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노아 박근우 대표
환경·빈민 살리는 대나무 칫솔 만들어
"생산 솔루션 개발하고 제공할 것"
약 294억개. 매년 전 세계에서 버려지는 플라스틱 칫솔 개수다. 무게로 환산하면 약 60만톤이다. 이렇게 버려진 칫솔은 일반 쓰레기로 버려져 대부분 땅에 묻힌다. 칫솔은 두 가지 이상의 플라스틱 재질이 섞인 '플라스틱 OTHER' 제품이라 분리수거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땅에 묻힌 칫솔은 썩어서 분해되기까지 약 500년이 걸린다고 한다. 또 일부는 바다로 버려진다.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를 먹고 자란 물고기는 다시 우리 식탁에 오른다.
플라스틱 칫솔로 시작되는 악순환을 막기 위해 나선 곳이 있다. 바로 '닥터노아'다. 닥터노아는 대나무를 이용해 친환경 칫솔을 만든다. 자연생분해 되는 대나무로 만들어 인체에는 물론 환경에도 무해하다. 닥터노아는 박근우 대표와 54명의 직원이 함께 이끌고 있다. 서울시 구로구 닥터노아 사무실 및 공장에서 박근우 대표를 만났다.
박근우 대표. /닥터노아 제공
-자기소개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대나무로 칫솔을 만드는 박근우입니다."
-닥터노아는 어떤 곳인가요.
"대나무라는 친환경 소재로 칫솔을 만들고 플라스틱 칫솔을 세상에서 없애고 싶은 기업입니다. 1938년 플라스틱 칫솔이 세상에 나온 후로 모두 플라스틱을 만든 칫솔을 쓰고 있습니다. 편리하지만 플라스틱 칫솔은 환경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어요. 환경에 좋지 않은 플라스틱 칫솔을 대나무로 대체하고 싶습니다."
-시중에 판매하고 있는 대나무 칫솔도 많습니다. 차별점은 무엇인가요.
"전 세계 모든 대나무 칫솔은 중국에서 만들어 집니다. 중국에서도 일일이 손으로 만듭니다. 수작업이기 때문에 칫솔 표면도 거칠고 나무가 수분을 흡수해 곰팡이가 생기기도 해요. 수작업이라 가격도 플라스틱 제품보다 2배 이상 비싸죠. 아무리 친환경 제품이지만 장점보다 단점이 많았습니다. 닥터노아는 이런 단점을 모두 장점으로 바꾼 제품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손으로 작업했던 과정을 자동화해서 가격도 낮췄어요. 또 '핫프레싱(Hot pressing)'기법으로 자연 코팅막을 생성해 곰팡이가 생기지 않습니다."
-핫프레싱 기법이요?
"가열압착 기법입니다. 열을 가하면서 압력으로 누르는 것이죠. 자동차 보닛을 만들 때 사용하는 기법이에요. 대나무를 칫솔모양을 깎아 핫프레싱 기법으로 누릅니다. 이때 대나무 안에 있는 당이 표면으로 빠져나가면서 자연 코팅막이 생깁니다. 손으로 할 때 보다 공정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장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품질이 좋아집니다. 방습 능력이 생겨 곰팡이가 피지 않고 질감과 색깔도 예뻐집니다. 또 수분이 다 날아가 단단해지죠."
-닥터노아 칫솔이 환경뿐 아니라 빈민층의 빈곤 탈출에도 도움을 준다고 합니다.
“대나무는 주로 저위도의 빈곤지역 시골 야산에서 자라나는 자원입니다. 이런 곳에서 대나무를 사 소득을 올릴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앞으로 대나무에 대해 더 연구해 해당 지역에 공장을 만들어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을 줄 겁니다.”
닥터노아의 대나무 칫솔.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인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일본의 '굿디자인 어워드', 'iF 디자인 어워드'에서 상도 받았다. /닥터노아 제공
닥터노아는 환경은 물론 빈곤 탈출에도 도움을 주는 대나무 칫솔로 지금까지 54억원을 투자받았다. 소비자에게 인기도 좋다. 박근우 대표는 칫솔로 투자자, 소비자에게 주목을 받는 기업인이지만 처음부터 창업할 생각은 아니었다. 그는 창업 전 예방치의학을 전공한 치과의사였다.
-치과를 하다가 창업을 결심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치과 대표 원장으로 일할 때는 고객 관리를 잘해서 병원을 키우는 게 우선이었어요. 그러다 2008년 스리랑카로 의료봉사를 가자는 제안을 받고 다녀왔습니다. 그때도 사명감으로 간 건 아니었어요. 제게는 또 다른 모험이었고 누군가를 돕는다는 자기만족이었죠. 그러나 봉사를 다니다 보니 제가 바뀌더라고요. 의료봉사를 가면 주변에 존경할 만한 멋진 분들이 정말 많아요. 그런 분들과 함께하다 보니 생각하는 것, 삶의 가치 등이 바뀌었습니다. 그러다 지금까지 제가 사회에 기여했던 걸로 이 사람들의 삶을 바꿀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어요. 제가 병원, 의사가 없는 곳에서 봉사를 잠깐 하는 것으로 이 사람들의 삶을 바꿀 수 없다는 걸 깨달았죠. 오히려 기업의 방식으로 빈곤을 해결하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러나 바로 닥터노아를 창업한 건 아니었습니다.
"2015년 에티오피아에 갈 일이 있었습니다. 당시 그 지역 아이들이 만든 대나무 바구니를 1달러에 팔길래 기념품으로 몇 개 샀습니다. 싸게 산 것 같아 현지인에게 자랑했죠. 그때 그분이 '당장은 소득이 생겨 좋지만 이제 그 친구들은 이제 학교에 가지 않고 바구니를 만들거야'라고 말하더군요. 아이들에겐 교육이 더 중요한데 당장의 소득을 위해 학교에 가지 않게 되는 거니까요. 혼란스러웠습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주변에 널린 대나무를 팔아서 소득에 도움을 줄 수 있게 만들면 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죠.
