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무늬 작가 인터뷰 웹소설 데뷔, 신춘문예 등단까지 "양쪽에 좋은 영향 미치는 작가되고파"
"글 써서는 돈 못 벌어."
글 쓰는 일을 업으로 삼고자 하는 사람이 많이 듣던 말이다. 그러나 지금은 달라졌다. 글 써서 수천만원, 수십억원을 번다. 자신의 능력이 된다면 글로도 큰돈을 벌 수 있는 시대다. 어렸을 때부터 "글써서는 먹고 살기 힘들다"는 말을 듣고 자랐지만 지금은 글로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사는 정무늬 작가도 그렇다. 정무늬 작가는 '세자빈의 발칙한 비밀', '꿈꾸듯 달 보듬듯' 등 인기 웹소설을 썼다. 동시에 신춘문예에 등단한 소설가이기도 하다. 등단한 소설가로서 원하는 글도 쓰고 인기 웹소설 작가로 돈도 벌고 있는 셈이다. "웹소설 전업 작가로서, 한국 문학을 쓰는 소설가로서, 작가 지망생과 소통하는 유튜버로서 살고 있다"는 정무늬 작가에게 '글로 먹고사는 삶'을 들었다.
◇미술 택했지만 미련 남아 문학 선택
정무늬 작가가 작가의 꿈을 꾼 건 오래전이다. 학창시절 글과 그림에 모두 소질을 보였다. 글과 그림 중 고민하다가 중학교 3학년 때 진로를 정했다. 그때는 그림을 택했다.
"당시 진로 고민 때문에 국어 선생님, 미술 선생님과 상담도 했어요. 글이 좋았지만 선생님께서 '작가로서 성공을 할 순 있지만 먹고 살기는 힘들다'는 현실적인 말씀을 해주셨죠. 지금도 그렇지만 과거에는 정말 현실이었죠. 반면 미술 선생님께서는 '디자이너가 되면 어엿한 직장생활 할 수도 있고 부모님께 효도할 수 있다'고 하셨어요. 그렇게 미대 입시를 시작했죠. 그러나 디자인 계열과 제가 하고 싶던 그림은 조금 달랐습니다. 저는 순수 미술 쪽이었어요. 결국 대학교 3학년 때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둘 다 돈을 못 번다면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좋겠다 싶었죠."
그렇게 작가 지망생 생활을 시작했다. 글을 써야 하기 때문에 졸업하고서도 파트타임으로만 일을 했다. 미대 입시학원, 학교 기간제 강사, 캐디, 여행사 직원 등으로 일하면서 나머지 시간에는 글만 썼다. 정 작가는 "그때는 걱정도 없었다. 어디서 나온 자신감인지 모르겠지만 '언젠가 꼭 작가가 될 거야'라는 생각뿐 이었다"고 말했다.
◇등단 준비하다가 웹소설 발견
글을 쓰던 어느 날 이렇게 살아서는 먹고 살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등단을 준비한 지 10년이 조금 넘었을 때였다.
"등단을 빨리할 줄 알았는데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많이 지쳤습니다. 주변에 같이 글을 쓰던 문우들은 등단을 하는데 저는 아니었죠. 등단은 못 하고 모아놓은 돈도 없고 나이는 들어갔죠. 미래도 준비해야 하는데, 이대로는 아닌 것 같았습니다. 그때 한참 웹소설 공모전이 많이 올라왔습니다. 공모전에 걸린 상금이 컸습니다. 제가 10여년 동안 글 써서 번 돈을 다 세보니 700만원 정도였습니다. 연봉으로 따지면 70만원이에요.
