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개수수료 약 1028만원’. 올해 6월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은 11억4283만원. 법정 부동산 중개보수를 적용했을 때 내야 할 중개수수료가 1000만원이 넘는다. 9억원 이상 부동산을 매매하면 매매가의 0.9%를 산 사람과 판 사람 양쪽에서 받는다. 매매가 2억~6억원 미만은 0.4%, 6억~9억원 미만은 0.5%의 중개수수료를 적용한다. 공인중개사를 통해 집을 매매하거나 전·월세를 계약하는 경우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에 달하는 수수료를 내야 한다. 수수료가 비싸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공인중개사 자격증 취득 인구가 40만을 넘어서면서 경쟁이 치열해지자 부동산 중개업계도 변화를 맞고 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프롭테크(Proptech·부동산을 뜻하는 프로퍼티(Property)와 기술을 의미하는 테크놀로지(Technology)의 합성어)를 접목한 서비스도 나왔다. 다방이나 직방이 매물 추천부터 계약까지 한번에 끝내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부동산 중개업계가 적자생존 경쟁에 치닫은 가운데 “집 파시는 분들에게는 중개수수료가 무료”라는 파격적인 문구를 내건 업체까지 등장하기 시작했다. 킹콩부동산 김정남(52) 대표는 그런 중개사 가운데 하나다.
킹콩부동산 김정남 대표. /김 대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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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콩 반값 수수료 부동산을 운영하고 있는 김정남입니다.”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딴 이유는 무엇인가요?
“식품회사 영업사원부터 시작해 식당, 청소업체를 운영했어요. 공인중개사 준비를 시작한 이유는 부동산 중개보수가 너무 비싸다는 생각 때문이었어요. 9억원 이상 아파트는 중개수수료로 매매가의 0.9%를 받습니다. 요즘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아파트 한 채 가격이 10억원 정도 합니다. 매물 10억원을 기준으로 중개수수료는 900만원이죠. 매도인·매수인에게 모두 받으면 1800만원입니다. 너무 비싸다고 생각했죠. 0.9%를 다 받지 않고 0.5%만 받아도 양쪽 합쳐 각각 1000만원을 받습니다. 소득은 그대로인데 아파트 가격은 많이 올랐어요. 여기에 수수료까지 목돈을 내야하니 거래하는 데 부담을 많이 느꼈어요. 저도 이사를 다니는 동안 소비자 입장이었으니까요. 다음 직업은 공인중개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주경야독으로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땄어요. 1차 시험과 2차 시험을 2년에 걸쳐 합격했어요.”
-‘허위매물 가두리 NO’, ‘집 팔땐 중개수수료 0원’, ‘집 살땐 중개수수료 반값’이란 문구가 눈에 띄던데, 어떤 의미인가요?
“말 그대로 집을 파는 매도인에게 중개보수를 무료로 하겠다는 이야기입니다. 저희에게 네이버 단독 광고를 맡기는 조건에서요. 네이버 부동산 코너에 저희가 단독으로 매물을 올리는 조건이죠. 광고 단가는 비교적 저렴한 수준으로 비용은 저희가 부담하고 있습니다. 단독 광고 조건이 아니더라도 수수료는 0.1%만 받습니다. 집을 사는 매수인에게는 법정 상한선 반값만 받습니다.
현재 주민들은 부동산 시장에 대한 불신이 높습니다. 부동산이 허위 매물을 올려놓거나 가두리를 통해 집주인이 부르는 호가(呼價)를 조종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죠. 허위매물은 존재하지 않는 매물입니다. 일부 부동산에서는 허위매물을 올려두고 고객들이 찾아오도록 해요. 고객이 찾아오면 다른 매물을 보여주는 식이죠. 부동산 가두리는 부동산끼리 담합하는 것을 말합니다. 가두리를 통해 강제로 아파트 값을 조정하고, 거래량을 늘려 중개수수료 수입을 늘리려고 하는 것이죠. 요즘 정부 차원에서 허위 매물이나 가두리를 단속하고 있지만 아직도 그런 일이 발생합니다. 당연히 하지 말아야 할 불법행위지만 빈번히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문구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기존 부동산 시장에서는 파격적인 시도 같아요.
“부동산 시장에는 관행적으로 사모임이나 사설망을 활용한 중개문화가 있어요. 모두가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암암리에 있습니다. 수천만원에서 1억원 가량 가입비를 내야 사모임에 들어갈 수 있죠. 그렇지 않으면 신규 중개사들은 영업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요. 예를 들어 한 아파트 상가에 매물 다섯 개가 나와도 사모임에 가입하지 않았다면 부동산 사무실 구하기가 어려워요. 경쟁 업체를 받아줄 리 없죠. 게다가 저는 중개수수료 무료 광고 문구까지 내건 상황이라 더욱 사무실 구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만큼 기존 부동산 시장이 폐쇄적이죠. 신규로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딴 사람들이 시장에 들어오기 어려운 구조예요.
