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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놓친 광고천재가 요즘 만드는 작품입니다

CCBBLAB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7.15 09:28:07
조회 5614 추천 17 댓글 50

광고천재 이제석 공익광고 분야 선구자
“100년 가는 명품 광고 만들 것”

“9시 뉴스 앞에 틀지 말고 9시 뉴스에 보도되게 하라”



뉴스에 보도된 이제석 대표 광고. /이제석 광고연구소



‘광고천재’ 이제석(39) 대표는 자신이 추구하는 광고 가치를 이렇게 밝혔다. 그에게 좋은 광고란 권력과 자본이 아닌 문제에 대한 진실한 마음이다. 그는 이런 신념으로 2009년 자신의 이름을 건 ‘이제석 광고연구소’를 설립했다. 공익광고 시장을 개척한 선구자라는 별명이 붙었다. 공익광고 제작 비중을 100%에 가깝게 늘리면서다.


이제석이 만든 대기 오염 광고, 뿌린대로 거두리라 반전 광고, 옥수수 미사일 광고. /이제석 광고연구소



이제석 대표는 계명대학교 시각디자인과를 전공했다. 간판쟁이부터 광고를 시작한 그는 만점에 가까운 학점을 받고 수석으로 졸업했지만 취업에는 번번이 실패했다. 삼성 그룹 계열사인 제일기획, 현대 그룹 계열사였던 금강기획 등 주요 광고회사에 지원서를 넣었지만 모두 그를 외면했다. 그는 해외에서 자신의 천재성을 세상에 드러내기 시작했다. 미국 뉴욕으로 건너가 맨해튼 스쿨오브비주얼아트 광고디자인학과를 졸업하면서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 세계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 애디 어워드, 윈쇼 페스티벌, 클리오 어워드 등 국제 대회서 수십여 회 우승하며 실력을 인정 받았다. 그를 모티브로 한 드라마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광고인을 넘어 창작자로서 정점을 찍은 그를 일산의 한 작업장에서 만났다.


이제석 대표. /jobsN



◇광고는 각성제 역할

이제석 대표는 광고인을 ‘이미지 통역사’라고 말한다. 의미있는 일을 하는 이들의 메시지를 이미지를 통해 쉽게 전달한다는 설명이다.

-광고인은 어떤 일을 하나요?

“말하고자 하는 바를 말이나 글 대신 이미지로 전달해요. 브랜드 호감을 높이거나 사회적으로 필요한 메시지를 전달하죠. 박카스 같다고 표현해요. 메시지를 통해 각성제처럼 정신 바짝 들게 하고 의욕이 생기게 하고 피가 돌게 하는 역할을 하죠.”

-광고를 제작하는 과정이 궁금합니다.

“광고 의뢰가 오면 먼저 광고품목이나 광고 방향성에 대해 논의해요. 그 다음엔 문제 상황이나 광고 목적, 타겟을 연구하죠. 기획서를 만드는 과정이에요. 문제가 무엇인지,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명확해야 합니다. 광고 전달 대상인 ‘타겟’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해요. 만약 일본 영토문제를 다룬다면 한국, 일본, 주변국 중 타겟을 어디로 할 것인지 정해야 하죠. 이후 무엇을 어떻게 말할지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세워요. 아이디어가 나오면 이를 정리해 여러 시안을 만듭니다. 시안은 하나의 청사진이에요. 광고주가 선택한 시안을 바탕으로 광고 제작을 시작합니다. 시안과 최대한 가깝게 구현해야 하죠. 실제 광고 제작에 들어가면 캐스팅이나 촬영, 편집 과정 등을 거칩니다.


광고 문제를 설정하기 위해 마인드맵을 그리는 과정/이제석 아카이브 <blog.naver.com/jeskifolder>



서울 마포 오피스. /이제석 광고연구소



광고 하나를 만드는 데 소요되는 기간은 2~8개월 정도입니다. 어떤 광고를 만드느냐에 따라 달라요. 제작 과정에서 차질이 생기면 1년이 넘게 걸리기도 해요.”

-‘이제석 광고연구소’의 광고 신념이 있나요?

