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상 이모티브 대표 ADHD 아동 위한 디지털 치료제 개발 게임 통해 인지상태 개선하고 충동성 줄여
게임으로 질병을 치료한다? 약도 주사도 아닌 게임으로 어떻게 질병을 치료한다는 걸까. 심지어 세계보건기구(WHO)는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기까지 했는데 말이다. ‘이모티브’라는 스타트업에 이목이 쏠린 건 바로 이 때문이다. 이모티브는 아동 ADHD(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를 위한 디지털 치료제를 만드는 회사다. 모바일 게임으로 아동 ADHD 가능성을 확인하고 인지상태를 개선, 증상을 완화시킨다는 거다. 게임이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걸 입증하고 있는 셈이다. 이모티브는 왜 이런 생소한 도전을 하고 있는 걸까. 민정상(39) 대표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환자의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게임을 활용하는 사례는 계속 늘고 있다. 관련 연구도 활발하다. 디지털 치료제(Digital therapeutics, DTx)는 새로운 개념이다. 디지털 치료제란 약물은 아니지만 의약품과 같이 질병을 치료하고 건강을 향상시킬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말한다. 게임이나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가상현실(VR) 등이 대표적이다. 이미 미국에서는 FDA 승인을 받은 게임도 있다.”
-국내에선 아직 생소한 영역이다. 왜 이 분야에 도전했나.
“대학에선 산업공학을, 대학원에선 인지공학을 전공하고 현대자동차 연구개발본부에서 10년간 연구원으로 일했다. 오랜 기간 인간의 인지 능력과 행동 패턴을 연구했고 운전자 인지모델 개발, 사용자 경험 디자인과 소비자 연구, 제네시스 조작계 개발, 디지털트윈 등을 수행했다. 특히 디지털 트윈은 생산 공정을 가동하기 앞서 이상 징후를 먼저 확인∙진단하는 기술이다. 이를 사람에게 투영하여 신체적, 정신적 상태를 관리해 주면 어떨까에서 시작했다. 지속적인 스터디와 여러 도전 끝에 창업을 결심하고 관련 산업의 가능성을 봤다. 마침 함께 창업한 동료가 게임을 좋아했고 게임과 인지공학을 접목할 수 있는 디지털 치료제 개발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게 됐다.”
-아동 ADHD에 주목한 이유는.
“ADHD는 소아·청소년기에 흔히 발생하는 정신 건강 질환 중 하나다. 주로 6∼12세 소아에서 많이 진단된다. 주의력이 부족해 산만하고, 과잉 행동, 충동성이 나타나는 게 특징이다. 그런데 증상이 있어도 병원을 찾기까진 2년 가까이 걸린다는 얘기를 들었다. ADHD가 의심돼도 부모들이 그 사실을 부정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병원보다는 치료 센터를 전전하는 경우도 많다. 치료 기록이 남는 데다 진단부터 치료까지 힘들어 하는 아이와 연간 2500만원에 달하는 비용도 병원 문턱을 쉽게 넘지 못하게 만드는 이유다. 약물 치료도 큰 부담이다. 이 때문에 적정한 진단과 치료 시기를 놓치는 아동 ADHD 환자가 많다는 걸 알게 됐다. 아동의 ADHD 여부를 좀 더 빠르게 확인하고 병원을 찾을 수 있는 매개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집에서 자가 진단과 치료가 가능한 방법도 찾고 싶었다. 그래서 아동 ADHD를 위한 디지털 치료제를 만들기로 했다.”
-게임을 활용한 이유는.
“아동 ADHD 진단과 치료는 환자의 자발적 참여가 중요하다. 아이들의 거부감을 줄이고 적극적인 참여와 몰입을 위해선 게임이 제격이라고 생각했다. 자발적 몰입이 가능한 컨텐츠이다보니 일반 검사와 달리 아동의 상태를 자연스럽고 면밀하게 관찰할 수 있다. 이미 미국에선 아킬리 인터렉티브(Akili Interactive)가 개발한 인데버 Rx(EndeavorRx)라는 게임이 FDA 승인을 받고 아동 ADHD를 위한 치료제로 처방되고 있다. 정신과 전문의의 진단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한 게임인 만큼 참고할 게 많았다. 여기에 우리만의 기술을 접목한 모바일 컨텐츠이자 디지털 치료제를 지향하고 있는 ‘스타루커스’를 개발했다.”
