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숯불에 구운 한과?…이만한 간식 또 없습니다

CCBBLAB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6.23 09:59:48
조회 4017 추천 14 댓글 41

10년째 한과 만드는 최미라·최선미씨

‘손맛 3대’ 이어 전통 제조방식 고집

전국에 네 곳 뿐인 숯불로 구워만드는 유과

손맛 3대째. 가업을 이어 전통의 맛을 지키는 자매가 있다. 네 자매 중 맏언니와 막내 동생이 도시 생활을 정리하고, 엄마가 있는 고향에 내려와 ‘한과’를 만든다. 곡성(谷城). 이름 그대로 골짜기 동네에서 숯불로 10년째 외할머니와 엄마의 손맛을 구현한다. 노하우를 터득하는 동안 열 손가락에 물집도 잡히고, 데이기도 많이 데였다. “젊은 사람이?” “끝까지 할 수 있을까?”. 비교적 젊은 나이에 한과 작업에 뛰어든 자매를 보고 주변에선 환영보단 걱정어린 시선이 앞섰다. 하지만 우리가 아니면 이 전통은 사라진다는 마음에 고된 노동도 마다하지 않았다. 막내 동생 최미라(44)씨에게 이야기를 들어봤다.


집안 전통을 이어 한과를 만드는 언니 최선미(왼쪽)씨와 동생 최미라씨. /자매가 제공.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곡성군 죽곡면 하죽마을에서 10년째 한과를 만드는 최미라입니다.”

-한과를 만드는 이유가 있나요?

“외할머니부터 어머니, 그리고 언니와 저까지 3대째 전통 잇는 한과를 만듭니다. 외할머니가 말씀하시기를 명절마다 만들어 먹던 한과 맛이 좋다고 입소문이 나면서 조금씩 주문이 들어오던 것이 규모가 커졌다고 하더군요.

어릴 때부터 어머니 일을 돕다보니 한과를 맛보고 접할 일이 많았어요. 어머니가 연세가 있어 손을 놓으시면서 자연스럽게 처음 저희한테 넘어오게 됐어요. 고객들은 계속 한과를 찾는데 전통 방식으로 만드는 곳은 거의 없더군요. 그러다보니 이 사업을 놓을 수 없었어요. 누군가는 전통을 이어야하니까요. 그래서 쭉 한과를 연구하고 만들게 됐어요.”

-구체적으로 어떤 한과를 만드나요?

“숯불을 이용해 만드는 숯불유과와 곡성 특산물 ‘토란’으로 만든 토란유과, 김부각을 만들고 있습니다. 유과는 가을·겨울철에 부각은 봄철에 만듭니다.”

-3대째 내려오는 손맛 비결이 궁금합니다. 어떻게 만드나요?

“숯불 유과는 기름에 튀기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에요. 최저 섭씨 450도 이상의 온도인 참숯에서 직접 손으로 뒤집어가며 굽습니다. 굉장히 고된 작업이죠. 한 사람은 300~400도 앞에 있고, 다음 사람은 400도~500도, 550도 앞에 각각 자리를 잡아요. 세 사람이 한 팀이 되어야 탄생할 수 있는 유과에요.

작업 과정은 먼저 물에 씻어 불린 찹쌀을 물기를 제거한 후 가루로 빻고, 쪄서 익힙니다. 다 익으면 치대서 하나의 큰 떡으로 만들죠. 그 다음엔 넓게 펼쳐 방망이로 일일이 밀어가며 사각으로 모양을 잡아요. 이 모양을 만들어 1차 건조 작업에 들어가요. 이때 바짝 건조하면 안되고, 수분율이 13~15% 정도 남아있어야 해요. 적당한 상태인 반대기(반죽을 둥글넓적하게 만든 조각)를 숯불의 일정 온도에 맞춰 구워냅니다. 이후 조청을 묻히고 튀밥 알갱이를 붙인 후 2차 건조작업을 마칩니다.


숯불유과 작업 과정. /자매가 제공.

토란유과는 익혀서 치대는 과정에 토란을 함께 넣어요. 또 죽곡에서 만든 막걸리와 생콩도 일정 레시피만큼 들어갑니다. 따로 조청을 묻히는 작업은 생략됩니다. 김부각은 재래김과 곡성쌀을 이용해 만들어요. 파쇄한 쌀을 야채육수에 넣고 끓이며 죽을 쑨 다음 건조시키고 튀기는 작업이죠.”

-왜 하필 ‘숯불’인가요?

“곡성은 골짜기 동네에요. 기름은 흔치 않은 반면 나무는 많죠. 온통 산으로 둘러싸여있으니까요. 그러다보니 오래 전부터 나무를 이용한 먹거리들이 자연스럽게 생겨났어요. 나무에 불을 때 생활했고 그 숯을 이용해 만들기 시작했다고 어르신들께 전해들었습니다.


유과 굽기 전 숯불 온도 확인 작업. /자매가 제공.

