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모델 로지가 국내 최근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 10만명을 넘겼다. 국내 가상 인플루언서 중에서 팔로워가 가장 많다. 로지는 신한라이프 TV 광고에 나와 춤 실력을 뽐내면서 처음 등장했다. 전형적인 미인상은 아니지만 개성 넘치는 이미지이다.
로지가 실존 인물이 아닌 컴퓨터 그래픽(CG)으로 만들어진 캐릭터임이 밝혀졌지만 그의 파급력은 오히려 더 커지고 있다. 그의 인스타그램에는 단순히 예쁘고 멋진 사진이 아니라, MZ세대의 라이프 스타일을 반영한 콘텐츠가 올라온다. 골프 라운딩 패션을 선보이기도 하고, 스카이다이빙이나 스킨스쿠버를 즐기기도 한다. 또 서울 5성급 호텔에서는 호캉스를 즐기기도 한다.
한마디로 젊은 층이 동경하는 삶을 ‘저격’해 전시하는 셈이다. 그를 팔로우하는 2030은 “한 번쯤 살아보고 싶은 삶을 자유롭게 즐기는 모습이 멋있어 보인다”고들 한다. 로지가 쓰는 물건을 실제로 구입하고, 라이프 스타일을 따라 하고 싶은 욕구를 자극한다. 호텔, 전기차, 패션 브랜드 등 로지의 광고 매출만 10억원에 달한다. 여느 인플루언서나 연예인처럼 과거 학교폭력이나 음주운전 등의 리스크에서 자유로운 점도 광고 모델로서 큰 메리트 중 하나이다.
가상 모델 열풍은 전 세계적이다. 코로나19와 기술 발전이 맞물려 가상 모델 시장은 점점 커지고 있다. 과거처럼 인간도 만화 속 캐릭터도 아닌 애매한 이미지에서도 탈피했다. 인스타그램 속 모습만 보면 실제로 어디엔가 존재하는 사람 같다.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서 활동하는 가상 모델은 전 세계 100여명으로 추산된다.
세계 최초 가상 모델은 슈두(Shudu)이다. 영국 출신 사진작가 캐머런 제임스 윌슨이 패션업계 경력을 바탕으로 3D 이미지 처리 기술을 이용해 만들었다. 명품 브랜드 디올, 발망, 페라가모 모델로 활동했고 지난해에는 삼성전자와 손잡고 ‘갤럭시 Z플립’ 화보를 촬영하기도 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가상 모델은 누구일까? 미국 19세 팝 가수 릴 미켈라이다. 가상 모델 시장에서 팔로워 수는 곧 권력이다. 그는 인스타그램 팔로워만 300만명이다. 2016년 4월에 데뷔해 1년에 1000만달러(118억원) 넘게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지난해 수익만 1170만달러(약 130억원)이다. 2018년에는 ‘타임’이 선정한 ‘인터넷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 25인’에 방탄소년단,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함께 오르기도 했다. 미켈라 역시 가상 모델로서 서사를 쌓아가고 있다. 사회적 이슈에 대해 사람처럼 적극적으로 발언하기도 한다.
아시아 시장에서도 열기가 뜨겁다.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가상 모델은 이마. 분홍색 단발머리가 트레이드마크인데, 2018년 처음 등장해 팔로워 35만명을 끌어모았다. 지난해 우리 돈으로 7억원의 수익을 냈다. 가구업체 이케아가 일본 도쿄에 매장을 내면서 이마를 모델로 발탁했다. 이마는 이케아 매장에서 3일간 먹고 자고 요가하고 청소하는 등 일상을 보여줬다. 이마는 포르쉐 모델로도 활동하고 있다. 올해 9월 도쿄 패럴림픽 폐막식에도 등장했다.
지난달 중국에서는 가상 대학생 화즈빙이 탄생했다. 칭화대 컴퓨터학과와 AI기업 즈푸, 샤오빙 등이 공동 개발했다. 칭화대 컴퓨터학과 신입생이라는 콘셉트인데, 학교는 이미 화즈빙에게 학생증과 이메일 계정까지 발급해 줬다. 태국도 지난달 이동통신사 AIS가 가상 모델 아일린을 선보였다.
이처럼 전 세계 유명 가상 모델들은 모두 10~20대 여성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화장품, 패션 등 주 소비층이 여성이기 때문이다. 한편에서는 가상 모델이라는 새로운 기술이 기존 우리 사회의 성별 편향성을 확대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새 가상 모델이 출시될 때마다 ‘인형 같은 외모’ ‘나이 들지 않는 젊음’ ‘날씬한 몸매’ 같은 말이 수식어로 따라붙는다. 기술은 진보했으나 젊은 여성을 성적 대상화 하는 문화는 그대로인 셈이다.
우리나라 최초 가상 인간은 1998년 사이버가수로 데뷔한 남성 ‘아담’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당시 아담은 3D 그래픽으로 구현됐었는데 지금 와서 보면 사람보다는 만화 주인공 느낌이 강하다. 현재 가상 모델이 로지처럼 따라 하고 싶은 라이프 스타일을 보여주면서 동시대 여성들에게 소구력을 갖는다면, 아담은 앨범을 내며 팬들을 끌어모으는 방식으로 어필했다. 아담은 키 178cm에 조각 같은 외모, 20살 사이버 가수라는 정체성을 갖고 있었다. 당시 아담의 첫 앨범은 20만장이나 팔렸고 실제 팬클럽도 존재했었다. 그러나 2집에 실패하고 조용히 사라지면서 “아담이 군대 간 것 아니냐”, “컴퓨터 바이러스에 걸려 죽은 것이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나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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