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장기화로 경기가 나빠졌다고 하지만 명품 브랜드들은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하는 역설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경기가 나쁘면 명품 등 고가의 물품을 파는 브랜드 매장들의 매출도 떨어지는 것이 보통일텐데 오히려 코로나 상황에서는 반대의 상황이 빚어진 것이다. 심지어 단순한 매출 상승이 아닌 ‘역대’ 최대 상승이다. 이런 현상은 어째서 생기는 걸까?
에루샤 역대 최대 매출…총 3조2194억원 기록
명품 3대장으로 불리는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는 2021년 한국에서 역대 최대 매출을 올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을 보면 에루샤 세 브랜드의 2021년 국내 총매출은 3조2194억원이다. 이중 국내에 가장 많은 매장을 보유하고 있는 루이비통코리아는 1조4681억원으로, 절반에 가까운 매출을 기록했다. 매출 가운데 임대료, 인건비 등 제반 비용을 제외한 영업이익도 3019억에 달했다. 2020년도와 비교하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40.2%, 98.7%씩 늘었다. 영업익 증가율만 따지면 2021년도 영업익은 2020년의 거의 두 배 수준이다.
세 브랜드 가운데 매장 문이 열리자마자 달려가 물건을 구매한다는 신조어인 ‘오픈런’을 만들어 낸 샤넬코리아는 2021년에 1조2238억원의 매출과 248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2020년과 비교해 각각 31.6%, 66.9% 증가했다. 에르메스도 2021년에 5275억원의 매출, 1705억원의 영업익을 기록하며 전년보다 각각 25.9%, 27.8% 나은 실적을 올렸다.
좋은 실적을 기록해 기뻐하는 건 에루샤만이 아니다. 크리스챤디올코리아도 2021년 6139억원을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보다 86.9% 상승한 매출이며, 매출액 자체만 놓고 보면 에르메스의 5275억원 보다 많은 수준이다. 고가의 귀금속을 주력 제품으로 내놓는 불가리코리아 역시 2021년 매출 272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과 비교하면 48% 늘어난 수치다.
샤넬, 네 차례 가격 인상에도 패션·화장품 등 전사업부 ‘호실적’ 매출 1조 돌파한 루이비통코리아, 영업익도 1년새 두 배 ‘껑충’
놀라운 건 코로나 상황으로 해외여행이 줄어들면서 명품 매출에 큰 부분을 차지했던 면세점 사업에서 부진을 겪은 상황에서 호실적을 기록했다는 사실이다.
더군다나 샤넬은 2021년 무려 네 번이나 가격을 올렸다. 가격을 올리면 보통 판매량이 주춤해지기 마련이라 매출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샤넬코리아는 수 차례 가격을 올리고도 오히려 이전보다도 더 높은 매출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샤넬코리아가 잇따라 가격을 올리면서 샤넬의 인기 제품인 클래식 플랩백 시리즈는 모든 제품이 1000만원 이상의 가격대를 형성했다. 플랩백 시리즈는 가죽 표면의 퀼팅 처리와 금색 체인이 인상적인 가방으로, 샤넬의 시그니처 제품이다. 이 가방의 가격은 가장 작은 사이즈 1105만원, 중간 사이즈 1180만원, 가장 큰 사이즈 1271만원이다.
샤넬코리아는 특히 패션을 비롯해 향수, 뷰티, 시계 부문 등 전 사업부가 성장세를 기록했다. 존 황 샤넬코리아 재무책임자는 “꾸준히 샤넬 제품을 찾아준 고객들 덕분에 괄목할 만한 실적을 달성했다”며 “2021년은 샤넬코리아의의 입지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킨 해”라고 평가했다.
코로나 전후로 명품 판매량 23% 증가 위축됐던 소비 폭발한 보복소비 늘어 과시 좋아하는 MZ세대 ‘플렉스 문화’ 겹치며 수요 폭발
명품 브랜드들의 매출이 코로나 시기 크게 증가한 건 일부 브랜드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롯데멤버스는 코로나 유행 전인 2018~2019년과 코로나 확산 시기인 2020~2021년의 명품 판매량을 비교한 결과, 두 기간 사이 명품 판매량이 23% 증가했다고 밝혔다. 명품으로 불리는 대부분의 브랜드들이 코로나 시기에 오히려 좋은 실적을 올린 것이다.
명품 소비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건 코로나로 해외여행이 묶이고, 일상에서 조차 거리두기 등으로 소비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면서 억눌려왔던 소비욕구가 폭발한, 일종의 ‘보복소비’가 증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젊은 세대 가운데서는 “해외여행도 못가는데 이 돈으로 명품이나 한 번 사보자”며 명품관을 찾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예전에는 돈이 많다거나 좋은 차를 타는 티를 내면 교양없는 사람이라고 여겼지만 요즘 세대들 사이에서는 이를 오히려 멋지게 바라보는 문화도 한몫한다. ‘그럴 만한 능력이 돼서 좋은 물건을 사는 건데 안 좋게 볼 이유가 뭐가 있느냐’는 생각에서 비롯된 문화다. 더불어 비싼 차나 물건에 돈을 아끼지 않는 ‘플렉스(flex) 문화’가 퍼지면서 명품을 구매하고 이를 SNS에 자랑하는 이들이 늘면서 명품을 잘 몰랐던 이들도 명품에 관심을 갖게 되고 이를 선망하는 분위기까지 생겼다. 이런 분위기 역시 기존의 명품 주고객층이었던 중·장년층에 더해 MZ세대로 불리는 젊은 세대까지 명품 구매 대전에 합류하게 만든 주 원인 가운데 하나다.
‘리셀(Re-Sell)’ 문화가 확산된 것 역시 명품 브랜드들의 매출을 높여준 주 원인으로 풀이된다. 한정 수량만을 판매하는 명품의 특성에, 인기있는 제품은 돈이 있어도 구하기 어려워졌다. 이 틈을 노린 많은 리셀러들은 오픈런 등을 통해 물건을 구하고 온·오프라인을 통해 웃돈을 얹어 물건을 팔아 이익을 남겼다. 리셀러들은 특히 명품 브랜드들이 한 해에도 수 차례 가격을 올리며 의도치 않게 더 많은 이익을 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면서 더 늘어났다. 실사용을 목적으로 한 이들에 리셀러까지 명품 매장 앞에 줄을 서면서 명품 브랜드들의 매출은 천정부지로 높아졌다.
가격이 비쌀 수록 물건이 더 잘 팔린다는 ‘베블렌 효과(Veblen effect)’가 더해지면서 명품을 선호하고, 갖고 싶어하는 군중 심리가 더 강해진 것도 명품 소비 증가에 영향을 줬다는 해석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명품 브랜드들의 매출 상승세가 오래가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오픈런, 리셀 현상 등으로 시중에 풀린 명품의 양이 크게 늘어나면서 가치가 하락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코로나 해제로 해외여행 등 억눌린 소비욕구를 분출할 수 있는 창구들이 늘어나면 명품에 몰렸던 수요가 분산될 수 있다는 점도 명품 브랜드 매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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