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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쓰는리뷰 : 들어줄 수 없는 당신의 부탁

이응(119.204) 2020.03.18 23:21:51
조회 461 추천 0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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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줄 수 없는 당신의 부탁




시진이 약속한 3개월이 지났어.

계절이 바뀌고 있었어.


그가 오마고 했던 시간이 점점 지나가는데 와야할 사람은 오질 않았지.
일을 어찌나 열심히 하는 남자인지, 계절이 바뀔 때쯤 온다더니 모연과의 약속을 유시진은 또 어겼어.


모연은 그래도 괜찮아.

유리한 부당함을 적절히 이용할 줄 아는 명주가 곧 올 때가 됐다고 말해줬으니, 이제 곧 정말 그가 오는 거겠지.

늦은 건 때려주고 싶게 밉지만 그래도 어떡하겠어.


그렇게 또 건강하게 돌아온 시진과 미뤄뒀던 영화를 볼 생각에 모연은 또 설레기도 해.


명주가 올 때가 됐다고 했으니 열흘 안에는 올까? 아님 조금 더 걸려서 2주?


정말 시진이 돌아올 때가 가까워오자 모연은 점점 행복해졌어.


그가 오면 무슨 말을 해줄까.
정말 어떻게 연락 한 번을 못 하게 하냐고, 당신이 속해있는 그 군이라는 곳 정말 융통성 없는 집단이 확실하다고 삐쳐볼까.

계절 바뀔 때쯤이면 온다더니 이미 바뀐지 오랜데 당신 또 늦었다고 토라져볼까.
그리고 당신이 안절부절 못하며 달래주면 못이기는 척 넘어가서 당신을 안아줘야지.
군에서도 그 정도면 긴 ‘백화점’이지 않나?

얼굴이 많이 상했을까?

어디 다치진 않았겠지.

다친 거 숨기다가 걸리면 조금만 때려주고 안아줘야지.


그런 생각들을 하는 동안 모연은 내내 행복했어.

무사히 흘러간 지난 3개월에 감사했어.

지나간 계절에 내내 괴로웠고 두려워했으면서도 그 모든 것을 잊게 할 만큼 시진의 귀환은 그녀를 기쁘게 만들었어.


지금 이 순간 그녀의 연인은 반군의 총에 맞아 죽어가고 있었지만 모연은 조금도 알지 못했지.

참 서글프게도…….



그가 오길 기다리며 온갖 행복한 상상을 하던 모연은 군용지프가 병원 앞에 서있는 것을 보고 뛰어나왔어.


그가 온 거야! 유시진이 돌아왔어!
문자 한 통, 전화 한 통 없이 나를 놀래주려고 병원 앞으로 바로 찾아왔구나.

내가 수술에 들어가 있었으면 또 줄창 병원 앞에서 기다려야 했을 텐데, 전처럼 당신은 나를 마냥 기다리려고 했구나.


모연은 돌아온 연인을 안아주기 위해 쿠당탕탕 뛰어나왔어.

그런데 지프 앞에 서있던 건 시진이 아니었지.

그와 같은 군복을 입고 있긴 했지만 시진이 아닌 그의 팀원 중 한사람이었어.


잠깐 의아해 했지만 모연은 시진이 보낸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우근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넸어.

시진이 아끼는 사람은 모연에게도 좋은 사람이었으니까. 우르크에서는 한동안 불편하던 사람인데 어느새 우근도 그녀에겐 반가운 얼굴이 되어 있었어.


“안녕하세요. 전 지프만 보고 유대위님인 줄 알고…….”


시진이길 기대하며 어린아이처럼 뛰어나온 자신의 모습에 민망해하며 모연은 안부를 물었어.


“근데 최중사님이 여긴 어쩐 일이세요?”
“……정말 죄송합니다.”
“뭐가요?”


흙빛이 된 안색으로 우근은 모연의 앞에서 고개도 들지 못하고 사죄의 말을 내뱉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연은 영문 모를 말에 의아할 뿐 조금도 예상치 못했지.

곧 그녀를 덮칠 끔찍한 비극을…….


