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 업사이클 스타트업, 쓰레기 줄이고 새 먹거리 개발하고
“푸드 업사이클링 인식 바꿔야”
2021년 전 세계에서 버려진 음식물 쓰레기는 9억3100만톤입니다. 이 중 5억6900만톤은 가정에서 나왔습니다. 음식물 쓰레기로 발생한 글로벌 온실가스는 글로벌 전체 배출량의 8~10%나 됩니다.
유엔환경계획(UN Environment Programme)이 발표한 ‘2021 음식물 쓰레기 지수 보고서(Food Waste Index Report 2021)’ 입니다. 음식물 쓰레기 지수 보고서에는 음식물 쓰레기와 관련한 정보와 분석 결과 등이 담겨있습니다. 또 세계 음식물 쓰레기와 관련한 추정치와 또 각국의 음식물 쓰레기 현황을 보고합니다.
국내 상황도 다르지 않습니다. 한국환경연구원이 2021년 12월 국회입법조사처에 제출한 ‘식품 손실·폐기량 저감과 관리 정책 동향·입법과제’ 연구용역 보고서를 보면, 국내에서 하루 평균 분리 배출되는 음식물 쓰레기가 2009년 1만3701톤에서 2019년 1만4314톤으로 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곳곳에서 식량 낭비를 줄이고 환경 보호를 위해 앞장서는 기업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바로 푸드테크(food tech) 스타트업들입니다. 최근 푸드테크 스타트업들은 그냥 두면 버려질 식음료 부산물에 신기술을 접목해서 새로운 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를 푸드 업사이클링(Food Upcycling)이라고 합니다. 음식을 뜻하는 단어 푸드와 재활용품에 디자인 또는 활용도를 더해 그 가치를 높인 제품으로 재탄생시킨다는 의미의 업사이클링을 합친 단어입니다. 다시 말해 푸드 업사이클링이란 식품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이나 외관상 상품 가치가 떨어진 식품에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더해 새로운 상품으로 만들어내는 활동을 말합니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기업들이 있다고 합니다. 어떤 국내 스타트업이 부산물을 활용해 새로운 식품을 만들어 내고 있을까요?
가공되기 전 맥주박(왼쪽). 그리고 맥주박과 식혜박을 섞어 만든 에너지바. /SBS방송화면 캡처, 리하베스트 제공
◇ “맥주 찌꺼기로 피자 만들어”
푸드 업사이클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국내 스타트업이 있습니다. 바로 ‘리하베스트(re-harvest)’입니다. 리하베스트는 맥주 부산물 ‘맥주박’을 활용해 제품을 만듭니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맥주박은 연 41만톤입니다. 맥주박은 단백질, 식이섬유 등 영양분이 풍부합니다. 1년에 생산되는 41만톤의 맥주박 가운데 45%만 사료나 퇴비로 쓰이고 나머지는 버려집니다. 이때 들어가는 환경 부담금은 연 280억원입니다.
리하베스트는 이렇게 버려지는 맥주박에 집중했습니다. 영양 성분이 풍부한 맥주박 특성을 활용해 에너지바와 대체 밀가루 등 새로운 먹거리를 만들어냈습니다. 리하베스트는 9개월이 넘는 연구 과정을 거쳐 부산물 원료화 기술을 완성했죠.
자외선과 원적외선으로 맥주박을 사전 처리하고 전용 세척용액으로 살균합니다. 피드백 제어(기계 스스로 제어의 필요성을 판단하여 계속 수정 반복 동작하여 원하는 값을 얻는 방식)로 원료의 영양 상태를 계속 확인하면서 건조합니다. 세척과 건조 작업을 거친 후에는 부산물을 최대한 곱게 갈면서 이물을 분리하죠.
