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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난집 앞에서 썩소 날렸는데 5억5천만원 번 소녀

CCBBLAB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6.07 01:18:58
조회 9158 추천 6 댓글 45

14년 전 유튜브에 올라와 네티즌의 많은 관심을 받았던 55초짜리 동영상 NFT(Non-Fungible Token·대체불가토큰) 소유권이 5월23일 약 8억6000만원에 팔렸다. NFT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특정 디지털 파일이 원본임을 증명해주는 일종의 ‘원본 증명서’다.


‘찰리가 날 또 물었어' 영상. /유튜브 'Charlie bit my finger - again !' 캡처

이 영상의 제목은 ‘찰리가 날 또 물었어(Charlie bit my finger - again!)’다. 2007년 5월 23일 유튜브에 처음 올라왔다. 영상에는 영국 버킹햄셔주 말로시에 사는 해리·찰리 데이비스 형제의 어린 시절 모습이 담겨 있다. 갓난아기인 찰리가 형 해리의 검지 손가락을 깨무는 장면이 나온다. 손가락을 물린 해리는 “아야, 찰리” “찰리, 정말 아파”라고 소리치면서 얼굴을 잔뜩 찌푸린다.

귀여운 형제의 모습이 담긴 영상은 온라인에서 큰 화제였다. 형제는 이 영상 하나로 일명  ‘짤방(인터넷에서 유행하는 특정 콘텐츠로 이모티콘처럼 쓰임)’ 스타로 불리면서 얼굴을 알렸다. 지난 14년간 전세계에서 8억8300만회 넘게 조회했다. 온라인에는 각종 패러디물이 쏟아졌다.

영국의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한 찰리 데이비스의 가족. /유튜브

영상을 직접 찍은 형제의 아버지 하워드 데이비스는 돈 때문에 영상을 경매에 부친 건 아니라고 했다. 동영상의 주인공 찰리는 5월 17일(현지 시각) 뉴욕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NFT는 새로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영상을 올렸던 때에는 유튜브가 새로운 현상이었지만 이제는 NFT가 신나는 새 현상”이라고 NFT 판매 이유에 관해 설명했다.

◇NFT, 디지털에 ‘원본’ 개념 가능케 해

실체가 없는 디지털 파일에 불과했던 사진이나 동영상 등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컴퓨터 파일 형태인 디지털 사진이나 동영상은 원본과 복제품이 똑같다. 복사 과정에서 사라지거나 달라지는 내용이 없어서다. 무엇이 원본인지 알 수 없다. 그래서 디지털 창작물은 ‘원조’, ‘진품’이 우대받는 예술 작품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그러나 NFT가 생겨나면서 디지털 창작물의 가치가 달라졌다. NFT는 디지털 세계에서 ‘원본’ 개념을 가능하게 했다. 블록체인을 이용해 디지털 자산에 고유한 인식 값을 부여한다. 소유권과 판매 이력 등 관련 정보가 모두 블록체인에 저장된다. 최초 발행자를 확인할 수 있어 위조나 복사가 불가능하다. 이제 디지털 사진 파일도 미술 작품처럼 원본을 인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쉽게 말해 ‘디지털 진품 증명서’다.

미국 뉴욕의 영화감독 알렉스 라미네즈 말리스는 자신의 방귀 소리 파일을 NFT로 판매했다.(좌). 잭 도시가 경매에 내놓은 트윗(우). /알렉스 라미네즈 말리스 홈페이지 캡처, 트위터 캡쳐

NFT는 2014년 P2P(Peer to Peer·개인 대 개인) 금융 서비스 업체에 의해 상용화하기 시작했다. 이후 2016년 암호 화폐 시장이 성장하기 시작하면서 널리 퍼졌다. 음악, 게임, 예술품 등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최근에는 트위터 트윗, 방귀 소리 녹음 파일까지 NFT로 팔려나갔다. 실제로 잭 도시 트위터 창업자가 2006년 작성한 첫 트윗은 290만달러(약 32억7000만원)에 팔렸다.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서 활동하는 영화감독 알렉스 라미레스 말리는 자신의 1년치 방귀소리를 녹음한 52분짜리 파일을 426달러(약 49만원)에 팔기도 했다. NFT 시장 규모는 2017년 4000만달러(약 496억원)에서 2019년 2억5000만달러(약 2841억원)로 약 7배 이상 커졌다.

