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 정장 스타트업 ‘유어오운핏’ 이승건 대표
벤처 1세대 창업자 출신 이승건 대표
맞춤 정장 스타트업 ‘유어오운핏’ 내놔
질문 몇개로 재단사가 잰 것처럼 핏 잡아
이젠 재단사를 찾아가지 않고도 옷을 맞춰 입을 수 있게 됐다. 비대면 맞춤정장 스타트업 ‘유어오운핏’(UROWNFIT)이 내놓은 스마트핏(smart-fit) 시스템 덕분이다. 다양한 체형의 옷을 만들면서 쌓은 데이터와 노하우를 담은 스마트핏은 키·몸무게 등 몇 가지 질문만으로 소비자 개개인에 딱 맞는 핏(Fit)을 찾아줄 수 있다. 소비자는 수십가지 신체 치수를 재는 수고를 덜고 취향에 맞는 원단 고르기에만 집중하면 된다.
스마트핏은 이승건(46) 유어오운핏 대표가 직접 만든 시스템이다. ‘벤처1세대’ 사업가 출신으로 20대에 IT교육업체, 30대에 마케팅업체 등을 창업했던 인물이다. 멘사 회원이면서, 패션모델로도 활동 중이다. 이렇게 다양한 이력을 가진 인물이 어떤 계기로 ‘비대면 맞춤정장’이란 독특한 사업을 벌이게 됐는지 궁금했다.
-전직이 화려하면서 다양하다.
“대학 시절 학과공부 대신 컴퓨터에 빠졌다. 22살 때 마이크로소프트에서 공인한 IT 강사로 활동했다. IT를 배우려는 수요는 많은데 공인 강사는 턱없이 부족한 시절이었다. 순전히 재밌어서 시작한 일이었는데 돈도 많이 벌었다. 당시 1990년대 중반이었는데 1주일에 280만원 벌었다. 그러다 아예 사업으로 발전시켰다. 1998년 IT교육업체를 창업했다. 다양한 IT분야 국제공인자격증을 소개하는 세미나·콘퍼런스 등을 주최하는게 주요 사업이었다.”
-돈을 많이 벌었을 것 같다.
“어린 나이에 20명 넘는 직원을 거느렸고 좋은 차를 끌고 다녔다. 돈을 벌려면 제법 벌 수도 있었지만 당시는 ‘닷컴버블’의 정점이었다. 수익모델보다는 회사가 얼마나 커보이고 유명해지는가에 초점을 맞췄던 것 같다.”
-왜 계속 그 사업을 하지 않았나?
“군대를 다녀오려면 대표이사직을 내놓아야 했다. 믿었던 이에게 대표 자리를 맡겼는데, 다름 아닌 그가 공금을 횡령했다. 나도 참 허술했다. 법인 인감도 한 투자자의 친동생에게 맡겼을 정도로 회사를 허술하게 관리했다. 2000년 결국 회사를 매각했다. 빚잔치 하고 나니 남는게 없었다.”
-그러면 새로운 창업을 했나?
“일단 나도 제대하고 좀 놀았다. 자본금도 없는 상황이라 우선 취업을 했다. 외국계 데이터베이스업체의 교육관련 파트에 지원을 하면서 내 과거 이력은 숨겼다. 한때 사장 소리 듣던 내가 다른 사람 밑에서 일한다는 것에 자격지심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용케 날 알아보는 사람이 있더라. 결국 전혀 다른 업계인 출판사에 취직했다. 한 2년 정도 다녔지만, 잘 맞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다 우연히 마케팅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IT전문가와 마케팅이 어떻게 연결되는 것인가?
“출판사를 퇴사하고 놀던 어느 날이었다. 출판사 근무 시절 알게 된 마케팅업체로부터 ‘일감이 끊어지게 생겼다’며 도와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그렇게 마케팅을 처음 접하게 됐는데, 새롭고 흥미로웠다. 인터넷 상의 블로그·카페 등 온라인에 ‘바이럴(입소문) 마케팅’을 주로 했다. 2009년 아예 내 회사를 창업했다. 흥미로운 사업 분야였지만, 다만 ‘내 업’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고객사의 갑질이 너무 힘들었다. 성심성의것 마케팅을 해줘도 계약기간이 다되가면 어김없이 경쟁입찰을 붙이며 단가를 깎으려고만 했다.”