“……작전지에서 전사하셨습니다.”
“……뭘해요? 난 무슨 말인지 하나도 이해가 안 되는데, 어떡하지…….”


온몸이 바들바들 떨려왔어.

멍해진 머리에는 온갖 생각들이 휘발되고 아무런 말도, 행동도 할 수가 없었어.


전사?

전사, 그게 뭐지?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이지?

그 뜻에 내가 모르는 다른 의미가 있나?


게슈탈트 붕괴라도 온 것처럼 그저 ‘전사’라는 낱말만이 머릿속을 휘돌았어.


“저희끼리만 돌아와서……, 정말 죄송합니다.”


돌아온다던 약속의 날은 이미 지나갔는데 올 사람은 오질 않고 뜻 모를 전언만이 그녀에게 도착했어.

함께 떠난 사람만이 나타나 눈물이 가득 찬 눈을 하고는 사죄를 청하고 있었어.


앞에 선 시진의 전우의 입술은 계속해서 움직이며 말을 쏟아내는데 모연의 귀에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질 않았어.

온통 눈물로 얼룩져서 세상이 다 일그러져 보이는데 그 중에 오직 하나, 분명하게 보이는 흰 봉투 한 장.


우근이 어렵게 내민 흰 봉투에는 그녀의 이름자가 적혀있었어.


{강모연 선생에게}


덜덜 떨리는 손으로 받아 쥔 편지에 모연은 우근에게 인사조차 제대로 전하지 못하고 비척비척 돌아섰어.

어딘지도 모를 병원 한 구석에 서서 쓰러질 듯한 몸을 기대고 나서야 모연은 흰 봉투의 입구를 열고 편지를 꺼낼 수 있었어.


{작전 나가기 전에 우리는 유서를 씁니다.}


유서(遺書).
시진은 편지의 첫 줄부터 이것이 유서임을 밝혀 놓았어.

참 친절도 하지…….

조금도 반갑지 않은 친절에 모연은 괴로웠어.


{결코 이 편지가 강선생에게 전해지지 않기를 바라지만, 혹여 만에 하나 지금 강선생이 이 유서를 읽고 있다면 난 약속을 못 지켰습니다.}


그가 그녀에게 오래 전 써둔 편지였어.


이 편지는 그동안 어디에 덩그러니 놓여있었을까.

그의 이름이 새겨진 군복 사이, 아니면 그의 사무실 서랍 속, 그것도 아니면 그의 상관의 책상 속이었을까?


확실한 건 요 며칠 사이에 쓴 편지가 아닐 거라는 것.
그는 이런 글을 남길 시간도 없이 떠났을 거라는 것만이 모연에게는 가장 확실한 사실이야.


{걱정하지 말라는 약속, 다치지 않겠다는 약속, 죽지 않겠다는 약속, 꼭 돌아오겠다는 약속, 난 하나도 지키지 못했습니다.}


그는 끝내 그들 사이의 모든 약속을 지키지 못했어.


걱정하지 말라더니 그와의 지난 모든 시간을 걱정하게 했고. 다치지 않겠다더니 그의 다친 모습마저 보여주지 않고 떠났지.

죽지 않겠다더니 이런 무섭고 끔찍한 편지를 남겼고, 꼭 돌아오겠다더니 오기는커녕 그녀만 남겨둔 채 절대 돌아오지 못할 강을 혼자 건너갔어.


{미안합니다.}


그래놓고서 못 지킨 약속들에 미안하다는 말만 남겼어.

사과를 원하는 게 아닌데 매번 그것만 해대지.


모연은 평생토록 시진에게 사과는 듣고 싶지 않아.

그의 입에서 나오는 미안하다는 말은 이미 평생치를 다 들었다고 해도 좋을 만큼 많이 들었어.

그런데 그 남자는 끝까지 미안하다는 말 뿐이야.

그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게 하는 것도 모연에게는 가슴 아픈 일일 뿐인데…….


