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익선 철학관 / 밤
체험실(?) 문이 반쯤 열려 있고 용태 누워 있다.
무복을 입은 이익선은 누군가와 상담중.
익선 어지간하면 돈만 보구 살아. 그 나이에 이혼하면 뭐 좋을 거 있어. 그년 좋은 일만 시키는 거지.
여자 (깊은 한숨) 허구헌날 술만 처먹으니 살 수가 있어야죠. 그년한테 집도 사준 거 같아요. 대신 여우같은 암캐 새끼를 한 마리 받아왔는데 얼마나 끔찍이 위하는지..아주 그년 대하듯 한다니까요?
익선 잠시만.
이익선 용태방 쪽 보며,.
익선 어이, 학생 오늘은 그만 가지?
용태 아직 못 했잖아요.
익선 아니 최면이 안 되는데 어떡해? 집에 가서 인터넷으로 해 봐.
용태 인터넷으론 세 살까지는 됐는데 전생은 도저히 안돼요. 그동안 많이 이완했거든요. 한번만 더 해주세요. 안되면 그냥 갈게요.
익선 (질기네..한숨)
-시간 경과-
눈을 감은 용태. 최면상태로 들어간.
용태 눈물에 가득찬 눈물..
익선 뭐가 보여?
용태 궁궐.....궁녀가 울어요. 나두 울고요.
-인서트-
휘영청...밝은 달이 떠있는 구중궁궐....달빛만 고요하고...
발걸음도 가볍게 가는 아름다운 궁녀들...거기에 고개 숙인 하은도 보인다.
하은만이 무거운..걸음을 옮긴다.
익선 느낌이 어때?
용태 (눈물) 슬퍼요...너무 슬퍼요. 누군가를 사랑하지만... 방해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요.
용태 가슴이 메어져 오는 듯...가슴께가 들썩인다.
익선 궁녀였어?
용태 말 한마디 하지 않았는데 두 사람 마음..알 거 같아요..
익선 (심드렁) 두 사람? 니가 누군데?
-인서트-
붉은 곤룡포에 쌓인 임금(용태)...
사그락 타들어가는 초..
턱을 숙이고...고뇌에 휩싸인...
하지만 턱선만 얼핏 보일 뿐.. 용태의 얼굴이 정확하게 보이지 않는다..
왕의 턱선으로 흐르는 굵은 눈물..
용태 (E)왕....같아요.
익선 . (E)...와앙?
용태 (E)두 사람 마음이...너무 슬퍼요...
다시 철학관 내부. 용태 섧게 우는...
익선 (담배 꺼내 피운다) 후...다시 한번 잘 봐바. 왕이 보인다구 꼭 왕이란 법은 없어.
용태 ...
익선 내시나 뭐 이런 사람 주위에 있어? 뭐가 보여 또?
용태 달... 달이 보여요. 달빛 속에서 왕은 울고 여자는... 떠나갔어요..
2. 여관방 / 밤
여관 창문으로도 들어오는 달빛..
창수 눈뜬다.
벽에 기댄 채 깜박 했던 듯
하은 누웠던 자리 보면 없다.
창수 텅 빈 방안에 덩그라니..
창수 ...........
-플래쉬백-
전철역 벤치에서 잠들어 있는 하은.
다가서는 누군가... 창수다.
하은 얼굴을 보며 순이와 너무 닮아 놀라는 표정.
다시 여관,
창문을 보는 창수
순이, 창문에 둥실 떠 창수를 바라보고 있다.
창수 ......
용선 (E)첫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는 걸까?
3. 길 / 아침
용선 용태 걷고 있다.
용태 충분히 가능하지. 운명이라면..
용선 첫눈에 사랑에 빠질 수도?
용태 꼭 첫눈에 빠지진 않더라도 늘 보던 사람인데 어느 한순간 확 빠져버리는 일 있어.
용선 (어머! 속마음 들킨 듯 놀라 보면)
용태 (제 추억에만) 나 초등학교 땐데.. 매번 급식시간 때에 밖으로 나간 애가 있었어. 처음엔 그냥 배가 불러서 그런가부다 그랬어. 그런데 매일 그러는 거야.
용선 급식비가 없어서 그런 거 아냐?
용태 그런거지. 하지만 그땐 난 그런 거 모르니까 급식같은 건 누구나 다 먹는 줄로만 알았지.
용선 그 여자애 굶는게 불쌍해서 사랑에 빠졌단 거야?
용태 아니. 그땐 그런 거 몰랐다니까.
4. 초등학교 / 낮 / 과거
도시락을 먹는 어린 용태.
조용히 밖으로 나가는 한 여자아이.
-시간 경과-
용태 굉장히 힘든 얼굴로 선생을 보고 있다.
용태 (E)밥을 먹어서 그런지 똥이 무척 매려웠어. 평소같으면 참을 수 있었는데 그날은 너무 힘들었거던...반바지를 입어서 똥을 싼다면 똥이 빠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니까 더 당황스럽구 더 참기 힘들었어.
선생 이거 답 아는 사람?
용태 (손을 든다)
선생 어, 용태가 말해볼래.
용태 똥매려워요.
선생 .....
어린 용태 아주 힘겨워하며 복도를 걷는다.
그위에 현재의 용선 용태 목소리,
용태 (E)그날따라 복도가 왜 그렇게 길어보이는지.. 빨리 걸어야했는데 더 못견디겠더라구.
용선 (E)근데 왜 드럽게 똥마려운 얘기야. 첫사랑 얘기 아니야?
용태 (E)아니야. 들어봐. 암튼 난 참을 수 없을 지경이 돼서 벽을 잡고 겨우 걸어가 고 있었어.
용태 한손으로 벽을 짚고 한손으로 바지 뒤춤을 틀어막다시피 해서 걸음을 옮기는데,
저기 복도 끝에 여자아이도 한손으론 벽을 짚고
한손으론 배를 누르고 걸음을 옮기고 있다.
용태 (E)그런데 내 맞은편 앞에 그 여자애두 나랑 비슷하게 아주 아파하며 오고 있더라구. 왠지 난 반갑더라구. 그런 장소에서 그렇게 만난다는 게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두 들고 왜 외로울 때 누구 만나면 반가운 기분 있지. 그런 기분이야. 그런데 그 여자애는 그렇지가 않더라구.
용태 웃음을 막 띠어보려다가 굳는다.
여자아이가 복도에 멈춰서버린다.
용태 시선으로 보이는 여자 아이 다리에서 흐르는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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