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울디자인 박치은(35) 대표는 독특한 이력을 가졌다. 정치외교학을 전공한 대학 시절 국회의원 수행비서로 1년간 일하고 졸업 후에는 KT&G에 입사해 남부럽지 않은 직장 생활을 했다. 하지만 대기업 업무환경에선 스스로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마침 우연히 알게 된 한 목수를 보며 전문기술직을 염원했다. 좀 더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는 데다 안정적인 미래를 보장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렇게 인생의 전환점이 찾아왔다. 27살에 직장을 그만두고 일당 6만원의 일용직을 시작한 것. 몸으로 기술을 익히기 위해 시작한 일이지만 그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고 한다. 공사 현장을 뛰던 건설 노동자에서 연 매출 100억원의 인테리어업체 대표가 된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다가 목수가 되겠다고 나왔는데 주변 반응은 어땠나요?
“전 직장을 다니는 것보다 기술을 배워 주도적인 일을 하는 것이 더 안정된 삶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직장을 나온다고 하니 부모님부터 지인들까지 전부 만류했어요. 직장을 나오는 게 더 불안정한 삶이라고 생각하신 거죠. 하지만 아내만큼은 제 선택을 존중해 줬어요. 큰 결심인 만큼 섣부른 결정은 아닐 거라고 믿어줬죠. 제가 직장을 나와서 지금의 사업을 운영하기 전까진 아내가 벌어오는 돈으로 생활했어요.”
-처음 현장에 나갔을 때 기술 사용보단 다른 일을 더 많이 했다고요. 현장 처우는 어땠나요?
“직장을 나와 목공·타일·필름 학원을 다니면서 기술을 배웠어요. 자격증을 취득하면 건설회사에서 바로 채용할 거라 생각했죠. 그런데 전부 떨어졌어요.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일당 6만원을 받고 일용직 건설노동자로 현장을 뛰었어요. 1년 가까이 짐 나르는 일만 주야장천 했어요. 초기 공사 현장엔 엘리베이터가 없기 때문에 층마다 문짝과 문틀을 일일이 운반해야 해요. 하루 평균 60틀 정도 옮겼어요. 일이 없을 때는 건설회사 철거팀에 들어가 벽돌 나르고 폐기물 치우는 일을 했죠.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건 정말 귀한 일이라는 걸 그때 깨달았죠.
일이 고돼서 매일 밤마다 자기 전에 각오를 해야 했어요. ‘하루 잘 버텨보자’, ‘이겨내 보자’라고요. 스스로 마음을 다잡지 않으면 다음 날을 버텨내기 힘들었거든요. 하지만 그 생활을 3개월 정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몸도 그 일에 익숙해지더군요.”
-건설 노동자에서 인테리어 업체 대표가 됐어요. 그 과정이 궁금합니다.
“건설 현장에서 일을 하면서 알게 된 인테리어 회사에서 연락이 왔어요. 한 달에 80만원을 줄 테니 같이 일해보자고요. 저는 그때 돈을 받으면서 학원 다닌다는 생각으로 일했어요. 경력이 4~5개월 되니 급여가 120만원으로 올랐고, 3년차 때는 150만원이 됐어요. 5년차에는 연봉 2400만원을 받았죠.
회사에서 일하는 동안 낮에는 현장 작업을 하고 밤에는 실행 비용을 분석했어요. 투입 비용 대비 수익률을 기재하고 목록으로 만들어 견적 내는 프로세스를 연구했죠. 이런 노력을 회사 대표님이 알아봐 주셨고 5년차부터는 영업을 주로 맡기셨어요. 고객 오더를 받고 상담해서 계약하는 일을 주로 했죠. 이때부터 창업할 준비가 됐다고 생각했어요. 인테리어 업계는 진입장벽이 낮은 데다 대기업에서 근무하면서 쌓인 업무 경험도 있기 때문에 창업했을 때 성공할 수 있겠다는 자신이 있었어요.”
-인테리어업은 진입장벽이 낮은 편이라고요. 어떤 이유인가요?
