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 기아 국산차인데 한국 도로에선 볼 수 없는 차가 있다. 기아자동차가 만든 준중형 해치백 ‘씨드(CEED)’ 이야기다. 유럽 전용 모델로, 대한민국에서는 공식 출시된 적도 없고 앞으로도 그럴 계획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씨드는 유럽 시장에서 매달 1만 대 이상 판매되며 ‘국민차’라 불린다.
이 차는 단순히 수출용 모델이 아니다. 대한민국 자동차 역사상 특정 국가 시장을 겨냥해 처음부터 기획된 최초의 전략형 모델이다. 2006년 첫 출시 이후 지금까지 유럽에서만 팔리며, 누적 판매량은 60만 대를 돌파했다. 그런데 왜 이런 차가 한국에선 존재조차 하지 않을까?
한국은 해치백의 무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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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unsplash 기아 씨드는 철저하게 유럽 시장만을 위해 만들어진 차량이다. 유럽 도심 위주의 좁은 도로, 해치백을 선호하는 소비 문화, 현지 주행 특성에 최적화된 모델로 설계됐고, 생산도 슬로바키아 질리나 공장에서 전담하고 있다. 한국은 애초에 타깃 시장이 아니었으며, 출시 계획도 없었다. 이유는 단순하다. 국내에는 이미 K3, 현대 i30 같은 동급 모델이 있었고, 같은 그룹 내 경쟁을 피하기 위해서다.
여기에 국내 자동차 노조의 반대도 컸다. 기아의 단체협약에 따르면 해외 공장에서 생산된 차량을 한국에 들여오려면 노조의 동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노조는 해외 생산을 줄이고 국내 공장 가동률을 높이자는 입장을 고수했고, 이는 역수입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씨드를 역수입하려면 수입차처럼 인증 과정을 거쳐야 하고, 슬로바키아에서 들여오는 물류비도 만만치 않다. 그 과정에서 가격은 올라가고, 판매 가능성은 더 떨어진다.
무엇보다 결정적인 이유는 국내 해치백 시장 자체가 작다는 점이다. 한국 소비자들은 세단이나 SUV에 익숙하며, 해치백은 여전히 ‘작고 저렴한 차’라는 인식을 벗지 못하고 있다. i30, 크루즈5, 프라이드 해치백 등 수많은 해치백 모델들이 실패하고 사라졌다는 전례도 있다. 기아 입장에선, 국내 시장에 씨드를 출시하거나 들여오는 건 리스크만 있고 실익이 없다는 판단인 셈이다.
유럽에서’만’ 성공한 국산차의 사례
사진 출처 = 기아
사진 출처 = 기아 아이러니하게도 씨드는 유럽에서 기아의 대표 모델로 자리 잡았다. 유럽 해치백 시장의 절대 강자 ‘폭스바겐 골프’와 직접 경쟁하며, 대안 차종으로 꼽힌다. 출시 이듬해인 2008년, 유럽 올해의 차(Car of the Year) 시상식에서 피아트 500, 포드 몬데오에 이어 4위에 이름을 올리며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판매 성적도 꾸준하다. 최근까지도 월 평균 1만 대 이상 판매되며 누적 60만 대 이상 팔린 기아의 효자 모델이다. 유럽 전용 전략이 실패할 거라던 초기 우려는 사라진 지 오래고, 씨드는 유럽 내에서 ‘합리적인 해치백’, ‘골프의 대안’, ‘기아의 핵심’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국산차임에도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존재감이 전혀 없는 씨드. 하지만 이건 기아의 실패가 아니라 전략이다. 해치백 수요가 없는 국내에선 괜히 팔았다간 역효과만 날 수 있다. 실제로 i30가 국내에서 부진 끝에 단종된 걸 생각하면, 씨드를 한국에서 판매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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