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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쓰는리뷰 : 빈집털이

이응(119.204) 2020.03.07 23:4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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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털이




아구스는 자신을 탈출시킬 인물로 빅보스를 꼽았어.

빅보스의 유능함은 익히 잘 아는데다, 그를 꼭두각시로 만들 자신이 아구스에겐 있었거든.

빅보스를 무장해제 시킬만한 ‘킥’을 그는 아주 정확하게 알고 있었어.

그것만 있으면 빅보스를 그의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갖고 놀 수도 있을 것 같았지.

하지만 그것을 손에 얻으려면 빅보스의 시선을 다른 쪽으로 돌려야할 필요가 있었어.


작전은 크게 복잡하고 머리를 쓴 건 아니었어.

그저 포장만 잘해서 보여주면 상황은 그의 뜻대로 저절로 잘 굴러갈 것이었지.

그걸 위해 이제까지 아구스는 아주 세심하게 씨앗을 뿌렸어.


아구스는 이제까지 내도록 다이아몬드에 대한 탐욕을 드러내왔어.

의도한 것도 의도하지 않은 것도 있었지만 확실한 건 이제까지 보여 온 그 탐욕은 그의 이번 작전을 성공시켜줄 열쇠였어.


아구스는 먼저 전염병 대응에 한창인 거점 의료시설로 가는 약품트럭을 탈취했어.

모우루 중대에서 트럭을 되찾기 위해 움직일 테고, 그러면 다이아몬드와 맞바꾸어 주겠다고 제안을 하는 게 그가 목적을 이룰 첫 번째 순서였지.


탈취당한 트럭을 되찾을 방법을 찾으려 동분서주 중일 빅보스에게 아구스는 뻔뻔하게 전화를 했어.


“/캡틴 빅보스. 여기는 아구스, 오버./”
“/……너 뭐하는 짓이야. 당장 약 가져와./”


전화를 받자마자 이 모든 짓을 꾸민 것이 그라는 것을 알아챈 시진이 윽박질렀지만 아구스는 여유만만하게 굴었어.


“/나 이제 군인 아니고 사업가야. 명령하지 말고, 거래하자니까? 내 다이아 가져와, 트럭 찾고 싶으면./”


위험인물인 그를 상대하려면 빅보스가 필히 직접 움직일 테고 그 휘하들까지 당연히 함께 거래 장소에 나올 거야.

그리고 주요 병력이 빠져나간 텅 빈 중대에서 그를 막아설 장애물을 아무 것도 없겠지.

그것이 바로 아구스가 원하는 바였어.


성동격서(聲東擊西).


다이아몬드 거래 쪽으로 빅보스의 시선을 돌리고, 이제까지 빅보스가 빈틈없이 지키고 있던 ‘킥’, 바로 그의 연인을 훔쳐오는 것이 이번 작전성공의 포인트였어.

빅보스를 손가락 하나로 부리려면 반드시 ‘그 여자’가 제 손아귀에 있어야 했지.


서둘러 거래 장소로 향하기 위해 무장을 하는 알파팀들 사이에서 시진은 아구스의 행동이 어딘가 미심쩍다고 생각하지만 뾰족한 수가 없어.

지금 당장 명주의 생명이 걸린 일이었으니까.

현재상황에서는 그를 비롯한 알파팀이 할 수 있는 일이 탈취 당한 치료약을 되찾아오는 것뿐이기에 묵묵히 거래를 준비하는 수밖에는 방법이 없었어.


그때 거래에 쓸 진영수의 다이아몬드를 모연이 직접 갖고 왔어.


“이거 갖고 누구 만나요? 혹시 라이언 일병?”
“세 개가 비는 거 같은데.”
“대위님 농담에도 기분이 안 나아져요. 너무 걱정돼요. 윤중위도 대위님도.”


모연은 아구스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어.


-위험한 남자랑 다니시네. 총 든 남자 옆에 있으면 총 맞을 확률이 높은데.


그 말을 하면서 웃던 남자의 그악스럽던 웃음소리까지도 생생하게 기억나.

하지만 남자의 협박도 그녀로 하여금 시진을 포기하게 하지는 못했어.

그 모든 위험마저도 기꺼이 감내하고 싶을 만큼 그가 간절했으니까.

간절히 시진의 옆에 있고 싶었으니까.


아구스는 점점 더 위협적으로 그들에게 다가오고 있었지만 모연은 시진을 믿었어.

그가 그녀를 지켜줄 것임을, 그녀가 위험 속에 남겨지는 것을 그저 두고 볼 사람이 아님을…….


모연에게 자신의 안전은 그리 걱정거리가 아니야.

정작 그녀가 걱정하는 건 시진이지.

너무 불안하고 예감이 좋지 않은데 명주의 목숨이 달린 상황에 그를 말릴 수도 없었어.


