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 샬레와 총학생회가 위치한 키보토스 행정의 중심지이자,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장소기도 했다.
커다란 페로로 인형을 볼 수 있는 근린공원과, 높게 솟은 백화점과 쇼핑몰 등은 타지에 사는 학생들도 자주 방문하곤 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좋은 것은...
"엄마아빠, 빨리 와!"
[퓨잇! 퓨퓨!]
"그래그래, 금방 간다~."
"뛰면 넘어지니까, 조심해야 해요?"
바로 선생 가족이 사는 아파트 앞에, 커다란 영화관이 있다는 것이었다.
"하니와 씨 극장판 엄청 기대된다! 그치, 셋쨩?"
[퓨~!]
영화관 로비의 테이블 앞에 앉은 소녀는, 로봇 강아지 셋쨩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대화를 나누었다. 그 모습이 마치 자매같아, 하나코는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후후... 세이아 쨩이랑 리오 씨 덕에, 아이한테 좋은 친구가 생겼네요."
"그러게 말이야. 아, 간식거리 좀 사오려는데 먹고 싶은 거 있어?"
"아, 저는 주스면 충분해요. 딸한테도 물어보죠. 하지만 그 전에..."
딸이 앉은 자리 뒤에 천천히 다가간 하나코. 소녀는 여전히 셋쨩과 장난을 치는 중이었다.
"에잇!"
"어어!? 갑자기 아무것도 안 보여!"
두 손으로 소녀의 눈을 가린 하나코는, 소녀가 당황하는 모습을 즐겁게 내려다보았다.
"후훗, 누굴까~요?"
"엄마! 놀랐잖아~!"
하나코가 손을 치워주자, 소녀는 고개를 들어 하나코와 눈을 마주했다. 엄마의 조금 짖궂은 장난에, 소녀는 볼멘소리를 내며 하나코의 가슴을 주먹으로 통통 두드렸다.
"아빠가 간식 사준다는데, 우리 딸도 뭐 먹고싶은 거 있나요? 팝콘이라던가..."
"팝콘? 응, 좋아! 난 캐러멜 맛으로 할래!"
그래도 간식을 먹자는 말에 기분이 풀렸는지, 소녀의 눈빛은 별처럼 반짝였다. 그런 소녀의 손을 잡고, 하나코는 함께 카운터로 향했다.
"흐음, 난 뭐 먹지..."
"여보? 거기서 뭐 해요?"
"아, 당신! 별 건 아니고, 난 뭐 먹을지 생각 중이었어."
메뉴를 유심히 보고있던 선생을, 하나코가 불렀다. 선생은 아내와 아이에게 잠시 손흔들어 인사한 후, 다시 메뉴를 훑어보았다.
"역시 오랜만에 나초로 할까... 치즈 소스를 추가하면 더 훌륭하겠는데?"
"아빠, 생각이 너무 많아."
[퓨이!]
"아하하... 그런 말은 함부로 하면 안돼요?"
그렇게 2분 정도 더 고민하던 선생은, 이윽고 결정했는지 계산대로 향했다.
"저기요? 주문해도 될까요?"
"어서오세요~! 아, 선생님이시군요? 가족이서 오셨나요?"
점원 안드로이드는 친절히 선생과 그 가족을 반겼다. 샬레의 선생이라는 인물이, 부임 이후의 활약으로 얼굴이 잘 알려진 탓이었다.
"네, 오랜만에 다 같이 외출이네요. 캐러멜 팝콘이랑 나초, 콜라 두 개에 오렌지 주스로 하려는데요."
"네, 금방 나옵니다~. 잠시 앉아서 기다려주시면... 근데 잠깐."
[퓨?]
주문을 확인하고 결제하려던 점원은, 문득 선생 뒤쪽의 로봇 강아지를 보았다. 셋쨩은 자신을 향한 시선에 의문을 표하듯, 디스플레이에 물음표 기호를 띄울 뿐이었다.
"어? 설마... 셋쨩은 같이 영화 못 봐?"
소녀의 얼굴은 급히 어두워졌다. 어린 나이긴 하지만, 영화관에는 반려동물이 들어올 수 없다는 규칙을 언뜻 들었던 것 같기 때문이다.
"아, 이런."
"미안해요, 셋쨩. 미리 알아봤어야 했는데..."
"셋쨩..."
[퓨우...]
"자, 잠시만요! 여러분, 그런 게 아니라!"