“수익성만을 위해 영혼 없는 지라시 광고를 만들고 싶지 않아요. 광고도 역사에 남을 문화유산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해요. 지속 가능하고 실체 있고 가치를 담은 광고를 만들고 싶어요. 그런 이유로 트렌드를 좇지 않습니다. 지금 유행하는 것도 20년, 30년 뒤면 통하지 않거든요. 기본 원칙을 고집하는 이유에요. 오래 봐도 질리거나 값어치가 떨어지지 않도록 화려한 기교를 넣지 않죠. 쭉 자기 길을 걷다보면 어느 순간 호응이 와요.”

◇공익광고 개척자

/jobsN



누구도 알아주지 않았던 공익광고 분야에서 10년 넘게 일 해오다보니 이 분야에서 어느새 독보적 위치에 올랐다. 대형 광고사와 견줘도 밀리지 않을만큼 인지도와 경쟁력이 생겼다.

“공익광고를 중점적으로 해오면서 이 분야 시장을 새로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관공서와 함께 최초로 파격적이고 기발한 광고를 했었으니까요. 예를 들어 2011년 밤이 되면 눈에 불이 켜지는 올빼미 광고나 2013년 총알같이 달려가는 경찰차 광고가 있죠. 경찰 광고가 큰 호응을 얻으면서 지자체에서도 앞다퉈 파격 광고를 하기 시작했어요. 건물 외벽에 광고를 하면서 매체 비용도 줄이니 더 반기는 분위기였죠.”


이제석이 만든 경찰서 옥외광고. /이제석 광고연구소



이제석이 만든 경찰서 옥외광고. /이제석 광고연구소


-이제석광고연구소의 공익광고 제작 비중은 90%에 가까워요. 공익광고를 고집하는 이유가 있나요?


공익광고를 상업광고와 비교해 특별히 더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공익광고는 사람 사는 문제를 다뤄요. 환경·치안 문제처럼 본질적으로 삶과 맞닿은 이야기죠. 공익광고가 ‘먹고 사는 문제’에 가깝다면 상업광고는 ‘좀 더 멋지게 사는 방법’을 이야기해요.
저는 좀 더 지속가능한 광고를 하기로 마음 먹었으니 공익광고를 주로 하는 것이죠. 한 분야에서 최소 30년은 꾸준히 해야 전문성이 있다고 봐요. 저는 이 길을 택했으니 끝까지 가보고 싶어요.”

-상업광고와 공익광고 차이는 무엇인가요?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기업도 공익적인 측면이 있고, 공적인 영역도 사익을 추구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상업광고는 브랜드 이미지를 바꾸거나 제품을 알려 구매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공익광고는 후원이나 알림, 계몽 목적이 많고요. 말하자면 잔소리 같은 것이에요. 귀찮은 잔소리를 재밌고 기발하게 들려주는 겁니다.
-‘틀을 깨는’ 사람이 ‘틀에 맞춰 움직이는’ 공무원과 일하고 있어요. 어려움은 없나요?
“재밌어요. 일하는 방식은 다르지만 추구하는 가치가 통해요. 정직하게 제 할 일 하자는 같은 가치를 추구합니다. 다만 공익광고는 사회적으로 무리 없이 받아 들일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합니다. 저는 날카로운 엣지를 살리고 싶을 때가 있거든요. 그럴 땐 조금 아쉽죠.”

◇광고도 연구가 필요해

이제석 대표는 모든 광고 제작 현장에 참여한다. 시공에 참여하거나 중장비를 직접 다루기도 한다. 최초 아이디어 작업부터 최종 결과물까지 전 제작과정에 참여하다보니 미술부터 공학 분야까지 공부해야 할 분야도 무궁무진하다.

“일을 해보니까 기획 단계에서 최종 결과물까지 의도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다보니 제작이나 생산과정까지 깊이 관여하게 된거죠. 몸으로 부딪히면서 알게 되는 분야도 점점 넓어지는 것 같아요.”


일산 고양 생산공장. /이제석 광고연구소



-최근에는 광고 관련 시설물 작업을 많이 하고 있다고요.

“광고 부착물만 광고 기능이 있는게 아니라 시설물 자체도 광고 기능을 갖출 수 있어요. 다양한 방식으로 광고하는 것을 연구하고 있죠. 기능성을 갖춘 시설 광고가 요즘 심도 있게 연구하는 분야에요. 예를 들어 소화기함이나 식수대, 버스정류장, 조형물이자 홍보부스가 있어요.


