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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갤문학] 프리스크 패러블 - 24 - (집으로 가자)

유동문학(221.141) 2016.05.23 20:37:08
조회 3960 추천 86 댓글 18
														

프리스크 패러블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7.5  18  19  20  21  특별편  22  23 ]





 샌즈의 집에서 나온지 5분도 채 되지 않았지만, 방금 괴물이 했던 말 때문에 마음이 심란해져 더 이상 산책을 하거나 돌아다니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샌즈에게 돌아가서 집 정리를 도와주던, 방 안에 들어가 있던 간에, 그냥 집 안에 머무르고 싶었다.

 너는 그저 집에 돌아가고 싶었다. 그것은 괴물들이 넘어가지 못 하는 결계를 넘어가겠다는 뜻이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너가 괴물들도 나가지 못 한 결계를 뚫고 집을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은 없을 것 같았다. 이제까지 결계를 거쳐 들어온 인간이 최소 여섯은 있다고 해도, 괴물들이 영혼 여섯 개가 있다고 하는 것을 보면, 그들은 나가지 못 하고 죽임을 당한 것이 틀림없었다. 샌즈가 집에 가는 것을 도와준다고도 했고, 언다인이 말하길 아스고어에게 부탁만 하면 지나가게 해줄 수도 있다고는 했다. 하지만, 정확한 방법을 너는 떠올리지 못 했다. 인간이라면 결계를 그냥 통과할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구체적인 방법이 필요해보였다.


 '이상한데, 차라.'


 너는 방금 그 쥐 괴물이 말한 것 때문에 입으로 말하지 않고 생각으로 말했다.


 '차라, 너는 그 방법을 알고 있지 않아? 너는 이곳에서 살았다고 했잖아. 다른 여섯 영혼이 생기기 전에, 맨 처음에 왔던 거 아냐? 그때는 결계를 나가는 방법을 몰랐어?'


 알고 있긴 한데, 너한테 그 방법을 말해주고 싶진 않아. 너는 그 방법을 알면 고민할 거고, 그런 고민을 해야하는 것 자체가 너한테 너무 큰 부담이야.


 '그러면, 그거 외의 다른 방법이 있어?'


 없어. 너가 살아서 나갈 방법은 없어.


 '그러면 말해줘. 어떻게 해야해?'


 다른 괴물을 죽여서 영혼을 취하고, 너와 그 영혼이랑 함께 나가야 해. 결계를 뚫고 나가는 데에는 인간 영혼 하나와 괴물 영혼 하나가 필요해. 괴물이라면 인간의 영혼 하나를, 인간이라면 괴물의 영혼 하나를 지니고 있어야 하지.


 '그건 안 돼.'


 어, 맞아. 그건 안 돼.

 너는 그 방법을 듣고 단 한 순간도 고민하지 않고 거절했다. 나의 생각이 틀렸다. 너는 그런 걸 아예 고민한 거리로도 생각하지 않고, 아예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치부해버렸다. 애초에, 너 같은 어린애가 누군가를 죽이고 이득을 취하려는 발상을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런 방법이 존재한다는 것을 안다고 해도, 그것은 고려 대상 조차 되지 않는 것이었다. 괴물들이 너에게 해를 끼치려고 달려드는 것도 아니고, 잡아서 고문하고 죽이려들려고 하지도 않았으므로, 보복의 의미로도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너는 언다인이랑 아까 그 미친 돌을 아예 생각도 안 하는 구나. 언다인이 결계를 깨려고 네 영혼을 취하려고 하고, 아스고어가 인간 여섯을 죽여서 가지고 있는 거랑, 너가 괴물 하나를 죽여서 결계를 나가려고 하는 거랑 무슨 차이야? 애초에 자기 이득을 위해서 남을 죽이려고 한 거는 괴물도 마찬가지잖아. 너가 언다인이나 아스고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 지는 알겠지만, 괴물들을 너무 착하게 보는 것도 정상적인 발상은 아니지 않아? 그리고, 인간에겐 괴물이 옆에서 말하는 것 자체가 위협일 때가 있다구.


 '그래서 너는 버터컵 꽃을 먹은 거야?"


