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실패한 정책 다시 꺼내 강행에 나선 정부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 시행 앞두고 자영업자 보이콧 앞세워 반발
세계 곳곳에서 플라스틱 생산량이 늘고 있습니다.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 사태로 일회용품 사용량이 증가한 것도 한몫합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보고서를 보면 2000년부터 2019년 사이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2배 정도 증가해 4억6000만톤에 이르렀습니다. 덩달아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도 2배가량 증가했죠. 발생량은 약 3억5300만톤으로 추정됩니다.
국내 사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일회용품 사용량이 코로나19 이후 급증했습니다. 환경부 발표를 보면 우리나라 일회용품 사용량은 2019년 하루 평균 733톤에서 2020년 하루 평균 848톤으로 늘었습니다. 15.6% 증가한 것입니다. 환경부는 코로나19가 심각했던 2021년 하루 평균 일회용품 사용량이 1000톤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정부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근거한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2022년 6월 10일부터 시행할 예정인데요, 시행일을 코앞에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회용 컵 보증제는 무엇이고, 왜 잡음이 끊이지 않는지 알아봤습니다.
◇300원 추가 지불하면 반납 시 돌려받아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커피 전문점, 페스트푸드점 등 포장 판매에 사용하는 일회용 컵에 보증금을 할당하는 겁니다. 소비자는 음료를 일회용 컵에 주문할 경우 보증금 300원을 추가로 내야 합니다. 음료를 다 마신 후 매장에 반납하면 보증금을 다시 돌려줍니다.
꼭 음료를 구매한 매장이 아니더라도 다른 매장이나 무인함에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또 길에 버려진 일회용 컵을 주워 매장에 돌려줘도 보증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보증금은 현금 지급이나 계좌이체 중 선택할 수 있습니다. 우선 100개 이상의 가맹점을 가진 프랜차이즈를 대상으로 시행합니다. 스타벅스,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이디야 등이 대표적인 곳들인데, 이들 프랜차이즈의 약 3만8000개 매장이 보증금제를 도입해야 합니다.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 통과 당시 환경부는 “관련 제도를 시행하면 일회용 컵 회수율이 높아지고 재활용이 촉진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또“기존에 일회용 컵을 소각했을 때와 비교해 온실가스를 66% 이상 줄일 수 있고, 연간 445억원 이상의 편익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밝힌 바 있죠.
◇자영업자 부담 커지는 제도, 실현될까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자는 취지에 공감은 하지만 각 매장이 감당해야 하는 비용이 과하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습니다. 우선 업체들은 컵 회수를 위한 바코드 라벨 스티커를 일회용 컵에 부착해야 하는데요, 이 라벨 구입 비용과 보증금 선지급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업체는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에서 매장에서 판매할 일회용 컵 수량만큼 라벨을 구입 후, 구입한 라벨 스티커를 판매할 일회용 컵에 붙여야 합니다. 라벨은 컵 종류에 따라 주문을 해야 합니다. 컵 종류는 표준(투명하거나 무지), 비표준(컵 표면 인쇄) 등으로 나뉩니다.
라벨은 장당 6.9원입니다. 업체는 회수업체에 컵 종류에 따른 처리지원금을 지불해야 하는데요, 표준용기는 4.4원, 비표준용기는 11원입니다. 또 라벨 주문 시 1개당 보증금 300원을 선지급해야 합니다. 라벨 구입시 컵당 최소 311.3원에서 315.4원이 발생하는 것이죠.
비용도 비용이지만 라벨 부착, 컵 회수 및 세척 등 늘어나는 업무도 부담입니다. 라벨이 스티커라 일일이 손으로 붙여야 합니다. 또 손님이 몰리는 점심시간에 고객 응대에 컵 회수와 세척까지 하려면 일손이 부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여름철을 앞두고 위생도 또 다른 문제점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환경부는 컵을 반납할 때는 소비자가 씻어서 반납하는 것을 원칙으로 정했으나 현실적으로는 어렵습니다. 세척이 덜 된 컵은 매장에서 대신 세척 후 수거업체에 넘겨야 합니다. 또 매장은 수거업체에서 수거하기 전까지 컵을 매장에 쌓아둬야 하죠. 현재 일회용 컵 수거업체는 100곳뿐입니다. 수거업체 1곳당 매장 380곳을 관할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세계 최초로 시도했다가 폐지된 ‘전적’도 있어
일회용 컵 보증금제도를 도입하는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2003년 패스트푸드점과 커피전문점을 중심으로 한 차례 시행한 전적이 있습니다. 당시 환경부는 패스트푸드 업체와 커피전문점 업체와 자발적 협약을 맺고 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시행했죠. 일회용 컵 1개당 50~100원의 보증금을 얹어 판매했고 소비자가 컵을 구입한 매장에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주는 식이었습니다. 국내 최초이자 세계 최초로 시행한 제도였죠.
그러나 효과가 좋지는 않았습니다. 회수율은 37% 수준이었습니다. 회수 방식이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일회용 컵을 구입한 매장에만 반납할 수 있었고, 보증금도 고작 50~100원이었기 때문에 굳이 매장을 다시 찾아가 반납해야 하는 이유가 없었던 것입니다. 결국 2008년 3월 20일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폐지됐습니다.
◇자영업자 “보이콧한다” vs 정부 “감행하겠다”
자영업자 커뮤니티에서는 매일같이 일회용 컵 보증금제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자영업자들은 “공무원이 할 일을 왜 가게에 떠넘기냐”, “1주일에 1000잔도 못 파는 매장이 많은데, 업체에서 수거하기 전까지 냄새나는 컵을 매장에 쌓아둬야 하나”, “라벨 인쇄비, 수거 처리비용 등을 자영업자에게 떠넘긴 셈”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5월 17일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 국장 등 환경부 관계자들은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소속 브랜드 대표, 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 일부 카페 점주 등과 간담회를 가졌습니다. 가맹점주들은 환경부와의 간담회에서 “제도 시행을 위한 환경부 준비가 미비한 상태인 데다 비용 부담을 민간에 과도하게 떠넘긴다”면서 시행 유예를 요구했습니다.
소상공인 불만이 커지자 환경부는 “비용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긴 했지만 비용 지원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없었습니다. 환경부가 지원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하지 않고 보증금 제도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자 가맹점주들은 일회용 컵 반납에 필수인 라벨을 구입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보이콧에 나선 것입니다.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김상필(38·가명)씨는 “플라스틱을 줄이고 환경을 생각하자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준비가 덜 됐다”고 말합니다. 김씨는 “정부와 기업, 소상공인과 소비자가 함께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지금 정부는 자영업자에게만 책임과 부담을 떠넘기면서 준비가 덜 된 제도를 강행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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