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6월 1일. 무슨 날인지 아시나요? 우리 지역을 위해 일할 지역 일꾼을 선발하는 지방선거 날입니다. 선거일을 앞두고 벌써부터 각 지역은 선거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습니다. 큰 대로변의 건물마다 이번 선거에 나선 후보들을 소개하는 대형 현수막들이 줄줄이 걸려 있고, 예비 등록을 마친 후보들은 벌써부터 명함을 나눠주며 열띤 홍보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하는 5월 19일부터 선거일 전날인 5월 31일까지는 각 당의 공천을 받은 후보들과 무소속 후보들이 본격적으로 지역을 돌며 유세를 할 텐데요, 이때 많이 들을 수 있는 구호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구두 굽이 닳도록 뛰겠다”는 이야기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선거철이면 늘 들어왔던 유세 구호기도 하고, 이것만큼 또 열심히 하겠다는 의지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슬로건이 마땅치 않아 자주 쓰이는 말이기도 하죠.
정치인에게 구두는 이처럼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어쩌다 구두 굽이 닳기라도 한 사진이 언론을 타기라도 하는 날에는 ‘열심히 하는 정치인’, ‘발로 뛰는 정치인’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지기도 하죠. 몇 해전 한 정치인 역시 밑창이 닳아 없어질 정도의 구두를 신은 모습이 찍혀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돈이 없어서 새 구두를 사지 못한 것은 아닐테고 그만큼 일에 몰두하다 보니 낡디 낡은 구두를 신은 거라는 생각에 시민들의 반응도 대체로 긍정적이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국내 중소기업 브랜드 구두 구매 화제 ‘대통령이 구매한 브랜드’란 소문 나며 홈페이지 마비
시∙도지사나 국회의원들의 구두도 그렇지만, 단연 화두가 되는 구두는 역시 국가 원수인 대통령의 구두입니다. 며칠 전에도 윤석열 대통령 내외가 취임 후 첫 주말을 맞아 백화점에서 구두를 산 뉴스가 크게 화제를 모았죠. 윤 대통령은 지난 5월 14일 서초동 자택에서 가까운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을 찾았습니다. 이곳에서 대통령은 국내 기능성 신발 브랜드 바이네르에서 검은색 신발 한 켤레를 샀습니다.
대통령이 선택한 구두는 부인 김건희 여사가 고른 신발로, 구두끈이 따로 없는 로퍼 스타일 구두였습니다. 편안한 가죽에 굽이 거의 없는 어두운 색의 구두였죠. 윤 대통령은 평소에도 굽이 없어 신을 때 편안하면서도 양복에 잘 어울리는 구두를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통령이 선택한 구두 가격은 19만8000원이었습니다. 30% 할인을 받아 산 가격이니, 원래 가격은 30만원이 채 안 되는 셈입니다.
윤 대통령이 바이네르의 구두를 샀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이 회사가 운영하던 홈페이지는 접속자가 폭주해 마비됐습니다. 윤 대통령의 구매가 알려진 주말 이후 며칠이 지난 5월 17일에도 여전히 홈페이지는 접속 불가 상태였습니다. 윤 대통령의 구매로 ‘로또’를 맞은 바이네르는 국내 컴포트 슈즈 1위 업체로 꼽히는 중소기업입니다. 1994년 문을 열었고 남성화 외에도 여성화와 골프화, 가방 등을 만들어 판매합니다. 코로나 이전까지는 300억원대 연매출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지만 코로나 이후 시장이 어려워지면서 2021년 매출은 169억원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임·직원 수는 40여명 정도라고 합니다.
이 회사를 키운 김원길 대표는 18세 어린 나이에 상경해 영등포의 작은 구두가게에서 일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을 열 당시 작았던 회사는 2021년 말 기준 국내 23개 백화점에 입점해 있으며, 6개의 직영점과 29개의 대리점을 운영하는 회사로 성장했다고 합니다. 윤 대통령은 같은 날 덴마크 신발 브랜드 ‘에코’에서도 할인 상품이었던 20만원대 검은색 컴포트 신발을 한 켤레 더 산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밑창 뜯어진 구두 SNS에서 화제 모아 덕분에 폐업한 청각장애인들의 구두 공장, 다시 문 열어
윤석열 대통령에게 자리를 넘겨주고 퇴임한 문재인 전 대통령 또한 구두로 화제를 모은 적이 있습니다. 2017년 문 전 대통령 취임 무렵 SNS에 올라온 사진 한 장이 그 계기였습니다. 해당 사진은 2016년 5∙18 국립묘지에서 문 전 대통령이 참배하는 모습을 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때 대통령이 신고 있던 구두의 밑창이 찢어져 있었던 거죠. 이를 본 시민들은 대통령의 검소한 모습을 칭찬하는 동시에 구두의 정체를 궁금해했습니다.
당시 대통령이 신고 있던 구두는 청각 장애인들이 일하는 수제화 업체 ‘구두 만드는 풍경’에서 만든 브랜드인 ‘아지오’의 신발이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회사는 경영난으로 2013년 이미 폐업한 상태였죠. 문 전 대통령이 신고 있던 신발은 아지오가 문을 닫기 한 해 전인 2012년 구매해 몇 년간 신었던 구두였습니다. 문 전 대통령은 2011년 민주통합당 대표 시절, 국회의원 회관에서 임시로 차려진 아지오 구두 판매부스를 찾았다가 이 브랜드와 인연을 맺었다고 합니다.
문 전 대통령의 구두가 화제를 모으면서 이 업체는 다시 기적적으로 부활했습니다. 구두 만드는 풍경은 2017년 경기도 성남에 공장을 차리고 2018년 2월부터 다시 제품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시각장애인인 유석영 구두 만드는 풍경 대표는 아지오의 문을 다시 연 후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용기를 잃지 말라는 전화가 쉴 틈 없이 왔고 사무실로 직접 찾아오시는 분도 있었다”며 “벌써 주문이 밀려들어와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소감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금강제화를 비롯한 국산 브랜드가 자체 디자인한 수제화를 신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은 발 사이즈가 245mm였지만 발 사이즈와 키를 커보이게 하기 위해 4cm 정도의 굽이 달린 실제 발 사이즈보다 큰 구두를 맞춰 신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은 발등이 유독 높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발등을 감싸는 부분을 의도적으로 높인 디자인을 선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편 구두브랜드 형지에스콰이아는 패션에이드와 협업해 역대 대통령들이 신었던 구두들을 복원하고, 이를 NFT(대체불가토큰)으로 만들어 5월 3일 공개했습니다. 에스콰이아는 창립 61주년을 맞아 제화 장인들이 보관해왔던 역대 대통령들의 구두 틀과 작업 지시서상의 구두 디자인을 분석해 NFT로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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