시무룩한 셋쨩을 달래주는 세 사람. 그런 가족을 보고 당황한 점원은, 급히 손을 흔들며 세 사람의 오해를 풀었다.
"그 친구는 전자기기니까, 영화관 내에서는 전원을 끄거나 매너 모드로 바꿔달라는 얘기를 하려고 했거든요. 가끔 불만이 나오곤 해서요."
"어... 네?"
선생 가족은 서로 멋쩍게 바라볼 뿐이었다. 그리고 셋쨩은,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며 세 사람의 눈치를 살폈다.
"에헤헤, 영화 기대된다! 있지 셋쨩, 이번엔 무려 어둠의 하니와 씨가 나온대!"
[퓨핏!]
소녀와 셋쨩은 서로 발걸음을 맞춰 상영관으로 걸어갔다. 등에 간식과 음료수를 얹고 걸어가는 셋쨩은, 밀레니엄의 발명품답게 정교하게 균형을 유지했다.
"정말, 저렇게 좋을까요?"
"아무래도 즐겁겠지, 이번 영화는 어른인 나도 기대하고 있으니까."
선생은 상영관 앞에 붙은 포스터를 보았다. '공상특촬시리즈 하니와 씨 극장판 - 초차원대결전! 빛과 어둠의 하니와'라는 제목이, 큼직한 글씨로 적혀있었다.
"코하루 쨩도 같이 왔으면, 엄청 재밌었겠네요?"
"그러게. '커다란 하니와 둘이서 왜 싸우는 건데! 사형이야!' 같은 말을 들었으면, 푸흡! 이거 꽤 힘들었겠는걸?"
"후후훗..."
선생은 아끼던 제자의 얼굴이 떠올라 고개를 숙이며 웃음을 겨우 참았다. 하나코도 그 모습이 상상됐는지, 손으로 입을 가리고 있었다.
"엄마아빠! 상영관 찾았어!"
[피유!]
"아, 그래! 어서 가자, 당신."
"네, 늦지 않게 들어가볼까요?"
하나코의 손을 잡아준 선생은, 아이를 따라 상영관으로 들어갔다.
[----------!!!]
[부탁이야, 이제 멈춰줘! 하니와 씨가 괴로워하고 있잖아!]
[불가능해! 저 녀석은 모든 걸 부술 때까지 멈추지 않아!]
"오오...!"
"뭐야 이거, 재밌잖아..."
두 하니와의 광선 대결로 무너지는 도시와, 하니와의 파트너인 여고생들의 대립. 그것은 소녀는 물론이고, 어른인 선생조차 손에 땀을 쥐고 스크린에 집중하게 만들었다.
[내가 괴로워할 땐 아무도 신경쓰지 않은 주제에! 뭐가 상상력의 수호자고 뭐가 지구의 영웅이야! 그냥 이대로 이 마을과 함께 사라져버리라고!]
[그건 잘못됐어, 슈 쨩! 난, 슈 쨩이... 괴로하는지 몰랐단 말야...!]
[그래? 상관없어. 너도, 나도! 이제 이 마을에서 없어질 테니까.]
두 사람의 대립이 심화될수록, 괴수와도 같은 두 하니와의 싸움이 격해진다.
"하니와 씨, 지면 안돼...!"
"굉장하다...! 빌딩 안 가구까지 미니어처로 만들어놓고는, 전부 부숴버리는 거야?"
"... 뭔가 두 사람, 관점이 다른 것 같기도..."
[퓨이...]
좀 이상한 것 같지만 즐거워하니 다행이라고, 하나코와 셋쨩은 생각했다.
"후아~, 재밌었다! 셋쨩도 좋았지?"
[퓨퓨이!]
영화가 끝나고, 소녀는 셋쨩 위에 올라타 서로 대화를 나눴다. 그런 소녀의 한 걸음 뒤에서, 선생 부부가 천천히 따라왔다.
"요즘도 세트장과 미니어처를 활용한 고전적인 촬영 방식을 고수할 줄이야... 백귀야행 쪽 작품 같던데, 엄청나잖아?"
"스토리도 좋았어요. 단짝이었던 친구의 상처를 이해해주고, 이후 흑막 괴수를 함께 쓰러트린다... 고전적인 내용이지만, 연출이 훌륭했죠?"
"아아, 확실히 그랬지. 설마 거기서 주제가를 삽입할 거라고는, 역시 예상 못했어..."
하나코 스스로도 꽤 재밌게 감상하기도 했고,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는 남편의 모습에 그녀는 역시 영화를 보러 나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아, 저거 봐! 엄마, 저기저기!"