 


 '차라, 다른 사람이 너에게 잘못 했다고 해서, 너가 다른 사람에게 똑같이 되갚아주는 건 정상적인 발상이 아냐. 이해하지 못 하는 건 아니지만, 그게 맞다고 생각해.'


 너는 그렇게 생각하며 뼈다귀 형제의 집 앞에 도착했다. 문 바깥으로 새어나오는 파피루스와 샌즈의 대화가 들렸다. 파피루스는 애완돌에게 새로운 이름을 주어야한다고 말하고 있었고, 샌즈는 그냥 돌이라고 부르자고 대답하고 있었다. 딱히 무언가를 정리하거나, 돌과 대화하는 것 같진 않았다. 너는 살며시 집 문을 열고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파피루스가 샌즈가 아직 애완돌 앞에서 얘기를 하고 있었다.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고 샌즈와 파피루스가 너에게 고개를 돌렸다. 샌즈가 너의 얼굴을 보더니, 뭔가 미심쩍다는 표정을 지었다. 한 눈을 치켜뜨며 네 얼굴을 자세히 쳐다보는듯 했다. 네 얼굴 표정을 보는 듯 했다. 너는 그것을 눈치채고 다시 웃는 표정을 지었다. 방금 너가 생각한 것 때문에 영 좋지 않은 얼굴을 하고 있던 것이다.


 "음, 미안해요. 바깥은 추워서요. 들어가도 돼요?"

 "빨리 들어와, 인간! 우리 애완돌과 함께 있어야지. 그간의 오해도 풀고 말이야!"


 너는 문을 열고 들어와서 애완돌을 쳐다봤다. 애완돌이 새파랗게 질린 채 벌벌 떨고 있었고, 그것 때문에 접시에 계속 해서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뭐야, 다시 한 번 그런 짓을 하면 박살낸다고 협박이라도했나? 샌즈가 말했던 돌과 나눌 얘기라는 게 그런 거라면 저런 반응이 이상한 것은 아니었다.


 "미안해, 인간. 다시는 그러지 않을게."

 "어, 어, 괜찮아요. 돌의 모습은 불편하지 않으세요?"


 맞나보다. 너가 들어오자마자 돌은 사과부터 했다.


 "인형에 들어가 있을 때에도 별로 움직일 팔다리는 없었으니까 말야. 작은 돌이라고 해도 상관없어."

 "그럼 다행이에요!"

 "오해는 풀었네. 그러면 돌아. 설탕을 뿌려줄 테니 여기서 가만히, 얌전히 있어. 알았지? "

 "네."


 샌즈가 설탕을 애완돌 위에 뿌리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디서 설탕을 가져와서 뿌려주는 건지, 저 뼈 손으로 어떻게 설탕을 집어서 뿌려주는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애완돌이 샌즈의 말을 정말 잘 듣는다는 것은 확실히 일 수 있었다.


 "파피루스. 나가서 시나몬 번이나 여러가지 좀 사와주지 않을래? 꼬마를 집에 두고 아무것도 먹이지 않는 건 실례야."

 "왜 그걸 나한테 시키는 거야?! 나도 인간과 함께 같이 있고 싶…, 아하!"


 파피루스는 말하던 중간에 뭔가 알아냈다는 듯, 크게 소리치더니 미묘한 눈빛으로 너와 샌즈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러고선, 녜헤헤, 비켜줄게! 라고 말하며 바로 집을 나섰다. 생각해보니, 너는 저번에 파피루스가 오해했던 것을 기억해냈다. 또 파피루스 마음대로, 샌즈가 너를 좋아한다고 판단해서 자리를 비켜준 것 같았는데, 너는 입장이 난처하게 느껴져서 무슨 말을 해야할지 알 수 없었다. 샌즈는 옆을 돌아보며 애완돌에게 말했다.


 "헤, 돌대가리, 당장 꺼져."

 "네."

 "너 말고 너랑 똑같이 생긴 다른 돌 가져오고 나서 꺼져. 아니면 그 돌에서 나가."

 "나가긴 힘들고, 다른 돌 가져올게요."

 "그럼 가져와."

 "네."


 그 대답을 끝으로, 애완돌은 재빠르게 문을 열고 나갔다. 저절로 열리는 문과 붕붕 떠다니는 돌은 섬뜩한 심령 현상 같이 보였지만, 심령 현상이 맞으니까 별로 무서워하지 않기로 했다.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요…."

