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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짤의 아버지'가 손녀 선생님에게 남긴 한 마디는?

CCBBLAB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05.10 10:03:38
조회 3996 추천 21 댓글 9

미국 프로그래머, 집에서 혼자 한 달간 만들어
지프? vs기프?…수십년간 지속된 GIF 발음 논쟁도

‘짤 도랏ㅋㅋㅋㅋㅋ’  SNS에서 흔히 쓰는 말입니다. 웃긴 ‘짤’을 썼을때 흔히 나오는 반응입니다. 짤이란 짤방을 줄인 말인데, 짤방은 또 ‘짤림 방지용 사진 추가’를 줄인 거죠. 예전 커뮤니티 사이트에선 사진(그래픽)이 없는 게시물을 삭제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삭제 조치를 당하지 않기 위해 짤을 습관처럼 쓰기 시작했습니다. 짤 가운데는 움직이는 짤이 있습니다. 이건 또 ‘움짤’이라고 부릅니다.

매끄럽게 잘 만든 동영상이 아니라 좀 뚝뚝 끊어지는 느낌이 드는 움직이는 사진을 보셨다면 그게 움짤입니다. 움짤의 파일 형식을 ‘GIF’로 돼 있습니다. GIF는 ‘Graphics Interchange Format’의 약자입니다. 2012년, 영국의 옥스포드 사전은 GIF를 올해의 단어로 정했습니다. 그 정도로 사람들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는 뜻이겠죠.


가장 많이 포스팅 되는 GIF 파일 가운데 하나인 위대한 게츠비 움짤. /영화 위대한 게츠비





특히 인스타그램이 GIF를 도입한 이후에, GIF 사용은 거의 일상이 됐지요. 하루가 멀다하고 보게 되는 움짤, 대체 누가 어떻게 만들었을까요?

GIF를 만든 사람은 미국인 프로그래머 스티븐 윌하이트(Stephen Wilhite)입니다. 인터뷰라도 직접 했으면 좋았겠는데, 아쉽게도 그는 3월 14일(이하 현지시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삶을 마감했습니다. 향년 74세였습니다.

직접 만날 기회는 없었지만 잡스엔이 SNS 활동에 생기를 넣어 준 ‘움짤의 아버지’ 스티븐 윌하이트와 그의 업적인 GIF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GIF 파일이란?
한 마디로 움직이는 사진인데요. 네트워크상에서 이미지 데이터를 압축해 빠르게 전송하기 위해 개발했습니다. 그래서 GIF는 8비트에 256색상밖에 담을 수 없습니다. 용량 중심의 고압축 이미지 파일 형식이기 때문이죠.

1987년에 개발된 GIF는 지금 기준으로 봤을 땐 해상도가 좋다고 할 수는 않습니다. 하지만 영상이 아닌데도, 이미지가 멈춰있는게 아니라 움직이는 효과를 줄 수 있다는 게 장점입니다. 예를 들면 약간씩 다른 사진들을 이어 붙이는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원리와 같은거죠. 큰 용량이 필요한 동영상이 아닌 작은 용량인 GIF 파일 하나로 동영상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입니다.

◇GIF 발명 과정

1980년대에 스티븐 윌하이트는 미국의 온라인 서비스 회사였던 컴퓨서브(CompuServe)에서 근무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미지 압축 기술에 흥미를 느낍니다. 윌하이트는 2013년 뉴욕타임즈 인터뷰에서 “머릿속에서 제가 원하는 형식을 생각하면서 프로그래밍을 시작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다른 누구의 도움 없이 집에서 혼자 GIF를 만들었습니다.

그는 한 달간의 개발 과정을 거쳐 1987년 6월 처음으로 GIF를 세상에 내놨습니다. 당시 GIF는 혁명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지 파일 용량이 커서 인터넷 전송 속도에 답답함을 겪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GIF는 그 갈증을 해결할 만큼 압축률이 좋았습니다. 작아진 용량 덕분에 파일 전송 속도가 빨라진 거죠.

요즘은 GIF가 인터넷에서 웃긴 움짤로 쓰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윌하이트는 처음부터 그러려고 GIF를 만든 건 아닙니다. ‘고품질, 고해상도 그래픽’을 컬러로 배포하려고 만들었다고 합니다.


