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황버섯, 빨간 달팽이, 슬라임 등 몬스터를 처치해 캐릭터 레벨을 높이고 원하는 직업으로 전직하는 게임 ‘메이플스토리’를 기억하시나요? 게임 속 몬스터를 처치하면 일정 경험치가 오르고 전리품으로 몬스터만의 고유 아이템과 메소(메이플스토리 속 게임 재화)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캐릭터가 메소를 획득하는 것이 아닌, 게임을 하는 사용자가 현실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암호화폐를 얻을 수 있습니다.
2022년 6월 8일 오전 온라인으로 개막한 넥슨개발자 콘퍼런스에서 강대현 넥슨코리아 부사장은 ‘블록체인과 가상 세계의 진화’라는 기조연설을 통해 메이플스토리의 새로운 버전을 발표했습니다. ‘메이플스토리 N’과 메이플스토리 관련 샌드박스 제작 플랫폼 ‘MOD N’, NFT 기반 앱 제작 플랫폼 ‘메이플스토리 N SDK’ 등 입니다.
메이플스토리 N은 몬스터 처치와 퀘스트 수행을 통해 NFT(Non-Fungible Token·‘대체 불가능한 토큰’이라는 뜻으로, 희소성을 갖는 디지털 자산을 대표하는 토큰)를 획득할 수 있다. 유저는 아이템을 완전히 소유할 수 있는 권리를 갖습니다. 이에 유저 간 자유로운 아이템 거래도 가능해집니다. MOD N은 메이플스토리의 각종 자산을 바탕으로 유저만의 콘텐츠와 게임을 만들 수 있는 개발 플랫폼입니다. 메이플스토리 N SDK는 메이플스토리 NFT를 바탕으로 앱을 만들 수 있는 플랫폼이죠.
강대현 부사장은 이같은 계획을 밝히면서 “메이플스토리 N에서는 캐시샵도 없다. 유료 상품도 판매하지 않을 것이다. 게임플레이를 통해 모든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는 구조다”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넥슨은 메이플스토리 생태계 기여자들과 함께 경제활동에서 발생하는 수수료를 분배받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게임하면서 돈 버는 시대
넥슨이 발표한 메이플스토리 N과 같은 게임을 ‘P2E’ 게임이라고 합니다. P2E는 Play to Earn의 줄임말로 ‘게임을 하면서 돈을 번다’는 개념입니다. P2E 게임은 게임 아이템 등에 대한 소유권을 블록체인에 기록해 사용자에게 소유권을 부여합니다. 아이템을 획득한 사용자가 게임 아이템이나 재화, 캐릭터 등을 활용해 자유롭게 사고팔면서 수익을 얻게 되는 것이죠. 게임을 즐기는 동시에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P2E 게임의 시초로는 가상 고양이 육성 게임 ‘크립토키티(CryptoKitties)’가 있습니다. 크립토키티는 2017년 스타트업 대퍼랩스(Dapper Labs)가 개발한 이더리움 기반의 게임입니다. 이용자는 다양한 가상 고양이를 수집하고 교배해 자신만의 희귀한 새끼 고양이를 만들어냅니다. 이 고양이는 그냥 캐릭터가 아닌 일련번호가 부여된 암호화폐입니다. 이용자들은 고양이를 사고팔면서 수익을 내는 것이죠.
2017년 말 ‘드래곤’이라는 이름의 고양이가 11만달러(당시 약 1억2000만원) 상당의 암호화폐로 거래돼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크립토키티는 한때 이더리움 트래픽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P2E가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 잡자 넥슨을 포함한 다른 한국 게임사들도 하나둘씩 시장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위메이드는 2022년 상반기에 ‘미르M:뱅가드 앤 배가본드’를 출시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하반기에는 P2E 버전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컴투스그룹은 7월 ‘서머너즈 워: 크로니클’을 출시하고 10월에 P2E 버전을 내놓을 것이라고 했죠.
◇5억 투자받아 만들었는데 불법이라고?
게임하면서 돈도 벌 수 있다는 소식에 유저들은 한껏 들떴습니다. 그러나 한국에 있는 유저들은 조심해야 합니다. P2E 게임은 한국에서 불법이기 때문입니다. 메이플스토리 N을 발표한 넥슨은 물론 위메이드, 컴투스그룹 역시 P2E 버전은 모두 해외서만 출시할 예정입니다.
대한민국 현행법상 P2E 게임은 불법입니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32조 1항 7조는 게임에서 획득한 유·무형의 재화 환전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사행성을 조장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이 법률은 2004년 사행성 게임 ‘바다이야기’ 사태로 제정됐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게임물관리위원회 역시 P2E게임을 이용자가 가상재화를 환전할 수 있어 ‘사행성 게임’으로 봐야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 입장과는 180도 다른 정책들 때문에 혼선을 빚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합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한 ‘2022년 신성장 게임 콘텐츠 제작지원 사업’에서 P2E 개발사 링게임즈가 개발한 ‘스텔라 판타지’가 선정된 것도 그런 사례 중 하나입니다. 신성장 게임 콘텐츠 지원 사업은 블록체인, 클라우드,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한 게임콘텐츠 제작지원을 통해 국산 게임의 경쟁력 강화를 도모하겠다는 정부 지원 사업입니다.
링게임즈는 최대 5억원의 제작비를 지원받아 게임 개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불법이기 때문에 출시조차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정부 지원금으로 제작했지만 국내 이용자들은 접근이 불가한 것이죠.
◇각자 입장 고수하는 정부와 게임 업계
지난 6월 8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새 정부 게임 정책 방향 논의를 위한 정책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P2E 게임이 쟁점이었습니다. 위정현 콘텐츠미래융합포럼 의장은 이날 “최근 소셜카지노, 웹보드 게임의 P2E 도입 시도는 우려할 만한 상황이다. ‘청소년판 바다이야기’ 재현이 우려된다”고 했습니다. 그는 “현행 법적 제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게임 캐릭터나 확률형 아이템 판매를 금지하고 청소년의 진입을 금지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게임 안에서 이뤄지는 경제와 가상화폐의 안정적 유지, 신규 글로벌 IP 개발 등의 조건이 필요한데, 아직 이를 충족한 게임사는 보이지 않는다”며 “이런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면 해외시장을 중심으로 P2E 게임의 출시와 테스트를 통해 경험을 축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위정현 의장은 P2E와 함께 게임에 적용된 블록체인 기술인 NFT는 별도로 허용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위 의장은 “NFT는 게임과 구분해 기존 게임과 결합하고 이를 위한 가상자산의 형성과 거래 플랫폼 등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게임업계는 산업 발전을 위해 낡은 법을 개정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사행성이 우려되는 것은 이해하지만, 그것 때문에 무조건 게임 개발을 막는 것은 산업을 죽이는 일이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무조건 기존 규제를 없애자는 건 아니다”며 “규제 샌드박스(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출시될 때 일정 기간 기존 규제를 면제 및 유예시켜주는 제도) 등을 통해 한 단계, 한 단계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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