 "너를 위협했던 녀석을 내 집에 두고 싶진 않거든. 아깝네. 저 애완돌은 내가 아끼던 놈인데 말야. 일단 소파에 앉자고."


 돌을 어떻게 아껴야 애완돌이 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너는 샌즈가 이끄는 대로 소파에 앉기로 했다. 너가 소파에 앉자, 샌즈도 소파 반대쪽에 앉아서 너를 쳐다봤다. 그리고, 어디서 꺼낸 건지 알 수 없는 케찹을 마시면서 너에게 말했다.


 "여기 생활은 힘드나, 꼬마?

 "아니에요. 괜찮아요."

 "너무 짧은 시간에, 많은 일을 겪으면 그럴만 하지. 걱정이 생기지 않는 게 이상한 거야, 꼬마."

 "…, 이번엔 제가 무슨 표정을 지었길래 그래요?"

 "일단, 너 같은 꼬마가 지을 표정은 아니지. 꼬마와 걱정이라는 두 존재는 서로 어울리지 않거든."


 너는 한숨을 푹 쉰 뒤, 샌즈에게 마음 속 말을 하나하나 털어놓기 시작했다.


 "저는 여기 와서 정말 이상한 일을 많이 겪었어요. 이틀 동안 많은 일이 있었어요. 두 번이나 죽기도 하고, 저를 죽이려고 달려드는 사람, 아니, 괴물과 친해지기도 했고요. 해골과도 친구가 되고, 정말 많은 괴물들과 만났어요. 바깥에 있을 때보다 더 즐겁기도 했고요. 그런데, 저는 집에 돌아가고 싶어요. 엄마랑 아빠다 걱정할 거거든요. 하지만 생각해보니까, 제가 집으로 돌아갈 방법이 없어요. 다들 착하고 좋은 괴물이라고 생각하지만, 아스고어라는 왕에게 가다가 또 죽을지도 모르고요. 제가 왜 죽을 걸 걱정해야하는지도 모르겠어요. 보통 사람들은 죽을 걸 걱정하면서 살지 않잖아요. 언다인이 아스고어님께 부탁하면 비켜줄지도 모른다고 말했지만, 그럴 것 같지도 않아요. 그냥, 제가 이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많이 힘든가보구나, 꼬마야."

 "네, 그리고 차라가 알려줬어요. 결계를 지나가러면 다른 괴물을 죽여야 한다고요."

 "그렇지."

 "이걸 왜 처음부터 알려주지 않았는지 샌즈에게 물어보진 않을 게요. 하지만, 다른 걸 물어볼 게요. 저는 어떻게 해야하는 거죠?"


 샌즈는 한숨을 쉬면서 후드 주머니에 손을 꽂아넣었다. 무슨 말을 해야할지 속으로 고민하는 것 같았다. 샌즈도 이렇다할 답은 알지 못 하는 것 같았다. 너는 샌즈에게 답을 얻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 자신을 탓했다. 샌즈도 결계를 부수려고 인간의 영혼을 모으길 원했던 괴물이었다. 그런 괴물에게 답을 구하는 것은 무리라고 너는 생각했다. 하지만, 너는 샌즈가 말하길 기다렸다. 너를 응원해줄 만한 말을 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샌즈는 입에 케찹을 물더니, 그렇게 입에 케찹을 물고 있는 채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주방으로 걸어들어갔다. 너는 샌즈가 뭘 하려는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일단 기다려보기로 했다. 냉장고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고, 냉장고에서 꺼낸 무언가를 오븐에 넣어 데우는 소리가 들렸다. 너는 샌즈가 하는 일이 끝날 때까지 가만히 기다렸다. 자리에서 일어나 샌즈가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지 알아보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고민으로 가득 차 있을 땐, 아무것도 하기 싫은 법이다.

 이내 오븐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고, 샌즈가 접시에서 어떤 음식을 들고 나왔다.


 "샐러드로는 배가 안 찰 거야, 꼬마."

 "어, 그건!"


