술·디자인대학에서는 ‘디지털 디자인’, 체육대학에서는 ‘스포츠와 컴퓨터’, 외국어대학은 ‘멀티미디어 활용 영어교육’, 치과대학에서는 ‘의학통계 및 연구방법’ 등 다양합니다.
성균관대는 졸업 요건으로 신(新) 3품 인증제를 시행 중입니다. 인성, 글로벌, 창의, 인공지능(AI), 인턴십 5개 영역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학생들은 인성 영역을 포함해 총 3개 영역에서 학교가 인정하는 활동을 하거나 자격을 취득해야 합니다.
5개 영역 중 하나인 AI 영역은 학생들의 AI와 빅데이터 역량을 끌어올리는데 맞춰져 있습니다. 이 역량은 여러 방면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데요. 교무팀이 인정한 교내 비교과 AI 캡스톤 프로젝트를 수행하면 인정됩니다. 프로젝트는 200시간 이상 해야 합니다. 혹은 인공지능 융합 전공이나 데이터 사이언스 융합 전공처럼 관련 교과를 이수하면 인증이 가능합니다. AI 관련 자격증을 따거나 전국 대회 규모의 AI 공모전에서 입상해서도 인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최근 성균관대는 KT와 협력을 맺어 학생들이 KT 인공지능 실무 자격 인증인 AIFB를 취득할 경우에도 졸업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하기로 했습니다.
세종대는 모든 학부생이 코딩교육을 받아야 졸업할 수 있습니다. 2014년부터 수시전형 합격자 전원을 대상으로 입학 전 소프트웨어 교육과정인 예비대학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모든 학부생은 입학 이후 전공과 관계없이 파이썬 등 코딩교육을 필수로 이수해야 합니다. 인문계와 이공계 모두 6학점을 이수해야 졸업 요건을 갖출 수 있습니다. 예체능 계열 학생들도 코딩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학교 측은 예체능 분야에서 재능과 잠재력을 보여 입학한 학생들이지만 추후 다양한 학문을 선택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한자에서 소프트웨어까지, 앞으로 시대에 따라 대학들이 학생에게 요구하는 졸업 요건도 달라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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