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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쓰는리뷰 : 숨기는 것이 많으면 한계는 빠르게 찾아오는 법이다

이응(119.204) 2020.02.14 20:22:45
조회 412 추천 0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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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기는 것이 많으면
한계는 빠르게 찾아오는 법이다




무바라트는 지난밤 자신의 생명을 구해준 닥터 강과 캡틴 유에게 진심어린 감사를 표했어.

모연은 사람이 둘인데 성의 표시가 한 장이 뭐냐고 사람 수에 맞게 두 장을 달라고 했지.

그녀의 천연덕스러운 계산속에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모두가 웃었어.

두 사람은 아랍의 아주 높은 정치인의 호의를 얻은 것이 분명했지.


모연에게 지난밤은 아주 많은 것이 달라진 시간이었어.

그녀 속에서 이미 오래전 바스러져 사라진 줄 알았던 정의가 완전히 죽은 것은 아니라는 걸 확인했고, 시진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그녀가 가지고 있던 아주 큰 오해 한 가지가 무너졌어.


모연은 시진이 하는 ‘누군가를 죽이기도 하는 일’을 납득할 수 없어서 그와 8개월 전에 헤어졌었어.

그 외에도 다른 이유가 있었지만 일단은 그게 그때는 가장 큰 이유였어.

의사로서 납득할 수 없었으니까.


그런데 환자를 살릴 기회를 시진이 든 총으로 얻어내고 나서, 모연은 그가 하는 ‘죽음을 통해 생명을 지키는 일’이 무엇을 말하는 것이었는지 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었어.


사람을 죽일 수도 있고, 죽이기도 하는 그건 시진이 들었을 때엔 사람을 ‘살리는’ 도구가 되었어.

분명 그는 그 총으로 사람을 살렸어.


그가 하는 일은 정말 사람을 구하는 일이었던 거야.


그 과정에서 위험부담이 있었을지라도 분명 그의 총은 생명을 구하기 위해 겨누어졌어.

그 결과로 오늘 두 사람은 그들이 살려낸 그 노인을 만나 감사 인사를 들었지.


모연에게 있어 이별의 이유 중 하나가 지난밤에 그렇게 사라졌어.

그래서 그녀가 지금 시진과 마주앉아 차 한 잔을 할 수 있는 거야.

아직도 시진을 만나지 말아야 할 이유는 많이 남아있지만 모연은 오늘만큼은 모두 잊어버리고 그와 마주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시진은 모연과 차 한 잔 마실 이 자리를 만들기 위해 무바라트가 준 골드카드를 썼어.

그가 감수한 ‘인생을 송두리째 날려버릴’ 위험부담의 대가로 받은 유력 정치인의 보답을 그는 이 자리 하나를 마련하겠다고 썼지.

모연의 표현을 빌리자면 ‘고작’이었어.

모연은 그에게 야망도 없냐며 종알종알 잔소리를 했지만 그에게만큼은 오늘 이 자리가 골드카드를 써서라도 만들어야할 만큼 중요했어.


언제 쓰일지, 쓸 수나 있을지 알 수 없는 정치인의 보답보다야 당장 며칠 남지 않은 모연과의 시간이 그에게는 더 필요해.

그 시간을 얻기가 시진에게는 후방침투보다도 게릴라전보다도 어려우니까.

그걸 카드 한 장으로 얻을 수 있다면 그건 남는 장사지.


시진은 앞에 앉은 여자가 종잡을 수 없이 신기해.

분명 아주 많이 정의롭고 도덕적이고 착한 마음을 가졌는데 또 그만큼 계산에도 밝아.

‘훌륭하신 분을 치료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하다가도 뭘 준다고 하니 ‘기왕 주시는 거 두 장 주시면 안 될까요?’라고 해.

뭘 준대도 그거 받아서 뭐 한다고 귀찮게 주나, 하는 시진과는 또 다르지.


단순하고 명료한 기준을 가진 시진은 복잡다단한 모연의 기준을 이해하기가 무척 어려워.

하지만 어려워도 알고 싶어.

모연에 대한 건 그게 뭐든 시진은 다 궁금하고 알고 싶어.


“강선생은 왜 의사가 됐어요?”


모연에 대해 궁금한 게 많기도 많은 시진의 질문에 그녀는 속물처럼 대답했어.

돈 많이 벌고 싶은데 의사가 되면 그럴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속물이라 실망해도 할 수 없어요.”


모연은 아직도 자신을 모두 용서하지 못했어.

그래서 가장 염세적이고 현실적인 부분만 꼽아 대답한 거야.

그런데 시진은 그녀의 위악(僞惡)을 뚫어보았지.


