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제페토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 렌지(25)씨는 가상세계 속 아바타의 의상을 만들어 판매한다. 지난 3월에만 1500만원을 벌었다. 그녀가 활동하는 ‘제페토’는 2018년 네이버에서 만든 메타버스(가상세계) 플랫폼이다. 가상세계이지만 현실을 반영해 출시 3년 만에 2억 명의 글로벌 이용자를 확보했다. 부캐를 통해 꿈을 펼치는 공간으로 떠오르면서 아바타에 대한 관심도 높다. “제페토 크리에이터 1세대”라는 그녀를 화상으로 만났다.
-제페토 크리에이터는 어떤 직업인가요?
“가상 의류 디자이너를 포함해 가상세계 속 아이템 제작자를 제페토에서는 크리에이터라고 불러요. 제페토에서 아바타들이 입는 옷이나 신발, 헤어스타일 등 아이템을 디자인합니다.”
-’제페토’나 ‘메타버스’ 모두 낯선 개념이에요. 구체적으로 무엇인가요?
“메타버스는 한마디로 가상세계를 말해요. 제페토는 메타버스를 주축으로 나만의 아바타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이에요. 일반 RPG(롤플레잉) 게임과는 다르죠. 일단 아바타를 꾸미는 게 주 콘텐츠 중 하나에요. 또 커뮤니티나 SNS 같은 특성이 있기 때문에 카톡에서 단체톡을 하듯 제페토 월드에서 친구들과 소통하고 어울리는 것이죠.”
-제페토는 어떻게 처음 접했나요?
“제페토는 게임 유저로 처음 시작하면서 알게 됐어요. 2019년 2월부터요. 어렸을 때부터 아바타 게임을 좋아했거든요. 자기만의 공간과 아바타를 꾸미는 ‘퍼피레드’ 게임을 즐겨 했었죠. 비슷한 게임을 찾다가 제페토를 발견했어요. 아바타 게임이라는데 무엇일지 궁금해서 일단 다운로드해봤죠.”
-그런데 그게 직업이 됐어요.
“작년 제페토 스튜디오 서비스 출시 당시에 이용자들 사이에서 큰 화제였어요. 신기능이 생긴 것이니까요. 아바타를 주축으로 소통하다 보니 옷 입히기나 꾸미기에 대한 관심도 당연히 많았거든요. 그런데 제페토 스튜디오에서 상상만 해봤던, 입고 싶었던 옷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다고 하니까 신기했어요. 그래서 저도 만들어봤죠. 그렇게 시작한 것이 어느새 직업이 됐어요.”
-직업에 대한 만족도는 어떤가요?
“자부심이 높아요. 메타버스 제페토 1세대 크리에이터로써 선구자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이나 필리핀 등 해외에서도 유명하던데요. 인기를 얻게 된 이유가 있나요?
“제페토는 전체 이용자가 2억 명 정도로 알려져 있는데, 해외에서 접속하는 글로벌 이용자들이 대부분을 차지해요. 제페토 안에서 유명해진다는 건 자연스럽게 외국에도 알려지는 것이죠. 기존 제페토에 없던 독특한 의상을 많이 만들면서 인기를 얻은 것 같아요. 올해 2월에는 일본 현지 매체와도 인터뷰를 했어요. 10개월 만에 아바타 옷 100만 개를 만든 디자이너로 소개가 됐죠.”
-하지만 현실에서 크리에이터는 아무래도 낯선 직업인데, 직업 인식은 어떤가요?
“직업을 소개할 때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선생님이나 의사는 직함 자체만으로도 직업 설명이 가능하지만 크리에이터는 대부분 모르거든요.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지 고민을 많이 해요. 게임 속에서 아이템을 판매한다고 하면 불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시는 분들도 있어요. 그래서 아직까진 구구절절 설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떳떳하고 자랑스러운 직업인데 신생 직업이다보니 소개하는데 어려움이 많이 있어요.”
렌지가 초창기에 제작한 아바타 아이템. /네이버
-인어, 날개, 거북이 등 렌지님이 제작한 의상은 독특하다는 평가가 많아요. 이런 발상은 어디에서 얻나요?
“초반에는 친구들한테서 아이디어를 많이 얻었어요. 제페토에서 활동하는 친구들에게 어떤 아이템을 원하는지 들어봤죠. 저 스스로도 평범한 것을 좋아하지 않아요. 일반적인 디자인에서 벗어나 작업했던 게 인어다리였어요. 제페토에서 없던 아이템이었거든요. 실제로 제페토 측에서도 신선하다는 반응을 보였죠. 제가 인기를 끌게 된 이유도 독특한 아이템을 많이 만들었기 때문이에요. 요즘에는 일상적으로 입는 데일리룩이 유행이라 제가 실제로 입는 옷을 많이 참고하는 편이에요.”