{강선생이 있는 곳은 언제나 환했습니다. 그런 당신을 만났고, 그런 당신을 사랑했고, 그런 당신과 이렇게 헤어져서 정말 미안합니다.}


그녀가 있는 곳이 환했던 이유는 유시진이 함께 있기 때문이었어.

그가 함께 있어주지 않았다면 빛나던 강모연은 현실에 얼룩져서 잿빛이 되었을 텐데, 유시진은 그게 자신이 지켜낸 것임을 모른 채로 닿을 수 없는 곳으로 떠나버렸어.


모연은 이 모든 일을 믿을 수가 없어.


어딘지 모르지만 아주 먼 곳에서 온 전달이라 뭔가 잘못 전달된 걸지도 모르잖아.

그래, 명주한테 물어보면 명주는 뭔가 알아볼 수 있을지도 몰라.

당신이 지금 어떤 모습인지, 어디에 있는지 알아봐 줄 수 있을 거야.
내가 명주와 명주 아버지한테 직접 물어볼 거야.

이런 편지 한 통으로는 난 아무것도 인정 못해.


그대로 병원을 뛰쳐나온 모연은 차를 몰아 시진의 군부대로 향했어.

운전하는 내내 눈앞을 가리는 눈물에 도리질을 치며 모연은 부정하고 또 부정했어.


아직 울 일이 아니야.

아무것도 확인되지 않았어.

내 눈으로 확인한건 아무것도 없어.


모연은 자신이 직접 확인해 보기 전까지는 아직 울고 싶지 않아.

눈을 꼭 감아 눈물을 짜냈어.



“왜 이러고 있어. 왜 울어. 니가 이러고 있으면 난 어떡해.”
“…….”
“내가 아무것도 못 물어보잖아. 내가 어떤 마음으로 여기까지 왔는데, 니가 이러고 있으면 나 어떡하냐고!”


무슨 정신으로 차를 달려왔는지도 모르게 도착한 부대 주차장에는 명주가 주저앉아 울고 있었어.

점점 확실해지는 비극에 모연은 목놓아 소리를 질렀어.


“자기 아빠 높은 사람이라며. 다 확인한 거야? 잘못 안 걸 수도 있잖아. 오진일 수도 있잖아! 다 알아보고 우는 거야?”


모연도 알아.

질환에 대한 오진이면 몰라도 사망진단에 대한 오진이라니, 있기 힘든 일이지.


그래도 혹시 모르는 거잖아.

사람이 바뀌었을 수도 있고, 뭔가 잘못 전달된 걸지도 모르는 거고.


그런데 명주는 울기만 할 뿐, 아무 대답이 없어.

그런 그녀를 다그치는데 그 손에 들린 흰 종이.


모연은 할 말을 잃었어.


오늘 누군가를 잃은 사람이 그녀만이 아니었던 거야.

명주 또한 대영을 잃었고, 그것이 사실인지를 확인하고 또 확인한 뒤에야 무너져 울고 있었어.


“……진짜야? 진짜 안 와? 나 진짜 이제 그 사람 못 봐? 정말 안 온대 그 사람?”


명주가 지금 이 상황들에 대해 뭔가 자신과는 다른, 더 나은 대답을 갖고 있을 줄 알았는데 모연은 이제 그런 희망마저도 모두 사라져버렸어.


말없이 고개만 끄덕이는 명주의 대답에 모연은 자리에 주저앉았어.


정말 그가 없는 거야.

이제 모연이 사는 이 땅 위에 유시진이라는 남자가 살고 있지 않아.


그제야 모연은 현실을 깨닫고 무너져 내렸어.

그가 걸어준 목걸이는 여전히 모연의 목에서 반짝이고, 그가 사랑하는 강모연도 여전히 그를 사랑하는데 유시진만이 없어져버렸어.


{염치없지만, 너무 오래 울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모연은 어떻게 집에 돌아왔는지도 기억이 안나.

정신을 차려보니 집이었고, 그와 함께 앉아 있던 소파에 그녀 혼자 누워있었어.


너무 오래 울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이게 무슨 말이야.

이게 어떻게 가능해.

내가 울지 않길 바랐으면 당신이 그렇게 가버리면 안되지.