“왜 강선생은 계속 나쁜 사람인 척 합니까?”


당신은 나쁜 사람인 척하고 있는 거라는 시진의 말은 모연에게는 마치 위로와도 같아.

그의 다정한 폭로는 모연에게 그녀의 지난날을 솔직하게 털어놓게 했어.


“……돈 때문에 의사된 걸로 합의 봤어요, 저랑. 유대위님이 없는 동안 많은 일이 있었거든요. 난 그 사이 꽤 변했구요. 근데 유대위님은 하나도 안 변한 것 같아요.”


예전에는 아니었어도 이제 나는 나쁜 사람이 됐어요.
예전 당신과 만났던 그 때의 내면이 아름다웠던 사람이 나는 더는 아녜요.
당신은 여전히 그때와 같은데 나만 이렇게 변해버렸어요.


모연은 자학했어.

그녀가 시진을 받아들일 수 없는 또 하나의 이유야.

이제는 자신이 너무 많이 변해버렸다고 생각하는 이상 그녀는 예전처럼 당당하게 시진을 마주볼 수가 없어.


“더 잘생겨졌는데 티가 안나나 봅니다.”
“농담은 여전해요.”
“강선생 웃는 건 더 예뻐졌는데.”


시진은 모연의 외모를 예쁘다 한 게 아냐.

그는 8개월 전 병원 입구에서 그녀를 다시 만난 날 그녀가 했던 내면이 아름답다던 그 말을 상기한 거야.

그때보다 지금이 더 아름답다고…….


시진은 세상없는 진리처럼 그녀의 변하지 않은 정의로움을 말했어.

그의 말은 계속해서 그녀의 이유를 무너뜨려.


당신은 자신이 변했다지만 당신이 틀렸어요.
당신이 본 내가 여전히 내가 믿는 ‘선(善)’을 지키며 살고 있다면,
내가 지금 보고 있는 당신도 여전히 당신이 믿었던, 지금도 믿고 있는 그 ‘선(善)’을 지키며 살고 있어요.
아니, 지난밤 전보다 더 멋지고 전보다 더 훌륭하게 지켜냈어요.
그러니까 나쁜 사람인 척 하는 거 그만둬요.


시진의 말은 모연의 타락을 완전히 부정하고 그와 함께 할 수 없는 하나의 이유를 삽시간에 무용지물로 만들었어.


모연은 시진의 상냥한 위로임과 동시에 열정적인 고백에 할 말을 잃었어.

그의 위로는 아주 따뜻하고, 고백은 무척 가슴 떨려서 차마 거절의 말이 떠오르질 않아.


두 사람이 그저 고요히 눈을 맞추고 있는데 항상 그랬듯 그 사이로 불청객이 찾아들었어.

시진의 전화벨이 울리더니 그걸 받은 그의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어.

그리고 그가 모연에게 하는 말은 오래 전 어느 때처럼 또 어딜 가봐야 한다는 말이었어.


“우리 데이트의 끝은 변함이 없네요. 한국에서나 여기서나.”


신이 솔로라 두 사람이 데이트하는 걸 시기라도 하는지 그를 또 떼어내 데려가려고 하고 있어.

모연이 다른 문제들을 다 걷어치우고 시진이라는 남자 한 사람만 놓고 생각해보려고만 하면 주변 상황이 자꾸 둘 사이를 훼방 놓아.


“어디 가는데요? 규정상 기밀? 나는 가면 안 되는 곳이에요?”
“가면 안 되는 곳은 아니지만, 데려가서 내가 유리할 게 없습니다.”
“왜 매번 유리하려고만 해요.”
“내가 하는 일 자체가 우리 관계에 불리하니까요.”


두 사람이 평범한 남녀처럼 서로만 볼 수가 없는 또 하나의 이유가 상기되는 순간이야.


모연은 이제 시진의 일이 자신의 일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걸 알아.

그들이 하는 일은 같아. 결국 누군가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싸우는 일이야.

두 사람이 오래 전 헤어졌던 이유, ‘누군가를 죽이거나, 본인이 죽을 수도 있는 그런 일’에서 전자는 이제 둘 사이에 더 이상 이유가 되지 않아.

하지만 여전히 후자가 남았지.


본인이 죽을 수도 있는 그런 일.


어쩌면 전자보다도 후자가 더 크고 무서운 문제야.

훨씬 더 넘어서기 어려운 이유이고…….


“……그래도 내가 같이 가고 싶다면요?”


그래도 모연은 가보고 싶어.

시진의 불리함까지도 알아야 비로소 결정할 수 있을 테니까.

그의 고백을 고백으로 받을지, 아니면…….