사모임에서 가두리 영업이나 담합행위, 허위매물같은 불법행위가 일어나기도 합니다. 공인중개사에 대한 불신이 높아질 수밖에 없죠. 강압적으로 가격을 낮추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본인 아파트 가격은 본인이 정하는 게 맞죠. 물건을 내놨는데 팔리지 않는다면 매도인 스스로 가격을 낮춥니다. 시세를 전혀 모르는 경우에는 비슷한 매물 상황이 어떤지 알려드릴 때도 있어요. 부동산 불신이 높은 이유 중 하나가 내 집을 내가 원하는 가격에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제가 사모임에 들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정직한 부동산 중개문화를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어요. 반값이나 무료 중개보수는 사모임에 들지 않아 매물 확보가 어려운 신규 진입자 나름의 생존 전략입니다.”
-‘반값’ 또는 ‘무료’ 중개 수수료는 개업공인 입장에서 결국 손해 아닌가요?
“평상시 사무실 유지에 드는 비용을 줄이면 소비자한테 부담하는 수수료를 낮출 수 있다고 판단했어요. 보통 부동산은 번화가에 있습니다. 건물 1층에 있기도 하고요. 임대료가 비싼 곳이죠. 저는 주로 인터넷 블로그를 통해 홍보합니다. 위치는 크게 중요하지 않아요. 사무실을 건물 2층에 얻어 임대료나 유지 비용을 아낄 수 있었습니다.”
-기존 개업공인에게 반발이 심했을 것 같아요.
“활동하던 부동산 인터넷 카페에서 쫓겨났어요. 카페에 있던 회원(동네주민)분들한테는 지지를 많이 받았지만 동종 업계 종사자들이 봤을 때는 상도의에 어긋나고, 시장 질서를 파괴하는 것이었죠. 주변 부동산에서 반발이 심해 사무실을 차릴 가게 하나 임대하는 것도 어려웠어요. 나중에는 제 사무실로 찾아와 ‘어떻게든 당신 영업을 방해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습니다. 그분들 상황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 부동산 시장이 너무 오래된 관행으로 유지되고 있는 게 안타까웠어요. 이제 코로나로 비대면 시대가 왔고, 직방같은 새로운 서비스도 나오고 있으니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게티이미지뱅크
-부동산 중개 과정을 설명해주세요.
“초보 중개사들은 계약서 작성을 어려워합니다. 매매할 때 계약서가 큰 역할을 하니까요.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매물 확보입니다. 매물이 있어야 고객들이 찾아오거든요. 그런데 매물은 가만히 앉아있는다고 찾아오는 게 아닙니다. 열심히 홍보하고 발품팔아 확보해야죠. 매물을 확보하면 네이버 부동산에 정보를 올립니다. 매수인은 온라인에서 기본적인 정보를 확인하고 부동산에 연락해요. 가격 네고(협상)가 되는지 수리 상태 등을 물어봅니다. 다음에는 집주인이나 세입자 허락 하에 집 구경을 하죠. 살펴본 집이 자기 취향에 맞다면 계약금을 걸고 계약합니다. 매도인과 매수인이 날짜를 맞추고 부동산에 모여 계약서를 작성하면 중개 과정은 공식적으로 끝이 납니다.”
-현재 확보한 매물은 몇 개 인가요?
“개업한 지 두달 정도 된 상황인데 확보한 매물만 200개 정도입니다. 현재 동네 부동산의 경우 20개 확보도 쉽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요즘 프롭테크를 접목한 ‘직방’같은 부동산 어플도 나오고 있습니다. 개업공인의 생존 전략은 무엇인가요?
“현재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은 40만명 정도로 알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10만명 정도가 기존 부동산 시장에 진입해있는 상황이죠. 그런데 직방도 아파트 중개 시장에 진출한다고 하니 기존 개업공인들은 딜레마에 빠진 상황입니다. 저처럼 반값·무료 중개보수를 내건 사업자도 있는데 프롭테크를 활용한 중개 앱까지 나오고 있으니까요. 신규로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한 분들은 기존 부동산 시장에 진입하기가 더욱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들만의 문화가 공고히 자리잡고 있으니까요. 기존 중개사분들도 프롭테크 분야로 편승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신규 진입자분들도 그쪽을 활용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직방은 프롭테크 기술로, 신생업체는 가격 경쟁력으로, 동네부동산은 오랜 경력과 매물 보는 눈으로 더 나은 서비스를 줄 수 있어야겠죠.”
/김 대표 제공
-앞으로 계획과 목표는요?
“주민들한테 응원 전화가 많이 오면서 책임감도 따라옵니다. 허위매물이나 가두리를 하지 않고 건전한 부동산 중개문화를 정착시키고 싶어요. 내년쯤 법인을 만들어 사업을 확장하려고 합니다. 저희가 운영하는 시스템을 평촌, 의왕, 과천, 군포를 비롯해 서울과 수도권 전 지역으로 확대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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