무슨 짓을 해서든 돌아왔어야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나한테로 돌아왔었어야지.

어떻게 당신의 마지막 모습도 내가 볼 수 없게 하냐고…….


{딴 놈이랑 살 거면 잘 살지 말라고 했던 말, 취소합니다. 누구보다 환하게 잘 살아야 해요.}


누구 맘대로 취소야.

내가 동의 안했는데 자기 멋대로 취소한다는 게 말이 돼?

어떻게 환하게 잘 살아.

당신 총 맞아 죽을 뻔 했을 때 내가 어땠는지 기억도 안 나?


어떻게 살아야 잘 살 수 있는지 모연은 조금도 알 수가 없어.


{그리고, 나를 너무 오래 기억하진 말아요. 부탁입니다.}


유시진이 머리 좋다는 건 누가 한 헛소리야.

당신은 다 잊어버렸나봐.

내가 분명히 말해줬잖아. 뭘 잘 못 잊는다고.

그 말은 다 어디로 듣고 이런 말도 안 되는 걸 써.
온갖 인상적인 말, 인상적인 행동을 해선 사람 혼을 다 빼놓더니, 이제 와서 자길 오래 기억하지 말라고?

이걸 부탁이라고 하는 거야?


며칠 밤낮이 지났는지 알 수도 없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거실 한 구석의 소파에 누워 모연은 눈물도 나오지 않는 텅 빈 눈으로 마음속 소리를 떠들어댔어.

더 이상 자신의 수다를 감당해주지 않는 시진의 편지에 대고…….


그녀가 감당하겠다고 한 것 중에 적어도 유시진이 강모연 옆에서 없어지는 건 영원토록 없기를 바랐는데, 모연이 그동안 눌러두었던 불안과 공포가 결국 현실이 되어서 그녀를 찾아왔어.
그리고 문을 두드렸지.


“일주일 후에 군에서 공식발표가 있습니다.”


그녀가 열어준 문으로 들어온 비극은 맞은편에 앉아 말을 시작했어.


그 언젠가 그녀를 윽박지르고, 시진에게 징계를 주었던 그의 상관은 퍽 정중한 태도였어.


모연은 겨우 몸을 일으켜 엉망인 얼굴로 그를 맞았지만, 도대체 이 분이 왜 자신의 앞에 와 있는지 솔직히 잘 감이 잡히지 않았어.

하지만 이어진 말에 아직 자신이 감당해야할 유시진이 남아있음을 알게 되었지.


“대위 유시진과 상사 서대영의 죽음은 훈련 간 교통사고로 마무리됩니다. 보안 규정상 기밀유지서약서에 싸인을 해주셔야 합니다. 협조 부탁드리겠습니다.”


내미는 서류 맨 위에 적힌 글자, 기밀유지서약서.


그의 조국은 끝까지 모연을 슬프게만 해.


내가 아는 게 뭐가 있다고 나한테까지 이런 서류에 서명을 하래?

내가 아는 거라곤 당신이 ‘백화점’에 갔다가 전사했다, 그것뿐인데…….
당신이 무엇 때문에, 무엇을 지키려고 그 일을 하러 간 건지, 어디로 간 건지, 정확히 언제 돌아올 예정이었는지, 그 외에도 당신의 일에 관해 그 어떤 것도 제대로 아는 게 없는 나에게 당신의 상관은 무슨 비밀을 지키라고 이 서류를 내미는 건지 유시진씨 당신은 알아요?


절망하던 모연은 이내 궁금해져.


이렇게 자신의 죽음까지 명예롭게 남겨주지 않는 조국이 명령한 일을 하러간 당신은 끝까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다가 떠난 걸까.


“그 사람의 죽음이 누군가의 생명을 구했나요?”
“네, 그렇습니다.”
“그 사람의 죽음이 어딘가의 평화를 지켰나요?”
“네, 그렇습니다.”
“그 사람의 죽음이 조국을 위한 일이었나요?”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도 그 사람의 조국은 이 서류에 싸인을 시키는 거네요.”
“……죄송합니다.”


그건 원망이기도, 확인이기도 했어.