* * *


시진이 모연과 함께 가기를 주저했던 그곳은 고인(故人)의 영정에 꽃을 바치고 애도하는 장례식장이었어.

그곳에서 모연은 영정 앞에 국화를 놓는 시진을 멀리서 지켜보았어.


그 씁쓸한 얼굴, 어두워진 표정…….

모연은 그 모습이 잊히질 않아.


부대로 돌아오는 차 안, 부쩍 말이 없어진 시진에게 모연은 섣불리 말을 붙이지 못했어.

묻고 싶은 게 많고 많았지만 그 모두가 묻기 어려운 질문뿐이었지.


“힘든 하루였네요. 푹 쉬어요.”
“동료였어요? 아까 그 추도식…….”


모연은 결국 여상스런 인사를 건네고 돌아서는 시진을 불러 세우고 말았어.

삼킨다고 삼켜질 질문이 아니었어.

묻지 않고는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갈 수가 없었으니까.

그래서 애써 피하는 시진을 붙잡았어.


시진은 영정사진의 주인을 두고 전우였다고 말했어.

그와 함께 일을 한 적도 있는, 그와 같은 일을 했던 사람이라고.

평화를 지키다가 죽음을 맞이했다고.

가장 아니길 바라고 또 바랐던 답이었지.


“그러니까 그 얘긴, 그러니까 유대위님도,”
“그러니까 그 얘긴 하지 맙시다.”


모연은 그녀가 생각하던 결말 중 최악을 오늘 미리 보고 왔어.

추도식의 영정이 바로 지금 그녀의 눈앞에 있는 남자의 사진으로 채워질지도 모른다는 그런 슬픈 결말, 최악의 엔딩을 말이야.


그녀를 데려가면 자신에게 유리할 것이 없다고 했던 시진의 판단은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게 정확했던 거야.

그가 마주한 모연의 눈은 이미 거절의 말을 할 것 같아졌으니까.


“봐요. 같이 가면 이렇게 불리하다니까.”


전우의 죽음에 상심한 시진에게 그녀가 구태여 다시 확인한 이유는 바보 같지만 시진의 입에서 부정의 대답이 나오길 바라서였어.

적어도 그의 대답이 ‘평화를 지키다가요.’는 아니길 바랐어.

그 대답은 결국 시진도 그의 전우처럼 평화를 지키다가 그 영정 속에 담길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의미였으니까.


그 말은 다시 말해 두 사람이 연인이 된다면 오늘처럼 추도식을 먼발치서 바라보는 게 다가 아니라, 언젠가는 모연이 그 추도식의 중심에 서 있게 될지도 모른다는 거였어.

시진이 말한 불리함은 바로 그런 거였지.


하지만 시진은 오해하고 있어.

불리해진 건 그 혼자만이 아니야.

모연은 그의 생각처럼 결코 유리하지만은 않아.

모연이 찾고 있는 건 그들이 이별해야만 하는 합리적인 이유가 아니니까.


그 추도식은 모연이 내고자 한 용기를 또 뿌리까지 흔들어놓았어.

시진과 함께 하고 싶어서 냈던 그녀의 용기가 도리어 그녀를 뒷걸음질 치게 만들었지.

자꾸만 그를 사랑하면 안 되는 이유가 설득력을 얻고 있어.


모연의 마음은 시진에게로 점점 가까워만 지는데 그녀에게 예상되는 건 온통 새드엔딩 뿐이라 무서워서, 슬퍼서, 그녀의 눈에 눈물이 고여.

점점 불리해져.


인사를 하고 돌아서는 시진의 마음도 착잡해.

그에게 추도식 참석은 드문 일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 감흥이 없는 건 아니야.

영정 앞에 국화꽃을 놓을 때마다 그의 가슴은 매번 시리고 무거워.


다시 만나진 못하더라도 건강히 살아있기를 바랐던 전우들 중 하나를 오늘 또 잃었어.

이게 그가 참석하는 마지막 추도식이 아닐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 것도 시진은 알아.

또 언젠가는 자신의 영정 앞에 살아남은 전우들이 국화를 바칠지도 모른다는 것도 알지.

그래서 무섭고 두렵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일을 그만둘 수는 없어.

그것까지도 전부 알면서 이 일을 하기로 한 거니까.


다만 자꾸만 발걸음이 느려지는 이유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서있는 한사람 때문이야. 뒤에 남겨둔 사람이 있다는 것.
죽음을 두렵게 하고 자꾸만 살고 싶어지게 하는 사람이 생기고부터 시진의 머릿속은 전보다 훨씬 복잡해졌어.


우르크에 온 후 모연은 하루도 제대로 자본 날이 없었어.