그리고 당시 현실을 다시 한번 직시하게 한 계기가 있었습니다. SBS 라디오 PD가 모여서 진행하는 팟캐스트를 들었어요. 이재익 PD께서 '순수 글만 써서 먹고살 만한 작가는 국내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든다. 이걸 직업이라고 할 수 있느냐'라고 했어요. 재능있다는 부문에서 꾸준히 노력해도 이걸 내 직업으로 삼을 수 없는 현실이 크게 다가왔죠. 저도 모르게 외면하고 있던 현실을 다시 마주했던 순간이었어요. 그렇게 웹소설 공모전을 준비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웹소설을 읽어본 적이 없었다. 작가 지망생 커뮤니티에서 정보를 얻고 공부를 하면서 글을 썼다.
"웹소설과 순문학은 다른 장르였어요. 순문학은 '기승전결'이 분명해요. 그러나 웹소설은 아니에요. 웹소설 독자들은 한 편씩 조각난 이야기를 읽어요. 받아들이는 속도가 다릅니다. 매 편 이루어지는 갈등이 중요하고, 그 갈등을 해당 편에서 해소도 해줘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고구마'처럼 답답하다는 말을 듣기 십상입니다. 웹소설은 한편에서 기승전결을 보여줘야 한다는 말이 있어요. 이런 웹소설의 특징과 맞는 글을 써 내려갔습니다."
◇웹소설 작가 데뷔 후 등단까지
8개월 동안 준비해 '세자빈의 발칙한 비밀'이 탄생했다. 정 작가는 생애 첫 웹소설로 '동아x카카오페이지'에 당선됐다. 작가 준비 10여년 만에 웹소설 작가로 데뷔한 것이다. '이제 나도 어엿한 사회인'이라는 생각에 뿌듯했다고 한다. 그렇게 첫 작품 이후 '꿈꾸듯 달 보듬듯', ‘완결 후 에반젤린’, ‘개미 조연이 다 가진다’, ‘같이 목욕해요 공작님’, ‘시한부 황후의 나쁜 짓' 등의 작품을 냈다.
정무늬 작가는 “이제는 글로 먹고 살 수 있을 정도가 됐다”고 말했다. 웹소설 작가 수입은 작품 인기에 비례한다. 작품이 인기가 많으면 수입도 오르고 인기가 없다면 그 반대다. 정 작가의 경우 첫 작품으로 한 달에 최대 1300만원을 벌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수입이 그 다음달에도 계속된다는 보장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꾸준히 작품을 쓰고 독자 반응을 살펴야 한다고 말한다. 정 작가는 "웹소설은 독자 위주의 시장이다. 작가 본인이 쓰고 싶은 걸 고집하면 성공하기 힘들다. 독자가 원하는 걸 쓰고, 그 반응을 기민하게 따라 가야한다”고 말했다.
웹소설을 쓰면서 2020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소설 부문에서 '터널, 왈라의 노래'로 당선되며 순문학 작가로도 등단했다.
"웹소설 작가로 데뷔해서 좋았지만 등단에 대한 아쉬움이 남아 있었습니다. 웹소설을 쓰면서도 '그동안 노력해왔던 부분도 외면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순문학도 놓지 않았습니다. 2020년 세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소설가로 등단했습니다. 웹소설 데뷔와는 느낌이 달랐습니다. 정말 실감이 안 났습니다. 등단이 한국 문단에서 면허와 같기 때문이에요. 어디 소속되는 것도 아니고 면허를 땄으니 이제부터 시작인 거죠. 등단 후에 보이지 않는 코스가 있어요. 글 청탁을 받아 작품을 내고, 그 작품을 모아 작품집을 발표하고, 이후 출판사와 계약을 맺고 작품 활동을 하는 거죠. 그런데 시작부터 힘듭니다.
우선 청탁 받기 자체가 어려워요. 문단 문학이 실리는 지면도, 읽히는 수요도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등단 후 작품 활동에 매달릴 수 있는 작가가 많지 않아요."
◇"양쪽에 좋은 영향 미치는 작가되고파"
이런 환경에서도 정무늬 작가는 현재 등단작 발표, 문학지 '앤솔로지' 프로젝트 참여 등 순문학 작가로서의 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새로운 웹소설 작품도 준비 중이다. 그러면서 유튜브 채널도 활발히 운영하고 있다. 유튜브에는 작가 지망생에게 도움이 되는 내용을 영상으로 촬영해 올린다.
