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지 포브스(Forbes)가 선정한 ‘30세 이하 아시아 리더 30인(30 under 30 Asia list 2022)’ 명단에 국내 스타트업 인사들이 대거 이름을 올렸습니다. 포브스는 해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 22개 국가를 대상으로 연예, 스포츠, 금융, 기술 등 10개 분야 30세 미만의 리더들을 뽑아 발표합니다.
2022년에는 22개 국가에서 4000명이 넘는 후보자가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아시아 태평양 리더 평가 사상 최대라고 합니다. 포브스가 후보자들의 리더십과 영향력, 잠재력 등을 평가해 이 중에서 30명을 선정하는 것이죠. 이번 명단에는 닥터나우 장지호 대표, 엘리스 공동창업자 박정국, 하이퍼리즘 이원준 대표 등 17명의 한국인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그중 11명이 스타트업계 인사였는데요, 이들이 어떤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있는지 알아봤습니다.
◇비대면 진료 이끌고 CES에서 주목받은 대표들
닥터나우 장지호 대표는 헬스케어&과학 부문에서 이름을 올렸습니다. 닥터나우는 2019년 의대 휴학생 장지호 대표가 설립한 스타트업이자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입니다. 2020년 1월 전자처방전 서비스를 개발하다 비대면 진료 허용 소식과 맞물려 본격적으로 서비스 구축을 시작했죠.
환자가 언제, 어디에 있든 닥터나우 앱에 접속해 증상과 의사를 선택하면 원격 진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시간을 들여 병원에 방문할 필요 없이 전화나 화상으로 진료를 받으면 배달 업체가 약을 배송해 줍니다. 2022년 1분기까지 누적 이용자 수 400만명에, 앱 다운로드 240만건을 기록했습니다.
장지호 대표는 코로나19로 한시적으로 허용했던 비대면 진료를 법으로 허용하자고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그는 4월 18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청년소통 태스크포스(TF)를 만나 ‘비대면 진료 혁신 스타트업 간담회’를 개최하기도 했습니다.
홍준기∙이동헌 에이슬립(Asleep) 공동대표도 헬스케어&과학 부문에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에이슬립은 수면 진단 앱을 만드는 슬립테크 스타트업입니다. 슬립테크는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으로 수면 상태를 분석해 숙면을 돕는 기술입니다. 이동헌 대표는 KAIST 석사 시절 연구실 동료 및 선배 6명과 함께 2020년 7월 에이슬립을 설립했습니다.
이후 호흡 소리와 무선 인터넷 기술을 활용해 비접촉식 수면검사법을 개발해 2022년 초 미국에서 열린 ‘CES 2022’에 참가해 업계 주목을 받았습니다. 아마존 인공지능(AI) 스피커인 알렉사를 비롯해 국내에서는 카카오, 삼성전자, 코웨이, 삼성생명 등과 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가상 인간 제작해 기업가치 2000억으로 만들어
가상 인간을 제작하는 인공지능(AI) 스타트업 클레온(KLleon)의 진승혁∙강지수 공동대표도 이번 명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두 공동대표는 2019년 클레온을 창업했습니다. 클레온은 국내에서 가장 빨리 가상 인간을 만들 수 있는 기업입니다. 클레온은 인물 사진 1장과 30초 분량의 음성만 있으면 짧은 시간 안에 외모, 목소리 등 실제 인물과 똑같은 가상인간을 만들어 냅니다. 이렇게 탄생한 가상 인간은 대사에 맞는 7000가지 손동작도 할 수 있습니다.
클레온은 최근 30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유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젔습니다. 이번에 평가받은 기업가치는 2000억원 정도입니다. 2021년 12월 40억원의 프리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을 때 클레온의 기업가치가 400억원이었습니다. 6개월만에 몸값이 5배가 증가한 셈입니다.