첫 날은 시진과의 기막힌 재회에 뒤척였고, 그 다음날엔 영창에 갇힌 시진이 어떻게 되기라도 할까봐 걱정하느라 잠 한 숨 못 이뤘어.

그리고 바로 어제는 텅 빈 영정사진이 나오는 악몽에 시달렸지.

밤잠 못 이루는 이유에는 전부 그 남자, 유시진이 관련되어 있었어.


모연은 핏기 없는 창백한 얼굴로 아침부터 그 남자를 찾아다녔어.

아무리 찾아도 없어서 결국 그녀를 아주 불편하게 보는, 그래서 그녀도 불편하기 그지없는 군인, 우근에게 물어볼 수밖에 없었지.


“징계요? 무슨, 그 일은 잘 마무리 된 거 아닌가요?”
“그게 아닌가보지 말입니다. 명령 위반죄는 군법대로라면 징역입니다. 다 하지 말라는 수술 죽어도 하겠다고 우기신 분이 그걸 모르시면 어떡합니까?”


우근은 그녀를 나무랐어.

그걸 아직도 몰랐냐고, 일을 이렇게 만든 사람이 누군데 장본인이 그걸 모르냐고 모연을 몰아세웠어.


우근도 이성적으로는 알아.

이 징계는 모연 때문이 아니라 처음부터 말도 안 되는 명령을 내려놓고 그걸 따르라고 한 그 비겁한 대대장이 원인이라는 걸 우근도 알고 있어.


하지만 그래도 그렇지.

그 명령이 아무리 개 같았어도 그렇지.

책임을 덮어씌우려던 의사가 이 여자가 아니었다면, 그가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상관인 시진이 마음을 뺏겨서 온 신경을 곤두세우는 이 의사가 아니었다면 팀장님이 그 결정까지 내리진 않았을 거라는 생각을 우근은 도무지 지울 수가 없어.


그래서 혼자 맘 편히 아무것도 모르고 시진을 찾는 여자에게 우근은 홧김에 이야기해버렸어.

그의 존경하는 팀장님이 이 의사에게 말하지 않은 이유를 우근도 짐작하지만 그래도 팀장님이 그쪽을 위해 뭘 희생한 건지는 알고나 있으라고 홧김에 질러버린 거야.


모연은 그 길로 발전소 고반장의 차를 빌려 타고 징계위가 열리고 있다는 태백부대 본진으로 향했어.

가는 내내 모연의 가슴은 시진에 대한 미안함과 이 상황에 대한 분노로 쿵쿵 뛰어.


누군가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행동이었고 그 결과로 사람을 살렸고, 그 사람에게서 감사 인사까지 들었는데 왜 그 일을 이유로 벌을 받는지 모연은 조금도 이해할 수 없어.


이건 뭔가 잘못됐어.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거야.


상황이든 말이든 잘못 전달돼서 생긴 일이라면 그녀가 다시 전달해주고, 그의 결단이 아니었다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해졌을지 탄원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모연은 본진으로 달렸어.


“따라서 명령불복종 사건에 대해선 공식적인 징계를 내릴 순 없다. 하지만 귀관의 행동을 묵과할 수는 없다는 것이 징계위원회의 판단이다.”


시진 속한 군은 역시 원칙이 아닌 것을 그냥 넘기지 않는 곳이었어.

원칙을 어겨 보다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냈지만, 자신들보다 더 나은 판단을 내린 한 명의 군인을 군은 아량 넓게 받아들이지 않았지.

그들의 판단이 그릇된 것이었음을 인정하기엔 군이란 조직은 너무도 고루하고 수직적인 집단이니까.


시진의 명령불복 이유와 그의 선한 뜻은 군에게는 전혀 중요하지 않아.

그저 그들의 명령체계가 흔들리고 질서가 무너지는 것을 막는 것만이 중요할 뿐이야.


“감봉 3개월의 징계를 내린다. 이의 있나?”
“없습니다.”
“또한 귀관은 예정된 소령 진급 심사 대상에서 제외된다. 역시, 이의 있나?”
“없습니다.”
“좋다. 이상!”
“단결!”


상부에서는 그의 판단이 옳건 아니건, 그저 시진이 상명하복의 원칙을 어겼으므로 다른 명분을 세워서라도 그 벌을 받으라고 그에게 징계를 내렸어.


시진도 자신이 속한 군이 오로지 원칙만으로 움직인다는 걸 알아.

그 또한 명령이라면 이제껏 그게 무엇이든 최선을 다해 주어진 것을 수행해왔으니까.

그래서 그 자신도 이렇게 명령불복의 사유로 징계를 받게 되리라곤 군생활 15년 동안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어.