2013년 웨비 어워드(Webby Awards)에서 평생 공로상을 받는 윌하이트. /The webby awards

윌하이트는 이 업적으로 지난 2014년 웨비 어워드(The Webby Awards)에서 평생 공로상을 받았습니다. 웨비 어워드는 인터넷의 오스카상이라고 불립니다.


◇GIF 발음 공방…지프? 기프?
GIF를 어떻게 발음할 것인가를 두고 한 때 해외에서는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선 ‘지아이에프’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해외에선 기프(ghif), 지프(jiff) 두 가지 발음을 두고 30년 넘도록 공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를 두고 윌하이트는 2013년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의견을 밝혔습니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은 두 가지 발음을 모두 인정했지만 그들은 틀렸다. 지프(jiff)로 발음되는 부드러운 G다. 이야기 끝.(They are wrong. It is a soft G, pronounced ‘jif.’ End of story.)”

이제 GIF 발음을 둘러싼 논쟁은 필요가 없겠네요.


GIF의 발음은 ‘지프’라고 공언한 에비 어워드 시상식 장면. /The webby awards

◇윌하이트의 가족 이야기
스티븐 윌하이트는 1948년 3월 3일 오하이오주 웨스트체스터에서 태어났습니다. 그의 아버지 클라렌스 얼 윌하이트는 공장 노동자였고 어머니 안나 루 윌하이트는 간호사였습니다.

윌하이트는 한 차례 이혼 후 60대였던 2010년 현재 부인과 재혼했습니다. 윌하이트는 남부 컨트리 테마 레스토랑  크래커 배럴(Cracker Barrel)에서 첫 데이트를 했습니다. 그리고 1년 뒤 결혼했습니다.

윌하이트는 부인 외에 아들 데이비드 윌하이트, 의붓자녀 릭 그로브스, 로빈 랜드럼, 르네 베넷, 레베카 보아즈, 11명의 손자, 3명의 증손자, 4명의 자매가 있습니다.


gif 검색 엔진 giphy가 올린 추모 트위터. /GIPHY 트위터

그의 손녀와 얽힌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그는 자신의 발명품 역사를 3페이지 분량의 문서로 적었습니다. 그의 자녀와 손주들에게 그것을 보여줬는데요. 그걸 보고 손녀 카일리(Kylie)는 컴퓨터 선생님에게 자신의 할아버지가 GIF를 발명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선생님은 그녀의 말을 믿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윌하이트는 선생님에게 사실을 확인시켜 주기 위해 편지를 썼습니다. 그는 편지에 자신의 이름을 서명하고 ‘인터넷을 검색해 보세요(Google it)’라고 썼습니다.


윌하이트가 가장 좋아했던 움짤. /GIPHY

윌하이트는 뇌졸중으로 51세에 은퇴했습니다. 그는 은퇴 후 컴퓨터 프로그래밍 기술을 이용해 철도 모형을 만드는데 매진했습니다. 그의 아내의 말을 빌리자면, 지하실에만 있어야 할 철도 모형이 점점 늘어나 바깥으로 나왔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윌하이트는 야외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윌하이트 부부는 아들 릭과 함께 캠핑 여행을 많이 갔습니다. 그들이 살고 있는 오하이오주 밀포드(미국 남서부)에서 플로리다(미국 남동부)와 그랜드 캐니언(미국 서부)까지 여행했습니다. “스티브는 북쪽에 있는 소나무들을 좋아했고, 저는 바다를 좋아했어요.”

윌하이트는 3월 1일 코로나19 양성반응을 보였고 며칠 후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그는 몇 년전 뇌졸중으로 오른쪽 폐가 손상됐습니다. 그리고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을 견디지 못하고 3월 14일 세상을 떠났습니다.

윌하이트가 처음 GIF를 만들 땐 그것이 세계인의 온라인 소통 방식을 바꿀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을 겁니다. 하지만 그가 우리의 감정을 더 역동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 도와준 건 확실해 보입니다.

고마워요. 윌하이트.


THANK YOU.gif. /GIPHY

글 시시비비 다코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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