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도 신문처럼 매달 구독료를 내고 이용하는 시대가 왔다. 구독 경제가 앞으로 자동차 시장에서 고객 이탈을 방지하는 동시에 새로운 수익모델 창출 수단으로 기대되면서 완성차 업체가 구독 서비스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구독 서비스는 구독료 형태의 일정 금액을 내고 정기적으로 원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
완성차 업체가 추진하는 구독형 모델은 크게 두 가지다. 자동차 자체를 빌리는 구독 서비스와 자동차의 편의 기능, 즉 ‘옵션’을 정기적으로 구독하는 서비스다. 차 기능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 운전자가 늘 새차를 타는 기분을 즐길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서비스 탄생 배경이다.
자동차에 가장 먼저 구독형 모델을 적용한 건 테슬라다. 2021년 7월 독자적인 자율주행 기능인 ‘완전 자율 주행’(FSD∙Full Self Driving)을 월 20만원 수준에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FSD는 자동운행(Autopilot)보다 한 단계 고도화한 자율주행 기능이다. 월 1만원 선에서 비디오와 음악 스트리밍, 노래방, 게임 기능 등을 지원하는 ‘커넥티비티 패키지’도 출시한지 오래다.
그동안 테슬라의 독자적인 자율주행 기능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차량 구입 시 최대 1000만원 가량의 추가 비용을 옵션으로 내야 했다. 하지만 이 옵션을 월 단위로 결제해 사용하는 구독모델로 바꾼 것이다. 이같은 변화는 무선통신으로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는 ‘OTA’(Over the Air) 기술 덕에 가능했다. 쉽게 말해 자동차도 스마트폰과 같이 무선 소프트웨어를 통해 수시로 업데이트가 가능해진 것이다. 업계는 OTA 기술을 토대로 구독형 모델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일부 유럽 국가에서 전기차 EQS의 옵션인 후륜 조향기능을 구독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 연 70만원의 구독료를 내고 후륜 조향 기능을 선택하면 뒷바퀴를 10도까지 꺾을 수 있다. 4.5도 각도로 꺾이는 일반차량에 비해 주차나 유턴 시 회전 반경을 줄일 수 있어 유용하다. 고속 주행을 할 때도 안정적으로 차선을 변경할 수 있다. 많은 소비자들이 이 구독을 선택하고 있는 것을 확인한 벤츠는 다른 국가에도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너럴모터스(GM) 역시 2021년 10월 구독 서비스를 적용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2023년 반자율주행 시스템 ‘울트라 크루즈’를 구독서비스로 출시할 계획이다. 볼보는 자율주행 기능을 제공하는 ‘라이드 파일럿’ 서비스의 안전성을 검증한 후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구독 형식으로 적용할 예정이다.
국내 완성차 업체 중에는 현대자동차가 원격제어와 차량관리, 길 안내, 음악 스트리밍 등을 제공하는 ‘블루링크 서비스’를 구독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업계가 차량 기능 구독서비스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는 향후 자율주행과 커넥티비티 서비스가 자리를 잡으면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완전 자율 주행을 통해 운전자가 핸들에서 손을 뗄 수 있게 되면 차량은 그 자체로 다양한 활동을 즐길 수 있는 생활공간으로 변신한다. 자동차 업계는 다양한 차량 편의 기능을 구독 서비스로 제공하면서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창출할 수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차량 기능을 구독 형태로 파는 시장이 새 차를 만들어 파는 전통적인 제조 기반의 시장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각종 옵션의 구독 서비스 채택률이 30%까지 늘어나면, 연간 서비스 부문 영업이익은 1180억 달러(약 146조9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기업은 옵션으로 제공하던 기능을 구독 형태로 전환해 고객 이탈을 방지하는 동시에 매출을 늘리고, 비용을 줄이는 등 효용을 높일 수 있는 셈이다. 여기에 구독한 고객의 서비스 사용 데이터도 상당한 가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 입장에서 누릴 수 있는 구독 서비스의 장점은 무엇일까. 우선 필요할 때마다 원하는 기능을 연 단위나 월 단위로 사서 쓸 수 있다. 일시 해지나 재구독도 가능하다. 차량 구매시 옵션 때문에 추가적으로 내야했던 비용에 대한 부담도 덜 수 있다. 하지만 기능을 오래 사용할 경우 기존에 옵션으로 들어갔을 때보다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자동차의 기능 구독 서비스와 별개로 자동차 자체를 구독하는 서비스 출시도 늘고 있다. 자신이 원하는 차량을 일정 기간 빌려 사용한 후 서비스 조건에 따라 중간에 다른 차량으로 바꿔서 타는 식으로 서비스가 이뤄진다. 대부분 1개월만 이용하고도 해지가 가능하다.
국내 완성차 업체의 경우 현대차는 ‘제네시스 스펙트럼’과 ‘현대 셀렉션’, 기아는 ‘기아 플렉스’ 등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18년 국내 시장에 첫 선을 보인 제네시스 스펙트럼은 국내 최초의 차량 구독 서비스다.
언뜻 보기에 기존의 렌탈 서비스와 다름 없어 보이지만 차량 구독 서비스의 가장 큰 장점은 약정 기간 없이 다양한 차량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렌탈 서비스는 최소 24개월 이상의 약정 계약이 필요하고 선납금과 보조금, 주행거리 제한은 물론 중도 해약 시 상당한 위약금이 부과된다. 하지만 구독 서비스는 월 구독료에 각종 세금과 보험료, 기본 정비료를 포함하고 있어 이용하는 동안 추가로 별도의 비용이 들지 않는다. 또 장기렌트와 달리 운행거리 제한도 없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자동차 반도체 수급 문제로 신차 출고 시기가 늦어지고, 중고차 가격이 오르는 등 다양한 환경적 요인으로 차량 구독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무엇보다 취향에 따라 다양한 신차를 탈 수 있다는 점이 차량 구독 서비스의 인기 요인으로 지목된다.
한편 디지털 콘텐츠 업계도 완성차 업체의 구독 서비스에 주목하고 있다. 지니뮤직은 현대자동차와 기아, 테슬라 등 차량에 스트리밍 서비스를 탑재했다. 멜론도 현대차, 기아차와 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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