리하베스트는 이렇게 가공한 원료로 다양한 식품을 만듭니다. 같은 공정으로 가공한 식혜 부산물과 맥주박에서 추출한 원료를 섞어 대체 밀가루 ‘리너지(Re+Energy) 가루’를 만들었습니다. 리너지 가루는 밀가루보다 단백질은 2배, 식이섬유는 20배 더 들어있습니다. 또 탄수화물과 당류는 거의 없어 칼로리는 밀가루보다 40% 적은 것이 특징이죠. 이 리너지가루를 활용해 밀가루로 만들 수 있는 피자는 물론 빵도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리너지 가루뿐 아니라 리너지바, 리너지그래놀라, 리너지쉐이크 등을 출시했습니다. 또 맥주 기업과 협업도 하고 있습니다. OB맥주에서 나오는 맥주 부산물을 받아 리너지바를 생산하고 있죠. 카브루 맥주에서 나오는 맥주박으로는 원료를 만들어 다시 기업으로 보냅니다. 카브루 맥주는 이 원료로 피자 도우를 만듭니다. 리하베스트는 제품을 만들고 주류 기업은 부산물을 처리하면서 환경 부담금과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내는 셈입니다.
이런 리하베스트는 저부가가치로 버려지는 부산물이 없는 세상을 꿈꾸고 있습니다. 리하베스트 민명준 대표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꾸준한 기술 개발과 사례를 만들어 푸드 업사이클링 영역에서 좋은 방향을 만들어가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지구인컴퍼니가 만든 푸드 업사이클링 대체육. /지구인컴퍼니 제공
◇대두와 현미 부산물로 고기 만들어콩과 현미에서 나오는 부산물로 고기를 만드는 스타트업도 있습니다. 푸드테크 스타트업 ‘지구인컴퍼니’입니다. 지구인컴퍼니는 푸드 업사이클링으로 대체육을 만듭니다. 대체육은 비 동물성 재료로 모양과 식감을 고기와 유사하게 만든 식재료입니다.지구인컴퍼니는 대두에서 기름을 짜내고 남은 ‘탈지대두분말’과 현미를 도정할 때 나오는 껍질인 ‘미강’을 사용해 푸드 업사이클링 대체육 ‘언리미트 슬라이스(UNLIMEAT Slice)’를 출시했습니다. 대두 분말에는 단백질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습니다. 또 미강에는 쌀 영양소의 90%가 들어 있습니다. 영양소는 풍부하지만 자칫 버려질 수 있는 재료들을 업사이클링을 통해 다시 활용한 것입니다.지구인컴퍼니는 대체육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스타트업입니다. 그러나 대체육 개발 전 푸드 업사이클링으로 시작한 기업입니다. 2017년 민금채 지구인컴퍼니 대표는 상품 가치가 떨어져 유통하기도 전에 버려지는 못생긴 농산물을 활용했습니다. 못난이 농산물로 음료 등을 만들어 판매하면서 사업을 시작했죠.푸드 업사이클링과 대체육 사업을 함께 하면서 푸드 업사이클링을 접목한 대체육 개발까지 성공한 것입니다. 지구인컴퍼니는 2021년 10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습니다.
OB에서 진행한 대체육 쿠킹 클래스. /OB제공
◇“푸드 업사이클링 인식 바꿔야 해”
푸드 업사이클링은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푸드 업사이클링을 통해 음식물을 폐기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탄소 배출량을 눈에 띄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죠. 실제로 리하베스트가 맥주박을 활용해 리너지 가루 1㎏을 생산하면 11㎏의 탄소를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환경에 좋지만 그동안 업계와 소비자 사이에서는 푸드 업사이클링은 외면당했습니다. ‘음식물 쓰레기로 만드는 제품’이라는 이미지 때문이죠. 그러나 2021년부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주목을 받으면서 업계에서 푸드 업사이클링을 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CJ제일제당은 사내 벤처를 통해 푸드 업사이클링 전문 브랜드 ‘익사이클(Excycle)’을 출시했습니다. 신제품 개발과 ESG경영을 같이 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죠.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푸드 업사이클링 시장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합니다. 관계자는 “푸드 업사이클링 시장은 환경문제 해결, ESG 경영 등과 밀접하게 맞닿아있어 더욱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러나 아직은 음식물 찌꺼기 재활용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마케팅과 좋은 제품을 통해 인식을 바꾸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글 시시비비 하늘
시시비비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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