/이제석 광고연구소



/이제석 광고연구소

저는 이 방식이 우리 미래라고 생각해요. 탄피 갈아끼우듯 사라지는 광고가 아니라 실체가 있는 광고거든요. 새로 만든 소화기함은 이전보다 제작비용을 줄이고 더 눈에 띄게 만들었어요. 화재가 났을 때 더 쉽게 발견하고 불을 끌 수 있으면 이보다 더 좋은게 어디있겠어요. 이런 광고는 일회성도 아니기 때문에 작업하는데 보람이 있어요.


/jobsN



/jobsN



이제석 대표가 만든 옥외 광고물은 10년이 지나도 초기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새로 만드는 일’ 이상으로 ‘고치는 일’에도 공을 들인다고 한다.

-만든 광고물이 대부분 사이즈가 큰데 유지·보수는 어떻게 하나요?

“미세먼지나 폭우, 태풍이 오면 때가 묻고 녹이 슬고 찢어지는 경우가 있죠. 의무적인 하자 보수 기간은 1~2년 정도이지만 꾸준히 유지 관리를 해요. 배보다 배꼽이 클 때도 있었죠. 하지만 작업물이 낡거나 부서지면 연구소 신뢰도가 타격받아요. 유지 비용은 일년에 수백만원 정도 들어요.

애초에 만들 때부터 생길 수 있는 하자를 대비하는 작업이 중요해요. 모든 구조물은 취약한 부분이 있어요. 옥외광고물을 설치할 때는 광고판 구조물을 잘 알아야 하죠. 철이나 나무, 천 등 소재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현재까지 참여한 광고작은 몇 편인가요?

“정확히 세어 보진 않았지만 대략 1000편쯤 되는 것 같아요.”

-광고 영감은 어디에서 얻나요?

“스티브잡스가 연설에서 한 말 중에 ‘커넥팅 더 닷’(Connecting the dots)이 있어요. 점이 모여 선이 되듯 별 연관 없어 보이는 것도 서로 연결하면 결과물로 만들어진다는 의미입니다. 아이디어도 결국 연결짓기라고 생각해요. 어떻게 연결하느냐가 문제죠. 단순하게 모양이나 색깔에서 연결성을 찾는 방법도 있습니다.


코로나 손씻기. /이제석 광고연구소.



예를 들어 코로나 손씻기 광고는 손을 씻을 때 손모양이 기도하는 손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만든 광고물입니다. 그때 마침 뉴스에서 여럿이 모여 기도하는 모습이 나오기도 했고요.”

-가장 기억에 남는 광고가 있나요?

“새로운 것을 많이 시도하다 보니 딱 꼬집어 말하기 어려워요. 돌이켜보면 고생을 많이 한 작업물이 기억에 남아요. 제가 만든 작업물 중에는 부서지고 깨지고 박살난 듯한 표현이 많아요. 철판을 종이처럼 찌그러뜨리는 과정에서 많이 다쳤어요. 또 담배꽁초 7만개 주워 트리 만들 때도 악취에 시달리고 고생 많이 했죠.”


/이제석 광고연구소



/이제석 광고연구소



/이제석 광고연구소

-그렇다면 가장 보람있었던 작업은 무엇이었나요?

“안목 있는 의뢰인을 만날 때 가장 좋아요. 좋은 시안을 골라주면 고맙죠. 서로 뜻이 잘 통하기 때문에 결과물도 좋습니다. 최근에 작업한 푸르메 재단 옥외광고나 경주의 모 한의원에서 의뢰한 출산 장려 캠페인이 그런 경우에요.


/이제석 광고연구소.



/이제석 광고연구소.



푸르메 재단은 발달장애인을 지원하는 단체입니다. 실제 장애인을 모델로 건물 외벽에 광고를 크게 내걸었어요. 지금까지 그런 크기로 장애인을 옥외광고 한 경우가 없다보니 피드백도 좋았어요. 재단 광고도 잘 됐고, 동네가 밝아졌다는 평가를 받았죠. 모델로 참여한 아이들도 행복해했고요. 경주 출산 장려 캠페인은 현재 경주가 인구 감소율이 뚜렷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현장 답사를 다녀오면서 만든 작업이에요. 경주 왕릉을 보면서 문득 임산부 배가 생각났죠. ‘커넥팅 더 닷’처럼 연결된거에요. 큰 무덤과 임산부 배를 떠올리며 죽음이 아닌 삶으로 나아가야한다는 의미에요. 후속편으로 땅 속의 보물, 뱃 속의 보물이 나오기도 했죠.