하지만 이미 일은 벌어졌고 이 답답함은 어디에도 토해내서는 안 돼.

그가 충성을 바치는 조국은 이런 곳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앞으로도 계속 그 조국의 명령을 따르며 군인으로 살아가야 하니까.

그렇기에 이건 그 혼자 삭혀야 하는 몫이야.


부대로 돌아가기 전에 그는 이 모든 걸 소화시켜야 해. 부대에 있는 부하들, 병사들, 의료팀들 그리고 모연…….


그녀가 있는 앞에서는 더더욱 이 답답한 마음이 얼굴에 표가 나면 안 돼.


땅만 내려다보며 걷는 삽질하기 싫어서 하늘을 올려다봤는데 씁쓸한 마음은 가시질 않고, 넋 놓고 걷다가 현직 알파팀 팀장이 어처구니없는 부비트랩에 걸려 넘어졌어.

상관이자 선배인 시진에게 당돌하게도 발걸기를 성공시킨 명주는 이러다 내가 먼저 별 달겠다며 나름의 위로를 건넸어.

그 덕에 시진도 조금 마음이 편해지려는데 저 멀리 그의 눈에 보이는 한 사람.


절대 이곳에서 보고 싶지 않은, 아직 볼 준비가 안 된 여자가 그의 눈에 들어왔어.


* * *


급하게 차를 달려 본진에 도착한 모연은 지체 없이 시진의 직속상관의 막사로 쳐들어갔어.


“이 책임을 왜 유시진 대위님께 묻냐구요, 아무 잘못이 없는데!”
“잘못이 왜 없나! 군인이 명령에 불복종 했는데!”


그 죽일 놈의 명령.


명령을 어겼어도 생명을 구했는데 왜 잘못이 되는 거냐고 모연은 항변했어.

모연은 지금 이 상황이 남 일 같지 않아.

그녀도 병원에서 억울한 일을 많이도 당해본 사람이야.

시진이 처한 지금 상황이 그녀가 당했던 그런 상황과 닮아있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그녀가 나서서 그의 억울함을 조금이라도 대변해주고 싶었는데 사회에서는 통했을지 모르는 일이 시진이 속한 이 융통성 없는 집단에는 조금도 통하지가 않았어.


“이봐요, 의사선생. 이건 재판이 아닙니다. 징계가 뭔지 몰라요? 유시진이 3개월 감봉에 소령 진급에서도 누락 됐어요. 이런 걸 의사선생이 책임질 수 있습니까?!”


박병수는 모연에게 상처 줄 말을 매번 준비라도 하고 있는지 그녀와 마주할 때마다 끔찍한 말들을 퍼부어 댔어.

지난번엔 정신 나간 의사에 이어 이렇게 일을 만들어놓고 당당하다며 책망하더니 이번에 박병수가 하는 말은 더욱 최악이었지.


모연은 시진에 대한 징계가 이렇게나 빨리 내려졌다는 것에 놀라고, 그 징계 수위가 너무 높아서 또 놀랐어.

이런 일을 그는 그녀에게 말해줄 생각이 없었던 거야.


우근이 그녀에게 분노에 찬 말을 던지지 않았다면 그녀는 내내 이걸 몰랐겠지.

속도 없는 남자는 막사로 돌아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웃어주었을 거고, 그녀는 아무 것도 모르고 그냥 오늘 아침부터 안보이더니 바빴나 보다고 여기고 말았겠지.

천하의 멍청이처럼!


모연은 그를 이해할 수가 없어.

자꾸 미안한 일만 생기는 것 같아.


그때 시진이 막사로 뛰어 들어왔어.

그는 뭐에 그리 화가 난건지 모연을 억세게 끌고 나오더니 그저 묵묵부답 운전만 했어.

정리되지 않은 도로 때문에 덜컹이는 차 안에서 이리저리 휘청대며 모연은 재차 말을 걸었지만 시진은 입을 꾹 다물고 대꾸가 없었어.


“감봉 됐다면서요. 소령 진급도 누락 됐고. 맞아요?”
“…….”


제일 억울할 사람이 왜 아무 말도 없이 그 일을 당하고만 있었는지, 왜 그걸 그녀에겐 말 한 마디 하지 않았는지 모연은 시진이 원망스러울 지경이야.


“나 착한 척하려고 이러는 거 아니에요. 그땐 의사로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고 그래서 내가 한 선택에 최선을,”


차가 유독 심하게 덜컹인다 싶던 그때, 갑자기 시진의 손이 다가와 모연의 머리를 감쌌어.

그리고 정수리에 느껴진 작은 충격.


심한 덜컹임에 모연의 머리가 천장에 부딪힐 것처럼 가까워지자 시진이 손을 뻗은 거야.

