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심야 시간대에 서울 종로나 홍대, 강남에서 택시를 잡아본 경험이 있다면 ‘차라리 포기하고 첫 차를 타고 집에 가는 게 낫겠다’라는 생각을 해 본적이 한 번쯤은 있을 겁니다.
‘빈차’라는 빨간등이 선명하게 들어온 택시 내 네온사인이 무색하게 길가에서 손을 흔들며 강력하게(?) 택시를 타고 싶다는 의사표현을 해도 세워주지 않는 택시들이 많기 때문인데요. 택시를 잡으려고 30분에서 한 시간씩 기다리다 보면 ‘저럴거면 빈차 등은 왜 켜놓고 다니는 걸까’, ‘저 택시는 대체 얼마나 멀리가는 손님을 태우려고 저렇게 가버리는 걸까’ 등 별별 생각이 다 들죠.
카카오 택시 등 애플리케이션이 나와서 상황이 조금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심야시간대 택시를 잡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건 마찬가지였습니다. 친구들과의 즐거운 저녁 모임이었으면 모를까, 야근이나 회식 등 회사 업무 등으로 어쩔 수 없이 심야택시를 타야 할 때는 정말 억울하다는 생각까지 들기도 하겠지요. 하지만 이제부터는 조금 달라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고질적인 심야택시 운송난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1년 전부터 준비했다는 택시 합승 제도가 시행됐기 때문입니다.
40년 만에 풀린 ‘합승 금지’
국토교통부는 택시 합승 허용 기준을 담은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개정안을 2022년 6월 15일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시행안은 이미 지난 1월부터 적용됐지만 그동안은 세부안이 마련되지 않아 정식 시행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시행규칙이 마련되면서 정부가 내건 조건을 충족한 플랫폼 택시 서비스 회사들은 이제 정식으로 택시 합승 영업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다만 개인택시는 합승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습니다.
택시 합승은 1982년 법으로 금지된 이후 40년 만에 풀렸습니다. 시행 규칙에 따르면 이전처럼 택시 기사가 임의대로 승객 여럿을 모아 태우거나 기사 혹은 승객끼리 요금을 정해서 택시를 운행하는 것은 여전히 불법입니다.
대형택시 아니고선 남남, 여여 승객만 합승 가능
경형, 소형, 중형 택시는 같은 성별, 그러니까 여자는 여자끼리만 남자는 남자끼리만 합승이 가능합니다. 성희롱이나 성추행 등 불미스러운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하지만 일반 택시와 달리 모범택시나 고급택시, 대형택시 등은 승객들의 성별이 달라도 승객을 태울 수 있습니다.
대형택시 외에는 동성 승객만 태울 수 있다는 조항은 시행까지 부침을 겪었습니다. 규제개혁위원회는 지난 1월 “이성 간 합승 규제는 합승 기회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측면이 있어 적정성을 재검토할 것”을 국토부에 권고 했습니다.
국토부는 이에 제도 시행 초기라 사고의 위험이 있고,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이성 간 합승 보다는 동성 간 합승을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나 이 제도를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시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승객들은 모두 앱을 이용해 신청했을 때만 합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예전처럼 모든 승객은 탑승 전에 함께 택시를 탈 승객들의 탑승 시점과 위치, 좌석 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서울역에서 강남 교보타워까지 이동한다고 가정하면 합승 서비스를 신청한 승객은 탑승 전 같이 택시를 탈 승객이 언제, 어디서 택시를 탈 지, 좌석은 앞인지, 뒤인지를 미리 알고 택시를 탈 수 있다는 겁니다.
더불어 운송사업자는 승객에게 자동차 안에서 불쾌감을 유발하는 신체 접촉 등 신변 안전에 위해를 미칠 수 있는 위험 상황이 발생할 경우 그 사실을 고객센터 또는 경찰에 신고하는 방법을 탑승 전 미리 안내해야 합니다. 요금도 택시 기사들이 임의로 정할 수 없고 플랫폼이 책정한 요금대로 받아야 합니다.
합승 활성화까지는 아직 갈 길 멀어
합승 서비스를 이용하면 택시 요금을 20~30% 가량 아낄 수 있다고 합니다. 요금만 보면 합승이 급격히 활성화될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일단 합승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이 거의 없는데다가, 대형 플랫폼들이 이 사업에 뛰어들더라도 개인정보 수집이나 승객간 매칭, 승객간 요금 책정 방식 등을 정립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점 때문입니다.
현재 많은 이들이 이용하는 카카오택시는 합승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습니다. 지역별로 서울은 반반택시, 포항은 포티투닷, 인천은 씨엘 등의 업체가 합승 서비스를 제공 중입니다. 이용을 하고 싶어도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 자체가 많지 않은 실정이죠.
더불어 승객 입장에서도 요금을 아낄 수 있다는 장점 이외에 낯선 사람과의 차량 탑승, 다른 승객의 목적지와 내 목적지를 함께 고려해 택시를 운행하는 특성 때문에 이동 시간과 거리가 길어질 수 있다는 부담이 있습니다. 합승 서비스는 승객들간 70% 이상 동선이 겹치면 이뤄지기 때문에 길을 돌아갈 수 있습니다.
6∙25 전쟁 이후 시작된 합승 택시, 왜 없어졌었나?
합승 택시의 시작을 되짚어 올라가면 6∙25 전후 어려워진 경제 상황과 마주하게 됩니다. 당시 전쟁으로 많은 차량들이 파손되면서 절대적으로 택시 수가 부족해진 것이죠.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택시 합승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1982년 합승 택시 제도가 폐지될 때까지만 해도 서울 곳곳의 중심가에서 합승 택시를 타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그때는 기사가 영등포, 잠실 등 승객들의 목적지를 확인해 임의로 요금을 책정한 뒤 운행하기도 했고 비슷한 방향으로 가는 승객들끼리 모여 택시비를 나눠내는 조건으로 합승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승객과의 협의 없이 마구잡이로 승객을 태우는 경우가 생겼습니다. 심지어 한 승객을 태우고 가는 길에 다른 승객을 또 태워 강제로 합승을 시키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기사와 승객간 시비가 끊이지 않는 등 갖가지 문제가 생겨났고 결국 택시 합승은 법으로 금지됐습니다.
그러다 2019년 반반택시를 운행하는 코나투스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규제 샌드박스 기업으로 선정, 서울 일부 지역에서 합승 택시를 시범 운영하면서 합승 택시 재도입의 물꼬가 트였습니다. 시범 운영 기간동안 동승 서비스에 큰 문제가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관련 법이 개정됐고 40년 만에 합승 택시 제도가 부활하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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