클레온 관계자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아직 투자유치를 진행하고 있어 투자자 리스트 등을 공개하기 어렵다”며 “그러나 다수의 투자자들이 이미 투자에 참여해 6~7월쯤 라운드가 마무리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통합 인력관리 솔루션 ‘시프티(Shiftee)’를 운영하고 있는 신승원 대표도 클레온의 두 공동대표와 함께 기업 기술 분야에서 이름을 올렸습니다. 신 대표가 2016년 창업한 ‘시프티’는 국내 1위의 통합 인력관리 기업입니다. SK네트웍스, 롯데쇼핑, 대기업 및 카카오, 쿠팡 등의 빅테크 기업들을 포함해 15만개 기업을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습니다.
시프티는 창업 3년만에 손익분기점(BEP)를 넘겨 흑자 경영에 성공했습니다. 또 창업 초기 2번의 시드 투자 유치 후 투자금 소진없이 꾸준한 매출 발생을 통해 성장해 스타트업 업계에서도 SaaS(Software as a Service·서비스형 소프트웨어) 기업의 모범적인 성장 사례로 평가 받았습니다.
◇소매&전자상거래 부문에서도 이름 올려
소매&전자상거래 부문에서는 코딩 교육 스타트업 엘리스 공동 창업자인 박정국 리더가 뽑혔습니다. 엘리스는 2015년 김재원 대표, 김수인 이사, 박정국 리더가 함께 설립한 코딩 교육 스타트업입니다. 처음엔 코딩 교육 플랫폼으로 시작했지만 현재 더 다양한 범위의 교육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죠.
단순히 강의만 제공하는 것이 아닌, 온라인 실습 환경을 구축하고 개발자 채용 및 평가 서비스와 기관별 맞춤형 교육도 진행합니다. SK, LG, 현대자동차, CJ 그룹 등은 물론 교육기관부터 정부까지 맞춤형 디지털 전환 교육을 맡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엘리스 교육 이수자는 약 20만명이며, 정부와 공공기관, 대기업 1000여 곳에서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회사는 창업 7년 만에 매출 100억원대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인공지능(AI) 기반 고객 분석 업체 메이아이의 박준혁 대표도 포브스가 선정한 아시아 리더에 꼽혔습니다. 메이아이는 매장의 폐쇄회로(CC)TV와 AI를 연동해 고객 반응과 행동 데이터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입니다. 최근 기업 간 거래(B2B) 영역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엘리스 박정국 CTO는 “지금까지 산업계 전반에서 디지털 전환을 위해 힘써온 노력이 해외에서도 인정받아 매우 기쁘다. 이번 선정을 계기로 앞으로도 뛰어난 기술력과 높은 전문성을 기반으로 해외 진출을 가속화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국내 스타트업 최초로 코인베이스 투자 유치
금융 및 벤처캐피탈 분야에서는 하이퍼리즘 이원준 대표가 아시아 리더 30인으로 뽑혔습니다. 하이퍼리즘은 2018년 1월 설립해 4년밖에 되지 않은 신생 기업입니다. 일본에 본사를 두고 있고 한국을 비롯한 미국, 홍콩, 싱가포르 등에 있는 주요 기관투자자와 대기업 등을 대상으로 가상자산 투자 신탁 및 거래 중개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가상자산운용사입니다. 최근에는 웹 3.0(Web 3.0) 생태계 투자 및 서비스 개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2021년 8월 하이퍼리즘은 시리즈B 라운드에서 국내 스타트업 최초로 미국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코인베이스로부터 13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당시 투자는 해시드와 위메이드 트리가 주도하고 코인베이스 벤처스, 코코네, GS퓨처스, 가디언펀드, 삼성 넥스트 등이 참여했습니다. 또 하이퍼리즘은 2022년 4월 시리즈C 투자 유치 과정에서 8000억원 규모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아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인 비상장 기업) 기업에 한 발 더 가까워졌습니다.
이원준 대표는 “트렌드의 변화가 큰 가상자산 업계에서 하이퍼리즘의 색깔을 유지하면서 새로움을 추구해온 모습을 좋게 평가한 것 같다”며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웹3.0 등 새로운 분야에서도 더 많은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습니다.
한편 금융 및 벤처캐피털 부문에는 가상자산 벤처캐피탈 해시드(HASHED)의 박현준 심사역, KB인베스트먼트 송민재 심사역이 아시아 리더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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