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다리 위 / 오후
다리 위를 걷고 있는 창수
노을이 물들고 있다.
창수 천천히 걷는다. 하천 쪽을 바라보는 창수.
얼굴에 그늘져 있다.
하천의 징검다리를 건너 다니며 장난치고 있는 순이.
창수 시름이 깊다.
2. 집 / 아침
허리띠로 아래위를 붙들어맨 밥통.
부그르르 하면서 잘 돌아간다.
미경 흡족한 듯 보고.
-시간 경과-
미경 다된 밥통을 열어놓고 식구들 밥 퍼준다.
창수, 용태 용선.
아무도 말이 없다.
그저 기계적인 식사할 뿐인데,
끼익~! 문이 열리고 희경 목발 집고 들어온다.
창수 !
용선 엄마!
희경 엄마라고 부르지도 마 이년아! 어떻게 퇴원하는데 한 놈도 나와보질 않아!
미경 아니 오후에나 가 볼려구 그랬지.
희경 (목발 거기다 걸쳐놓고 다소 절뚝이며 들어온다, 털푸덕 앉는)나두 밥.
미경 밥 퍼주고.
희경과 창수를 싸고도는 터질듯한 긴장감.
용태는 자기만의 절망에 침잠돼있고..
용선과 미경은 눈치보기 바쁘다.
희경 넌 커피메이커 왜 안 사와 이년아!
미경 진심이었어?
희경 ....
미경 ....
-시간 경과-
모두가 나가고 없다.
빨래를 개키고 있는 희경, 창수 옷 주섬주섬 치우다가, 확 팽개치는.
희경 고등학생? 어유 병신, 정말 가지가지 한다!
희경 속상한지 얼굴 일그러지고..
남편의 옷을 뒤져 초조한 표정으로 담배를 핀다.
콜록대면서 장초를 내버리고 냄새가 역겨운 듯 화장실에서 이를 닦는다.
거울 속의 얼굴을 보면서 두려운 표정이 되는 희경.
3. 병원 / 낮 / 회상
병실에서 의사와 심각하게 얘기 중인 희경
의사 차트에 TEST-- Cancel 이라고 적고 있고. 그 위에 불쑥.
희경 나...언제 퇴원해요? 집에 빨리 가봐야하는데.
의사 뭐 무리하게 서둘다간 기빙웨이(giving way)현상이 있을 수 있어요.
희경 네?
의사 걷다가 힘없어 무릎이 꺾이는거요.
간호사 선생님.
의사 잠시만요.
간호사 강희경 환자 트랜스퍼 요청해요?
의사 임선생한테 menopausal disorder(갱년기장애)라고 말씀드리고 강희경 환자는 캔설.
간호사 캔설 확정인가요?
의사 그럼 내가 캔설이라면 캔설이지. 좀 기분 나쁘네? 누가 누구한테 보고해야 되는거야? 왜 임선생이 뭐라구 그래?
간호사 아니 전에도 그랬다가...(눈치보고) 알겠습니다.
희경 ???
의사 (앉으며) 요즘 몸이 좀 안 좋으시죠?
희경 (두려움) 네. 골도 지끈거리고, 몸에 열도 오르는 것 같구......기분도 영..
4. 용선학교 옥상 / 낮
용선, 옥상 위에 혼자 찌그러져 있다가 화들짝 전화받는다.
용선 엄마? 나? 공부하지. 언제 와?
희경(필터) 캔슬이 모야?
용선 캔슬? 그거 아파트 광고에서 본 거 같은데. 롯데 캔슬..인가?
희경(필터) 사전찾아봐.
용선 스펠링이 몬데.
희경(필터) 학생이 그것도 몰라 이년아!
용선 왜 욕은 해? (영어사전 찾는) 시...이...엔...시..여깄다. 캔설.암. 암이네.
5. 병원 공중전화 부스 / 낮
희경 멍하다.
희경 다...다시 한번 봐바..
용선(필터) 내가 죽 읽어볼게. 캔설! 언카운더불 나운. 암(癌), 암종; 악성 종양 get 캔설 암에 걸리다 die of 캔설 ~ 암으로 죽다 breast캔설 유방암 .. 자궁암은...
전화 끊는 희경....하늘이 노오랗다...
6. 집 / 현재
화장대 앞에 멍하니 앉아 있는 희경
곱게 화장은 했지만 막상 갈 데가 묘연.
친구들에게 전화하는 희경..
희경 왜 약속 있어? 오래간만에 얼굴이나 보자. 맨날 해먹는 저녁 타령 좀 그만 해. 평생 밥해주다 인생 종칠래? 알았어. 알았다구~! 실컷 쳐먹어.
희경 전화 끊고. 미경 저 만치서 희경 눈치보고 있다.
희경 미경을 본다.
미경 왜 어딜 그렇게 기필코 가려구 그래. 곧 저녁 땐데. 밥 안하구.
희경 니가 해먹어 이년아! 내가 밥하는 사람이야!
미경 (놀라) 왜 나한테 짜증이야 짜증이? 형부 땜에 그래? 형부 잘못 없다구 했잖아. 그 애도와줄려구 그랬대잖아. 못 믿어 형부? 대충 하고 신경질 좀 작작 부려. 알아? 요즘 언니 성격 좀이상해진 거? 마귀할멈같애 !
희경 벌떡 일어나 나간다.
7. 거리 / 오후
휑한..거리.
희경 멀뚱히 서 있다.
저 건너 보이는 노래방.
희경 .... 내가 미쳤지.
팍팍한 다리 두들기며, 희경 돌아서는데, 자전거가 와서 선다.
진성 올 여름은 너무 찌는 거 같아요 그쵸? 밤에는 더워서 잠이 안 오대요.
희경 (보면)
진성 안녕하세요.
희경 (놀라며) 어..
진성 퇴원하셨네요.
희경 네..
진성 말씀 놓으세요.
희경 아니 모.. 그러지 뭐. 그때 와줘서 고마웠어.
진성 (웃는) 어디 가세요..
희경 어? (당황) 친구네 좀.
진성 언제 노래방에 친구분들하고 놀러오세요.. 시원한 냉커피 대접할께요. 제가 드린 커피 맛 어떠셨어요?
희경 어... 좋던데.
진성 (작은 소책자를 주며) 이거... 읽어보세요. 선물이예요.
‘커피 한잔의 열정’ 책 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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