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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전박대 당하던 청년들, 돼지로 70억 투자 받아

CCBBLAB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9.09 10:02:21
조회 2123 추천 3 댓글 10

한국축산데이터 송신애 CPO
돼지, 닭, 소들의 주치의
“팜스플랜으로 원헬스 실현할 겁니다”

‘월 폐사율 67% 감소, 월 의약품비 65% 감소, 사료 효율 12% 증가’

가축 헬스케어 서비스 ‘팜스플랜’을 통해 가축을 관리한 축사의 성과다. 팜스플랜을 가축 체중, 행동 패턴, 나이 등 농장에서 나오는 데이터로 가축의 건강을 관리한다. 데이터를 분석해 농가에 맞는 솔루션을 제공함으로 건강한 가축을 생산할 수 있다.

국내 최초 데이터 기반한 가축 건강 관리 프로그램을 만든 곳은 바로 ‘한국축산데이터’다. 한국축산데이터는 이 서비스로 중소기업벤처부와 환경부가 공동 추진한 ‘그린 뉴딜 유망기업 100’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진행하는 ‘글로벌 ICT 미래 유니콘 육성 사업’에 선정됐다. 또 기술과 서비스 가치를 인정받아 지금까지 누적 7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한국축산데이터는 경노겸 대표와 50여명의 직원이 함께 운영하고 있다. 그중 한국축산데이터를 공동창업한 송신애(33) CPO에게 팜스플랜 이야기를 들었다.



송신애 CPO. /한국축산데이터 제공

-‘한국축산데이터’는 어떤 회사인가요.

“인공지능기술과 생명공학기술, 수의학 세 가지 전문 학문을 합쳐 가축 헬스케어 서비스 ‘팜스플랜’을 개발해 가축의 건강을 관리하고 증진하는 회사입니다. 가축은 방목해서 키울 때 건강은 물론 육질도 좋아집니다. 그러나 한국 여건상 밀집 사육 환경을 바꾸기 쉽지 않죠. 그래서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필요해 팜스플랜을 개발했습니다.

팜스플랜은 우선 가축 나이, 체중, 행동 패턴 등 농장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수집합니다. 이 데이터를 분석해 가축이 잘 자랄 수 있도록 농장에 맞는 방법을 제시하죠. 현재 돼지 30만마리와 소량의 소와 닭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농장주분들이 가축 관리, 유지·보수에 들이는 품을 줄일 수 있도록 서비스를 만들었습니다.”

-가축 데이터는 어떻게 수집하나요.

“우선 저희가 수집하는 데이터는 실시간 데이터, 데일리 데이터, 월간 및 분기별 데이터 등 3가지입니다. 실시간 데이터는 영상과 센서를 통해 실시간으로 수집되는 데이터로 농장에 설치된 카메라로 수집해요. 데일리 데이터는 농장주분들이 쓰시는 사육일기입니다. 매일 사육일기를 쓰시는데, 농장을 잘 알고 직접 관리하는 관리자를 통해 수집하는 데이터죠. 분기별 데이터는 혈액 데이터예요. 저희가 직접 가서 가축의 혈액을 채취합니다.

이렇게 수집한 데이터를 각 팀이 분석해요. 예를 들어 AI팀에서는 영상 데이터에서 가축 체중, 행동 패턴 등을 분석하고 이를 조금 더 세밀하게 발견하는 모델을 만듭니다. 바이오팀에서는 채혈한 걸 바탕으로 가축의 면역 상태를 파악합니다. 분석 후 ‘적정량보다 항생제를 추가로 투여하고 있다’, ‘특정 질병이 예상된다’ 등의 결과를 농장주분들께 알려요. 그리고 농장주께서 기존에 농장을 관리하던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최적화한 맞춤 솔루션을 제안합니다. 가축별 맞춤형 사료, 백신 등은 물론 가축을 앞으로 어떻게 관리할지 리포트를 작성하죠. 그 결과 1년 동안 저희 서비스를 적용한 농장의 경우 평균 폐사율 최대 12%, 항생제 사용량 최대 83%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기존에는 질병검사를 위주로 했다면 이제는 면역검사를 중점으로 할 예정이에요. 질병이 퍼지기 전 가축들이 질병에 얼마나 대비할 수 있는지 면역상태를 살피는 것이죠.”