"웹소설을 준비하면서 작가 커뮤니티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질문을 올리면서 친절하게 답을 해주셨어요. 그때 제가 데뷔를 하면, 내가 받은 걸 꼭 다시 돌려줘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데뷔 후 커뮤니티에 웹소설 뿐 아니라 등단을 준비하면서 공부했던 내용, 제가 알고 있는 내용을 정리해서 올렸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 이야기를 기다리시는 분들이 생겼어요. 어떻게 하면 더 많은 내용을 많은 분들께 알릴 수 있을까 하다가 유튜브를 택했습니다. 꾸준히 영상을 올리니 함께 작법서를 내자는 출판사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처음엔 거절했는데, 뜻이 맞는 출판사를 발견했어요. 그곳과 함께 작업해 웹소설 작법서 '웹소설 써서 먹고삽니다'를 출간했죠.
웹소설 작가를 지망하는 사람, 웹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책을 감히 추천합니다. 웹소설을 좋아하는 독자가 어느 날 '나도 한번 써 볼까?' 라는 생각이 들고, 첫 문장을 쓰기 시작합니다. 이미 웹소설 작가가 될 준비가 절반은 된 거예요. 그렇게 시작을 합니다. 하지만 곳곳에서 난관을 만나요. 이내 좌절하고 포기합니다. 조금 일찍 알기만 했다면 좋았을 것을 뒤늦게 알아버린 탓에 먼 길을 돌아가야 하는게 늘 안타까웠어요. 불필요한 허들은 좀 치워주려는 생각을 담은 책입니다."
정무늬 작가는 웹소설과 순문학을 쓰고, 유튜브를 운영하는 활동을 꾸준히 할 계획이다. 이렇게 다방면에서 꾸준히 활동 할 수 있는 이유는 본인만의 ‘루틴’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작가는 프리랜서고 강제되는게 없어요. 그래서 자신만의 루틴을 만들어야해요. 그 루틴을 지키지 않으면 꾸준하게 활동하는 건 물론 다양한 일에 몰입하기 어렵습니다. 저는 기상 시간은 유동적이지만 보통 오후 12시쯤 첫 작업을 시작합니다. 2~3시간 작업을 하고 낮잠을 시간을 가져요. 일어나서 두 번째 작업을 합니다. 이렇게 하루에 두 번 정도 작업을 해요. 나머지 시간에는 운동을 해요. 짧게는 6시간 마감을 앞두고는 10시간 정도 컴퓨터 앞에 앉아 있기 때문에 운동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유튜브를 촬영하는 날은 한 타임만 작업하고 나머지 시간에 촬영을 합니다."
이런 정무늬 작가의 목표는 두 가지다.
"지금까지는 등단 준비를 같이하면서 웹소설은 1년에 한 작품(150편)만 썼어요. 이제는 1년에 300편 정도 되는 웹소설을 쓰는 게 목표입니다. 이렇게 꾸준히 작품을 통해 독자를 만나면서 1~2년 안에 순문학 작품집을 내려고 합니다. 또 다른 목표는 웹소설과 한국 문학 독자를 이어주는 것입니다. 웹소설과 한국 문학, 두 장르를 이어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어요. 한국 문학 중에서 정말 재밌고 훌륭한 작품이 많습니다. 웹소설에서도 마찬가지고요. 웹소설 독자에게는 '이 작가의 문학 작품은 어떨까, 한 번 읽어볼까'하는 생각을, 문학 독자에게는 '등단한 작가가 웹소설도 썼다는데, 그 웹소설은 어떨까?'하는 호기심을 유발하는 작가가 되도록 좋은 활동을 이어갈 겁니다. 이런 관심이 계속되다 보면 지금은 갈라져 있는 장르지만,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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