“인테리어업은 관련 학과를 나온다거나 그 분야에 특별한 전문지식이 없어도 창업할 수 있는 분야에요. 원칙적으론 인테리어 업체를 운영하기 위해선 실내건축공사업 면허가 있어야 해요. 이 면허를 취득하려면 건축 관련 기술 자격증을 소지한 사람 2명과 자본금 1억5000만원 등이 있어야 하죠.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제대로 된 면허를 갖고 인테리어 업체를 운영하는 회사는 5% 미만이에요. 사업자등록은 어떤 조건도 없이 구청에 신고하면 3일이면 나오거든요. 목수나 도배 등 전문자격증 없이 현장 경험만으로 인테리어 사업을 운영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아요. 이런 현실을 일반 사람들이 잘 모르죠. 그래서 인테리어 업체를 선정할 때는 실내건축공사업 면허 취득 여부를 꼼꼼하게 따져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인테리어업 또는 작업 현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첫 번째는 안전이죠. 두 번째는 고객의 니즈이고요. 현장에 있다 보면 변수가 굉장히 많아요. 갑작스러운 문제가 생겼을 때 고객과 얼마나 빠르게 피드백해서 그 일을 처리하느냐가 중요해요. 또 현장에는 반드시 도면상에 나타낼 수 없는 세부 사항을 명시한 시방서와 설계 도면이 필요합니다. 공사 지침서가 있어야 규칙대로 일을 처리할 수 있어요.”
-요즘 인테리어 디자인 트렌드는 무엇인가요? 대표님이 선호하는 디자인이 있나요?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공간에 변화를 주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많이 늘었어요. 저는 ‘무(無) 몰딩’ 작업을 많이 했죠. 몰딩은 창틀이나 가구에 테두리를 장식하는 방법인데 이 몰딩을 없애면 디자인이 깔끔해지고 공간에 개방감이 생겨요. 주로 고급 아파트나 호텔에 적용되던 인테리어인데 요즘 고객분들이 많이 찾는 디자인이기도 합니다.”
유튜브판 러브하우스 비포&애프터. /아울디자인
-인테리어는 하자 문제를 빼놓을 수 없는데 어떻게 대처하시나요?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하자는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문제 같아요. 얼마나 잘 대처하느냐가 중요한데 신속한 처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희는 현장 직원들이 곳곳에 파견돼있어요. 고객 애프터서비스(AS)를 요청하면 즉각적으로 현장에 찾아가 피드백합니다.”
-좋은 인테리어 업체를 알아보는 팁이 있나요? 주의할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첫 번째는 회사를 찾아가 봐야 해요. 보통 공사 현장이나 바깥에서 만나자고 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런 경우 페이퍼컴퍼니가 아닌지 확인이 필요해요. 사무실에 찾아가서 직원이 있는지 알아보는 식으로요. 두 번째는 면허 확인입니다. 확인 방법은 굉장히 간단해요. 국토교통부 홈페이지 ‘키스콘’에 접속하면 건설산업정보시스템이 나와요. 건설업체 정보를 조회하고 해당 업체를 검색해 보면 면허 유무가 나옵니다. 이 과정을 통해 어느 정도 신뢰할 수 있는 업체를 선정할 수 있습니다.”
-사장님만의 사업 운영 노하우는 무엇인가요?
“저희 회사는 디자인팀과 현장팀이 철저히 분업화된 시스템이에요. 동시에 소통은 강화해서 고객의 니즈를 정확히 반영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디자인팀은 온전히 디자인에 몰두해서 더 좋은 공간을 연출하고, 현장은 그 공간을 실제로 구현하는 데 힘을 쏟고 있어요.”
-인테리어업을 준비 또는 시작하는 이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우선 이 일에 진심이어야 해요. 돈을 많이 버는 것을 목표로 두기보다 내가 하는 작품과 그 가치에 집중해야 하죠. 커리어를 차곡차곡 쌓아서 내 작품의 가치를 만드는 거예요. 자기 브랜딩이죠. 그러다 보면 그 값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 같아요. 또 회사에 직원이 21명 있는데 저는 그분들의 과정을 전부 겪어왔기 때문에 어떤 문제 상황이 와도 그걸 극복할 수 있는 저만의 매뉴얼이 자연스럽게 생겼어요. 실제 현장 경험을 많이 쌓을수록 그게 본인의 경쟁력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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