◇일명 ‘짤방’ 스타들, NFT로 돈방석 앉아

NFT 붐이 일자 그간 온라인에서 유명했던 ‘짤방’ 속 주인공이 자신의 사진이나 영상을 NFT로 발행해 경매에 내놓고 있다. 과거 찍은 사진과 동영상으로 하루아침에 돈방석에 앉은 셈이다.

조에 근황 모습(좌), 최근 경매에서 50만 달러에 낙찰된 '재앙의 소녀' 사진. /조에 인스타그램 캡처

일명 ‘재앙의 소녀(Disaster Girl)’로 알려진 사진은 지난 4월 경매에서 50만달러(약 5억5000만원)에 팔렸다. 이 사진에는 16년 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주택가 화재 현장 앞에서 묘한 웃음을 짓는 조에의 모습이 담겨 있다.

화재 현장 앞에서 묘한 웃음을 보인 탓에 소녀의 얼굴은 각종 재난 현장 사진에 합성되기도 했다. 조에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내 사진을 이용해 얼마나 창의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는지 보는 게 즐거웠다”고 했다. 이어 “사건이 터질 때마다 내 사진을 합성하는 걸 보면서 나도 몇 번 웃곤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한번 사진이 온라인에 퍼지면 그다음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면서 사진을 판매한 이유에 관해 설명했다. 조에는 경매 수익으로 대학 등록금을 내고 자선 단체에 기부도 할 생각이라고 했다.

‘치과에 다녀온 데이비드’ 영상은 최근 약 1290만원에 팔렸다. /유튜브



5월 7일에는 ‘치과에 다녀온 데이비드’라는 유튜브 영상 NFT가 약 1만1500달러(약 1290만원)에 팔렸다. 이 영상은 2009년 유튜브에 올라왔다. 영상 속 주인공인 데이비드는 치과에 다녀온 후 진통제에 취해 반쯤 넋이 나간 상태로 아버지와 대화하고 있다.

차 뒷좌석에 앉은 데이비드는 “난 손가락이 두 개야” “난 손가락이 네 개야” “아빠는 눈이 네 개야” “이게 진짜 실제인가요?” “왜 이런 일이 내게 일어난 거야” 등 횡설수설한다. 또 소리를 지르는 등 귀여우면서 웃긴 모습으로 네티즌의 큰 관심을 받았다.

아버지 데이비드 데보레는 2010년 인사이더와의 인터뷰에서 유튜브 광고료와 저작권, 상품 판매 매출 등으로 약 15만달러(약 1억6900만원)를 벌어들였다고 말한 바 있다. 이후 아들의 캐릭터를 활용해 티셔츠와 스티커를 제작해 팔기도 했다. 10여 년이 지난 후 NFT로 영상을 팔아 또 한번의 수익을 얻었다. 이처럼 일상에서 누구나 찍을 수 있는 사진이나 동영상 등이 가치 있는 창작물로 인정받다.

◇‘디지털 허상’일 뿐 비판도

NFT에 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비판의 목소리도 크다. 아무리 원본이라고 해도 디지털 파일은 컴퓨터 속 데이터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또 어처구니없는 수준의 콘텐츠가 고액에 팔려나가는 현상을 보면서 '지나친 거품’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자신의 방귀 소리를 녹음한 파일을 판매했던 알렉스 라미레즈 말리스는 뉴욕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NFT 열풍은 터무니없다. 형체가 없는 자산에 가치를 두는 것이다. 광란의 시장 이면에 투기꾼처럼 빨리 부자가 되려는 사람들이 있다”고 비판했다. 투자 회사 하그리브스 랜스다운의 수석 투자분석가 수재나 스트리터는 BBC에 “현재 NFT에 부는 열풍이 다른 대상으로 옮겨가면 NFT 자산은 순식간에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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