"어라? 저긴 장난감 가게인데..."
소녀가 가리킨 가게를 보니, 그곳에는 신제품들이 잔뜩 나열되어 있었다. 그 중에는, 영화에 나온 하니와와 괴수들의 소프트 비닐 피규어들도 있었다.
"엄마, 나... 저거 사주면 안돼? 소중히 할 테니까!"
"흐음, 어떻게 할까요..."
하나코는 짐짓 고민하는 척하며 선생에게 윙크를 날렸다. 진열된 소프비 피규어들의 완성도를 확인하는 중이던 선생은, 꽤 늦게 아내의 싸인을 확인했다.
"어? 아아, 그렇지. 그럼 하나씩 사볼까?"
"와아!"
[퓨우!]
사실 선생도 영화의 기념품 하나 정도는 챙기고 싶었기에, 흔쾌히 그 제안을 수락했다.
"받아라, 셋쨩! 하니시움 광선! 비비비빗~!"
[퓨퓨잇! 퓨우...]
가게에서 사온 소프비 피규어를 들고 광선을 쏘는 시늉을 하는 소녀와, 그 광선을 맞고 쓰러진 척 배를 까뒤집는 셋쨩. 둘은 역시 호흡이 척척 맞는 콤비였다.
"후훗, 역시 사주길 잘했네요? 생각보다 그리 비싸지도 않았고요."
"그러게 말이야. 그나저나 소프비치곤 완성도가 높은데? 특유의 뾰족뾰족한 실루엣도 잘 구현됐고..."
아이의 행복한 모습을 지켜보는 하나코와 달리, 영화의 최종보스 피규어를 이리저리 돌려가며 그 디테일을 확인하는 선생. 그 모습에, 하나코는 남편이 조금 야속하게 느껴졌다.
- 쿡!
"아앗! 놀래라... 왜 갑자기 옆구리를 찌르고 그래?"
"왜긴요, 사람이 말하면 들어야죠! 애도 아니고 장난감에 정신이 팔려서는..."
"아, 하하하... 미안."
선생은 꽤나 머쓱한듯 아내의 따가운 눈길을 피했다. 그렇지만 하나코는, 그런 선생의 순수한 모습마저도 사랑스럽다고 무심코 생각해버렸다.
"어라, 하나코? 얼굴이 빨간데?"
"아, 아무것도요! 당신한테 삐져서 그런 거예요!"
"아아... 그래?"
선생은 씨익 웃으며 딸에게 향했다. 소녀의 겨드랑이 사이에 손을 넣은 선생은, 그대로 아이를 번쩍 들어올렸다.
"어라? 아빠?"
"엄마가 방금 그러는데, 우리 딸이 슬슬 잘 시간이라네? 장난감은 내일 더 가지고 놀자, 알겠지?"
"네, 네?! 잠깐, 그거 무슨 의미...!"
당황하는 하나코를 뒤로 하고, 선생은 소녀를 침실로 데려가 눕혔다. 집에 들어와서 목욕부터 했기에, 바로 불을 끄고 재우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그치만, 아직 셋쨩이랑 더 놀고 싶은데..."
"셋쨩도 오늘 밖에 나가서 피곤할 테니까, 그만 쉬어야지. 셋쨩도 그렇게 생각하지?"
[피유? 피퓨!]
셋쨩도 뭔가 눈치챘는지, 그대로 침실 한구석의 방석에 웅크리고 충전기를 연결했다. 셋쨩의 전원이 꺼지는 걸 확인한 후, 선생은 침실 불을 꺼 주었다.
"잘 자요, 우리 공주님! 내일 보자고."
"으응... 후아암, 알겠어..."
침대에 눕자 졸음이 몰려왔는지, 소녀는 금새 눈을 감았다. 아이의 앞머리를 몇 번 쓸어준 후, 선생은 조심스레 하나코를 뒤에서 껴안았다.
"당신도 참, 미리 얘기를 하지 그랬어?"
"정말... 몰라요."
두 사람은 안방으로 들어가, 조용히 문을 닫았다.
*****
이번 에피소드는 오랜만에 가족 간의 일상 에피소드입니다. 쓰고나서 보니, 특촬에 대한 작가의 애정이 좀 많이 반영된 느낌이네요.
소재가 생각나면 이렇게 빠른 주기로 소설이 올라올 수 있습니다. 소재를 하나씩 던져주시면, 그것도 반영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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