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고려대와 함께 수소, 로보틱스 등 미래 모빌리티 산업을 이끌 핵심 인재 양성을 위해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채용조건형 학·석사 통합 과정의 계약학과를 설립한다고 5월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습니다.
장재훈 현대자동차 사장과 정진택 고려대 총장은 양측 주요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고려대 서울 캠퍼스 본관에서 스마트모빌리티 학부 설립을 위한 협약식을 열었습니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고려대와 모범적인 산학협력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수준의 공학 리더 양성에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정진택 총장은 “현대자동차와 함께 미래 모빌리티 분야를 선도할 인재를 양성하는 계약학과를 시작하는 걸 기쁘게 생각한다”고 화답했죠. 고려대 스마트모빌리티 학부는 2023학년도부터 신입생을 모집합니다.
◇졸업과 동시에 입사 보장하는 계약학과
계약학과란 기업체의 요구에 따라 맞춤형 직업 교육 체계를 대학 교육과정에 도입한 제도를 말합니다. 대학은 산업체나 지방자치단체 등과 계약을 통해 대학 정원 외로 입학생을 선발하는 계약학과를 설치할 수 있습니다. 2003년 산학협력 촉진을 위해 산업교육진흥 및 산학협력촉진에 관한 법률(산학협력법) 제8조가 개정되면서 계약학과를 두는 학교가 늘었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계약학과는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입니다. 삼성그룹이 지난 1996년 성균관대를 인수하고, 10년 뒤인 2006년 반도체 고급인력 양성을 위해 만들었죠.
일반 학과와 성격이 구분되는 만큼, 교육 과정도 다릅니다. 대기업과 대학이 손잡고 만드는 계약학과에 들어가면 보통 기업이 대학 등록금 전액을 지원합니다. 학업 장려금으로 매월 또는 학기당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백만원씩 지급하는 학과도 있죠. 예를 들어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는 신입생 전원이 입학금과 2년치 등록금을 전액 받습니다. 그 후 삼성전자가 요구하는 최소한의 채용 절차를 통과하면 남은 학비도 모두 지원받고, 졸업과 동시에 삼성전자에 취업할 수 있습니다. 방학 때면 삼성에서 직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지는데요, 이처럼 파격적인 혜택에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는 입학 경쟁률이 치열한 학과로 꼽힙니다.
현대차와 고려대가 협력해 만드는 스마트모빌리티 학부는 어떨까요. 우선 스마트모빌리티 학부는 4년제 학사 과정인 다른 계약학과와 달리 5년제 학∙석사 연계 과정입니다. 학∙석사 연계 과정으로 운영되는 계약학과는 현대차와 고려대의 스마트모빌리티 학부가 우리나라에서 최초입니다. 원래 학사를 따려면 4년, 석사를 따려면 보통 2년이 걸립니다. 학∙석사 통합 과정에서는 수업 연한이 각각 1학기씩 줄어 학사 3년 6개월, 석사 1년 6개월로 총 5년 만에 석사 학위까지 취득할 수 있습니다.
입학생은 석사 학위를 취득할 때까지 5년치 학비를 전액 지원받습니다. 그뿐 아니라 현대자동차의 해외 연구소 견학, 현업 선배들의 멘토링, 학회 발표, 산학 과제 참여 등 다른 학과에서는 접하기 힘든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습니다. 현대차 소속 현업 연구원이 겸임교수로 참여해 실무 밀착형 강의를 합니다. 현대차와 고려대는 입학생이 졸업 후 별도의 직무 연수 없이도 연구개발 현장에서 바로 일할 수 있게 실무형 인재 육성을 목표로 교육 과정을 공동 개발했다고 합니다. 현대차와 고려대는 2023학년도 입학생을 시작으로 5년간 매년 50명을 선발해 모빌리티 인재를 함께 양성합니다.
◇연세대·KAIST·한양대 등도 ‘인재 양성소’
사실 현대자동차가 고려대와 계약학과를 만드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2013년 자동차융합학과 석사 과정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10년간 계약을 맺고 매년 10명씩 입학생을 선발했죠. 현대차뿐 아니라 기아자동차와 현대모비스도 함께 협력했습니다.
2018년에는 연세대에 같은 자동차융합공학과 석사 과정을 설치했습니다. 같은 해엔 KAIST와 석사 과정인 미래자동차학제전공을 도입하기도 했습니다. 한양대 미래모빌리티학과 석사 과정도 현대자동차와 현대글로비스, 현대오토에버가 손 잡고 만든 계약학과입니다. 2013년부터 매년 14명씩 10년간 학부 졸업생을 뽑아 모빌리티 인재로 양성했죠.
현대차 내부에선 계약학과 출신 인재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고 합니다. 때문에 이미 여러 학교와 손잡고 계약학과를 운영하고 있는 와중에 이번에 새로 학∙석사 통합 과정을 신설한 거죠. 졸업 후에는 현대차 입사가 보장될뿐 아니라, 전공 분야별 최우수 인재는 해외 대학 박사과정 진학 시 지원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대학이 취업 준비 기관?…“대학 설립 취지와 안 맞아”
학계에서는 대학이 기업체와 손잡고 계약학과를 운영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학문의 배움터인 대학이 설립 취지와 다르게 취업 준비 기관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서울대학교에서는 이 같은 이유로 계약학과 설치가 여러번 무산되기도 했습니다. 2019년 시스템 반도체 인재를 키우기 위한 반도체 계약학과를 설치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내부에서 “지식의 상아탑인 대학이 취업이 목표인 계약학과를 만드는 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없던 일이 됐습니다. 서울대에도 계약학과가 여럿 있기는 하지만, 사기업이 아닌 서울특별시교육청 등 기관과 손을 잡은 학과입니다.
하지만 반도체 산업이 우리나라의 미래를 이끌 대표 먹거리인 만큼, 국내 최고 대학으로 평가받는 서울대는 재계에서 계약학과 설치를 두고 꾸준히 구애를 받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최근 서울대에 2023년부터 80명 정원의 반도체 계약학과를 설치해 5년간 공동 운영하자고 제안했다고 합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SK하이닉스도 서울대와 손잡고 반도체 계약학과를 설치하기 위해 수년 전부터 애쓰고 있습니다. 학계에선 과연 서울대가 사기업과 손잡고 계약학과를 만들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번복하고 반도체 계약학과를 만들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학계에서도 계약학과 설치에 대해 반대 의견만 있는 건 아닙니다. 계약학과에 들어오면 기업 취업을 보장받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입학하는 이유를 취업으로만 보기는 힘들다는 것입니다. 또 “졸업 후 기업에 입사해 우리나라 경제 발전에 도움을 준다면 그것 또한 학교뿐 아니라 국가에도 좋은 일”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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