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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실의 문 너머로 또다시 인기척이 들려왔다. 그저 멀리서 들려오는 작은 소리였지만, 그 작은 미동은 그것의 정체를 나에게 알려주기엔 충분하였다. 나는 굳은 표정으로 문밖을 바라보았다.
"점점 많아지고 있어."
그녀의 목소리에 나는 다시 그녀를 바라보았다.
"가봐야 하지 않아?"
그녀의 물음에 나는 천천히 시계를 바라보았다. 시계바늘은 조용히 흘러가고 있었다.
"곧 정전이 끝날겁니다. 엘리베이터까지는 멀지 않아요."
시계소리 너머로 바깥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점점 다양해졌다. 이마를 타고 식은땀이 흘렀다.
"정전은 금방 끝나지 않을거야. 직접 발전소에 가보는건 어때."
그녀의 이야기에 나는 허탈하게 웃었다. 나는 직감적으로 그녀가 미래를 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방금 그것도 예언인가요."
나의 물음에 초련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나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당연한 얘기지만, 저 혼자 나갈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나는 잠시 말을 끊고, 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신음소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내가 보았던 수많은 괴물들의 모습이 눈앞에 펼쳐졌다. 자신이 없었다. 이 지옥의 구렁텅이를 뚫고 다시 나갈 수 없었다. 의식이 없는 그녀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었다. 나의 이마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내 걱정은 하지마. 그냥.."
"어떤 미래를 보고 계신지는 모르겠지만, 저 혼자 나갈 생각은 없습니다. 적어도 저에겐 그런 미래는 없습니다. 그것이 정해진 운명이라 할지라도 말입니다."
"너는 운명을 믿지않지?"
그녀의 물음에 나는 다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를 바라보는 나의 눈동자가 조용하게 떨리었다.
"사실, 너의 말이 맞아. 세상은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이루어져왔으니까. 나를 그저 운명에 모든 것을 맡기는, 무책임한 사람으로 생각해도 상관없어. 강요하고 싶지도 않고."
나는 조용히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한 채, 그녀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그런데 그거알아? 너는 그저 운명을 믿지 않을 뿐이지만"
잠시 이야기를 멈추던 그녀는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나에게 말하였다.
"나는 운명을 믿고싶지 않아."
순간, 그녀가 지금도 바라보고 있을 거대한 세상이 나에게 다가왔다. 그녀의 떨리는 목소리에, 나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고,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알고 싶지도 않았고, 보고싶지도 않았다. 그것이 얼마나 거대한 벽이었는지, 얼마나 무모한 것과 싸워왔는지 나는 직감적으로,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방 안에 침묵이 깔리었다. 저 멀리서 들려오는 희미한 괴성만이 조용히 나의 귓가에 들리었다.
"믿고 싶지 않아도 이 세상엔 운명이 있어. 정해진 대로 따라가는거야."
"그것이 잘못되었다면 저는 그것을 바꿀 것입니다."
나의 완고한 목소리에 그녀가 잠시 주춤하였다. 나는 곧바로 가방을 챙겨들고 그녀의 곁으로 다가갔다.
"출발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나는 그녀의 몸을 일으켜세웠다. 순간 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가느다란 비명소리에, 나는 움직임을 멈추었다. 온 몸에 오한이 서리었다.
"너, 부스터를 좀 더 믿어보는 것은 어때?"
그녀의 목소리에 나는 움찔하였다.
"생각이라도 읽은건가요."
나의 물음에 그녀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아까 엿들었어. 공박사님이랑 이야기할때."
"저는 부스터 얘기는 안했는데요."
나의 이야기에 그녀의 당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미안. 유대에 관한 이야기만 했었지? 미안. 너가 회상하는걸 엿들었나봐."
그렇게 말하던 그녀는 잠시 웃더니, 곧바로 말을 이었다.
"아무튼,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이 있다면, 부스터를 믿어. 나에겐 부스터의 생각이 들려오니까."
그녀의 목소리에 나의 눈빛이 떨리었다. 그녀는 계속하여 말하였다.
"그 아이는 너에게 감사하고 있어."
그녀의 이야기에 나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쓰레기장에 쌓여 있던 포켓몬, 죽어가던 부스터, 외롭게 떨리던 눈동자, 가슴 깊히 자리잡았던 죄책감에 뒤섞인 무언가가 묘한 감정이 되어 새롭게 솟구쳐올랐다.
"일단, 나좀 다시 눕혀줄래? 아직 회복하려면 멀었어."
"두고 가란 말씀입니까?"
나의 물음에 그녀가 다시 웃었다.
"아니, 그저 기다리라는거야."
"이것도 예언인가요?"
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녀가 소리내어 웃었다. 당황한 나에게 곧바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글쎄, 이번에는 아냐. 운명이 아니라, 나의 유대를 믿는달까."
그 순간, 저 멀리서 괴물들의 찢어지는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소리는 차례대로 점점 크게 다가오더니, 그 소리에 뒤섞여 무언가 크게 달려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당황한 표정을 숨기지 못한 채 병실의 문을 바라보았다. 창 너머로 무언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곧이어 자물쇠가 스스로 움직였다.
"때가 되었어."
그녀의 목소리와 함께 문이 큰 소리를 내며 열렸다. 그리고 곧바로 달려오는 그것은, 다름아닌 초련의 마임맨이었다.
"이럴수가..."
