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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취했다" 신고에 묶인 경찰력...연말 주취자 대응 해법 없나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12.16 14:46:57
조회 785 추천 1 댓글 8

연 40만건 육박 주취자 신고, 경찰 전담 구조 한계
연말·심야에 쏠린 출동...사고 나면 책임은 현장 몫
"지자체와 업무 분담·복지부가 앞장서야"




[파이낸셜뉴스] 연말 송년회 시기가 돌아오면서 주취자 관련 112 신고가 이어지는 가운데, 범죄·응급 상황이 아닌 주취자 대응까지 고스란히 경찰에게 전가돼 경찰력이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취자 보호 과정에서 사건이 발생할 경우 현장 경찰이 법적 책임을 떠안는 구조가 반복되면서 제도 개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1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경찰청에 요청해 받은 '주취자 관련 112 신고 현황'에 따르면 최근 4년 간 전국 112 신고 가운데 주취자 관련 신고가 차지하는 비율은 1.8%~2.2% 사이를 유지하고 있다.

비율만 놓고 보면 일부 민원에 불과해 보이지만 절대 건수는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실제 주취자 신고는 2022년 37만3344건에서 2023년 39만6282건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41만8778건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전체 112 신고 건수는 약 1887만건으로 전년 2148만건보다 줄었지만, 주취자 신고는 오히려 증가했다.

올해 역시 비슷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접수된 주취자 신고는 25만4664건에 달했다. 단순 환산하면 연간 38만건 안팎이 된다. 연말 신고 증가를 감안할 경우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에 이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역별로 보면 주취자 신고는 수도권과 대도시에 집중돼 있다. 지난해 기준 경기남부청이 7만6236건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청이 6만7226건으로 뒤를 이었다. 경기북부청(3만589건)과 경남청(3만4419건) 등도 상위권에 포함됐다. 서울과 경기 지역을 합치면 전국 주취자 신고의 약 42%를 차지한다.

유흥시설 밀집과 높은 인구 밀도, 심야 활동 인구가 많은 수도권 특성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문제는 이들 지역이 동시에 강력범죄와 생활범죄 출동 수요도 높은 곳이라는 점이다. 주취자 신고 한 건을 처리하는 동안 순찰 인력과 출동 인원이 묶이면 다른 긴급 사건 대응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장에서 꾸준히 제기된다.

서울의 한 경찰서 범죄예방과장 A씨는 "밤 10시부터 자정 사이에 사건이 몰리는데, 주취자 문제로 출동 인력이 묶이면 다른 사건을 제때 처리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며 "연말에는 송년회와 회식이 많아 다른 기간보다 체감 부담이 훨씬 크다"고 말했다. 이어 "주취자 신고 한 건마다 경찰 2명과 순찰차 1대가 기본적으로 투입되며 흉기를 소지한 경우에는 인력이 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염건웅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부 교수는 "수사, 집회·시위 관리, 마약·사이버·금융범죄 대응 등으로 경찰 업무가 계속 확대되는 상황에서 주취자 신고까지 경찰이 전담하는 구조가 지속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지구대와 파출소 인력을 충원하거나 주취자 업무를 지원하기 위한 특별 인력을 채용하고, 타 부처·지자체 등과 업무를 나누는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주취자 보호를 둘러싼 사고와 논란도 반복되고 있다. 지난 10월 경기 고양시에서는 경찰의 보호 조치를 받던 70대 주취자가 도로로 넘어진 후 머리를 크게 다쳐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가족 측은 경찰의 보호 조치가 미흡했다고 주장한 반면, 경찰은 의무 조치를 취하는 과정에서 갑작스럽게 발생한 사고라는 입장이다. 앞서 지난해에는 술에 취해 길가에 누워 있던 60대 남성을 집 앞 계단에 앉혀두고 돌아간 경찰관들이 해당 남성 사망 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A과장은 "과거 주취자를 집 앞에 데려다 주고 돌아왔다가 저체온증 등으로 사망한 사례들이 있었던 만큼, 요즘은 최대한 보호자에게 인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기저질환 여부 등 현장에서 판단이 어려운 요소가 많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부담이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한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주취자 보호는 단순한 치안 문제가 아니라 긴급한 건강·복지 사안으로, 원칙적으로는 보건복지부가 시설과 전문 인력을 갖추고 책임 있게 관리해야 할 영역"이라며 "관련 제도와 보호 시설을 만들지 않은 상태에서 이 업무를 경찰에 떠넘겨 온 구조가 오랫동안 반복돼 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시설과 공간, 전문 인력을 복지부가 법에 근거해 마련하고 관리해야 하며 경찰은 발견·신고·인계 역할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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