-제페토 아바타들 사이에서도 유행이 있나요?
“계절의 영향을 많이 받아요. 여름엔 민소매나 반팔이 유행하죠. 또 불이나 날개 아이템을 많이 찾을 때가 있었고, 요즘에는 데일리룩이 크게 유행 중이에요.
의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유행을 잘 관찰해야 해요. 고객 니즈와 부합하지 않으면 아무리 열심히 만들어도 수익 창출이 안되니까요. 모니터링을 하면서 어떤 게 유행인지 살펴보고, 자기만의 스타일과 유행 요소를 적절하게 조합해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작업 시간은 얼마나 걸리나요?
“어떤 의상을 제작하는지에 따라 천차만별이에요. 간단한 옷을 만들면 2~4시간 정도 걸리죠. 하지만 조금 더 퀄리티가 있고, 예쁜 옷을 만들면 보통 하루에 4~6시간씩 작업해서 2~3일 정도 걸려요. 올해 2월까지 판매한 의상 개수를 세어 봤을 때 대략 110만 개였던 것으로 기억해요. 아마 지금은 130만 개 정도 될 것 같습니다.
아이템 판매의 경우 작년 9월에만 해도 아이템 한 개당 22원~24원에 거래했어요. 지금은 전체적으로 제페토 물가가 조금 올랐고, 작업시간도 늘려 의상 퀄리티를 높이면서 개당 300원~350원 사이에서 판매하고 있어요.”
-현재는 크리에이터 분들을 양성하신다고요.
“제페토 내 소속사 ‘매니지먼트 오’를 운영하고 있어요. 제가 3D 모델링 작업을 하면 다른 크리에이터 분들이 2D 작업을 해서 각자 판매를 하고, 수익을 공유하는 식이죠. 또 디자인을 피드백하고, 판매전략이나 노하우를 공유해요. 3D 클래스를 운영하면서 기술도 가르치고 있어요.”
-매출이 궁금합니다.
“요즘에는 한달에 최소 1500만원 정도 벌고 있어요. 순수익으로요. 크리에이터 직업 특성상 수입은 고정적이지 않아요. 초반에는 300만원부터 800만원까지 편차가 심했어요. 하지만 아이템 판매나 매니지먼트 사업이 자리 잡으면서 수입이 늘기 시작했어요.”
-최근에는 제페토를 활용한 드라마나 예능물도 제작했어요.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제페토 드라마는 아바타들의 연기를 애플리케이션으로 편집해 구성하는 웹드라마에요. 이미 유튜브에서 유행하는 장르이기도 하죠. 전 작가를 꿈꾸기도 했는데 제페토 메타버스에서 그 꿈을 펼쳐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고퀄리티로 제작해보자는 생각에 기획부터 연기, 연출 모두 직접 했죠. 중간중간 유머 요소를 넣어서 재밌다는 반응이 많았어요. 특히 10대 친구들에게 반응이 좋았죠.
유튜브에는 제페토 내 게임 리뷰 영상이 많은데, 색다른 콘텐츠를 만들어보고 싶어 제작했던 게 예능물이었어요.”
-하루 생활은 어떤가요?
“아침에 일어나면 컴퓨터를 켜고 온라인에 접속해요. 스튜디오 판매 그래프를 보며 매출을 확인하죠. 또 밤새 어떤 일이 있었는지 전체적으로 둘러봅니다. 한창 옷 만들기에 몰두할 때는 낮 12시부터 밤 12시까지 일했어요. 틈틈이 기술도 터득했고요. 요즘에는 다른 크리에이터 분들이 만든 의상을 피드백하고 수정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기술이나 노하우 관련한 강연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제페토 크리에이터가 되기 위한 필요 조건이나 능력이 있나요?
“컴퓨터 그래픽 작업이 기본이에요. 3D 모델링 기술을 배우면 더 좋습니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꾸준히 만드는 것이에요. 처음부터 큰 수익을 올리기 어렵기 때문이에요. 저는 서비스 출시와 동시에 디자인을 시작했지만, 쉬지 않고 만들었어요. 그렇게 하다보니 팬이 하나둘 늘고, 다음 신상을 기다리는 분들이 생기기 시작한 거죠.”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는요?
“제가 운영하는 매니지먼트를 통해 크리에이터를 양성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싶어요. 또 각본부터 연출까지 제대로 된 제페토 드라마를 언젠가 만들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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