대나무에 관심이 생겼고 대나무에 대해 알아보던 중 한 논문을 읽었습니다. 베트남 북서부 빈곤 지역을 분석한 논문이었어요. 베트남에서 최대 빈곤 지역의 소득 수준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대나무를 제안하는 내용이었죠. 풍부하게 자라나는 대나무를 소득작물로 개발하면 16만3000명이 빈곤 탈출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이걸 보고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치과의사라는 장점을 살리면서 대나무를 활용한 제품을 고민하다가 칫솔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그때 이미 치과는 정리한 상태였고, 저는 이렇게 제 인생 첫 미션을 이루기 위해 창업을 준비했습니다."
-대나무 칫솔 개발 과정은 어땠나요.
"지금도 그렇지만 대부분 대나무 칫솔을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함께 시작한 친구들과 중국으로 떠나 과정을 살폈습니다. 기계가 없었고 다 손으로 깎고 다듬고 칫솔모를 심고 있더군요. 이걸 자동화하고 싶어서 중국에서 2년 동안 기계를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한국으로 기계를 가져왔는데, 작동이 안 되는 거예요. 작동해도 수작업이 더 효율이 좋을 만큼 쓸모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같이 시작했던 두 친구가 떠났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무모했죠. 전문성도 없이 무작정 뛰어든 셈입니다. 좋은 팀을 꾸리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해 함께할 팀을 모았습니다. 이경태 박사님이 합류했습니다. 닥터노아 첫 번째 엔지니어죠. 또 대나무 칫솔 제작 과정에 핫프레싱 기법을 적용하자고 하셨던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서울대학교 정밀기계설계공동연구소와 산학협동을 통해 대나무 칫솔 제조기술 및 자동화에 성공했습니다."
이경태 박사, 케시, 존. /닥터노아 제공
-이경태 박사 외에도 실력있는 분들이 회사에 많다고 합니다.
"존(John)과 케시(Kathy)가 합류했습니다. 존과 케시는 하버드 출신 사업가로 우간다에서 흙탕물을 거르는 '세라믹 정수 필터'를 저렴하게 보급하는 스타트업 '스파우츠(SPOUTS)'를 운영했었어요. 사업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고 독일 회사에 엑싯을 한 상태였습니다. 이 두 친구와 함께 일하고 싶었어요. 미국으로 가서 함께 세상을 바꿔보자며 설득했죠. 한 번에 승낙하지는 않았어요. 처음에는 회사 내 컨설턴트로만 참여하는 조건으로 시작했습니다. 갈수록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이라고 판단했는지 제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현재 존은 공동대표로 케시는 CPO로 함께하고 있습니다."
-팀도 갖춰졌고 기계도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외면받았다고 합니다.
"기계와 아이디어를 갖고 투자를 받으러 다녔어요. 30여곳을 다녔지만 모두 거절당했어요. 고민도 하지 않더군요. 투자자들은 '치과 의사시죠? 그냥 치과나 하세요'라며 투자를 꺼렸어요. 돈이 없어서 제품을 만들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사회에서 나름 인정받고 열심히 해왔는데 '내가 모자란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죠. 30여곳에서 거절을 당하니까 투쟁심이 생겼습니다. 더 잘하고 싶었어요. 내가 해온 것을 증명하고 싶은 열망이 커졌습니다. 고민 끝에 해외로 눈을 돌렸습니다. 미국이나 유럽은 친환경 기업이 정말 잘 되고 있었습니다. 미국 투자사에서 일하는 친구에게 부탁해 거절당해도 좋으니 딱 한 번만 피칭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했어요. 그렇게 마련된 자리에서 한국계 미국인이신 대표님이 잘될 것 같다며 바로 투자를 해주셨어요. 그분 투자가 프라이머 사제 파트너스 투자로 이어졌고 슈피겐코리아에서도 투자를 받았습니다. 이렇게 초반 사업자금을 마련해 제품 제작에 돌입했죠."
-2020년 8월부터 정식 판매를 했습니다. 시장 반응은 어땠나요.
"반응이 좋았어요. 당시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고 계시던 소비자 대부분이 플라스틱 칫솔 대체품으로 중국산 대나무 칫솔을 쓰고 있었습니다. 닥터노아가 제품을 출시하자 정말 좋아하셨죠. 미국에서도 156개의 리뷰가 달렸는데, 그중 153분이 별점 5점을 주셨습니다."
정식 판매 후 지금까지 약 100만개의 대나무 칫솔이 팔렸다. 또 2018년 베트남에서 대나무 110톤을 수입했다. 이걸로 약 1350명의 빈곤층 대나무 농부가 중위소득자 수준의 수입을 올렸다고 한다. 박대표는 2022년 베트남에 대나무 칫솔 공장을 세우고 싶다고 한다. 그러기 위해 현재 베트남 대나무 물성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고 한다.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회사가 되는 겁니다. 제가 성장해 세상에서 칫솔을 많이 파는 회사가 되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는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 해결 솔루션을 제공하고 싶어요. 그래서 콜게이트, 오랄비 같은 회사가 플라스틱이 아닌 대나무로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큰 기업이 바뀐다면 환경을 지키는 것은 물론 빈곤 탈출에도 큰 도움이 될 거요. 이렇게 대나무 칫솔 생산 솔루션을 개발하고 제공해 플라스틱 산업을 혁신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글 시시비비 하늘
시시비비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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