광고를 만드는 과정에서 문화를 체험하는 동안 스스로 완전히 몰입했다고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장애아동과도 소통하면서 내 삶이 확장된다는 보람도 들고요. 의미있는 일이죠. 이런 경우엔 수익이 많이 남지 않아도 이 일을 계속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광고의 미래

-광고업에 대한 환상과 현실이 궁금합니다.

“광고는 탄피같다는 느낌이 들어요. 제품 판매만을 위해 그때 그때 광고를 갈아쓰고 쉽게 버린다는 느낌이죠. 의사나 변호사를 찾아갈 때는 평판이나 내공을 보고 찾아갑니다. 반면 광고회사를 선택할 때는 그 회사가 얼마나 유행에 민감한지를 보고 선택하거든요. 그런 부분에 있어 광고가 소모품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아요.

그렇지만 저는 제 직업을 사랑해요. 적성을 살려서 창작 활동을 하고 있으니까요. 창작이 너무 재밌어요. 손이 부르트고 손톱이 빠져도 내 손 끝에서 탄생한 결과물이 눈앞에 서있는 모습을 볼 때 가장 좋습니다.”


/jobsN



광고시장은 최근 5년 동안 큰 체질변화를 겪었다. PC나 모바일 등 온라인 광고 시장이 급성장했다. 광고업계는 매체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불투명하고 혼란한 상황에 직면했다고 한다.

-광고의 미래를 어떻게 보시나요?

“광고 시장은 크게 방송, 인쇄, 디지털이 있어요. 과거에는 TV나 라디오, 신문, 잡지가 4대 매체였지만 온라인 시장이 커지면서 매체가 많아졌어요. 전통적인 광고시장 규모는 줄어들고  디지털 광고 대행사가 큰 흐름으로 자리잡았어요. 전통 매체에만 의존해서 살아남기는 힘든 상황이죠. 그래서 더욱 광고 ‘소재’ 개발에 집중하고 있어요. 쉽게 말해 광고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죠. 영화감독이 영화를 촬영하는 것처럼 콘텐츠를 만드는 단계까지에요. 나머지 배급이나 상영까지는 또 다른 차원인거죠. 저는 제작까지만 하고, 배포를 담당하는 분야는 따로 있어요.”

-이제 AI도 광고를 만드는 시대라고 하던데요.

“인간의 감수성과 지능으로 만드는 게 광고같아요.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지 모르겠지만, 아직까지 기계는 숫자를 통해 분석하는 분야에서 강하다고 생각해요. 빅데이터를 이용해 실제 구매층에게 광고를 내보내는 부분은 기계가 더 우수하죠. 구글이나 유튜브만 봐도 광고를 유도탄처럼 볼 만한 사람, 살 만한 사람에게 내보내잖아요. 하지만 여전히 엉뚱하다던가 마음을 울리는 부분들에 있어서는 인간의 영역이 남아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AI 광고와 한번 겨뤄보고 싶다는 생각도 듭니다.”

-광고인을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트렌드를 따라가기보다 본인 스타일을 잘 고수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기본 원칙을 잘 지키는 것도 중요하죠. 요즘 광고는 웃기거나 튀는 말, 행동으로 이목을 끌어요. 그런데 거기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광고를 통해 인식 전환을 하려고 한다면 광고 하고자 하는 문제와 해결책에 대한 충분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jobsN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광고를 만들어나갈 계획인가요?


“광고를 다른 분야와 결합하는 작업을 하고 싶어요. 음수대나 버스정류장 등 시설 광고를 한 것처럼 좀 더 실생활에 도움되고 실체가 있는 것들을 말이죠. 종이 한 장으로 광고하는 것도 좋지만, 여기서 더 나아가 생활에 녹아든 광고를 하고 싶은거죠. 창작 영역을 확대하고 싶어요. 광고가 게스트가 아니라 호스트이길 바라요. 또 광고가 상품을 포장해주는 포장지 역할만이 아니라 광고 자체가 상품이 되도록 하는 것이 제 목표에요.”

글 시시비비 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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