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업무관리 서비스 알바체크 권민재 대표
중고등 시절 발명으로 30여회 상 받아
iF디자인, 세계창의력 올림피아드, 대한민국인재상 수상
2006년 인재상 시상식 명찰을 달고 있는 문근영.
출처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지난 2006년 대한민국 인재상 수상식장. 노무현 전 대통령상이 21세기를 이끌 인재로 선정한 고등학생 40명, 대학생 40명에게 상을 준다. 당시 3고이었던 배우 문근영이 수상자 가운데 한 명이었다. 문근영과 동갑인 권민재(34) 알바체크 대표도 창의력분야 우수인재로 뽑혀 식장에 섰다. 알바체크는 모바일 업무관리 서비스 회사다.
“중고등학교 시절 주요 발명 대회서 한 30번 상을 받았습니다. 당시 받은 상 가운데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이 인재상입니다. 배우, 스포츠 스타, 예술가 등 유명한 분들과 함께 상을 받고 청와대에서 밥도 먹었습니다.” 이런 그를 주변 사람들은 발명왕, 발명천재라고 불렀다.
어른으로 인정받을 만큼 나이를 먹은 뒤에도 그는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머리 속에 떠올리고 세상에 선보였다. “대학교 땐 2만명이 참여한 세계 창의력 올림피아드에서 1등, 3등상을 받았습니다. 대학생 시절 5~6번 상을 받은 것 같습니다. 사회에 나와선 창업공모전과 경진대회에서 15번 수상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받은 것과 제가 만든 회사가 받은 것을 합친 숫자입니다.”
사실 대학에 들어 간 뒤엔 그를 발명왕보다는 창업왕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더 많았다. 지난 10여년간 5번이나 잇달아 창업을 했기 때문이다. 처음 시작한 사업은 자신의 창의력을 파는 사업이었다. “대학교 3학년 때 창의력 올림피아드에서 1등을 한 뒤 사이넵스란 스타트업을 만들었습니다. 초등학생 대상 창의력 교육 업체였습니다.” 창의력이라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에서 만든 회사였다. 하지만 결과는 그리 좋지 못했다. “이렇게 사업하면 망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강의료로 돈을 벌었지만 회사 운영비로 다 나갔다. 앞으로 벌고 뒤로 밑진다는 말이 무엇인지 절감했다.
“졸업 후엔 LS니꼬동제련에 취업했습니다. 대기업, 좋은 회사였지만 더 창의적인 일을 해보고 싶어 퇴사했습니다.” 그리고 친환경 쇼핑백 사업을 시작했다. “접으면 옷걸이로 변하는 제품이었습니다. 쇼핑백 옷걸이로 세계 3대 디자인 상 가운데 하나인 ‘iF 디자인 어워드’를 받았습니다.” 말 그대로 창의적, 혁신적인 제품이었다. 하지만 이 사업도 결국 접어야 했다. “가격이 너무 비쌌습니다. 대량생산을 해야 가격을 떨어뜨릴 수 있는데 한 번에 1000~2000장 주문해서는 답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때 제조업에 대한 경험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또 기획, 생산, 판매를 다 해봤고 규모의 경제학을 배웠다는 점에서 만족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2016년 시작한 ‘실력자’라는 아티스트와 공연이 필요한 사람을 이어주는 서비스 플랫폼이다. “공연이 필요한 사람이 누가, 언제, 어디서, 얼마에, 어떤 공연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올려요. 그럼 아티스트들이 보고 자신에게 맞는다 싶으면 데모 영상을 올립니다. 실제로 공연을 하면 수수료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 서비스도 끝을 보진 못했다. “실력자를 만들면서 정보통신(IT) 기술 창업을 이해했습니다. 팀 빌딩이 중요합니다. 개발자, 디자이너와 경영 파트가 손발이 맞아야 한다는 것을 알았죠. 하지만 고집스럽게 제가 하고 싶은 서비스를 했습니다. 나중엔 직원들이 다 떠나서 혼자 일해야 했습니다.” 흔히 말하는 사람이 제일 중요하다는 말의 의미를 뼈 속 깊이 새겼다.