보통 농장에서는 관리자 한 명이 약 1000마리의 돼지를 관리한다. 현실적으로 농가에서 키우는 모든 가축의 상태를 하나하나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질병을 예방하기도 어려워, 한 농장에서 특정 질병이 발현하면 대량 폐사를 할 수밖에 없다. 한국축산데이터는 이런 농장의 현실을 파악하고 농장주의 눈과 손을 대신하는 서비스 팜스플랜을 개발한 것이다.


경노겸 대표. /한국축산데이터 제공

한국축산데이터는 데이터분석 전문가인 경노겸 대표와 송신애 CPO가 함께 시작했다. 창업 전 경노겸 대표는 바이오기업 쿨리오를 운영하고 있었고 송신애 CPO는 직원이었다.

-한국축산데이터를 창업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대표님께서 바이오기업을 운영하면서도 워낙 인쇄업, 축산업 등에 관심이 많으셨어요. 또 저희 아버지께서 가축 수의사셔서 제가 자라면서 축산업에 대해 보고 들은 얘기를 자주 나눴습니다. 그러다 전통 방식을 고수하는 축산업 현실에 집중했어요. 작지만 저희가 쿨리오에서 개발했던 기술을 축산업에 적용하면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 같았죠. 축산업을 발전을 도우면 소비자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고 이는 다시 축산업 종사자 소득과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렇게 2017년 피벗을 했습니다.”

-팜스플랜 서비스 개발 과정을 설명해주세요.

“처음에는 정말 간단한 서비스로 시작했습니다. 종류도 돼지뿐이었습니다. 농장주분들이 쓰시는 가축일기를 전산화하는 서비스로 시작해 채혈을 통한 질병 검사 서비스로 확장했습니다. 저희가 수의사와 함께 농가에 직접 방문해 채혈을 했죠. 그때는 내부 실험실이 없어 외부 질병 검사 기관에 의뢰했습니다. 이후 데이터를 받아서 보고서를 만들었습니다.

혈액 다음으로 가축 건강 상태를 대변하는 게 체중입니다. 그만큼 중요한 데이터지만 한 마리씩 모두 잴 수 없습니다. 양돈 농장에 있는 돼지들은 적게는 30kg부터 많게는 115kg 정도 까지 자랍니다. 측정하는 것 자체가 중노동이에요. 이를 영상 데이터 기반 인공지능 기술로 대체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해당 기술을 개발했죠. 우선 농장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카메라로 수집한 영상 데이터에서 가축을 구별합니다. 다른 피사체와 가축을 구별 후 가축의 면적, 길이 등을 측정해요. 측정한 값을 체중 값으로 변환을 하는 겁니다. 이 과정이 실시간으로 이뤄집니다.”

-가축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할 농가를 찾기가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처음엔 가축 수의사로 30년 동안 활동하고 계신 아버지께서 몇몇 농가를 소개해주셨어요. 이후 소개받은 후 농장주분들을 설득하는 건 저희 몫이었습니다. 워낙 전통방식으로 일을 해오신 세월이 길고 전에는 없던 시스템이라 쉽지 않았습니다. 축산업 종사자들도 아니었기 때문에 문전박대도 많이 받았죠. 2017년 11월 첫 계약을 맺었고 저희 서비스를 좋게 봐주시고 한 번 이용해보신 농장주분들께서 입소문을 내주셨어요. 편리함을 느끼고 주변 농가도 소개 많이 해주셨습니다.”


농가에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수집하는 영상 데이터와 데이터를 분석한 값. /한국축산데이터 제공

팜스플랜이 주목받기 시작한 건 코로나 사태 이후다. 기존 사료회사들이 영업을 할 때면 농장에 직접 찾아갔지만 코로나 사태 초반에는 사회적 거리 두기로  모든 영업 경로가 끊겼다. 그때부터 직접 농장에 가지 않아도 가축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팜스플랜의 진가가 드러났다. 가축 상태를 보고 추천 사료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사업 초창기 때 투자를 받기 어려웠습니다. IR에서 ‘기술적으로는 좋지만 시기상조다’, ‘지금 당장 그 서비스가 필요한가?’ 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어요. 그뿐 아니라 축산업 자체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셨고 축산업을 통해 어떤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지도 설득이 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엔젤 투자에 실패했죠. 그러나 코로나 사태 이후 비대면 관련 기술 개발, 서비스 등의 발전이 앞당겨지면서 가치를 알아봐 주셨어요. 또 코로나가 인수공통전염병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가축 바이러스 연구가 사람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설득이 더해져 서비스 가치가 올라갔습니다. 지금까지 70억원의 투자를 받았고 올해 시리즈 B를 유치할 계획입니다.”