“험한 일 하시는 분들은 농담으로도 해결 안 될 때 어떻게 해요?”
“서로 의지하죠.”
“그렇구나…….”


두려워하는 그녀를 시진은 꼭 안아주었지만 그를 마주 안는 그녀의 눈동자는 여전히 두려움에 요동치고 있어.

시진에게도 이번 일은 유독 이상하고 불안하지.


아구스는 분명 모연을 눈여겨보았어.

놈이 만약 그와 결전을 벌이려 한다면 그녀를 이용하려들겠지. 더 이상 그녀를 노출시켜서는 안 돼.


다행히도 전염병 문제가 이제 해결점이 보이니 근시일 내에 그녀는 한국으로 돌아가겠지.

그럼 그녀를 그의 위험한 일에서 어느 정도 떨어뜨려 놓을 수 있을 거라고 시진은 생각했어.

아구스는 곧 미군 쪽에서 처리할 테니 그 전까지만 잘 지켜낼 수 있다면 그녀는 안전할 수 있다고, 그렇게 여겼지.


그 사이 모연을 누구에게서든 지켜낼 자신이 있었어.

그녀가 중대 내에 있는 한 그가 없다 해도 그녀를 지킬 군인들은 충분했고 두어 시간 자리를 비우는 정도는 괜찮을 거라고 시진은 방심한 거야.


시진은 그저 어서 빨리 아구스의 살기등등한 눈을 자신에게서 돌려놓고 싶었어.

제 목숨이 간당거리면서도 여전히 그를 호시탐탐 노리는 놈의 기이한 행태가 너무도 불안했어.

미군 작전을 알고 있는 눈치인데 무슨 생각으로 아직도 다이아몬드에 눈독을 들이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시진은 그토록 오매불망하는 것을 넘겨주고 이 거래를 한시라도 빨리 끝내버리고 싶었어.

그리고 놈이 아망대령과의 거래를 끝으로 미군 손에 죽어주길 바랐지. 놈에게 그가 직접 총을 겨누는 결과까지 가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아무리 지금은 손쓸 수 없을 만큼 악당이 되어버린 놈이지만 한때는 그가 존경했던 사람인데 시진도 자신의 손으로 직접 그의 목숨을 거두고 싶지는 않았어.


놈이 무슨 꿍꿍이로 계속해서 자신과 충돌 상황을 만드는 건지 모르지만, 그래도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이것뿐이라 그는 가야해.

그래서 시진은 그의 불안도 모연의 걱정도 조금이나마 덜어내려 그녀를 품에 꼭 안았어.

서로의 품은 두 사람 모두에게 위로가 될 테니까.


“지금 하는 걱정 중에 내 걱정은 뺍니다. 할 수 있습니까?”


시진은 부디 모연의 걱정과 불안에서 그의 자리가 가능한 좁았으면 해.

지금도, 앞으로도…….

그는 지금처럼 앞으로도 그녀에게 걱정 끼칠 만한 일들을 많이도 할 테니까.


“대위님도 유대위님 잘 부탁합니다. 제가 진짜 많이 좋아하거든요. 오면 말해주게요.”


모연은 부디 오늘밤의 걱정이 그저 그녀의 노파심으로 끝이 났으면 해.

제발 이 불길함이 쓸데없는 걱정이기를, 그가 무사히 돌아와 그 얼굴을 보여주기를 모연은 아주 간절하게 소원했어.


모연이 말로 다하지 않는 그 간절한 호소를 시진은 등으로 느끼며 돌아섰어.

그 불안 속에 연인을 남겨 두고 가야한다는 게 마음이 아프지만, 그 인사가 길어서 좋을 것이 없기에 시진은 말없이 눈으로만 그녀를 담고 돌아서야만 했어.


모연은 그의 등을 바라보고 한참을 서서 눈물을 참았어. 눈물 흘릴 일이 아니니까.

어차피 조금 지나면 그는 꼭 돌아올 거고 그러면 오늘밤도 무사히 지나갈 테니까.

그래서 모연은 울음을 그저 속으로 삼켰어.


그렇게 돌아선 시진도 그를 보낸 모연도 그들이 느낀 불길함이 그토록 끔찍한 현실이 될 줄은 몰랐을 거야.

찰나의 방심은 뼈아픈 결과로 돌아왔지.


만반의 준비를 하고 나선 곳에 아구스는 없었고 거래는 아주 싱겁게 끝났어. 제가 직접 나서 거래 제안까지 했으면서도 놈은 현장에 나타나지 않았어.

보스가 바빠서 못 나왔다며 의뭉스럽게 웃던 수하 한 놈 때문에 시진은 기분만 잡치고 돌아왔어.


내 감이 잘못됐던 건가 싶어 오히려 다행이라 생각하려던 순간, 그는 이미 가장 소중한 것을 도둑맞은 것을 깨달았어.


모연이 밤새 감쪽같이 사라져버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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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전 : 거꾸로 솟은 비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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