직접 피팅모델로 나선 이승건 유어오운핏 대표.
출처유어오운핏
-아직 정장 얘기가 안나왔다.
“이제 나온다. 사실 나는 패션모델로도 활동한다. 그러다 ‘앙드레김 옴므’의 이용범 디자이너를 통해 맞춤복의 세계를 처음 접했다. 기성복과 달리 맞춤복은 시스템화가 돼있지 않더라. 시장 규모도 매우 작고, 운영도 주먹구구인 경우가 많았다. 원단 가격이나 정보가 불투명했고, 가격차이가 왜 나는지 제대로 설명을 해주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옷을 만드는데는 다양한 옵션(선택사항)이 있다. 예컨대 원단은 어떤 것으로 할지, 안감이나 소매 단추는 어떤 것으로 할지 등 말이다. 이를 고객들에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다. 나는 IT와 마케팅 전문가다. 이 많은 옵션을 온라인을 통해 고객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가격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시스템을 갖춘다면 어떨까 생각했다. 치수만 제대로 입력하면 온라인으로 재단을 해 판매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2017년 이용범 디자이너와 함께 유어오운핏을 창업했다.”
유어오운핏이 영입한 노순석 재단사(왼쪽)와 이승건 대표.
출처유어오운핏
-사업이 잘 됐을 것 같은데, 어땠나?
“그런데 중요한 것을 간과했었다. 바로 체형이다. 옷을 만드는데 치수 데이터를 입력하기만 하면 될 것 같지만,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예컨대 가슴둘레가 100cm인 남성 셔츠가 있다. 그런데 가슴둘레 100cm인 남자들에 옷이 다 맞는 것이 아니다. 셔츠 앞쪽 부분이 40cm 뒤쪽 부분이 60cm다. 등이 살짝 굽은 사람에겐 딱 맞지만, 보통 체형인 사람은 등판이 쭈글쭈글해진다. 특이체형 고객들로부터 불만이 잇따라 접수됐다.
그 후 1년간 공부를 하며 원인을 찾았다. 이유는 재단사의 노하우를 담지 못해서였다. 최근 젊은 재단사가 맞춤숍을 여는 경우가 많다. 고객들은 젊은 감각으로 옷을 만들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조금 다른 문제가 있다. 재단은 패션이 아니라 ‘노하우’다. 수십년 경력을 통해 각 사람마다의 몸의 차이를 감각적으로 찾아내는 것이다.
베테랑 재단사를 모셨다. 치수가 똑같아도 체형에 따라 어떻게 다른 패턴이 들어가는지를 시스템화했다. 질문 10가지 정도를 통해 우리가 충분히 비대면으로 이러한 체형의 차이를 찾아낼 수 있도록 말이다. 자랑을 하자면 2020년 이후 단 한 건의 고객불만도 없었다.”
이승건 유어오운핏 대표.
-스마트핏을 통해 맞춤복 시장을 평정하는 것이 목표인가?
“그게 다는 아니다. 스마트핏은 기성복 시장에서도 역할을 할 수 있다. 시중에 나오는 기성복들은 업체마다 사이즈가 제각각인 경우가 많다. 보통 100사이즈가 맞는데, 어떤 회사 제품은 95, 또 다른 회사는 105가 맞는식이다. 때문에 온라인에서 옷을 구매한 후 몸에 맞지 않아 반품하는 경우가 많다.
우선 고객은 스마트핏을 통해 자신의 치수정보를 데이터화 한다. 그리고 우리는 스마트핏을 기성복 업체가 적용할 수 있도록 제휴를 한다. 고객은 이를 통해 어느 브랜드에서는 어떤 치수의 옷을 사야 하는지 정확히 확인이 가능하다. 이는 비단 한국 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범용적으로 쓸 수 있는 서브가 될 것이다. 그동안 즐겁고 하고싶은 일을 찾아 다양한 사업을 벌여왔다. 스마트핏이 나의 최종 사업이다.”
글 시시비비 가마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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