"진료가 끝나고 만약 깨어났다면, 곧바로 이곳으로 올꺼라 생각했거든. 나는 믿으니까."
마임맨은 숨을 헐떡이며 나를 제치고 초련에게 다가갔다. 곧이어 문 너머로 후딘이 들어왔다. 저 멀리 복도에 쌓인 파라섹트의 잔해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럼, 이만 나갈까? 순간이동은 나가는 것보다 들어오는게 더 힘들거든."
"그게 무슨..."
순간 마임맨과 후딘이 나에게 다가왔다. 후딘의 눈빛이 초록빛으로 빛났다.
"나가는 것은 일도 아니지."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문 밖으로 서성이는 파라섹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것들은 이곳으로 다가오고있었다. 후딘은 신경쓰지않고 나에게 손을 갖다대었다.
"나는 좀 더 쉴게. 고마웠어."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표정은 왠지 웃는 것만 같았다.
순간 눈 앞이 번쩍이는 듯 하더니, 주위에 보이던 모든 것들이 순식간에 변화해갔다. 곧이어 귓가에 불어오는 바람, 나는 고개를 돌려 주위를 바라보았다. 이곳은 더이상 병실이 아니었다. 주위에 비치는 무지개시티의 거리와 함께, 눈앞에 병원의 입구가 보였다. 초련은 나의 팔에 완전히 몸을 기댄 채 가만히 눈을 감고 있었다.
'잠이 든건가.'
잠시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던 나는, 누군가가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봤다. 저 멀리 독수가 다가오고 있었다.
"자네 어딜 먼저 뛰어갔던거야?"
그렇게 소리치던 그는 시선을 돌려 후딘과 마임맨, 그리고 나에게 기댄 초련을 바라보았다. 그는 질색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아주 무서운 여자와 함께 다니는군.."
"네?"
나의 물음에 그는 표정을 고치며 고개를 저었다.
"음 아닐세. 아무튼 왜 급하게 달려갔는지는 알 것 같군. 고맙네."
"아닙니다."
"그건 그렇고, 지금 병원의 상태는 어떠한가?"
그의 물음에 나는 초련을 부축하며 잠시 병원을 바라보았다.
"사람들은 전부 대피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병원에 숨겨진 비밀이 있더군요."
"비밀?"
나의 이야기에 그의 미간이 일그러졌다.
"파라섹트에게 감염된 인간이 매우 많습니다. 밖으로 유출되기만 한다면.."
"그렇겠지. 병원이니까. 분명히 파라섹트에게 물린 환자가 있을수밖에."
그렇게 말하던 그는 병원을 올려다보았다.
"나도 그 생각이 들어서 지금 달려와봤지."
잠시 병원을 바라보던 그는 다시 나에게 물었다.
"백신이 위치한 곳도 바로 이곳인가?"
그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지금 공박사님과 그의 조수가 남아서 예비 전력을 연결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도와드리러 가야할 것 같습니다."
"그렇군."
그는 그렇게 말하며 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내들었다.
"곧바로 마티즈와 그의 체육관 트레이너들이 이곳으로 올거야. 병원 내의 파라섹트를 소탕하고, 포켓몬의 기술로 전기를 보태는데 도움은 될 수 있겠지. 효율은 좋지 않겠지만."
그렇게 말하던 그의 표정이 순간 일그러졌다.
"이럴때 강연 박사만 있었어도..."
"아..."
나의 머릿속으로 그의 얼굴이 스쳐지나갔다. 가슴속에 불안감이 솟구쳤다.
"아무튼 지금 불타입 트레이너가 별로 없어. 파라섹트의 소탕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었을텐데."
독수는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저었다. 때마침 그의 등 뒤로 마티즈와 다수의 트레이너가 이곳으로 다가왔다.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던 독수는 나에게 말하였다.
"나는 연보라시티에 구비해놓은 맹독을 가지러 가봐야하네. 뒷일을 부탁하지."
그렇게 말하며 그는 순식간에 눈앞에서 사라졌다.
'닌자라더니, 진짜였군.'
독수가 사라진 자리를 바라보던 나에게 곧이어 마티즈가 다가왔다. 그는 나에게 손을 들어보이더니, 나에게 기댄 초련을 바라보았다.
"피곤한 여자와 같이다니는군."
"네?"
나의 물음에 그는 그저 병원을 바라보며 손짓했다.
"먼저 들어가지."
그는 그렇게 말하며 따라오는 트레이너와 함께 병원으로 들어갔다.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그들은 순식간에 눈앞에서 사라졌다.
순간, 주위에 침묵이 감돌았다. 고요하게 불어오는 바람이 귓가에 스치었고, 어두운 밤하늘 아래에서 흔들리는 가로수는 마치 흐름에 몸을 맡기듯 바람에 흩날렸다. 그리고 후딘이 뒤를 돌아봤다. 나도 후딘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언제부턴가 이슬이 서있었다.
"언니는 저에게 맡기세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나에게 다가왔다. 내가 주춤하자, 이슬는 직접 초련에게 다가가 그녀를 부축했다.
"공박사님을 도와드려야 하잖아요. 언니는 체육관으로 제가 모실게요."
"알겠습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마임맨과 후딘에게 손짓했다. 그리곤 나에게 미소지었다.
"언니를 도와줘서 고마워요."
"해야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내가 인사하자, 그녀는 곧바로 포켓몬과 함께 물러났다. 잠시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나는 다시 병원으로 향했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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