그러면서도 그는 내내 입을 꽉 다문 채였어.

그렇게 그녀의 머리를 감싼 채로 시진의 눈은 앞만 보고 있었어.

놀라 말문이 막혔던 모연이 한층 누그러진 말투로 말을 마저 이었어.


“……다 했어요. 결과도 좋았고요. 근데 내가 한 일이 대위님의 앞길을 막는 일이라는 게 말이 안 되잖아요.”
“…….”


모연은 그가 왜 화가 났는지, 화가 났으면 화라도 내지 왜 입 꾹 다물고만 있는지도 모르겠고, 그러면서도 그녀의 머리가 부딪힐까봐 감싸주는 건 도대체 무슨 마음인지도 모르겠어.


내 수술을 도왔다고 해서 왜 당신이 이런 일을 당해야 하냐고!


“왜 나 때문에 대위님이…….”


모연은 억울함에 눈물이 울컥하는 속을 가까스로 참았어.


“그냥 어디에 항소하면 되는지만 알려주세요. 나머진 내가 다 알아서,”
“운전할 줄 알죠. 운전해서 가요.”


시진이 결국엔 더 못 가고 차를 세우곤 바깥으로 나가버렸어.

더 가다간 못 참고 모연에게 화를 쏟아 낼까봐 혼자 차에서 내려버린 거야.

그는 그대로 모연이 차를 몰고 가주길 바랐지만 그녀가 그럴 리가 없었지.


“이봐요, 지금 뭐하는 거예요?”
“그러게 왜 쓸데없는 짓을 합니까!”


그를 쫓아 내린 모연에게로 돌아선 시진이 벌컥 화를 냈어.


이 상황이 너무 당황스러웠어.

자신의 이런 나약한 모습을 모연에게만큼은 보이고 싶지 않았어.

그가 충성을 바치는 조국이 때로는 그릇된 결정을 내리고, 그는 그저 그걸 수용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는 걸 그녀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으니까.


-내가 이 일을 하는 이유는 나와 내 가족, 강선생과 강선생 가족, 그 가족의 소중한 사람들, 그 사람들이 살고 있는 이 땅의 자유와 평화를 지키는 일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오래 전 당당하게 할 수 있었던 말. 그를 자랑스럽게 하던 그의 조국.


-저는 군인입니다. 군인은 명령으로 움직입니다. 때로는 내가 선이라 믿는 신념이 누군가에겐 다른 의미라 해도 저는 최선을 다해 주어진 임무를 수행합니다.


그 조국의 명령으로 난 내가 선이라 믿는 신념을 이루어낸다고 했던 그때 그 말이 지금 무너지고 있는 걸 보여주고 싶지 않았어.

너무 부끄러웠어.


그가 자랑스럽게 말했던 그의 조국이 이토록 비겁해지기도 하고, 그 비겁한 결정을 따르지 않았다고 벌을 내리기도 하는 그런 부끄러운 곳임을 모연에게만은 알리고 싶지 않았는데 그녀는 그가 감출 새도 안 주고 다 까발려버렸어.

그래서 시진은 그녀에게, 그리고 이런 한심한 모습밖에 보여줄 수 없는 스스로에게 화가 나.


“쓸데없는 짓이요? 나 때문에 한 사람 인생이,”
“당신 때문이 아닙니다! 내가 여자 하나 구하자고 그런 줄 압니까?”


누구한테 무슨 말을 들었기에 그 꼬장꼬장하고 답 없는 대대장을 찾아가 소용없는 짓을 하고 있었는지 시진은 답답해 죽을 지경이야.

그녀가 나선다고 해서 나아질 게 하나 없는 상황이고 그녀가 알아봤자 미안해만 할 일이라 말하지 않았어.

그날 밤 보급창고 안에서 그녀가 울며 하던 미안하다는 말도 그는 듣기 싫었어.

그녀에게서 미안하다는 말을 듣자고 그가 그 위험한 짓을 한 게 아니었으니까.

그런데 모연이 그가 그 일로 징계까지 받는다는 걸 알게 되면 그는 또다시 그녀의 사과를 들어야 해.

그게 너무 싫었어.


그 상황에서는 분명 그게 옳았기 때문에 그 결정을 내린 거야.

모연 때문만은 아니었어.

모연을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면 그 결정까지 가진 않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결정이 옳지도 않은데 총을 든 것도 아니었어.

분명 그는 옳았고 그가 믿는 선(善)을 그는 그날 지킨 거야.

군복을 처음 입던 날에 존경하는 선배에게서 배웠던 선을, 정의를 시진은 그날 그의 결정으로써 또 한 번 지켜냈음이 분명했어.