실력자를 정리한 다음 2017년 목동에 외식업 프랜차이즈 가맹점 ‘훠궈야’를 차렸다. “문 열고 5개월 후에 월매출 1억원을 달성했습니다.” 가게 운영에 제일 중요한 것도 사람 관리, 즉 직원, 알바 관리였다. “스타트업을 할 때 경험을 살려 매달 회식도 하고 이벤트를 했습니다. 소문이 나니 알바생을 뽑는다는 공고를 올렸는데 100명 넘는 친구들이 지원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어느 날 보니 제가 직원들에게 잔소리를 너무 많이 하고 있었습니다. 한마디면 끝날 걸 주저리주저리 떠들고 있었죠. 화이트보드에 오늘의 할 일을 써 놨는데 봤는지 도무지 확인할 길이 없었습니다. 말로 하지 않고 조용히 그러나 더 정확하게 체크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감정소모를 줄이고 서로 믿고 즐겁게 일하고 싶었다. 스마트폰을 이용하면 가능하지 싶었다. 이렇게 떠올린 아이디어가 숙성 과정을 거쳐 지금의 알바체크로 다시 태어났다. 알바체크 기능은 크게 3가지다. 첫번째 체크리스트다. 관리자가 해야 할 일을 작성하고 매일 혹은 요일별 반복, 시간과 담당 직원 지정한다. 알바생은 이를 보고 일 한 뒤 인증샷을 찍거나 댓글로 보고를 한다. 두번째 공지사항 기능이다. 특이사항, 고장 내역, 스케줄을 기록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직원이 올린 내용을 보지 않으면 푸시 알림을 보내 확인하도록 유도하는 기능이다. 2019년 3월 베타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해 9월엔 알바체크를 자기고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가 개최한 10월 디데이에서 우승(산업통산부 장관상)을 차지해 상금 1000만원을 받기도 했다. 디데이는 창업 아이디어, 아이템이 더 우수한 지 겨루는 행사다.
알바체크는 베타서비스를 끝내고 2020년 10월 서비스를 유료화했다. 사용료는 점포당 월 4900원. 가게 사장님이 매달 4900원을 내면 직원까지 쓴다. “14일간 무료체험을 해보고 실제로 돈을 내고 쓸 것인지 결정하는데 유료전환율이 86%입니다.” 한번 써 본 사람들 대부분이 지갑을 연다는 이야기다. 올 3월 이용자 숫자는 2020년 3월보다 200% 증가했다. “일한 것을 보여주는 인증샷 숫자는 같은 기간 5만장에서 200만장으로 40배 늘었습니다.”
또 알바체크를 눈여겨본 유통 대기업들이 같이 일해보자고 손을 내밀고 있다. 작년 9월 알바체크는 GS리테일 산하 점포에서 사용할 업무관리시스템을 만든다는 계약을 맺었다. 말하자면 GS25나 GS수퍼마켓 점주들은 알바체크 서비스를 써 볼 수 있는 셈이다. 또 가맹점이 30만개에 달하는 결제업체인 케이에스넷도 GS리테일과 비슷한 계약을 맺었다. 케이에스넷은 카드결제·인터넷전자지불결제대행(PG)·전자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다. 신한카드도 알바체크와 손을 잡았다. 8월부터는 신한카드의 소상공인 상생 마케팅 플랫폼인 ‘마이샵파트너’에서도 알바체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사용자 평가는 어떤 지 물었다. “사장님들은 너무 좋아합니다. 관리도 편하고, 사고가 줄었다고 합니다. 또 인수인계가 편하다고 합니다.” 업무흐름을 한눈에 보고 전임자가 일했던 결과를 사진으로 보고 따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직원들은 사장님 잔소리가 줄었다고 합니다. 말 붙이기 어려운 사장님에게 일하는 방법을 물어보는 대신 설명을 다시 읽으면 그만이라 마음이 편하답니다.” 물론 알바생 입장에선 다 좋다고 말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해야 할 일이 늘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주방처럼 손에 물기가 묻을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일하는 분들은 스마트폰 조작이 어렵다고 합니다.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고민중입니다.”
권 대표는 지금까지 해 온 발명과 창업이 알바체크를 제대로 만들기 위한 준비였다고 생각한다. “사실 4번 창업으로 번 돈과 쓴 돈이 비슷합니다. 성공했다고 말하긴 힘듭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경험을 착실히 쌓아 놓았습니다. 많은 수상 경험과 창업 경험이 없었다면 알바체크도 없었을 겁니다. 알바체크에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 붓고 있습니다. 새로운 기능도 곧 공개할 생각입니다. 본격적으로 마케팅도 시작합니다. 달라질 알바체크를 같이 지켜봐 주세요.”
글 시시비비 세오
시시비비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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