-스타루커스의 특징은. “ADHD 아동의 인지능력을 진단, 강화할 수 있는 모바일 게임이다. 직접 원하는 캐릭터와 아이템, 테마 등을 선택해 게임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아동의 인지능력을 파악할 수 있다. 인지능력을 강화하는 게임도 따로 마련돼 있다. 게임 스스로 인지한 데이터를 가지고 게임 형태를 사용자에게 맞춤형으로 제공할 수도 있다. 인지능력 강화를 위해선 반복 학습이 중요한데 새로운 자극과 성취감을 주기 위해 분기별로 새로운 게임과 테마를 추가하고 있다. 아동을 위한 게임이지만 성인에게도 효과적인 게임이다. 게임 시간은 매일 1회당 25분을 권장한다.” 스타루커스는 단기 기억 처리를 사용해 기호를 인지·처리하는 능력(작업 기억력), 제시된 과제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수행하는 능력(선택적 주의력),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처리하는 능력(유연성), 시각적 정보를 바탕으로 정해진 작업을 조정·집행하는 능력(조정력), 정보를 인지하고 응답하는 능력(처리속도) 등을 진단할 수 있다. 수집된 이용자의 인지 상태를 수치화한 결과 보고서까지 제공한다. 보호자는 이 분석 보고서를 바탕으로 아동의 인지 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스타루커스의 효과는 얼마나 검증됐나?
“2022년 2월 출시를 앞두고 90여명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하고 있다. 아이들이 재미를 느끼는지 보호자들이 봤을 때 만족스러운지 확인하고 있다. 실제로 게임을 지속적으로 하면서 집중력이 높아지고 과잉 행동이 줄어들었다는 보호자들의 의견이 많다. 아동 ADHD 환자의 보호자들은 약물 치료에 큰 부담을 느낀다. 약물 대신 스타루커스가 증상을 완화할 수 있는 치료제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치료제로 사용하기 위해선 임상 시험이 꼭 필요하다. 임상 시험은 워낙 돈과 시간이 드는 작업이다. 2022년 상반기 투자를 받아 하반기에 실시할 예정이다.”
-스타루커스의 활용 방안은?
“구글플레이, 앱스토어를 통해 수요자가 직접 다운받아 사용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유료로 전환하더라도 2만원대로 가격 부담을 낮출 예정이다. 또 현대자동차와 PoC를 진행했고 째깍악어, 교보생명과 함께 아동 대상 서비스를 하는 기업들과 협업을 진행 중이고 다양한 부분에서 협업을 협의 중이다. 임상이 완료된 후에는 병원에서 처방용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질환을 위한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할 생각도 있나.
“아동 ADHD는 시작일뿐 다른 질환을 위한 디지털 치료제 개발에도 나설 예정이다. 자폐와 치매같은 질환도 관심 있게 보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우울증을 위한 디지털 치료제를 만들고 싶다. ADHD와 치매, 자폐가 모두 우울증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아동 ADHD를 연구하기 전부터 우울증에 관심이 많았다. 그러나 우울증은 증상의 원인이 다양하고 치료법도 다양해서 어려움이 많았다. 다른 증상을 바탕으로 우울증에 접근하면 유효성이 높아질 거라고 생각한다.”
이모티브 팀원들과 민정상(가운데 줄 맨 오른쪽) 대표. /이모티브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분야에 도전했다. 힘든 순간도 있었을 텐데 이 일을 하길 잘했다고 느낄 때가 있다면.
“한때 현대차 임원이 되겠다거나 MIT 박사가 되겠다는 꿈을 꿀 때도 있었다. 창업은 언제나 남의 얘기라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어느 순간 마흔이 되기 전에 내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 결국 서른아홉 살에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됐다. 막상 사업을 시작해 보니 경제적으로 힘든 것도 많았다. 그러나 긍정적이고 책임감 넘치는 팀원들을 만나 서로 도우며 여기까지 왔다. 그렇게 최선을 다해 만든 스타루커스는 아직 출시되지 않았지만 기대 이상으로 많은 관심과 기대를 받고 있다. 보람과 책임감도 함께 느낀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앞으로의 목표는.
“이모티브의 목표는 평범한 일상을 위한, 원래 누려야 할 행복을 되찾아주는 것이다. 아동 ADHD는 물론 치매와 자폐, 우울증 환자들이 보다 쉽게 진단과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만들고 싶다. 그리고 디지털치료제를 기반으로 구축한 다양한 정신적 헬스 데이터를 관리하고, 사용자들을 케어할 수 있는 디지털 헬스케어 전문 기업으로 키워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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