시진은 모연을 이해시키고 그녀가 다시는 이런 일에 나서지 않게 하기 위해 한 가지 이야기를 하기로 해.

아주 오래된 이야기이지만 결코 그의 안에서 퇴색되지는 않은 이야기를…….


“한국에서 처음 만난 날 내 몸에 있던 총상 기억합니까?”


모연이 고개를 끄덕였어.

그걸 어떻게 잊겠어. 이 모든 고민과 불안이 시작된 시발점을.


하지만 모연은 왜 갑자기 시진이 그 이야기를 꺼내는지 알 수가 없어.

두 사람은 지금 그의 징계 이야기를 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모연과는 달리 시진에게 두 화제는 결국 같은 이야기야.

명령 불복으로 그가 지켜낸 것 중에도 정의가 있었고, 군 생활 내내 시진은 그것을 지키기 위해 군복을 입고 총을 들었으니까.


그리고 그 군복의 의미는 한 선배가 가르쳐 준 것이었지.

이미 먼 곳으로 돌아가고 없는 한 선배가…….


“소대장으로 첫 부임하던 날, 한 선배가 그럽니다. 군인은 늘상 수의를 입고 산다. 이름 모를 전선에서 조국을 위해 죽어갈 때 그 자리가 무덤이 되고 군복은 수의가 된다. 군복은 그만한 각오로 입어야 한다. 그만한 각오로 군복 입었으면 매순간 명예로워라. 안 그럴 이유가 없다.”


수의, 무덤…….

모연의 얼굴은 점점 파랗게 질려가고 있었어.

하지만 시진의 잔인한 통고는 끝이 아니었어.


“난 그 선배에게 목숨을 빚졌습니다. 그 총상, 그 때 입은 총상입니다.”


오래 전부터 궁금했지만 차마 묻지는 못했던 그 총상의 출처를 시진은 모연이 묻기도 전에, 미처 그녀가 마음의 준비를 하기도 전에 터뜨려버렸어.

시진의 말은 마치 지뢰처럼 이곳저곳에서 뻥뻥대며 폭로되었어.

말하는 시진도, 들어야만 하는 모연도 그 누구도 바라지 않는 이야기였지만 둘 중 누구도 멈출 수가 없었지.


모연을 설득하기 위해, 이해시키기 위해 필요한 이야기라고 시진은 생각했어.

적어도 다음 순간까지는…….


그가 무바라트의 일로써 지키고자 한 것 중 첫 번째는 그녀가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이유가 그녀만인 것은 아니며 그 외에 모든 것들을 포함하여 내린 결정이라는 것을 밝히기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이야기라고 생각했으니까.


“크든 작든 내가 하는 모든 결정엔 전우들의 명예와, 영광과, 사명감이 포함된단 얘깁니다. 그 상황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난 그 모든 것을 포함한 결정을 한 거고, 내 결정에 후회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군법을 어긴 사실이 무마될 순 없습니다.”


시진은 그날 자신이 한 판단을 후회하지 않아.

그 결정은 어느 방향으로 생각해도 모두 옳았어.

그것을 대영에게 확인받았고 무바라트에게서도 확인받았지.

그 결정의 결과는 그가 가장 바랐던 모연의 평화까지도 아주 온전히 지켜냈어.

그렇기에 그것의 결과가 징계로 이어졌대도 시진은 후회하지 않아.

그가 바란 것은 전부 지켜졌으니까.


그가 배운 선, 명예, 영광, 사명감, 그리고 모연…….

그는 그날 밤 자신의 결정으로 그 모든 것을 지켜낸 거야.

그건 자랑스러운 일이지 후회로 남을 일이 아니야.


하지만 그 결정은 명령 불복으로 시작했고 그건 군법을 어긴 짓이지.

그렇기 때문에 그는 징계를 받아들인 거야.

그의 판단과 결정과 행동이 옳았건 옳지 않았건 그 출발선이 군법에 어긋난다면 그는 군법에 따라 처벌을 받아야 해.

유시진은 대한민국의 군인이니까.


시진은 조국이 내린 결정을 그렇게 납득하기로 했어.

그래야만 앞으로도 군인으로 조국에 충성하며 살아갈 수 있을 테니까.


그는 모연이 이 문제를 더 이상 파고들지 않았으면 해.

더 해봤자 바뀌는 건 없이 그저 그녀에게 죄책감만 더해줄 뿐이고, 그녀에게 말하고 싶지 않았던 속사정까지 전부 까발려진 그의 마음까지 괴로워질 뿐이니까.


“군 문젠 군에서 알아서 합니다. 그러니까 강선생은 좀, 내버려둡니다.”