숯불로 만들면 기름에 튀기지 않다보니 오래 보관해도 기름 냄새가 나지 않아요. 유통기한은 6개월로 긴 편이죠. 또 기름에 튀긴 유과는 바깥에 내놓으면 습도 때문에 눅눅해지는 반면 숯불에 구운 유과는 식감 조절이 가능합니다. 부드럽게 먹고 싶을 때는 따뜻한 곳에 놓으면 조청이 녹아내려 부드러워지고, 서늘한 곳에 놓으면 바삭한 식감을 유지하죠.

-국내에서 전통제조방식으로 한과를 만드는 곳은 몇 곳 없다고 들었습니다.

“자동화 시설에서 만드는 구운 유과도 있지만, 공식 사업자를 등록하고 전통방식으로 참숯에 구워 유과를 만드는 곳은 제가 알기론 전국에서 총 네 곳 밖에 없습니다.”

-한과 만들 때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반대기를 건조할 때 수분율을 맞추는 것이 가장 어려워요. 손의 촉감만으로 수분율을 맞춰야 하거든요. 수분율이 중요한 이유는 너무 건조하면 아무리 높은 온도에서 구워도 부풀지 않아요. 반대로 수분이 너무 많으면 얇게 가라앉아 버리죠. 굽는 작업도 쉽지 않습니다. 세 단계의 굽기 과정을 거치는 동안 골고루 구워내지 않으면 한쪽이 딱딱해져요. 식감 조절을 위해선 어느 하나라도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기계 대신 수작업으로 하는 이유가 있나요?

“미세한 차이로 달라지는 식감이나 맛 조절은 수작업을 통해서만 가능해요. 또 김부각 경우도 기계로 작업하면 쩐내가 나는 경우가 있어요. 기름 작업이 제대로 되지 않고 오래 보관하면 산패하니까요.”

-맛의 비법이 있나요?


찹쌀풀을 바르고 건조 작업 중인 김부각. /자매가 제공.

“유과는 숯불로 구워내 맛과 식감이 좋다는 점이 있고요. 토란유과는 토란 고유의 은은한 단맛이 납니다. 진한 단맛을 좋아하지 않는 분들이 좋아하죠. 김부각은 간이 베어있지 않은 재래김을 쓰는 게 특징이에요. 일년에 딱 일주일만 생산하는 김을 씁니다. 단점은 얇아서 부서짐이 약해요. 자연스레 비품도 많이 생기죠. 하지만 염처리를 안한 김을 고집하는 이유는 딱 하나에요. 맛이 좋으니까.”

-매출은 어떤가요?

“시즌제로 운영하고 있고, 대량 생산이 아니다보니 일반 기업에 비하면 매출은 적어요. 가장 잘 나왔을 때 기준으로 한 달에 5000만원 정도였던 것 같아요. 일 년에 7, 8월 한여름은 휴식기를 갖고 있어요. 그래야 재충전해서 맛있게 만드니까요.”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있었다고요.

“한과 만드는 일을 본격 시작하기 전에는 도시에서 회사원으로 근무했어요. 출근길에 신문을 읽는데 축구선수 박지성 선수가 인생 터닝포인트는 히딩크 감독이라고 인터뷰한 게 있었죠. 그 기사를 보면서 나의 인생포인트는 뭘까. 터닝포인트를 만드려면 일단 회사를 관둬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죠. 그 날 아침 사직서를 내고, 도시 생활을 정리하고 시골로 내려온 게 시작이에요.”

-그렇다면 한과를 만들기 시작한 요즘 생활은 어때요?

“한과를 만드는 계절엔 사람이 아닙니다. 하하. 한과 작업 때는 새벽 다섯시반부터 밤 열한시까지 풀 타임으로 일해요. 숯불에 구운 유과는 작업 중에 틈틈이 여유를 부리기 어렵거든요. 건조 후 바로 굽는 작업에 들어가지 않으면 부서집니다. 많이 먹어야 하루 두 끼 정도 먹고, 그 마저도 물 말아 먹는 수준이죠. 우리끼리 하는 얘기가 ‘한과가 상전이다’고 해요. 상전 말을 잘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고, 한과에 맞춰 생활해요. 부각을 만드는 계절에는 아침 여섯시반부터 밤 열한시까지 작업합니다.

최미라씨와 최선미씨. /자매가 제공.

“옛날 어르신들은 이걸 어떻게 만들었는지 과정을 알기 때문에 이 맛을 계속 지켜달라고 전화 올 때가 가장 보람됩니다. 저희가 한과 만드는 일을 접지 못하는 이유도 전통 방식으로 해왔던 분들이 이젠 거의 안계세요. 우리까지 접으면 이 전통은 완전히 사라질 테니까 이걸 지켜야한다는 생각으로 계속 하고있어요. 주변에서 대량생산을 하라고도 조언을 많이 해주시지만, 대량생산을 하면 전통 방식을 고집할 수 없고 맛도 지킬 수 없습니다. 그런 자부심으로 한과를 만들어요.”

-마지막으로 자유롭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첨가물이 들어있지 않은 우리 전통과자를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한과는 명절에만 먹는 음식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우리 전통 먹거리도 종류가 다양해졌으니 어느 때나 즐길 수 있는 음식이라고 생각해요. 또 다른 과자에 비해 첨가물이 거의 들어있지 않아 건강하게 즐길 수 있는 간식입니다.”

글 시시비비 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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