이런 팜스플랜의 가치는 농가, 투자사뿐 아니라 소비자도 느끼고 있다. 한국축산데이터의 서비스로 관리를 받은 농가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관리받은 가축은 고기 맛에서 차이가 난다고 합니다.

“맛과 영양에서 차이가 명확히 납니다. 현재 판매하고 있는 제품의 재구매율이 높습니다. 처음엔 삼겹살만 판매했는데, 고객분들께서 다른 부위도 요청하셔서 판매 부위도 늘렸습니다. 또 팜스플랜 관리를 받은 가축의 고기의 맛과 영양 성분에 대해 주기적으로 평가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영양 관련해서는 육질 검사를 주기적으로 맡겨 떨어지는 부분이 없는지 계속 확인하죠. 맛은 사실 주관적인 거라 객관적인 지표가 없습니다. 그래도 블라인드 테스트를 통해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대조군보다 맛있다는 평가를 할 수 있도록 신경 쓰고 있습니다.”


팜스플랜 미트 제품

-해외 진출도 했다고요?

“진출이 어느 정도 가시화된 국가는 미국과 인도입니다. 특히 인도에는 젖소 농가와 MOU를 맺었습니다. 올해 말 혹은 내년 초에 서비스를 개시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돼지 등 가축의 유전자는 97% 정도 같기 때문에 해외 진출이 용이해요. 저희 서비스를 어느 나라에 적용해도 큰 무리가 없습니다. 또 국내 축산업계에는 후진국형과 선진국형 농장이 반씩 섞여 있습니다. 우리나라 모든 농장에 적용할 수 있다면, 전 세계 니즈를 맞출 수 있는 것이죠.”

-한국축산데이터를 운영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을까요.

“돼지 영상 데이터 수집 초창기에는 카메라가 아니라 저희가 직접 촬영했습니다. 제가 직접 웹캠이 연결된 노트북을 들고 축사 안에 들어가서 장시간 돼지를 촬영했죠. 농장 냄새는 워낙 어렸을 때 많이 맡아서 익숙해서 괜찮았습니다. 그런데 이제 집에 오면 제 옷은 물론 머리카락, 차, 노트북에 냄새가 배어있습니다. 또 머리카락이나 옷은 세탁하면 되는데, 노트북에서는 냄새가 2~3주 갑니다. 그렇게 초기 영상 데이터를 모을 때면 서울에 있는 사무실인데 마치 축사에서 일하는 것처럼 냄새가 났어요. 그때 되게 재밌었고 이런 과정을 거쳐 산업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생각에 힘이 나던 때였죠.”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는 무엇인가요.

“저희의 비전은 ‘팜스플랜으로 원헬스(One health)를 실천한다’입니다. 원헬스는 동물, 사람, 환경의 건강이 유기적으로 연결이 돼 있다는 개념입니다. 사육은 환경에 많은 영향을 줍니다. 가축에 먹여야 하는 사료 제작, 곡물 재배 면적을 늘려야 하는 문제 등 사육 자체가 많은 영향 끼칠 수밖에 없죠. 그러나 아예 키우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덴마크는 사육 자체가 100% 친환경적일 수는 없지만 건강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해 환경 중립적인 사업을 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그러면 또 질병으로부터 자유롭고 스트레스를 덜 받고 자란 가축이 환경은 물론 사람에게도 안전한 먹을거리를 제공하기 때문이죠. 한국축산데이터 역시 많은 농가가 원헬스를 실천할 수 있는 서비스로 성장할 겁니다. 또 상품군도 늘릴 예정입니다. 저희 서비스를 통해 관리를 받은 가축의 달걀과 우유도 준비 중입니다.”

글 시시비비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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