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구영하(가명·38)씨는 신용카드 청구서를 살펴보다 놀랐다. 언제부터인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나 차(茶) 구독 등으로 달마다 10만원 넘게 빠져나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유튜브 프리미엄 1만4000원, 왓챠 1만2900원, 넷플릭스 1만4500원, 리디북스(전자책) 4900원,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 4900원, 플로(음악 스트리밍) 5500원, 차 구독 1만6000원, 운동 앱 구독 3만8000원. 구씨는 “코로나 시국을 슬기롭게 보내기 위해 나름 필수적이라고 생각한 지출들이었는데 야금야금 내 지갑을 갉아먹고 있더라”며 “OTT 구독만 3가지를 하는데, 세 플랫폼마다 독점 콘텐츠가 달라 어디서부터 정리해야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구씨처럼 어느 날 보니 구독 경제 품목이 늘어나 있는 사람들이 많다. 구독 경제는 소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이 됐다. 동영상 구독은 기본이고, 꽃을 격주로 배송해주는 꽃 구독, 입을 옷을 갖다 주고 또 다시 수거해 가는 옷 구독, 자신의 건강 상태에 맞춰 영양제를 매달 배송해주는 영양제 구독, 월 단위로 마스크팩을 받아보는 화장품 구독, 수 개월 단위로 집 안에 그림을 달아주는 그림 구독 등 소비할 수 있는 거의 모든 품목에서 구독 형태로 결제가 이뤄지고 있다.
가랑비에 옷 젖듯 소비가 늘 수밖에 없다. 구독 경제가 일상으로 자리잡으며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은 값을 올리거나, 해지를 아주 어렵게 만들어놓는 등 배짱 장사를 하기도 한다. 11월 18일 넷플릭스는 우리나라에서 프리미엄 요금제를 월 1만4500원에서 1만 7000원으로 17%나 올렸다.
구독은 스마트폰 터치 몇 번이면 바로 결제가 되는 반면 해지 버튼은 눈을 부릅떠도 찾기가 힘들다. 포털 사이트에는 각종 OTT 서비스 해지 방법이 인기 컨텐츠로 올라오기도 한다. 다음 달에는 해지하겠다고 마음 먹었다가 결제일이 지나기도 일쑤다. 구독자 입장에서는 이용하다 보면 빈정 상하는 순간이 생기는 것이다.
일상으로 파고든 구독 경제에 피로감을 느끼며 ‘구독 정리’에 나서는 이들도 있다. /픽사베이
이러한 상황에 피로감을 느끼는 구독자들은 새로운 방법을 찾아 나섰다. 여러 사람과 아이디를 공유하는 ‘구독 공유’는 이미 흔한 일. 처음에는 구독자들이 알아서 지인과 함께 계정을 공유했으나 이젠 모르는 사람끼리 ‘구독 짝꿍’을 만들어주는 업체까지 등장했다.
이 과정이 번거로운 이들은 ‘구독 메뚜기족’이 된다. 한 달 동안 특정 OTT 업체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몰아본 뒤 다음 달에는 다른 OTT 업체로 갈아타는 식이다. 이같은 방법을 즐겨쓴다는 한 이용자는 “OTT 업체 별로 킬러 콘텐츠(핵심 콘텐츠)는 한 두 개씩밖에 없는데 일일이 결제하기가 돈이 아까웠다”며 “매달 일정표에 구독 해지해야 하는 날을 적어둔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구독 미니멀리즘’ 실천에 나선 이들이 있다. 일종의 탈(脫)구독 운동이다. 한 직장인은 대여섯 가지 되는 구독 서비스를 올 연말까지 모두 정리하기로 결심했다고 했다. 그는 “구독 서비스가 처음에는 편리한 듯 하다가 어느새 일상에 깊이 침투해 소비를 부추기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구독 서비스 업체들이 추천하는 콘텐츠에 중독되기보다는, 서점에 가서 직접 책을 고르고 보고싶은 영화는 따로 결제해서 보는 등 주체적으로 콘텐츠를 소비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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