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6일은 미국의 자동차 회사 포드(Ford Motor Company)가 문을 연지 만으로 119년째 되는 날입니다. 포드의 역사는 1903년 6월 16일 미국 미시간 디트로이트에서 시작됐습니다. ‘자동차왕’ 헨리 포드(Henry Ford, 1863~1947)가 40살 때 11명의 동업자와 함께 창업했죠. 그는 아일랜드 이민자 출신 농부 아버지 밑에서 자랐는데요, 헨리는 농사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대신 공학이나 발명을 좋아했습니다. 기계를 분해하고 다시 조립하는 게 취미였죠. 존경하는 인물도 발명가 토머스 에디슨(Thomas Edison, 1847~1931)이었습니다.
포드는 1908년 선보인 모델 T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급격하게 성장했습니다. 모델 T는 1911년 3만대가 팔렸고, 1913년 판매량은 10만대를 넘어섰습니다. 포드는 불과 창립 8년 차였던 1911년 컨베이어 벨트 생산 방식을 개발해 대량생산의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덕분에 밀려드는 수요를 감당할 수 있었죠. 포디즘(Fordism·포드가 만든 대량 생산 체계)이란 용어까지 생겼습니다. 모델 T가 가장 잘 나갔을 때는 전 세계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 100대 중 68대가 이 자동차였다고 합니다. 미국의 ‘마이 카’ 시대를 연 자동차가 바로 모델 T입니다.
모델 T의 성공으로 링컨까지 인수했던 포드의 영광은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생산성과 효율성에만 집착하다 제너럴 모터스(GM), 크라이슬러 등 후발주자들의 약진에 나날이 시장 점유율이 떨어졌죠. 하락세는 1950년대까지 이어졌습니다. 그러다 1960년대에 출시한 팰컨과 머스탱이 뜨거운 반응을 이끌면서 재기에 성공했습니다. 팰컨은 한때 호주의 국민차라 불리기도 했죠. ‘머슬카’ 머스탱은 쿠페(coupe)인데요, 문 2개가 달린 2인승 세단형 승용차를 쿠페라 부릅니다. 머스탱은 세대를 거듭해 변신하면서 지금도 많은 자동차 애호가한테 사랑받고 있습니다.
오늘날 포드를 먹여 살리는 모델은 픽업트럭 F-150입니다. F-150은 지난 40년 연속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종입니다. 픽업트럭은 적재함의 뚜껑이 없는 소형 트럭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용달용으로 많이 쓰이지만, 미국에서는 픽업트럭이 국민차입니다. 전기차를 만드는 테슬라가 2019년 전기 픽업트럭을 공개한 것도 이 차종에 대한 미국인의 사랑 때문입니다. 테슬라는 2021년 출시한다던 사이버트럭을 아직까지 선보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출시 일정을 거듭 미루다 최근 2023년부터 판매를 시작한다고 발표했죠.
◇테슬라보다 먼저 픽업트럭 출시
테슬라가 미적대는 사이 포드가 선수를 쳤습니다. 내연기관 시대가 저무는 와중에 20세기를 대표하는 자동차 제조 회사가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업체를 제치고 먼저 전기 픽업트럭 양산(量産·대량생산)을 선언한 것입니다. 전기차 제조사 리비안이 선보인 픽업트럭 R1T도 시제품만 공개됐을 뿐, 고객 인도까지 되진 않았습니다. 테슬라나 리비안이 아닌, 포드가 전기 픽업트럭을 세계에서 최초로 양산하게 됐습니다.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전기차 시대가 오면 포드 같은 내연기관 제조 회사의 운명이 다할 것이라 전망하는 전문가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포드는 지난 4월 26일 전기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lightning) 양산 기념 행사를 열고 대대적인 변신을 예고했습니다. 시장은 걱정 반 기대 반이였지만, F-150 라이트닝이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포드가 테슬라의 대항마가 될 수도 있겠다는 인식을 대중에 심어줬습니다.
F-150 라이트닝의 양산 기념 이벤트는 장소부터 남달랐습니다. 포드의 120년 역사를 상징하는 루지 콤플렉스(Rouge Complex)에서 열렸죠. 루지 콤플렉스가 문을 연 건 98년 전인 1924년의 일입니다. 2.4㎢ 부지에 세운 93개 건물에서 자동차를 만들었죠.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거대한 공장시설은 대부분 방치되었고, 일부 시설에서만 픽업트럭 F-150을 생산했습니다.
포드는 루지 콤플렉스를 F-150 라이트닝 생산 거점으로 정했습니다. 루지 일렉트릭 비클 센터(Rouge Electric Vehicle Center)라 이름 짓고, 전기 픽업트럭을 연간 15만대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췄습니다. 4월 26일 열린 행사는 드론이 루지 센터의 정문을 날아가는 장면을 행사장 대형 화면에 띄우는 것으로 시작됐습니다. 포드의 지난 100년 역사를 돌아보고, 새로운 100년을 여는 흐름으로 진행됐죠.
이날 행사장을 찾은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F-150 라이트닝은 경쟁 트럭이 제공하지 못하는 걸 제공하는 데다 가격까지 저렴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경쟁자들이 언제 실제로 판매를 시작하든 말이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사이버트럭 출시를 2년 넘게 미루는 테슬라를 겨냥한 뼈 있는 농담이었습니다.
짐 팔리 CEO의 발언이 근거없는 자신감에서 나온 건 아닙니다. 우선 F-150 라이트닝의 가격 경쟁력은 경쟁사를 압도합니다. 98kWh 배터리가 들어가는 기본형 모델의 가격은 3만9974달러입니다. 77.4kWh 용량 배터리를 탑재한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 미국 판매 모델의 기본 가격이 이보다 4000달러(약 515만원)가량 비싼 4만4000달러입니다. F-150은 저렴한 가격에 준수한 성능도 갖췄습니다. 미국환경보호국(EPA) 기준 1회 충전 주행거리는 370~480km입니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4초대 중반에 불과합니다. 엔진이 없기 때문에 프론트 트렁크에만 400L(리터) 적재 공간에 짐을 실을 수도 있습니다.
◇사전예약부터 반응 뜨겁지만
포드는 2021년 5월 F-150 라이트닝을 처음 공개하고 사전예약을 받았습니다. 짧은 기간에 예약 대수가 20만대를 돌파했습니다. 원래 포드는 루지 센터에 연간 8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지으려 했지만, 예상보다 뜨거운 반응에 1년에 15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으로 지었습니다. 사전예약자 가운데 75% 이상은 포드 차를 처음 구입하는 고객이었고, 대부분 청년층이었습니다. 신차 하나가 120살 먹은 회사를 최소 수십년은 더 영업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게 도운 셈입니다.
과제도 있습니다. 거대 자본으로 생산력은 확보했지만, 기술력으로 테슬라와 맞붙을 수 있느냐가 문제입니다. 포드는 6월 배터리 과열 문제로 머스탱 전기차 마하-E 4만9000대를 리콜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차량 고전압 배터리 접촉기가 과열돼 엔진 시동이 꺼지는 문제가 발견됐습니다. 사측은 7월 중 발표하는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했지만, 업계에서는 포드 전기차의 기술적인 완성도에 대한 의문이 나옵니다. 리콜 문제가 회사에 대한 고객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는 만큼, 기술 완성도를 갖추는 게 시급한 과제입니다. 과연 포드는 테슬라의 대항마로 120년 전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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