그는 다시는 모연에게 이런 식의 치부를 보이고 싶지 않아.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그녀가 이런 일에 나서지 않기를 바라서 시진은 그렇게 말했어.


하지만 돌아온 대답에는 그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내용이 담겨 있었지.

그는 방금 전까지 머릿속을 꽉 채우던 분노도 당황도 모두 꺼뜨리고 망연히 모연을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어.


모연은 내내 다물고 있던 입을 열어 말을 토해냈어.

마치 한탄과도 같이…….


“내 걱정이 당신 일에 끼어들어 정말 미안하네요.”


모연은 구태여 시진이 말하고 싶어 하지 않는 속내를 들추어내고 싶은 게 아니었어.

그가 그녀에게 해주었던 것처럼, 그가 처한 곤란한 상황에서 그에게 적절한 도움을 주고 싶었어.

시진의 부하들은 같은 조직 내의 사람이라 나서줄 수 없다면 그 상황 속에 함께 있었지만 제3자의 입장인 그녀가 시진을 변호하고 싶었던 것뿐이야.

걱정이 됐으니까.


그런데 모연의 걱정이 시진에게는 그저 쓸데없는 짓에 불과했던 거지.


그럼 당신이 나와 나누고 싶은 건 뭔데요?
말할 수 없는, 말하지 않는 것투성이인 이 관계가 얼마나 갈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모연은 시진과 좋은 이야기만 나누고 싶은 게 아니야.

좋은 일이건 나쁜 일이건 서로 알아야 할 일이라면 알리고, 위로가 필요하다면 위로를 하고 축하가 필요하다면 축하를 해주고 싶어.


추도식을 보고 온 어젯밤처럼 시진이 혼자 돌아서서 그 상심을 감당하는 게 아니라, 앞으로는 그녀가 그를 위로해줄 수 있었으면 했어.

그런데 시진의 생각은 그녀와는 달랐지.


그는 그녀가 걱정할 일이라면 모두 알리고 싶어 하지 않아.

웬만한 일은 모두 그녀에게 말하고 싶어 하지 않지.

그가 모연에게 솔직한 건 자신의 마음뿐이야.

그가 모연에게 느끼는 감정.


그 감정 외에 시진은 자신을 이루는 대부분의 것들을 먼저 말해주지 않아.

모연이 끊임없이 묻고, 또 물어야 그 과묵한 입을 떼고 짧은 답을 해줄 뿐이야.

그 짧은 답은 전혀 충분하지 않았어.


하지만 그런 그가 입을 크게 열고 말을 쏟아낸 결과는 너무 잔인했어.

모연은 그에게 그런 이야기까지 하게할 생각도 없었고, 그 이야기는 그녀가 듣고 싶었던 대답도 아니었어.

시진의 이야기는 그녀가 감당하기엔 너무 무겁고 무서웠어.


길에 시진을 놔두고 혼자 올라탄 차에서 모연은 내내 울었어.

그녀는 이 관계가 길어질 수는 없겠다는 예감을 해.

그가 앞으로도 많은 것을 숨기고, 거짓말하며 말해주지 않는다면 그녀 또한 해줄 수 있는 게 없어.

그가 내내 침묵하다가 이렇게 한 번씩 폭발하듯 하는 이야기는 앞으로도 아주 좋지 않은 이야기만으로 가득하겠지.

그걸 감당할 수 있을지 모연은 자신이 없어.


앞으로도 그녀는 오늘처럼 아무것도 몰라야만 하겠지.

시진은 말해주지 않을 테니까.


그가 말해준다고 해도 그게 정말 진실이기나 할지 의심하게 될 거야.

그러다 오늘처럼 감당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듣게 되는 날도 있겠지.


시진이 주는 것을 과연 기쁘게 받을 수는 있을까?

혹시나 또 그가 무언가를 희생해가며 주는 것이 아닌지, 그의 말에 숨겨진 행간이 있는 건 아닌지 계속해서 의심이 들 텐데…….


그런 시간들은 두 사람 모두에게 상처가 되겠지.

상대를 믿을 수 없게 된 여자에게도, 불신의 눈동자를 매번 마주보아야 하는 남자에게도…….


서로에게 솔직할 수 없다면, 그래서 서로를 믿을 수 없게 되면 두 사람에게 한계는 빠르게 다가올 거야.

오늘 두 사람은 그 한계를 어렴풋이 보았어.


모연은 벌써 그 한계가 가까워지는 것 같아서 몹시 절망스러워져.






이어지는 글 : 좁혀지지 않는 거리

수정 전 : 숨기는 것이 많으면 한계는 빠르게 찾아오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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