조국을 위해 희생시켜놓고 그를 잃은 연인에게 찾아와 비밀을 지키라는 약속을 강제하는 원칙의 잔인함에 대한 그녀의 원망이기도,

그게 자기 생의 마지막이었을지라도 끝까지 자기가 구하고자 한 것을 구하고, 지키고자 한 것을 지키고, 위하고자 한 것을 위할 수 있었던 건지 시진을 대신해서 하는 확인이기도 했어.

유시진은 항상 그걸 원했으니까.


유시진은 자기 생을 잃었는데도 그 대가로 아무도 구하지도 지키지도 위하지도 못한 거라면, 생을 잃은 그는 아까울 테고 그를 잃은 그녀는 미쳐버릴 테니까.


“뭐 이래, 당신은……. 마지막까지 뭐 이런 삶을 선택해? 죽음까지 규정 상 비밀이냐고, 당신은…….”


시진은 이것조차 알고 있었겠지.

그가 충성을 바치는 조국이 자신이 떠난 후에 이렇게 정리한다는 것을 전부 알고도 시진은 그 일을 했던 거겠지.

유시진은 그런 군인이니까.


{본인은 대위 유시진과의 교제 중 알게 된 군 관련 내용 및 기밀사항, 우르크 파견 당신 보고 들은 내용을 일체 누설하지 않을 것이며 만약 누설 할 시에는 그 동기 여하를 막론하고 어떠한 처벌도 감수할 것을 서약합니다.}


죽 훑어 내린 서약서의 내용은 결국 입단속이었어.

그와 만나는 동안 알게 된 그 어떤 내용이든 일체 입 밖으로 꺼내서는 안 된다는 강제.


이것에 서명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되는 걸까.


모연의 진짜 속마음은 서약 따위 하고 싶지 않았어.


사랑하는 사람을 빼앗아 간 걸로도 모자라 그에 대한 이야기마저 어떤 곳에도 하지 말라는데 그 명령을 왜 들어줘야 해.
무엇이 기밀이고 무엇이 기밀이 아닌지 그녀가 어떻게 알아서 어떤 것은 말하고 어떤 것은 말하지 말라는 거냐고.

이건 그냥 무슨 말이든 입 밖으로 꺼내놓지 말라는 의미잖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연은 서명하기로 해.

오직 한 가지 이유 때문에.


“내가 지금 하는 일이 당신이 원하는 일이길 바래요, 유시진씨…….”


유시진은 언제나 말을 아끼는 사람이었지.

자기 일에 관한 한 절대 입을 열지 않는 사람.


아마도 그 사람은 마지막까지, 어쩌면 먼 곳으로 돌아간 지금도 그는 비밀을 지키고 싶어 할 거야. 그런 사람이니까.


그래서 서명해줬어.

유시진이 원하는 일일 거라서…….


결국 모연의 눈에서 참고 참던 눈물이 흘려 내렸어.

그의 상관이 내민 서약서를 보고서야 정말로 이제 유시진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게 실감이 났어.


그는 정말 ‘죽은’ 거야.


의식적으로 그의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말하기를 꺼려했지만, 그는 정말로 죽었어.


이제 당신은 나에게로 돌아오지 않아, 영영…….


그 서류에 싸인을 하면서도 모연은 시진의 죽음에 대한 설명을 조금도 들을 수 없었어.


그가 왜 죽어야 했는지, 무슨 일을 하다가 그렇게 되었는지에 대한 대답은 고사하고, 그의 사인(死因)이 뭔지, 그의 주검은 어디에 있는지, 왜 그의 주검조차 연인인 그녀가 확인할 수 없는지조차 들을 수가 없었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연은 서약서에 서명을 했어.

그는 이런 죽음으로 마무리 되더라도, 그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백화점’에 간 거였으니까.


모연은 그의 명예를 지우고, 공로를 가리는 일에 동의한다는 서명을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기어이 해냈어.


혼자서 환하게 잘 살라는 들어줄 수 없는 부탁 말고, 감당해주기로 약속했던 그의 비밀을 지켜주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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