 샌즈가 접시에 들고 나온 것은, 버터스카치 시나몬 파이였다. 너는 그 음식을 보자마자 가방을 열어서 속을 뒤져봤다. 생각해보니 지금까지 가방에 뭐가 들어있는지 확인을 해보지 않았다. 게다가 거미 도넛도 들어있지 않았다. 애초에 가방을 메고 다니면서 무엇이 들었는지를 신경쓰지 않았다.


 "가방에 그런 음식을 넣고 다니면 상한다고. 거미 도넛도 냉장고에 있으니까 나중에 먹을 거면 먹어. 가방을 뒤진 게 기분나쁘다면 미안해."

 "하지만, 샌즈, 왜 이걸 지금 주는 거예요?"

 "싫어?"

 "아니, 싫다는 건 아니지만. 조금…."

 "뜬금없나?"


 너는 샌즈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그저 무안한 표정으로 샌즈를 쳐다볼 뿐이었다. 샌즈는 헤, 하고 한 번 피식 웃으면서 소파 앞 식탁 위에 버터스카치 시나몬 파이를 올려놓고 네 쪽으로 밀어주었다. 너의 손에 딱 맞는 조그마한 포크가 접시 위에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그 여자가 만들어준 음식이겠지. 그녀와 농담을 나누다 보면, 가끔씩 폐허의 문틈 사이로 냄새가 새어나왔어. 그게 바로 그 파이 냄새였어. 정말 맛있을 것 같았지."

 "네, 맛있어요."

 "그녀는 널 아낀 거겠지. 괴물이지만, 인간인 너를 사랑했을 거야. 그렇지?"

 "…, 네."

 "집으로 돌아가길 응원해줬겠지. 응?"

 "네."

 "그걸 기억하라고, 꼬마. 나도 다른 죽이는 방법, 그 외에 방법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너가 여기를 나가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다면 나아가는 게 맞을 거야. 믿어주는 괴물이 있잖아."


 역시 샌즈, 라고 생각했다. 샌즈도 역시 괴물의 영혼을 취하는 방법 외에는 다른 것을 모르는 듯 했지만, 너를 응원해주는 방법 하나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너는 실제로 해결된 것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조금 오래되어 색깔이 바래졌지만, 여전히 맛있어 보이는 버터스카치 시나몬 파이를, 포크로 한 입 크기로 잘라 입 안에 넣었다. 따뜻했고, 맛있었다.

 샌즈는 마시고 있던 케찹을 탁자 위에 올려놓고 너를 보면서 말했다.


 "너에게 보여줄 퍼포먼스가, 이 정도밖에 없어서 미안해, 꼬마야."

 "고마워요, 샌즈."

 "헤헤, 도움이 됐나?"

 "네!"

 "그리고, 꼬마. 말 편하게 해도 돼. 솔직히 말해서, 누군가 나에게 그런 식으로 말한 적이 없어서 불편한 걸."


 너는 샌즈가 뭘 편하게 하라는 건지 잠깐동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내 자신이 너무 지금까지 공손하게 말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너는 친구가 없었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반말로 대화해본 적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어떻게 말해야할지 잠깐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응, 샌즈, 편하게 할게."

 "편히 쉬고 있어. 고민거리가 있으면 언제나 말하라고. 난 어디 좀 갔다올 테니까 기다려. 조금 있으면 파피루스가 오겠지."

 "샌즈."

 "응?"


 너는 버터스카치 시나몬 파이를 포크로 크게 떠서 샌즈에게 내밀었다.


 "샌즈도 한 입 먹어."

 "헤헤, 그래."


 샌즈는 너가 내밀은 버터스카치 시나몬 파이 조각을 손으로 집어 입 안에 넣었다. 그런 뒤에 샌즈는 문을 열고 나갔다. 샌즈가 문을 열고 나가면서 말했다.


 "그리고, 나도 널 믿고 있다고."


 너는 샌즈가 나가면서 닫은 문을 가만히 쳐다봤다. 샌즈는 뭔가 자기가 해야할 말이나 행동을 하고 최대한 빨리 그 자리를 뜨려는 습관이 있는 것 같았다. 너는 가슴 속에서 따뜻한 무언가를 느끼면서 버터스카치 시나몬 파이를 한입 더 입에 물었다.


 너는 의지로 가득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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