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의 신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토레스(Torres)’가 역대 최다 사전 계약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쌍용차는 6월 13일 신차 토레스 외관과 사양을 공개하면서 사전 계약을 받았는데요, 첫날 사전 계약 대수가 1만2000대를 돌파한 것이죠. 이는 현대∙기아차의 인기 차종에서만 볼 수 있는 성과입니다. 기아 스포티지는 2021년 사전 계약 첫 날 1만6078대가 계약됐습니다.
토레스의 사전 계약 건수는 쌍용차가 출시한 신차 사전 계약 물량 중 역대 최고 기록입니다. 그동안 쌍용차의 사전 계약 첫날 역대 실적은 5000대를 넘지 못했습니다. 2005년 출시한 액티언은 3013대, 2001년 출시한 렉스턴 1870대, 2017년 G4 렉스턴 1254대 순이었습니다. 기존 액티언의 기록보다 4배 정도 많은 수치입니다.
쌍용차 관계자는 “토레스가 정통 SUV 스타일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레트로’ 감성을 입힌 것이 소비자들의 시선을 끌면서 브랜드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토레스가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디자인과 가격입니다.
◇‘무쏘’ 뒤를 이를 쌍용 기대주
쌍용차는 2021년 국산 원조 SUV에 걸맞은 신차를 내놓겠다며 신차 예상 스케치 두 가지를 공개했습니다. KR10과 J100(프로젝트명)이었죠. 당시 스케치를 본 누리꾼들은 ‘이렇게 나오면 대박’, ‘이대로만 나오면 산다’는 호평이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J100은 스케치와 상당히 흡사하게 나왔습니다. J100이 무쏘 유전자를 이어 만든 오늘날의 토레스입니다.
무쏘는 쌍용차가 1993년 8월에 출시해 2005년까지 생산했던 4륜구동 SUV입니다. 13년 동안 약 25만대가 팔렸습니다. 1년에 약 2만대씩 팔리면서 쌍용차의 효자노릇을 톡톡히 했습니다. 또 무쏘는 2021년 자동차 거래 플랫폼 엔카닷컴이 실시한 ‘가장 기억에 남는 1990~2000년대 자동차’ 설문조사에서 SUV 부문 1위에 올랐습니다. 응답자 중 38.7%가 무쏘를 선택했습니다.
그동안 SUV 브랜드들은 미래지향적인 도시형 SUV의 매끈한 디자인을 선보여왔습니다. 이에 소비자들은 정통 SUV 외형, 일명 각진 SUV 대한 니즈를 내비쳐왔습니다. 쌍용차가 과거에 선보였던 묵직하고 강인한 인상의 정통 오프로더를 계승하면서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킨 것입니다.
쌍용차 관계자는 토레스를 “‘코란도’와 ‘렉스턴’ 사이 간극을 잇는 모델”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기존 무쏘를 비롯한 쌍용차 고유의 디자인 정체성을 이식한 모델은 맞지만, 특정 모델의 후속작 개념은 아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2690만~3040만원…가격 경쟁에서도 앞서
업계에서는 토레스 초반 흥행 비결로 가성비를 꼽습니다. 쌍용차가 아직 정확한 가격을 발표한 것은 아닙니다. 현재 공개된 트림별 가격은 T5 모델이 2690만~2740만원, T7 모델이 2990만~3040만원 수준입니다. 이는 3000만원 중반대에 출시될 것이라는 예상보다 저렴합니다.
토레스는 현대자동차의 ‘투싼’, 기아자동차의 ‘스포티지’ 등의 준중형과 현대차 ‘싼타페’, 기아 ‘쏘렌토’, 르노코리아 ‘QM6’ 등이 포함된 중형 모델의 경계에 있습니다. 쌍용차 측은 “차체 크기는 기존 준중형 모델과 QM6보다 크고, 싼타페와 쏘렌토보다는 작다. 토레스는 준중형 또는 중형이라는 범위에 구속되지 않고, 차급을 넘나들며 두 시장에서 모두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는 모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출시 후 토레스가 직간접적으로 경쟁을 벌이게 될 모델들과 가격을 비교해 보았습니다. 우선 준중형(가솔린 1.6 터보 모델 기준) 모델 투싼(2435만~3155만원), 스포티지(2442만~3311만원)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그러나 최상위 트림에서는 토레스가 100만~300만원 이상 더 저렴합니다. 중형 SUV의 경우 싼타페와 쏘렌토(2.5 가솔린 터보 모델 기준)가 각각 3156만~3881만원, 2958만~3944만원으로 그 차이는 더 벌어집니다.
업계에서는 대당 이익보다는 판매를 늘려 경쟁력 높은 새 주인을 찾기 위해 가격을 책정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습니다. 또 최근 반도체 대란으로 경쟁 차량들의 출고가 지연되고 있는데, 이와 달리 토레스는 당장 7월부터 출고가 가능합니다. 이것도 차를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에게 큰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제대로 된 주인 찾을까
업계는 물론 쌍용차 측은 토레스 인기로 쌍용차 매각과 경영 정상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쌍용차는 설립 이후 주인이 계속 바뀌어왔습니다.
쌍용차의 시작은 1954년 설립된 ‘하동환자동차제작소’입니다. 한원그룹 창업주 하동환 씨가 25세에 서울 마포구에 차린 자동차 회사죠. 하동환자동차제작소는 1967년 신진자동차 계열로 편입됐다가 1975년 신진자동차로부터 독립하고 상장 후 1977년 동아자동차공업으로 상호를 변경했습니다.
1986년 11월에는 쌍용그룹이 동아자동차공업 하동환 회장의 지분을 인수하면서 새로운 주인이 됐고, 이름 역시 쌍용차로 바뀌었습니다. 1998년 대우그룹이 쌍용차의 새로운 주인이 됐지만, 1999년 대우그룹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쌍용차는 결국 2004년 중국 상하이자동차에 매각됐습니다.
상하이자동차가 철수하면서 쌍용차는 법정관리에 놓였습니다. 2011년 다시 인도 마힌드라그룹에 매각됐죠. 쌍용차의 우여곡절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마힌드라그룹이 경영악화를 이유로 쌍용차의 경영권을 포기한 것입니다. 다시 새로운 주인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서 2021년 에디슨모터스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습니다. 그러나 매각대금 잔금 2743억원을 준비하지 못해 무산됐죠.
인수 예정자와 조건부 투자 계약을 체결하고 공개 입찰을 통해 인수자를 확정하는 ‘스토킹호스(Stalking Horse)’방식으로 재매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인수 예정자로 선정된 곳은 KG컨소시엄입니다. 당시 입찰에서 KG컨소시엄이 약 3500억원, 광림컨소시엄을 주축으로 하는 쌍방울그룹이 약 3800억원의 인수대금을 각각 써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쌍방울그룹의 인수대금이 더 높았지만, 쌍용차 측은 인수대금과 함께 인수 이후 투입되는 운영자금까지 평가 요소로 고려해 KG컨소시엄을 택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쌍방울그룹은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인수전에 뛰어들었습니다. 이번 입찰에서 스토킹 호스 입찰 때보다 높은 인수대금을 제시하고 재무적 투자자(FI) 확보를 통해 자금 조달도 추가로 증빙할 계획이라고 알렸습니다. 업계에서는 토레스 인기를 업고 인수대금이 4000억원대까지 높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쌍용차 관계자는 "6월 24일까지 인수 제안서를 받고 이번 달 최종 인수자를 선정한다. 이후 모든 M&A가 완료되는 시점은 올해 10월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많은 우여곡절을 겪는 와중에 토레스 출시를 발표했는데, 불안정한 상황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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