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강정 이영석 대표 시각장애에 투석 치료까지 받지만 전통 간식 강정으로 세계 진출 꿈꿔
“중국에서 초코파이가 1년에 2000억원어치 가까이 팔려요. 강정이라고 못할 이유가 있나요?”
이영석(71) 인사동강정 대표는 1999년부터 서울 인사동을 지켜온 터줏대감이다. 추울 때나 더울 때나 묵묵하게 한 자리에서 강정을 팔았다. SBS ‘생활의 달인’에 출연한 ‘강정 달인’이기도 하다. 그의 매장은 외국인 관광객으로 거리에 발 디딜 틈이 없던 2000년대와 2010년대엔 인사동에 가면 꼭 들러야 할 노점으로 꼽히기도 했다. 명절이면 연예인들이 강정 만들기 체험을 하러 이곳에 들렀다. 인사동강정은 백화점에서 행사를 여는 등 점차 입지를 넓혀갔다.
오직 강정 한우물만 파던 이 대표에게 병마가 찾아왔다. 근육암이라는 희귀병을 앓게 되면서 일주일에 3일 4시간씩 투석 치료를 받고 있다. 선천적으로 안 좋았던 시력이 암 수술 이후 더 나빠져 이제는 가까운 곳에 있는 글씨조차 잘 보지 못한다. 그 대신 동업자인 안민자(62)씨가 한복을 차려입고 인사동 노점을 지킨다. 근처 중국집 사장의 지인이던 안씨는 2003년 방송 촬영을 계기로 이 대표와 일을 시작해 지금까지 함께 강정을 만들고 있다.
그런데도 이 대표는 아직 강정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강정을 중국과 베트남 등 해외 시장에서 성공한 초코파이처럼 만드는 게 꿈이라고 이 대표는 말한다. 그를 서울 인사동에서 만났다.
-코로나19 사태로 장사에 타격이 클 것 같다.
“벌써 2년째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인사동은 거의 ‘전멸’ 수준이다. 명동·남대문·신촌 등 도심 상권이 다 죽었다. 인사동 한복판에서 장사를 하는데 낮에 다니는 사람이 100~200명 수준에 불과하다. 인사동은 특히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관광명소가 아닌가. 여행 자체가 어려워지니까 손님이 급격하게 줄었다. 다행히 오래 전부터 장사를 해온 덕분에 매장을 꾸준히 찾는 단골 손님들이 있어서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판로를 찾았지만 막막했다고.
“오프라인 매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3년 전 온라인 판매를 시도했다. 시각장애를 앓고 있어서 제품 사진을 찍어 편집하고 판매 홈페이지를 구축하는 게 쉽지 않았다. 매출 변화에 따라 페이지 구성이나 상품 배치도 바꿔야 하는데,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마케팅 활동을 할 수가 없었다. 요즘 블로그나 인스타그램 같은 SNS 마케팅이 유행이지 않나. 직접 사진을 올리거나 댓글을 다는 게 불가능해 답답할 때가 많았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가게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소상공인 대상 정부 정책자금 대출을 받았다. 이때 우연히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을 통해 경영 컨설팅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소상공인 컨설팅 지원이란 경영 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이나 예비창업자를 대상으로 경영·기술 컨설팅을 돕는 사업을 말한다. 컨설팅 비용의 90%를 정부에서 지원한다. 간이과세자 등 특정 조건을 충족하면 나머지 10% 비용 부담을 면제받는다. 온라인 판매 채널에 대한 노하우가 필요했기 때문에 경영 컨설팅 지원을 신청했다.”
-어떤 컨설팅을 받았나.
“가장 급한 일이 온라인 판매 홈페이지 구축이었다. ‘마님과 돌쇠’라는 기존 브랜드 이미지의 장점을 부각시켜 판매 콘텐츠에 스토리텔링을 입혔다. 강정 사진도 모두 재촬영했고, 제품 판매 상세 페이지에 들어가는 콘텐츠도 새로 만들었다. 일주일에 한 번 전문가를 만나 컨설팅을 받았지만, 총 작업 기간은 1개월 넘게 걸렸다. 요즘 실시간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상품을 판매하는 라이브커머스 시장이 커지고 있는데, 라이브커머스 진출을 위한 사전 준비작업을 하고 파트너도 확보했다. 또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와 쿠팡윙 말고도 11번가, 롯데 등 다양한 채널로 판매 경로를 넓혔다.”
-매출 변화 등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
“온라인 판매를 시작하고 나서 처음에는 가뭄에 콩 나듯 주문이 들어왔다. 요즘은 쿠팡이나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통해 주문이 꾸준히 늘고 있다. 일일 온라인 판매 건수가 약 2배 증가했다. 협력업체와 매출 확대 방안에 대해 논의하면서 판매 전략을 세우고 있다.
인터넷 매출을 늘리기 위한 노력은 오프라인 매장으로 이어진다. 매장은 1년 중 6월부터 9월까지 4개월이 비수기다. 인사동에서도 유동인구가 많은 자리에서 장사를 하는데도 고전한다. 그래서 손님이 매장을 방문하면 온라인 판매처가 적힌 명함을 함께 건네 재구매를 유도한다. 지금은 온라인 매출이 월 100만원이 채 안 되는 수준이지만, 일 매출을 100만원까지 올리는 게 단기적인 목표다.”
-앞으로 계획은.
“시장에 강정에 대한 수요가 분명 있다. 내국인뿐 아니라 외국인, 그중에서도 동남아시아와 중동 관광객이 강정을 정말 좋아한다. 외국인이 매장에 방문하지 않아도 강정을 맛볼 수 있게 인터넷으로 제품을 해외에 팔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최종 목표는 우리 전통 문화인 강정의 세계화다. 가장 한국적인 게 가장 세계적인 말이 있다. 초코파이를 판매하는 오리온은 2012년 중국에서만 1조원가량의 매출을 냈다. 요즘 중국에서 초코파이 단일 매출만 2000억원 가까이 나온다. 강정도 초코파이처럼 세계적인 간식으로 만들지 못할 이유가 없지 않나. 강정 시장이 커지려면 청년들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 앞으로도 강정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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